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앞서 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걷는 눈길 (가득봉-백암산-백우산)

킬문 2006. 11. 1. 16:36
2006년 2월 22일 (수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홍천터미널(06:15-07:40)
미다리삼거리(08:05-08:54)
삼각점봉(09:25)
임도(09:57)
가득봉(10:47)
임도(11:06)
영춘지맥합류(11:39)
백암산(12:26)
주능선복귀(14:10)
삼거리안부
헬기장(14:37)
878.2봉(14:53)
사거리안부(15:17)
800.2봉(15:36)
가족고개(16:15)
묘지안부(16:44)
백우산(17:04)
사거리안부(17:24)
등산로입구(17:43)
내촌(18:15)
홍천터미널(18:40-19:24)
동서울터미널(20:00-21:49)

◈ 도상거리
약 20km

◈ 산행시간
9시간 19분

◈ 산행기

- 미다리 삼거리
역시 남부지방의 비소식으로 새로운 산줄기 답사는 뒤로 미룬 채, 홍천터미널 지하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현리행 첫 버스로 아홉사리재를 넘어가니 찌푸린 하늘에서 밀가루같은 가는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기 시작한다.
영춘지맥상의 행치령을 넘어오는 444번 지방도로와 현리로 이어지는 451번 지방도로가 만나는 미다리 삼거리에서 내려 앞에 보이는 미교교를 건너고 바로 왼쪽 임도로 꺽어진다.
물이 흘러내리며 꽁꽁 얼어붙은 임도를 올라가면 묘 한기와 넓은 공터가 나오고 오른쪽 계곡을 따라서 뚜렸한 발자국들이 눈길에 찍혀있다.
옛 집터를 지나서 잡목과 덤불사이로 이어지던 발자국은 오른쪽 지능선으로 꺽어져 올라가고, 얼마 전에 다녀가신 김영도님의 것으로 보이는 흐릿한 발자국을 보며 넝쿨들을 헤치고 안부로 올라선다.
눈발이 휘날리는 능선따라 송전탑이 서있는 봉우리로 올라서니 벌목되어있고 지형도에도 안 나오는 삼각점(어론464/1985복구)이 있으며 왼쪽으로 밀지울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 가득봉
걸기적거리는 잡목들을 헤치며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는 봉우리를 올라서면 山이라 쓰인 시멘트말뚝들이 나오지만 사방은 오리무중이라 아무 것도 보이지않는다.
봉우리들을 넘어 베어진 나무들이 쌓여있는 임도와 만나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다가 가파르고도 미끄러운 너덜지대를 치고 올라 어렵게 능선으로 붙는다.
아름드리 노송들이 자주 보이는 봉우리들을 넘어서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굳은 눈이 쌓여있지만 이리저리 눈밭을 건너고 헤쳐 간 발자국을 따라가며 앞서 간 사람들의 노고를 떠 올린다.
오랫만에 눈덮힌 바위지대들을 넘고 예쁘게 눈꽃들이 맻힌 관목들을 헤치고 올라가다 살을 에이는 겨울바람에 몸을 떨며 옷깃을 여민다.
우수수 부서져 내리는 상고대들을 맞으며 가파른 설원을 지나 베어진 나무들을 넘어 가득봉(1059.7m)에 오르니 삼각점은 눈에 묻혀있고 삼각점 안내판만이 정상임을 알려준다.
눈속에 서서 주위를 들러보면 조금씩 날이 개이며 백암산쪽으로 꾸불꾸불한 임도가 시야에 들어오고 어디선가 신명나는 굿소리가 들려 와 산객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 가득봉 오르기 전의 임도



▲ 가득봉 정상



- 백암산
삼각점을 찾으려 애꿏은 등산화만 적시다 마구 베어진 나무들사이로 능선을 내려가니 찬바람은 휘몰아치고 허벅지까지 눈에 빠져서 애를 먹는다.
암봉을 우회하고 군인들의 간이천막이 서있는 임도를 만나 절개지를 올라서면 키 작은 산죽들이 나타나고 잡목은 울창하며 눈은 더욱 많이 쌓여있다.
무릎까지 빠지는 가파른 눈밭을 헤치며 구덩이가 파여있는 봉우리를 오르고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눈처마를 피해서 이리 저리 사면으로 우회한다.
펑퍼짐한 설원을 지나고 산죽지대를 따라 봉우리에 올라서니 영춘지맥 표지기들이 달려있는 주능선이 나오지만 기대와는 달리 럿쎌 흔적은 보이지않는다.
숫눈길에 푹푹 빠져가며 억새들이 울창한 안부를 지나고 흐릿하게 이어지는 족적을 보며 녹은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 능선길을 바삐 올라간다.
파란 페인트가 칠해진 나무들을 보며 갈림봉에 올라 영춘지맥은 오른쪽의 문내치 방향으로 흘려보내고 왼쪽으로 꺽어 눈밭을 헤치며 백암산으로 향한다.
넓은 공터에 이정표들이 서있는 백암산(1099.1m) 정상에 오르면 역시 삼각점은 찾아볼 수 없고 조망도 전혀 트이지않아 베어진 나무에 걸터앉아 빵으로 허겁지겁 허기를 채우며 지형도를 들여다 본다.



