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경기둘레길 10 (단월면사무소-몰운고개-계정1리-양동역)

킬문 2024. 6. 24. 20:59

 



2024년 6월 23일 (일요일)

◈ 답사경로
용문역
비솔고개(07:59)
단월면사무소(10:38)
갈운1리(12:41)
몰운고개(15:17)
계정1리(18:25)
양동역(19:42)
청량리역(20:08-20:55)

◈ 답사거리
50.92km

◈ 답사시간
11시간 43분

◈ 후기









비솔고개에서 택시를 내려 간밤의 비로 축축하게 젖은 수림을 헤치며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수국 만발한 단월산 임도를 한동안 따라가다 정신 줄 놓고 있다 앞에서 화들짝 놀라 도망치는 어린 멧돼지 한 마리를 만나고 반대에서 오는 두 명의 산악자전거꾼들을 지나쳐 개망초들이 만발한 항소리 절골마을로 내려간다.
부안천을 건너 예쁘고 색감 있게 단장한 강변 데크 길을 지나서 처음 만난 편의점에서 찬 캔 맥주와 찐 떡으로 요기를 하고 단월면사무소와 고풍스런 보산정을 지나 차량들이 질주하는 도로를 따라가다 물놀이 하는 사람들을 보며 널찍하게 흐르는 흑천 시멘트 도로를 걸어가서 갈운1리 점골정류장의 빈 정자에 앉아 이것저것 간식으로 점심을 때운다.
산악자전거 길로 들어가 사면에서 흐르는 찬 물을 배부르게 마신 후 얼굴을 닦고는 산악 오토바이 한 대를 지나쳐 사방공사들이 잘 되어있는 임도를 마냥 따라가다 바람 시원하게 불어오는 돌멩이에 걸터앉아 역시 여지없이 아파오는 어깨를 주무르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황토 길을 생각하니 지루하기도 하고 다른 구간보다 골곡이 있어서인지 조금 더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임도 끝의 몰운고개로 올라가 369번 도로를 따라가다 다빈쿱스 캠핑장에서 금왕산 임도로 들어가 성지지맥의 도토머리봉 안내판들을 보며 오늘 따라 유난히 몸에서 악취가 많이 나서인지 쉬지 않고 맹렬하게 덤벼드는 날 파리 떼를 손으로 잡고 쫓으며 보수 공사 중인 절개지와 한가하게 서 있는 산림청 소속의 굴삭기 한 대를 지나 갑자기 가녀린 꽃사슴 한 쌍을 만나는데 어미는 훌쩍 도망가고 새끼는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려 있어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힘이 빠져서인지 날이 더워서인지 금방 거리가 줄지 않고 가도 가도 끝없이 나타나는 임도에 진저리치며 통증이 몰려오는 어깨를 계속 추스르다 중닭만큼 자란 꿩 새끼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금왕산 MTB 임도 삼거리를 지나 돼지열병 철망들이 쳐져있는 반질반질한 임도를 따라가면 밑에 보이는 농장에서 참기 힘든 축산 분뇨 냄새가 풍겨온다.
지루한 임도 길을 마냥 걸어가다 이정표 삼거리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의 매트 깔린 숲으로 꺾어 무성한 칡넝쿨들이 덮고 있는 길을 지나 시멘트 소로와 만나서 계정1리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가 잠깐 앉아 쉬며 간식을 먹고는 택시를 불러 양동역으로 나갔다 다음 구간에 다시 들어 올 수는 없는 일이라 젖은 양말에 발가락들이 까지고 물집이 생겨 괴롭지만 금방 횡성에서 버스가 들어온다며 만류하는 아주머니들의 말을 뒤로 8km 남은 양동역으로 향한다.
걸음을 빨리해서 세찬 바람을 맞으며 예쁘게 활짝 핀 접시꽃과 칸나들을 보면서 계정천 산책로로 꺾어지는 둘레 길을 두 번이나 생략하고 널찍한 도로를 부지런히 걸어가니 승용차가 서면서 태워준다고 호의를 베푸는데 뒤에서 보면 배낭을 메고 엉덩이를 실룩실룩하며 급하게 걷는 내 모습이 얼마나 이상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견디기 힘든 웃음이 터져 나온다.
도로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개천을 건너고 더 빨리 질러왔을 둘레 길과 만나서 20 여분 남기고 옛날의 초라한 한 칸 역사가 아니라 세련되게 현대식 건물로 변한 양동역으로 걸어가 찬 캔 맥주로 급한 갈증을 달래고 입석표 한 장을 끊어 아주머니들이 다리를 맞대고 신나게 떠드는 만원 열차에 오른다.



▲ 단월산 임도에서 바라본 한강기맥



▲ 노루발



▲ 항소리 절골마을



▲ 단월면사무소



▲ 보산정



▲ 용두천



▲ 흑천

 


▲ 안개나무

 





▲ 몰운고개



▲ 도토머리봉



▲ 금왕산 임도에서 당겨본 성지지맥과 한강기맥



▲ 임도 삼거리



▲ 계정1리



▲ 양동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