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낙동.낙남정맥

낙남정맥 2구간 (나밭고개-낙원고개-황새봉-냉정고개)

킬문 2006. 7. 11. 15:15
2004년 6월 11일 (목요일)

◈ 산행일정
영운리고개(04:37)
분성산갈림봉(04:56)
영운리고개(05:08)
402.9봉(05:46)
사거리안부(06:02)
나밭고개(06:25)
주능선(07:02)
임도(07:40)
1차선포장도로(07:54)
시멘트도로(08:28)
낙원고개(08:35)
송전탑봉(09:24)
낙원공원묘지(10:09)
376봉(10:56)
영락공원묘지
황새봉(12:14)
396봉
불티재(12:41)
330봉(12:52)
단고개(14:17)
남해고속도로(13:54)
139.4봉
냉정고개(14:30)
김해터미널(15:20)
강남터미널(20:14)

◈ 산행시간
약 9시간 53분

◈ 산행기

- 영운리고개
어스름한 새벽녁에 모텔뒤의 영운리고개에서 능선으로 올라가니 골프장 확장공사가 한창이고 파헤쳐진 산등성이로 올라가다 길이 없어 되돌아 온다.
능선을 가늠하며 조경목사이로 대강 올라가면 희미한 길이 열리고, 희뿌옇게 여명이 밝아오며 잡목과 덤불로 가득찬 정맥이 모습을 보이는데 덩달아 산새들도 깨어나기 시작한다.
가파른 잡목숲을 지나 분성산이 갈라지는 봉우리를 오르고, 생각없이 분성산쪽으로 가다 되돌아와 이번에는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방금 나왔던 모텔의 네온불빛을 바라보며 허탈해 하다가, 마음을 다 잡으며 다시 봉우리를 오르고 서쪽으로 꺽어지는 마루금을 따라간다.
잡목숲을 헤치며 임도를 건너고 송전탑을 지나 봉우리를 오르니 여름숲은 얼마나 무성한지 새벽이슬에 옷과 신발은 금새 젖는다.


- 나밭고개
연거푸 낮은 봉우리를 넘고 잡목과 억새들을 헤치며 희미한 등로를 따라가니 입산금지라고만 쓰여있는 번듯한 사각석 하나가 숲속에 보인다.
시끄럽게 떠드는 새소리를 들어가며 이슬에 흠뻑 젖어 숲길을 올라가면 양지바른 무덤 한기에는 바위지대와 어우러진 노송 한그루가 멋지게 서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억새와 잡목들이 무성한 402.9봉을 올라가니 "NO26"이라 쓰인 삼각점이 있으며, 이후 등로는 좋아지고 군부대 훈련장이 있는지 교육내용을 쓴 설명판들이 보인다.
사거리안부를 넘고 봉우리에서 서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사육장이 있는지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뭇가지 사이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채석장이 보인다.
암봉을 휘돌며 바위지대를 따라 내려가니 "천리교한국전도청"이란 표시석이 나타나고 곧 1017번 도로가 지나가는 나밭고개와 만나는데 길건너 정맥은 시뻘건 채석장으로 변해있다.


- 채석장
덤프트럭들이 질주하는 도로를 따라 채석장 왼쪽으로 내려가다 숲으로 들어가면 사방으로 까시덤불 투성이이고 그나마 흐릿한 족적은 잡초에 덮혀 보이지도 않는다.
간간이 붙어있는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어둠침침한 덤불숲을 헤치고 올라가는데 목덜미가 뜨끔하더니 금방 후끈거리고 아려오기 시작한다.
인부들 숙소같은 집을 지나고 가파른 산길따라 능선에 올라, 얼음물 적신 수건을 목에 걸치니 통증은 조금 나아지지만 목덜미는 계속 부어 오르고 뭔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든다.
나무등걸에 걸터앉아 아침을 조금 먹고 안부로 내려가면 김해수련장에서 올라오는 넓은 길과 만나는데, 표지기들도 많이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의 종주자들은 아마 수련장을 통해서 올라오는 것 같다.


- 낙원고개
잔돌깔린 임도를 건너서 까시나무들로 꽉 차있는 송전탑을 지나면 이른 아침부터 퇴약볕이 내리쬐고 대기는 어른거려 오늘 더위도 보통이 아닌것 같다.
밧줄을 잡고 임도로 내려가 잡목들을 헤치고 송전탑들을 지나면 1차선 포장도로가 나오고 마루금은 다시 가파른 사면으로 이어진다.
임도를 다시 지나고 쓰러진 나무들을 이리저리 통과하니 까시나무들은 극성을 부리고, 쓰레기들이 널려있는 시멘트도로로 내려가니 국도가 가깝게 보인다.
급한 비탈을 힘겹게 오르고 14번 국도가 지나가는 낙원고개로 내려서면 차량통행이 너무 많고 중앙분리대가 높아서 무단횡단을 포기하고 오른쪽 가구단지로 내려간다.
근처 휴게소에서 국수 한그릇 먹고 찬물을 보충해서 나오니 아직 9시밖에 안됐는데 태양은 중천에 떠있고, 횡단보도를 건너 마루금을 찾아 올라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겁다.



