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2-13일 (토-일)
◈ 산행경로
사당역 앞
남기리(19:00-23:30)
출발(00:00)
비학산(00:24)
302.5봉(01:07)
보담산(01:55)
낙화산(02:11)
중산(02:57)
백암봉(03:47)
용암봉(04:37)
오치고개(05:08)
오치령(05:33)
아침(-05:51)
육화산갈림길(06:31)
힌덤봉(07:30)
구만산갈림길(08:08)
인재(08:43)
억산(10:03)
딱밭재(11:24)
운문산(12:34)
아랫재(13:15)
가지산(15:05)
석남고개(16:26)
능동산(17:25)
배내고개(17:47)
저녁(-18:25)
배내봉(19:02)
간월산(20:33)
간월재(20:55)
신불산(21:43)
영축산(23:17)
죽바우등(00:48)
시살등(01:35)
오룡산(03:07)
도라지임도(03:44)
염수봉(05:28)
내석고개(06:14)
뒷삐알봉(07:00)
용선고개(08:13)
아침(-08:38)
안전산(08:53)
배태고개(09:51)
매봉(10:57)
금오산(11:53)
땅고개(13:06)
감물리고개
만어산(16:11)
영축지맥갈림길(17:58)
산성산(19:15)
남기리(20:58)
사당역 앞(02:58)
◈ 도상거리
92.5km
◈ 산행시간
43시간 15분
◈ 동행인
J3클럽
◈ 후기
남기리-오치령
버스안에서 소주 한컵으로 잠을 청하고 비소식에 걱정 하며 밀양의 남기리 정문마을에서 내리니 들머리인 산신각에는 전국에서 모인 산객들로 난전처럼 시끌벅적거린다.
자정 정각에 소위 속도전을 벌이겠다는 일단의 무리들이 뛰쳐나간 후 천천히 야산길을 따라 무덤 한기가 있는 비학산(317.9m)을 넘어 바위지대로 올라서면 밀양시가지의 불빌들이 휘황찬란하게 내려다 보인다.
삼각점이 있는 302.5봉을 지나고 조금씩 내려오는 빗줄기를 그냥 맞으며 계속 나타나는 암릉들을 한동안 타고 정상석이 있는 보담산(561.7m)과 낙화산(597m)을 거푸 넘는다.
중산(643.4m)에서 잠깐 쉬고 왼쪽으로 꺽어 억새숲에 물이 찰랑거리는 습지를 지나니 조금씩 대열이 벌어지고 잠깐 숨을 돌리고 있으면 선두는 앞이 안보이게 도망을 간다.
소위 빨래판능선을 힘겹게 지나서 무성한 나무들을 헤치며 암봉으로 되어있는 백암봉(678m)을 올라 속세의 불빛과 랜턴에 비추이는 얼굴들을 바라보고는 처음으로 일행들과 기념사진도 한장 찍는다.
용암봉(686.0m)을 지나고 오치고개에서 일부는 임도로 나머지는 능선으로 붙어 땀을 흘리며 훤하게 불을 밝힌 오치령으로 내려가 자원봉사자들이 건네주는 국밥을 먹고 물도 충분하게 보충한다.
오치령-배내고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산불초소를 지나고 육화산 갈림길을 그냥 지나쳐 뚜렸해진 산길 따라 구만산의 암벽이 잘 보이는 본격적인 영남알프스로 들어선다.
힌덤봉의 멋진 암벽을 바라보다 암릉지대를 오르고 정상의 그 초라하기 짝이 없는 바윗돌 하나에 실망하며 구만산 갈림길에서 인재로 내려가니 봉사자들이 시원한 수박을 척척 기분 좋게 썰어준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억산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두다리에 힘이 빠지며 옮기지를 못해 당혹스러워지고 이런 상태로 완주는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 들어 난감해진다.
미숫가루도 타 마시고 마라톤때나 쓰던 파워겔 까지 먹으며 한발한발 힘겹게 억산(944m)으로 올라가면 반갑게도 도봉거사님이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스멀스멀 구름이 몰려와 멋진 암벽들을 다 가리운다.
밧줄들을 잡고 긴 수직절벽들을 내려가 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상운암계곡쪽으로 잠시 잘못 내려가다 돌아와서 방향을 잘 잡고 딱밭재로 내려간다.
