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충만한 봄의 전령사

킬문 2025. 5. 12. 13:04

초파일이 지나 텅 빈 버스를 타고 피나물과 괴불주머니가 만개한 상원사에서 내려 보살들이 간혹 돌아다니는 능선을 피해 의례 다니던 계곡으로 들어가 전날의 비로 흘러넘치는 물길을 건너 막판의 빽빽한 넝쿨들을 뚫고 안부로 올라간다.
아직 쌀쌀한 날씨를 느끼며 홀아비바람꽃과 얼레지들이 군락으로 피어있는 주 능선으로 붙어 상큼하게 맞아주는 눈부신 박새 군락지들을 지나 안부로 내려가 항상 점식 먹었던 곳을 기웃거리며 새 생명으로 충만한 당귀들을 따다가 예보에도 없던 가느다란 빗줄기를 맞으며 사면을 돌아다니고는 적적한 숲에 앉아 곰취 쌈으로 대강 점심을 먹는다.
너무 이른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잠재우며 아직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수확물들을 챙기고 비안개로 오리무중인 호령봉으로 올라 시간이 많이 남아 감자밭등으로 한동안 진행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잡목덤불에 막혀 돌아와서 늘 단골로 다니던 동남쪽 동피골 사면으로 들어간다.
평창농협의 40리터 마대가 떨어져 있는 숲을 이리저리 욕심껏 돌아다니고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지나온 안부를 지나쳐 자작나무들이 지키고 있는 헬기장을 지나 주능선 갈림길에서 서대사로 꺾어져 계곡 삼거리에서 뚜렷한 산길 따라 동피골 쪽 사면을 흩어보다가 돌아온다.
올라온 계곡을 버리고 능선으로 붙어 아직도 한창 피어있는 연분홍 진달래들을 지나 사면 숲에 숨어있는 야들야들한 나물들을 따며 서대사 갈림길을 지나서 예정보다 일찍 상원사로 내려간다.
버스 뒷자리에서 야무지게 떠들다 월정사에서 내리는 중년 여인들을 보며 진부터미널로 가서 없어진 중국집을 찾다가 새로 생긴 식당에서 대강 저녁을 때우고 땅거미에 물드는 사남산과 석두산을 뒤돌아보며 오대천을 거슬러 매산과 병풍산 들머리를 눈여겨보다 20여분 거리의 진부역으로 걸어간다.
(9:45-17:35, 9.2km, 7'50", 202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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