일반산 (Ⅱ)

안개속에서 헤메인 하루 (병두산-매산-용산)

킬문 2006. 11. 1. 16:40
2006년 4월 2일 (일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진부터미널(06:32-08:59)
매산등산로(09:28)
주능선(10:01)
무명봉(10:21)
임도고개(11:21)
무명봉(11:41)
955봉(12:45)
병두산(13:13)
955봉(13:45)
무명봉(14:12)
임도고개(14:40)
병풍산갈림길(15:05)
매산(15:10)
능선갈림봉(15:23)
능선갈림봉(15:35)
능선갈림봉(15:58)
능선갈림봉(16:30)
고랭지밭(16:45)
12번군도(17:08)
용산(17:24)
군도고개(17:38)
횡계터미널
동서울터미널(19:50-22:34)

◈ 도상거리
약 15km

◈ 산행시간
8시간 10분

◈ 동행인
술꾼

◈ 산행기

- 주능선
서울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거의 그쳐가던 봄비가 강원도 땅으로 들어서자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운무가 자욱하게 깔리며 빗줄기가 굵어져 걱정이 된다.
진부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호명리로 들어가며 들머리를 걱정하는 술꾼님이 병두산에 대해 물어보자 기사 분은 처음 계획했던 범우리를 지나서 매산 등산로가 있다는 시멘트 소로의 맨 끝에 차를 세워준다.
질퍽거리는 황톳길을 올라가 외딴 집의 계곡가에 세워진 매산 등산로 안내판을 자세히 살펴보니 병두산 올라가는 초입은 이미 많이 지나쳐 왔는지라 고민 끝에 일단 주능선으로 치고 올라가기로 한다.
뚜렷하게 나있는 매산 등로를 버리고 왼쪽 지계곡으로 올라가 안개 자욱한 북쪽 지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간벌된 나무들이 사방에 깔려있어 시작부터 짜증이 난다.
10미터 앞도 안 보이는 오리무중의 가파른 능선을 치고 병두산과 매산 사이의 주능선에 올라서니 흐릿한 족적이 나타나지만 잔설이 허옇게 남아있고 황량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 매산 등산로 안내판


- 무명봉
왼쪽으로 꺾어져 잡목들이 걸기적거리는 봉들을 넘고 거목 몇 그루가 서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삼각점은 없지만 큰 구덩이가 파여있는데 분홍 비닐 끈 세개가 나란히 묶여있는 것을 보고 술꾼님은 틀림없는 병두산이라고 한다.
안개에 묻혀있는 음산한 봉우리에서 이곳 저곳을 뒤지며 삼각점을 찾아보다 찜찜하기는 하지만 병두산으로 생각하고 그냥 매산 쪽으로 내려간다.
주능선 길을 내려가다 방향을 착각하고 왼쪽 사면으로 꺾어 내려가면 쇠줄이 쳐진 잘 정돈된 무덤이 나오고, 어린 잣나무들이 심어져있는 사면을 계속 타고 내려가니 임도가 나온다.
안개 자욱한 임도를 한동안 따라가다 웬지 고갯마루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되돌아 사면을 치고 진땀을 흘리며 능선으로 올라간다.
다시 주능선을 타고 내려가다 왼쪽으로 꺾어 가시나무들을 헤치고 내려가니 쓰레기가 널려있는 임도 고개가 나오는데 초입에서 보았던 뚜렷한 등로가 올라오고 반대쪽 원봉동으로도 넓은 길이 갈라져나가며 매산 쪽으로 이정표가 서있다.
이곳에서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니 병두산은 처음 병두산이라 생각했던 무명봉에서도 1.5km는 더 올라가야 해 의논을 하고 2.5km 떨어져있는 병두산을 다녀오기로 결정한다.




▲ 병두산으로 착각한 무명봉



▲ 임도 고개

- 병두산
축축한 이슬비를 맞으며 안개에 묻힌 주능선 길을 다시 올라 병두산이라 착각한 봉우리에서 왼쪽 북서방향으로 잔설이 깔려있는 사면을 내려가니 족적도 없지만 간벌된 나무와 쓰러진 잡목들이 도처에 깔려있어 진행하기가 힘들다.
능선만 가늠하고 잡목들을 헤치며 지능선들이 어지럽게 갈라지는 봉우리들을 내려가면 족적도 전혀 없고 두리뭉실하며 지형 파악이 전혀 되지않아 혼란에 빠진다.
다시 능선 갈림봉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니 앞이 트이며 벌목지대가 나타나고 안개 속에 찬바람만이 거세지만 가만히보니 왼쪽으로 능선이 급하게 방향을 트는 955봉이란 생각이 든다.
서쪽으로 팍 꺾어서 잡목들이 꽉 찬 능선을 내려가면 희미한 사거리 안부가 나오고 앞에 높은 봉우리가 서 있어 병두산 임을 확신할 수 있다.
흐릿한 족적을 따라서 가파르게 이어지는 바위 지대를 휘돌아 범우리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고 북쪽으로 꺾어 올라가니 드디어 병두산(988.5m) 정상이 나온다.
삼각점(203재설/77.9건설부)과 쓰러진 티브이 안테나가 있는 좁은 정상에서는 날만 맑으면 조망이 좋을 듯 하지만 안개 속에 한치 앞도 보이지않고 '봉천 오상호'와 '산사랑산악회'의 표지기만이 그간의 인적을 말해준다.