힘겹게 운문산(1196.4m)을 오르고 뚝 떨어져 아랫재로 내려가 샘터로 물을 뜨러간 도봉거사님을 기다리며 쓰레기들만 차있는 가운산장 스티로플 위에서 15분여 눈을 붙이니 조금 정신이 든다.
가파른 가지산길을 오르다 몇번이고 주저앉아 서늘한 바람에 어질어질한 몸뚱이를 달래고 있으면 지나가는 동료들의 얼굴에도 힘든 기색들이 역력해 고개가 끄덕여진다.
된비알로 둔덕을 지나고 백운산 너머로 펼쳐지는 천황산줄기를 바라보며 완만해진 바윗길로 가지산(1240.0m)에 올라 산장에서 막걸리 한잔에 라면을 시켜 먹으니 조금씩 기운이 살아나 일말의 희망이 생긴다.
대구에서 오신 산님 한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석남고개까지 내려가 낙동정맥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산길을 올라가다 반대에서 뛰어오는 배병만 방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전에 없던 나무계단을 타고 능동산(983.0m)을 다녀와 배내고개로 내려가 기다리던 도봉거사님을 만나고 막걸리에 저녁을 단단히 먹은 후 이곳 지리에 밝은 부산의 칼바위님을 선두로 몇명이 함께 밤길을 떠난다.
배내고개-용선고개
점점 심해지는 감기기운으로 그만 산행을 접는 도봉거사님과 헤어져 가파른 나무계단으로 배내봉(966m)을 오르고 어두어진 드넓은 영남알프스를 바라보면 가야할 간월산이 앞에 뾰족 솟아있고 이곳 저곳에서 불빛이 피어오른다.
절벽을 이룬 암릉들을 조심해서 통과해 간월산(1083m)을 넘고 나무데크에서 야영하는 많은 사람들을 지나쳐 가파른 암릉길로 신불산(1208.9m)으로 올라가니 아직 이르기는 했어도 너른 억새밭이 앞에 펼쳐진다.
곳곳의 억새숲에서 고기를 굽고 술잔을 부딪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신불재로 내려가 샘터의 야영객들 틈에서 20여분간 눈을 붙히고 찬바람에 몸을 떨며 암릉길을 바삐 올라간다.
암벽을 휘어돌아 영축산(1092m)을 오르고 억새와 잡목들을 헤치며 조금 흐릿해진 산길로 바위들을 타고 넘어 끝이 없이 이어지는 알프스길을 무념무상으로 이어간다.
멀리서부터 멋지게 보이던 죽바우등을 넘고 전에 통도사로 내려갔었던 한피기고개를 지나 유난히 밝은 초생달을 바라보며 초행길로 정상석이 서있는 시살등(980.9m)을 넘는다.
계속 이어지는 바윗길로 석간수가 떨어진다는 동굴을 지나 한동안 봉우리들을 넘고 우회해서 이정판이 서있는 오룡산(951m)에 올라가면 평원에서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오른쪽으로 꺽어 잠시 길을 찾다가 도라지임도로 내려가 잠시 눈을 붙여보지만 추위에 일어나고, 비몽사몽간에 임도를 따라 올라가며 몇번이나 도로에 누웠다가 또 잠결에 몇번이고 길옆으로 떨어진다.
지루한 임도를 따라가다 산으로 붙어 정상석이 있는 염수봉(816m)을 오르고 직진하다가 표지기가 달려있는 오른쪽 사면으로 꺽어지니 흐릿하게나마 산길이 이어지고 있다.
임도를 세번 더 가로질러 방장님 차가 서있는 내석고개를 건너고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다 한동안 땀을 빼며 뒷삐알산(827m)으로 올라가면 지나온 마루금이 아스라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이정표를 보며 에덴벨리 골프장으로 내려서서 이국적인 골프장 뒤로 이어지는 억새길을 따라가니 지형이 좀 헷갈리지만 마루금을 가늠하며 눈에 익은 습지보호소를 지난다.
임도 따라 폐군부대를 지나고 스키장 공사장을 만나 왁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용선고개로 내려가 찬막걸리를 두컵이나 마시고 아침을 먹은후 식수를 보충해 부랴부랴 다시 길을 떠난다.