(낙원고개)


- 376봉
고갯마루로 되돌아가 급경사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송전탑이 있는 봉에 서니 지나온 산줄기에는 송전탑들이 보기 흉하게 따라오고 있고 김해시가지가 가깝게 펼쳐진다.
까시나무들을 뚫으며 봉우리를 내려가다 밀양에서 오신 정맥종주자를 만나는데 그저께 첫구간을 매리에서 낙원고개까지 끊었고 오늘은 용지봉넘어 남산치까지 가신다고 한다.
잡목과 덤불을 헤치며 건축폐자재 재활용처리장으로 내려가서 밤꽃냄새가 진동하는 숲을 넘어서니 낙원공원묘지가 나오는데 망자들 너머로 이어지는 마루금에도 또 다른 공원묘지가 산허리를 잠식하고 있다.
잡목숲을 따라 공원으로 내려가 무덤사이를 뚫고 다시 능선으로 붙어, 이글거리는 태양을 바라보며 임도따라 산길을 올라간다.
지겹도록 이어지는 덤불숲을 지나고 연신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넘어 덕운봉이라고도 하는 376봉에 오르니 잡목과 억새들만 꽉 차있고, 풀섭사이로 삼각점을 찾아보다 너무 더워 포기해 버린다.



(송전탑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낙원공동묘지에서 바라본 가야할 마루금)



- 황새봉
까시나무들을 헤치며 영락공원묘지로 내려서고 무연고묘지들을 보며 임도를 건너면 공원으로 오르는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전면으로 황새봉이 모습을 보인다.
도로따라 내려가다 다시 숲길로 붙어 힘겹게 봉우리를 올라가니 시종일관 이어지는 까시덤불과 잡목숲에 그만 짜증이 나고, 목덜미는 부어오르며 딱딱해져 목을 돌리기도 힘들어진다.
아직 갈길이 먼 밀양분은 먼저 가시고 시원한 그늘에서 참외 한개 깍아 먹으며 쉬고 있으면 만만히 봤던 낙남의 마루금은 어찌 이리 시작부터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한숨이 나온다.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후 산불초소를 지나서 깨진 삼각점이 있는 황새봉(392.6m)에 오르니 뜨거운 태양만이 작열하고 있고 잡목들만 꽉 차있는 산속은 적적하기 이를데 없다.



(황새봉의 산불초소)


- 남해고속도로
거대한 송전탑을 지나 사거리안부를 넘고 흙더미가 수직으로 무너져 내려 나무뿌리들이 드러난 사태지역을 통과한다.
396봉은 어딘지도 모르게 지나쳐 버리고 송현리와 내삼리를 잇는 불티재로 내려서니 글씨없는 이정표가 서있으며, 정비를 해서인지 이후로 등로는 뚜렸하고 좋아진다.
무덤 한기가 자리를 지키는 330봉을 넘어서면 인부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통나무계단을 설치하다가 계단이 산행에 편하냐고 우정 물어온다.
글씨없는 이정표와 운동시설이 있는 봉을 지나고 넓직한 길을 따라가다 가족묘 있는 곳에서 정맥은 다시 어둠침침한 숲으로 꺽어진다.
요란한 차소리를 들어가며 희미해진 등로를 따라가면 소나무들이 응달을 이루는 단고개를 지나고, 무덤들을 지나서 봉우리를 올라가니 남해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장고개가 나온다.


- 냉정고개
가파른 절개지를 왼쪽으로 내려가 갓길을 올라가다 지하수로를 만나는데, 물이 별로 없는것 같아 건너가지만 고인 물에 등산화를 흠뻑 적시고 만다.
고속도로를 건너고 감나무 과수원으로 올라가 길도 없는 잡목숲을 뚫고 능선으로 붙으니 "부산 명승산악회"의 표지기도 한개 보이는데 나처럼 길을 찾아 이리로 올랐었던 모양이다.
간신히 능선으로 올라가면 뚜렸한 마루금과 만나는데 삼각점이 있는 139.4봉은 벌써 지나쳤는지 보이지 않는다.
요란한 총소리를 들으며 송전탑들을 지나고 송림을 뚫고 1042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냉정고개로 내려가니 진례면과 장유면을 잇는 고갯마루에는 전투경찰대가 자리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일러 용지봉까지래도 진행해야 하지만 벌레에 물린 목덜미는 계속 부어오르고 뻣뻣해지며 너무나 무더운 날씨에 맥이 빠져 산행을 일찍 접기로 한다.
냉정마을 정류장에서 잠시 기다리다 김해 시내버스에 올라타고 서늘한 에어콘 바람을 맞고 있으면, 야산처럼 지겹게 이어지며 호된 신고식을 치루게했던 낙남의 산줄기들이 창밖으로 빼꼼하게 머리를 내민다.



(냉정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