▲ 병두산 정상


- 매산
바람 부는 봉우리를 내려가 올라왔던 우리의 족적들을 살피며 955봉을 넘고, 한결 뚜렷해진 능선따라 쓰러진 나무들을 쉽게 피해서 병두산으로 착각했던 무명봉에 돌아오니 어언 3시간이 지나가버렸다.
차디 찬 보슬비를 맞으며 바람 잔 숲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임도 고갯마루로 내려가 매산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등산로를 올라간다.
잔설들이 많이 쌓여있고 반질반질하게 얼어붙은 등로를 어렵게 올라가면 바람이 강하게 불며 잔 우박들이 몸을 세차게 때린다.
간간이 걸려있는 안내판을 보며 핏대골 갈림길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병풍산이 갈라져나가는 삼거리에 올라가니 작은 나무 평상에는 먹다 남은 막걸리가 놓여있고 이정표들이 즐비하게 붙어있다.
왼쪽으로 꺾어져 상고대들이 예쁘게 피어있는 산길을 올라가면 능선 상에 1238m라 쓰인 매산(1231m) 정상 석이 놓여있고 바로 위 억새가 무성한 넓은 정상에는 한편에 삼각점(304재설/77.9건설부)이 놓여있으며 찬 바람만이 자리를 지키고있다.



▲ 병풍산 갈림길



▲ 상고대



▲ 매산 정상석



▲ 매산 정상


- 12번군도
산불 초소를 지나고 잘 나있는 등로를 뛰듯이 내려가면 곧 젓나무정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글씨 없는 분홍 리본이 걸려있는데 왼쪽인 정동 방향으로 꺽어지니 길이 희미해진다.
안개만이 꽉 찬 펑퍼짐한 능선을 방향만 맞추고 따라가면 비에 젖은 산죽지대가 나타나고 그나마 희미한 족적은 진부면과 도암면의 경계를 따라 발왕산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가버린다.
산죽들이 무성한 갈림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니 잡목들만 빽빽하고 비에 젖은 미끄러운 너덜들이 수시로 나타나며 나뭇가지는 무시로 뺨을 때린다.
간간이 버려져있는 약초 꾼들의 쓰레기들을 위안 삼아 적적한 산죽 능선을 따라가면 큼지막한 바위 군들이 나타나고, 빗줄기는 그칠줄 몰라 몸은 젖고 신발은 질척거리기 시작한다.
시린 손가락들을 꼬물락거리며 지겹도록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며 능선 갈림봉에서 동쪽의 높은 봉우리로 잘못 가다 되돌아온다.
북동 방향으로 꺾어져 족적도 없는 사면같은 능선을 치고 내려가면 안부가 나오는데 비에 젖고 종일 안개 속에서 헤멘 터라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왼쪽으로는 낙엽송들이 멋지게 일렬로 도열해있고 오른쪽은 드넓은 고랭지 밭이 펼쳐지는 안부에서 농로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가 용산리와 유천리를 잇는 12번 군도인 시멘트 도로로 나간다.



▲ 고랭지밭으로 이어지는 안부


- 용산
도로에서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아 마저 용산을 오르기로 하고, 고랭지 밭들이 펼쳐지는 고개를 향해 올라가다 트럭들이 서 있는 몇채 안되는 농가로 들어가니 문은 닫혀있고 사람은 보이지않는다.
들판에 외롭게 서 있는 트랙터를 지나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고갯마루로 올라가면 잘 정돈된 옛 무덤이 있고 고랭지 밭에는 목장을 조성하는지 돌멩이들이 파헤쳐져있고 한쪽에는 철선도 보인다.
베어진 나무들이 쌓여있는 낙엽송 지대를 가파르게 올라가니 국유지 시멘트 석들이 보이고 아래너삼에서 올라오는 오른쪽 길과 만나며 족적이 나타난다.
뚜렷한 등로를 잠시 따라가면 안개 속에서 용산(1027.5m) 정상이 나오는데 삼각점(19773(4)/건설부)이 있고 마구잡이로 벌목되어 있으며 '역말 장기일'과'산사랑산악회'의 표지기가 걸려있다.
원래는 이곳에서 동쪽 능선 따라 동문사를 지나고 용평 리조트로 바로 떨어질 계획이었지만 하루 종일 찬 바람과 비에 시달린터라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있다는 핑계로 되돌아 내려간다.
바람 부는 고갯마루에서 하루 산행을 끝내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황토빌'이란 산장으로 내려가니 인기척도 보이고 개들이 짖어되서 모처럼 사람사는 곳이 반가워진다.
얄밉게도 이제서야 서서이 맑아오는 하늘 아래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발왕산을 바라보며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을 따라가면 횡계 택시 한대가 금방 올라온다.



▲ 12번군도 고갯마루



▲용산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