용선고개-산성산
한적한 포장도로를 한동안 따라가다 도로가 오른쪽으로 급하게 휘는 지점에서 왼쪽 절개지로 들어가 임도를 건너고 오랫만에 푹신한 산길을 만나 안전산을 넘으니 서두르며 뛰어가던 선두가 자꾸 소리를 질러 마음이 급해진다.
점점 신호를 보내오는 양측 장경인대에 맨소래담을 바르고 스트레칭을 하며 안전산지(710m)를 지나고 69번 도로의 배태고개를 건너 바람 부는 그늘에 앉아있으면 날은 무덥고 점차 졸음기가 몰려와 이런 무지막지한 산행은 앞으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헬기장을 지나고 가파른 산길로 원형 소삼각점이 있는 매봉(755.0m)으로 땀을 흘리며 올라가니 먼저 출발한 청계산방의 조자룡님이 놀라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완만해진 산길 따라 사면길로 능선에 붙어 암릉전망대로 내려가면 금오산과 중턱의 약수암이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지지만 아직도 먼거리이고 너무 가팔라 걱정이 된다.
가느다란 밧줄이 달린 절벽을 왼쪽으로 우회해 통과해서 약수암 표시석이 서있는 시멘트도로로 내려가 찌는듯한 햇볕을 받으며 가파른 산길을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올라간다.
막판의 험한 암릉들을 휘돌아 금오산(760.5m)을 넘고 짧은 바위지대들을 지나 낮아지는 야산길을 바삐 뛰어 내려가 당고개를 지나고 정자나무가 서있는 땅고개로 내려가니 방장님과 봉사자들이 기다리다가 점심밥을 주고 음료수를 건넨다.
산행 후반이라 그런지 꽤 높은 무명봉을 힘겹게 오르고 마지막 지원이 있는 감물리고개로 내려가 미리 완주기념사진을 찍은 후 얼음이 둥둥 떠있는 우뭇가사리 콩국을 두컵이나 마시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산으로 올라간다.
만어산으로 착각한 낮은봉에서 잠시 헤메이다 왼쪽의 능선으로 붙어 몇번을 속아가며 가시덤불을 뚫고 만어산(670.4m)으로 올라가면 파란 가을하늘 아래 뭉게구름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시설물을 돌아 시멘트도로를 만나고 왼쪽의 마을로 떨어지는 급한 산길을 잘못 내려가다 돌아와 도로가 왼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표지기들이 달려있는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야산길 따라 지겹게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몇번이나 넘어서 영축지맥 갈림길을 지나고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며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 왼쪽으로 넓은 밭같은 지형물을 휘어돈다.
간벌지대의 무덤들을 지나고 시멘트도로를 건너 송림 사이로 탄탄하게 잘나있는 산책길을 만나 랜턴을 켜고 끝까지 따라가니 마지막 산성산(387m)의 정자가 앞에 보인다.
컴컴한 밤에 급하게 강가로 떨어지는 마루금을 끝까지 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지나온 길을 되돌아 내려갈 곳을 찾아보다가 기어이 무덤들이 있는 시멘트임도까지 나온다.
시멘트도로에 누워 쉬다가 지원조의 차량을 얻어타고 활성리의 날머리로 가면 수도권으로 가는 버스 출발시간이 2분 밖에 남지않아 씻지도 못하고 바로 차를 탄다.
이틀동안 벗지도 못한 양말은 그냥 신고 썩은 냄새가 풍기는 상의만 갈아입은 후 그렇게 그리던 찬맥주 대신 남은 소주를 벌컥거리며 힘들었던 영남알프스 환종주를 끝내고 서울로 향한다.

