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봄 내음 그득한 오지의 산줄기 (대바위-응봉산-망태봉)

킬문 2006. 11. 1. 16:39
2006년 3월 19일 (일요일)

◈ 산행일정
상봉터미널
홍천터미널(05:50-07:26)
오미치(08:05-09:04)
755.4봉(09:53)
1013.5봉(10:43)
대바위(11:18)
면경계합류(12:08)
임도(13:02)
응봉산(13:33)
정자리임도(14:32)
면경계합류(14:50)
기령(15:16)
934.0봉(15:37)
삼각점봉(16:48)
848.9봉(17:05)
망태봉(17:45)
소재마을(18:40)
신남터미널
동서울터미널(19:50-22:03)

◈ 도상거리
약 22km

◈ 산행시간
9시간 35분

◈ 산행기

- 755.4봉
하남 표를 끊고, 현리 행 첫 버스를 타며 기사님께 부탁드려 상남을 지나 바로 나오는 오미치 고갯마루에서 내리니 멀리 방태산이 육중한 모습을 보인다.
흙 계단을 타고 참호들이 파여있는 절개지를 올라가면 산불 초소가 나오는데 시야가 트여서 흰 눈을 쓰고있는 가마봉이 잘 보이고 강원의 고산 준봉들이 가득 눈 앞을 메운다.
잘 나있는 등로 따라 송전탑을 지나고 직진하는 소로로 들어가다 돌아와 왼쪽의 개 사육장 옆으로 내려가 시멘트 임도를 만나서 밭을 넘어 산으로 붙는다.
가시나무들을 헤치고 구덩이가 파여있는 봉우리에 올라가면 흐릿한 등로가 나타나고 글씨 없는 붉은 비닐 끈이 촘촘하게 붙어있어 길을 안내하는데 아마 군인들의 야간 행군로 같은 생각이 든다.
눈 덮인 방태산을 바라보며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즐비한 산길을 따라 삼각점(현리448/1985복구)이 있는 755.4봉에 올라가니 조망이 좋아 백암산에서 문내치를 지나 가마봉과 소뿔산으로 흐르는 백색 산줄기가 멋지게 보인다.



▲ 오미치



▲ 현리지구전적비



▲ 산불초소에서 바라본 가마봉



▲ 755.4봉 정상



▲ 755.4봉에서 바라본 방태산



- 대바위
베어져 쓰러진 나무들을 넘어 잔설이 쌓여있는 잡목 길을 따라가며 지난 주에 거꾸로 종주했던 사다리 식구들의 발자취를 만나고는 불현듯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 떠 오른다.
부드러운 봄 바람을 맞으며 낙엽송들이 빽빽한 청량한 산길을 쉬엄쉬엄 오르고 처음으로 양지 바른 무덤을 지나서 멀리 나타나는 군부대를 바라보며 대바위를 가늠해 본다.
서쪽으로 방향을 돌려 1013.5봉을 지나고 급사면 따라 봉우리에 오르니 왼쪽 곧은골에서 홈통길이 올라오고, 덤불들을 헤치며 올라가다 처음으로 '과천 김영오'님의 표지기를 만난다.
모처럼 나무들이 가리지않는 바위에 올라 영춘지맥을 바라보고 글씨 없는 삼각점과 군 통신탑이 서있는 대바위(1091.4m)에 오르면 걱정했던 군부대는 몇백 미터 옆으로 떨어져있고, 벌목되어 조망이 훤히 트여서 방태산과 영춘지맥은 물론 설악산의 기세 높은 봉봉들이 시야에 들어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 대바위 정상



▲ 대바위에서 바라본 설악산



- 응봉산
사다리 팀의 럿셀 자국을 보며 수북하게 쌓여있는 잔 설을 넘고 낮은 산죽 지대 따라 암봉을 우회해서 내려가니 뚜렷한 등로가 이어지며 '호산 신명호'님의 오래된 표지기가 보인다.
눈길과 산죽 숲을 이어가다 뚜렷한 등로는 신명호님의 표지기와 함께 남쪽 김부리 방향으로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꺾어서 잡목들을 헤치고 내려가면 다시 족적이 나타나며 올 처음 보는 복수초들이 낙엽 밑에서 환한 꽃망울을 보여준다.
산죽들을 헤치고 면 경계가 되는 능선에 합류하니 목장의 녹슨 철선들이 보이고 시야가 트이는 억새 밭에서는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의 산줄기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와 한번 가 본 길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설레어진다.
스팻츠도 없이 잔설에 빠져가며 지능선에서 20여분 헤메다 능선을 찾아 잡목들만 지저분한 산길을 따라가면 왼쪽으로 지나가는, 매봉재로 이어지는 넓은 임도와 만나고 승합차 한대가 서있는데 오른쪽 왝골로는 길이 보이지않는다.
벌목된 나무들이 거치장스러운 산길을 오르고 험준한 암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니 774.4봉으로 이어지다 내린천으로 향하는 오른쪽의 산줄기도 제법 굴곡있게 보인다.
왼쪽으로 꺾어 봄을 시샘하 듯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으며 암봉들을 우회해서 운치 있는 소나무가 서있는 응봉산(979.0m)에 오르니 삼각점은 안 보이고 구덩이만 파여있으며 '봉천 오상호'님의 표지기만이 베어진 나뭇가지에 외롭게 매달려있다.