▲ 백암산 정상


- 878.2봉
등산객들의 쓰레기들이 널려있는 정상을 내려와 반질반질하게 얼어붙은 능선을 따라가면 곧 이정표가 서있는 가령폭포 갈림길이 나오고 막아놓은 나무들을 넘어 능선으로 진입한다.
암릉을 우회하며 흐릿한 발자국을 따라가다 능선이 북쪽으로 휘는 곳에서 발자국을 버리고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급사면을 내려가지만 눈만 엄청 쌓여있고 길흔적은 보이지도 않는다.
앞에 솟아있는 878.2봉을 바라보며 오르락 내리락 능선을 찾다가 선답하신 술꾼님에게 전화로 확인하고, 다시 발자국이 이어지는 북쪽 능선을 따라가니 왼쪽 사면으로 힐끗 표지기 한장이 보이지만 그냥 무시해버린다.
계속 능선을 따라가면 발자국은 사라지고,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가다 왼쪽으로 트래버스하니 목장철선이 나타나며 능선이 이어지니까 아까 표지기 있던 곳에서 사면을 치고 내려왔어야 했던 모양이다.
족히 한시간은 헛 다리품을 팔고, 잘 나있는 눈길따라 밤까시로 넓은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를 넘어 아주 가파른 낙엽송지대를 힘겹게 올라 넓은 헬기장을 지난다.
햇볕이 나기 시작하며 녹아서 질퍽거리는 눈길을 밟고 잔 봉우리들을 넘어 벌목되어 있는 878.2봉에 오르니 삼각점(어론310/2005복구)이 있고 전망은 그리 좋지않아 응봉산만 흐릿하게 보인다.



▲ 나뭇가지사이로 보이는 백암산



▲ 878.2봉 정상



- 가족고개
빽빽해진 잡목들을 헤치며 한동안 능선을 내려가면 뚜렸한 홈통길이 이어지고 큰여창이와 영화대 마을을 잇는 넓직한 사거리안부를 넘으니 붉은 비닐끈이 간간이 나타난다.
나뭇가지사이로 나타나는 백암산을 바라보다 가파른 눈길따라 구슬땀을 흘리며 봉우리에 오르면 육훈 시멘트말뚝이 보이고 가족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산악회의 표지기들이 몇개 붙어있다.
갈림길에서 몇십미터 떨어져있는 800.2봉에 가 보니 삼각점(어론433/2005복구)이 있고 조망이 가장 좋아서 백암산과 응봉산이 전면으로 잘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가야 할 백우산이 가깝게 솟아있어 기운이 난다.
갈림길로 돌아와 발자국 없는 뚜렸한 눈길을 내려가면 길이 완만해지며 표지기들도 간간히 붙어있지만 홍천 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칠까 조바심이 난다.
뛰듯이 능선을 내려가다 마지막에서 마루금을 놓치고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넓은 밭을 내려가니 가족고개에서 50여미터 밑으로 떨어진 곳이다.
질퍽거리는 비포장길로 등산안내판이 서있는 고개에 올라 산불초소를 바라보며 봉우리를 넘고 광암리로 길이 갈라지는 넓은 안부를 지난다.



▲ 800.2봉 정상



▲ 가족고개



- 백우산
반질반질하게 얼어붙은 눈길과 미끄러운 황토길을 오르내리고 묘지 한기가 누워있는 안부를 바삐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오고 내촌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며 시원한 바람이 진땀을 말려준다.
수북하게 쌓인 눈길따라 삼각점(어론25/1989재설)과 이정판이 서있는 백우산(894.7m) 정상에 올라 소뿔산과 가마봉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의 산줄기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하산을 서두른다.
바위지대를 휘어돌며 미끄러운 얼음판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도관리 이정판이 서있는데 길도 뚜렸하지않고 발자국도 없어서 그냥 지나친다.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 매봉 바로 전의 안부로 내려가면 도관리와 경수골이 시작되는 광암리쪽으로 길이 갈라지며 예상했던 것처럼 뚜렸한 홈통길이 이어진다.
나무들이 쓰러져있어 잠시 길이 흐릿한 곳을 지나니 계곡을 건너며 다시 좋은 길이 이어지고 무덤들을 만나 갈비가 푹신하게 깔린 넓은 길을 내려간다.
봄노래 부르듯 얼음 녹은 물이 졸졸 흘러 내려오는 계곡을 건너고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민가를 지나서 큰골과 나란히 하는 시멘트길을 내려간다.
여름에 백우산으로 바로 올랐었던 학우제를 만나고 숲속의 산신각을 지나서 내촌면사무소가 있는 451번 지방도로로 내려와 스펫츠를 벗으니 고어텍스 등산화도 물이 질퍽거린다.
캔맥주 하나 마시고 가게의 평상에 앉아 외박 나가는 군인들과 함께 홍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맞은 편의 무장봉 산자락에는 금새 짙은 어둠이 몰려온다.



▲ 백우산 정상



▲ 백우산에서 바라보는 영춘지맥



▲ 도관리에서 바라본 백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