▲ 들머리

▲ 비학산 정상

▲ 보담산 정상

▲ 낙화산 정상

▲ 중산 정상

▲ 용암봉 정상

▲ 오치고개

▲ 오치령 지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오치령 지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야할 마루금

▲ 흰덤봉

▲ 흰덤봉 정상

▲ 전망대에서 바라본 억산

▲ 억산 정상

▲ 억산 암벽

▲ 운문산 정상

▲ 운문산에서 바라본 가지산

▲ 백운산 갈림길에서 바라본 가지산

▲ 백운산 갈림길에서 바라본 백운산과 뒤의 천황산

▲ 뒤돌아본 운문산

▲ 가지산 정상

▲ 가지산에서 바라본 능동산과 뒤의 영남알프스

▲ 능동산 정상

▲ 능동산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 배내봉 정상

▲ 오룡산 정상

▲ 뒷삐알산 정상

▲ 뒷삐알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산행경로
사당역 앞
남기리(19:00-23:30)
출발(00:00)
비학산(00:24)
302.5봉(01:07)
보담산(01:55)
낙화산(02:11)
중산(02:57)
백암봉(03:47)
용암봉(04:37)
오치고개(05:08)
오치령(05:33)
아침(-05:51)
육화산갈림길(06:31)
힌덤봉(07:30)
구만산갈림길(08:08)
인재(08:43)
억산(10:03)
딱밭재(11:24)
운문산(12:34)
아랫재(13:15)
가지산(15:05)
석남고개(16:26)
능동산(17:25)
배내고개(17:47)
저녁(-18:25)
배내봉(19:02)
간월산(20:33)
간월재(20:55)
신불산(21:43)
영축산(23:17)
죽바우등(00:48)
시살등(01:35)
오룡산(03:07)
도라지임도(03:44)
염수봉(05:28)
내석고개(06:14)
뒷삐알봉(07:00)
용선고개(08:13)
아침(-08:38)
안전산(08:53)
배태고개(09:51)
매봉(10:57)
금오산(11:53)
땅고개(13:06)
감물리고개
만어산(16:11)
영축지맥갈림길(17:58)
산성산(19:15)
남기리(20:58)
사당역 앞(02:58)
◈ 도상거리
92.5km
◈ 산행시간
43시간 15분
◈ 동행인
J3클럽
◈ 후기
남기리-오치령
버스안에서 소주 한컵으로 잠을 청하고 비소식에 걱정 하며 밀양의 남기리 정문마을에서 내리니 들머리인 산신각에는 전국에서 모인 산객들로 난전처럼 시끌벅적거린다.
자정 정각에 소위 속도전을 벌이겠다는 일단의 무리들이 뛰쳐나간 후 천천히 야산길을 따라 무덤 한기가 있는 비학산(317.9m)을 넘어 바위지대로 올라서면 밀양시가지의 불빌들이 휘황찬란하게 내려다 보인다.
삼각점이 있는 302.5봉을 지나고 조금씩 내려오는 빗줄기를 그냥 맞으며 계속 나타나는 암릉들을 한동안 타고 정상석이 있는 보담산(561.7m)과 낙화산(597m)을 거푸 넘는다.
중산(643.4m)에서 잠깐 쉬고 왼쪽으로 꺽어 억새숲에 물이 찰랑거리는 습지를 지나니 조금씩 대열이 벌어지고 잠깐 숨을 돌리고 있으면 선두는 앞이 안보이게 도망을 간다.
소위 빨래판능선을 힘겹게 지나서 무성한 나무들을 헤치며 암봉으로 되어있는 백암봉(678m)을 올라 속세의 불빛과 랜턴에 비추이는 얼굴들을 바라보고는 처음으로 일행들과 기념사진도 한장 찍는다.
용암봉(686.0m)을 지나고 오치고개에서 일부는 임도로 나머지는 능선으로 붙어 땀을 흘리며 훤하게 불을 밝힌 오치령으로 내려가 자원봉사자들이 건네주는 국밥을 먹고 물도 충분하게 보충한다.
오치령-배내고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산불초소를 지나고 육화산 갈림길을 그냥 지나쳐 뚜렸해진 산길 따라 구만산의 암벽이 잘 보이는 본격적인 영남알프스로 들어선다.
힌덤봉의 멋진 암벽을 바라보다 암릉지대를 오르고 정상의 그 초라하기 짝이 없는 바윗돌 하나에 실망하며 구만산 갈림길에서 인재로 내려가니 봉사자들이 시원한 수박을 척척 기분 좋게 썰어준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억산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두다리에 힘이 빠지며 옮기지를 못해 당혹스러워지고 이런 상태로 완주는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 들어 난감해진다.
미숫가루도 타 마시고 마라톤때나 쓰던 파워겔 까지 먹으며 한발한발 힘겹게 억산(944m)으로 올라가면 반갑게도 도봉거사님이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스멀스멀 구름이 몰려와 멋진 암벽들을 다 가리운다.