▲ 복수초



▲ 억새밭에서 바라본,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



▲ 매봉재로 이어지는 임도



▲ 임도 오르며 바라본 응봉산



▲ 응봉산에서 바라본 가운데의 대바위



▲ 응봉산에서 바라본 방태산



- 934.0봉
밑에서 들려오는 전기톱 소리를 들으며 따뜻하게 햇살이 내려오는 바위에 앉아 빵으로 요기를 하고 북서 쪽으로 내려가면 최근에 간벌된 나무들이 사방에 깔려있어 발에 걸리고 정갱이를 연신 찔러서 짜증이 난다.
눈길에 푹푹 빠져가며 북사면 봉우리들을 넘고 고라니 한마리가 껑충 뛰며 도망가는 정자리 임도에 내려서니 휑한 임도에는 안내도가 서있고 차 바퀴 자국이 보인다.
길도 없고 지형도 분간하기 어려운 사면을 타고 급한 암릉을 넘어 힘겹게 면계 능선에 올라가면 다시 김영오님의 표지기들이 나타나지만 이후 길이 흐릿해진다.
오래 전에 베어진 나무들이 덮혀있는 묵은 산길을 따라 어렵게 기령으로 내려가니 전신주와 차량차단기가 서있고 얼어붙은 비포장 길에는 차바퀴 자국들이 어지럽게 나있다.
길 따라 올라가다 능선으로 붙어 진땀을 흘리며 가파른 사면을 치고 934.0봉에 오르면 뾰족한 바위위에 삼각점(어론416/2005재설)이 있고, 시야가 확 트여서 멀리 대바위에서 이어 온 능선과 망태봉으로 굴곡지 듯 휘어지며 달려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 정자리 임도



▲ 기령



▲ 934.0봉 정상



▲ 934.0봉에서 바라본 방태산과 대바위에서 이어져 온 능선



▲ 934.0봉에서 바라본 가야 할 능선과 왼쪽 끝의 망태봉



- 망태봉
무자비하게 베어져 넘어진 나무들과 바위지대를 우회해서 능선을 내려가니 잡목들이 빽빽하고 길도 흐릿하며 오후 들어 황사가 오는지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한바퀴 빙 돌아서 이어지는 산줄기를 가늠하며 잡목들을 헤치다 절벽이 많다는 망태봉을 해지기 전에 내려갈려는 마음으로 인적 끊어진 첩첩산중을 바쁘게 걸어간다.
북서쪽으로 급히 꺾어서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 따라 무명봉에 오르면 지형도에도 없는 삼각점(어론414/2005재설)이 묻혀있는데 맞은 편의 848.9봉에는 있어야 할 삼각점이 없으니 아마 잘못 설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832.0봉에서 다시 남서쪽으로 꺾어서 잘 나있는 등 로 따라 암벽을 두르고있는 848.9봉에 오르니 구덩이 하나만 파여있고 삼각점은 보이지않으며 늦은 오후의 적막감만 감돈다.
기울어가는 햇살을 바라보며 서둘러 봉우리를 내려가 험한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해서 능선에 붙으면 멀리 마지막 봉우리인 망태봉이 험준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남쪽으로 꺾어서 굵직한 노송들이 즐비한 산길을 내려가 급사면을 치고 망태봉(772.8m) 정상에 오르니 십여평 작은 헬기장에는 삼각점(어론412/2005재설)이 있고 모 산악회 표지기 한 장이 걸려있으며 북쪽으로만 시야가 트인다.



▲ 망태봉 정상


- 소재
나무사이에 가는 줄이 매여있는 서쪽 능선으로 계속 내려가다 암릉이 나타나고 지형이 험할 것 같아 되돌아와서 남쪽 지능선으로 내려간다.
뚜렷한 족적 따라 능선을 따라가니 표지기들이 몇개 걸려있는 무덤 삼거리가 나타나고 밑으로 포장도로가 내려다 보이는데 소치분교 방향인 오른쪽 흐릿한 능선으로 내려가다 험한 절벽들이 도처에 깔려있어 되돌아온다.
무덤 가로 돌아와 곧바로 이어지는 남쪽 지능선으로 내려가면 나무에 푸른 칠이 칠해져있고 족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길은 금방 사라지고 까다로운 바위지대들이 나타난다.
나무들을 잡고 암릉을 내려가 덤불들이 차있는 어스름한 계곡을 잠시 내려가니 족적이 보이고 곧 허물어져가는 치성 터가 나오는데 이불과 세간살이들이 놓여있고 음산한 분위기가 든다.
넓어진 산길을 내려가면 시멘트 도로가 나오고 농가들이 있으며 계곡 맨 위에 있는 정자리마을에는 전등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지만 휴대폰은 불통이다.
포장 도로를 따라가다 갑둔2리의 소재마을로 들어가 신남 택시를 불러달라 부탁을 드리고 마을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있으니 집 뒤 망태봉 자락의 절벽에는 짙은 어둠이 금방 몰려온다.



▲ 치성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