밧줄들을 잡고 긴 수직절벽들을 내려가 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상운암계곡쪽으로 잠시 잘못 내려가다 돌아와서 방향을 잘 잡고 딱밭재로 내려간다.
힘겹게 운문산(1196.4m)을 오르고 뚝 떨어져 아랫재로 내려가 샘터로 물을 뜨러간 도봉거사님을 기다리며 쓰레기들만 차있는 가운산장 스티로플 위에서 15분여 눈을 붙이니 조금 정신이 든다.
가파른 가지산길을 오르다 몇번이고 주저앉아 서늘한 바람에 어질어질한 몸뚱이를 달래고 있으면 지나가는 동료들의 얼굴에도 힘든 기색들이 역력해 고개가 끄덕여진다.
된비알로 둔덕을 지나고 백운산 너머로 펼쳐지는 천황산줄기를 바라보며 완만해진 바윗길로 가지산(1240.0m)에 올라 산장에서 막걸리 한잔에 라면을 시켜 먹으니 조금씩 기운이 살아나 일말의 희망이 생긴다.
대구에서 오신 산님 한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석남고개까지 내려가 낙동정맥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산길을 올라가다 반대에서 뛰어오는 배병만 방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전에 없던 나무계단을 타고 능동산(983.0m)을 다녀와 배내고개로 내려가 기다리던 도봉거사님을 만나고 막걸리에 저녁을 단단히 먹은 후 이곳 지리에 밝은 부산의 칼바위님을 선두로 몇명이 함께 밤길을 떠난다.
배내고개-용선고개
점점 심해지는 감기기운으로 그만 산행을 접는 도봉거사님과 헤어져 가파른 나무계단으로 배내봉(966m)을 오르고 어두어진 드넓은 영남알프스를 바라보면 가야할 간월산이 앞에 뾰족 솟아있고 이곳 저곳에서 불빛이 피어오른다.
절벽을 이룬 암릉들을 조심해서 통과해 간월산(1083m)을 넘고 나무데크에서 야영하는 많은 사람들을 지나쳐 가파른 암릉길로 신불산(1208.9m)으로 올라가니 아직 이르기는 했어도 너른 억새밭이 앞에 펼쳐진다.
곳곳의 억새숲에서 고기를 굽고 술잔을 부딪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신불재로 내려가 샘터의 야영객들 틈에서 20여분간 눈을 붙히고 찬바람에 몸을 떨며 암릉길을 바삐 올라간다.
암벽을 휘어돌아 영축산(1092m)을 오르고 억새와 잡목들을 헤치며 조금 흐릿해진 산길로 바위들을 타고 넘어 끝이 없이 이어지는 알프스길을 무념무상으로 이어간다.
멀리서부터 멋지게 보이던 죽바우등을 넘고 전에 통도사로 내려갔었던 한피기고개를 지나 유난히 밝은 초생달을 바라보며 초행길로 정상석이 서있는 시살등(980.9m)을 넘는다.
계속 이어지는 바윗길로 석간수가 떨어진다는 동굴을 지나 한동안 봉우리들을 넘고 우회해서 이정판이 서있는 오룡산(951m)에 올라가면 평원에서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오른쪽으로 꺽어 잠시 길을 찾다가 도라지임도로 내려가 잠시 눈을 붙여보지만 추위에 일어나고, 비몽사몽간에 임도를 따라 올라가며 몇번이나 도로에 누웠다가 또 잠결에 몇번이고 길옆으로 떨어진다.
지루한 임도를 따라가다 산으로 붙어 정상석이 있는 염수봉(816m)을 오르고 직진하다가 표지기가 달려있는 오른쪽 사면으로 꺽어지니 흐릿하게나마 산길이 이어지고 있다.
임도를 세번 더 가로질러 방장님 차가 서있는 내석고개를 건너고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다 한동안 땀을 빼며 뒷삐알산(827m)으로 올라가면 지나온 마루금이 아스라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이정표를 보며 에덴벨리 골프장으로 내려서서 이국적인 골프장 뒤로 이어지는 억새길을 따라가니 지형이 좀 헷갈리지만 마루금을 가늠하며 눈에 익은 습지보호소를 지난다.
임도 따라 폐군부대를 지나고 스키장 공사장을 만나 왁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용선고개로 내려가 찬막걸리를 두컵이나 마시고 아침을 먹은후 식수를 보충해 부랴부랴 다시 길을 떠난다.
용선고개-산성산
한적한 포장도로를 한동안 따라가다 도로가 오른쪽으로 급하게 휘는 지점에서 왼쪽 절개지로 들어가 임도를 건너고 오랫만에 푹신한 산길을 만나 안전산을 넘으니 서두르며 뛰어가던 선두가 자꾸 소리를 질러 마음이 급해진다.
점점 신호를 보내오는 양측 장경인대에 맨소래담을 바르고 스트레칭을 하며 안전산지(710m)를 지나고 69번 도로의 배태고개를 건너 바람 부는 그늘에 앉아있으면 날은 무덥고 점차 졸음기가 몰려와 이런 무지막지한 산행은 앞으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헬기장을 지나고 가파른 산길로 원형 소삼각점이 있는 매봉(755.0m)으로 땀을 흘리며 올라가니 먼저 출발한 청계산방의 조자룡님이 놀라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완만해진 산길 따라 사면길로 능선에 붙어 암릉전망대로 내려가면 금오산과 중턱의 약수암이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지지만 아직도 먼거리이고 너무 가팔라 걱정이 된다.
가느다란 밧줄이 달린 절벽을 왼쪽으로 우회해 통과해서 약수암 표시석이 서있는 시멘트도로로 내려가 찌는듯한 햇볕을 받으며 가파른 산길을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올라간다.
막판의 험한 암릉들을 휘돌아 금오산(760.5m)을 넘고 짧은 바위지대들을 지나 낮아지는 야산길을 바삐 뛰어 내려가 당고개를 지나고 정자나무가 서있는 땅고개로 내려가니 방장님과 봉사자들이 기다리다가 점심밥을 주고 음료수를 건넨다.
산행 후반이라 그런지 꽤 높은 무명봉을 힘겹게 오르고 마지막 지원이 있는 감물리고개로 내려가 미리 완주기념사진을 찍은 후 얼음이 둥둥 떠있는 우뭇가사리 콩국을 두컵이나 마시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산으로 올라간다.
만어산으로 착각한 낮은봉에서 잠시 헤메이다 왼쪽의 능선으로 붙어 몇번을 속아가며 가시덤불을 뚫고 만어산(670.4m)으로 올라가면 파란 가을하늘 아래 뭉게구름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시설물을 돌아 시멘트도로를 만나고 왼쪽의 마을로 떨어지는 급한 산길을 잘못 내려가다 돌아와 도로가 왼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표지기들이 달려있는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야산길 따라 지겹게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몇번이나 넘어서 영축지맥 갈림길을 지나고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며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 왼쪽으로 넓은 밭같은 지형물을 휘어돈다.
간벌지대의 무덤들을 지나고 시멘트도로를 건너 송림 사이로 탄탄하게 잘나있는 산책길을 만나 랜턴을 켜고 끝까지 따라가니 마지막 산성산(387m)의 정자가 앞에 보인다.
컴컴한 밤에 급하게 강가로 떨어지는 마루금을 끝까지 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지나온 길을 되돌아 내려갈 곳을 찾아보다가 기어이 무덤들이 있는 시멘트임도까지 나온다.
시멘트도로에 누워 쉬다가 지원조의 차량을 얻어타고 활성리의 날머리로 가면 수도권으로 가는 버스 출발시간이 2분 밖에 남지않아 씻지도 못하고 바로 차를 탄다.
이틀동안 벗지도 못한 양말은 그냥 신고 썩은 냄새가 풍기는 상의만 갈아입은 후 그렇게 그리던 찬맥주 대신 남은 소주를 벌컥거리며 힘들었던 영남알프스 환종주를 끝내고 서울로 향한다.
▲ 들머리
▲ 비학산 정상
▲ 보담산 정상
▲ 낙화산 정상
▲ 중산 정상
▲ 용암봉 정상
▲ 오치고개
▲ 오치령 지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오치령 지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야할 마루금
▲ 흰덤봉
▲ 흰덤봉 정상
▲ 전망대에서 바라본 억산
▲ 억산 정상
▲ 억산 암벽
▲ 운문산 정상
▲ 운문산에서 바라본 가지산
▲ 백운산 갈림길에서 바라본 가지산
▲ 백운산 갈림길에서 바라본 백운산과 뒤의 천황산
▲ 뒤돌아본 운문산
▲ 가지산 정상
▲ 가지산에서 바라본 능동산과 뒤의 영남알프스
▲ 능동산 정상
▲ 능동산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 배내봉 정상
▲ 오룡산 정상
▲ 뒷삐알산 정상
▲ 뒷삐알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일반산 (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명산의 가을 (월명봉-사명산-수리봉) (0) | 2009.10.13 |
---|---|
소계방산 종주 (0) | 2009.09.30 |
속리산 언저리 (덕가산-금단산-주봉-옥화봉) (0) | 2009.09.02 |
가평 국망봉 (0) | 2009.08.27 |
옛 산우들을 떠올리며 (창촌-회령봉-봉평) (0) | 2009.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