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낙동.낙남정맥

낙남정맥 4구간 (무학산-대산-광려산-한치)

킬문 2006. 7. 11. 15:18
2004년 7월 22일 (수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21:00)
마산터미널(01:15)
윗담고개(02:22)
마재고개(03:08)
공터봉(04:04)
661봉(04:51)
무학산(05:26)
대곡산(06:30)
쌀재고개(06:51)
447봉
바람재(07:41)
570.5봉(08:16)
대산(09:09)
752봉(09:52)
광려산(10:22)
능선갈림길(10:41)
한치(11:24)
마산터미널(14:10)
동서울터미널(18:45)

◈ 산행시간
약 9시간 02분

◈ 산행기

- 윗담고개
마산터미날의 불꺼진 야외대합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택시를 타고 윗담고개로 가는데 아무래도 지형이 다른것 같아 기사를 닥달해 다시 내려간다.
쌀재고개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가 보니 전에 비 맞으며 내려왔던 윗담고개가 나오고, 투덜거리는 기사를 보내고는 시커먼 어둠에 묻혀있는 야산을 올라간다.
금새 길은 없어지고 지저분한 잡목숲을 뚫으며 무작정 올라가면 무덤가에서 등로를 만나는데 벌써 온몸은 땀으로 목욕한듯 다 젖어버린다.
낮은 봉우리를 오르고 잡목으로 가려있는 등로를 찾아가며 옛 마재고개인 사거리안부를 넘으니 도시의 불빛이 보이고 차량들의 소음이 크게 들려온다.
주민들의 쉼터가 있는 공터에서 북쪽으로 잘못 올라가다 내려와 까시덤불들을 헤치고 수로따라 내려가면 5번 국도상의 마재고개이며 가로등아래 작은 표지석이 쓸쓸히 서있다.



(마재고개)


- 무학산
횡단보도를 건너고 무학산 산행안내판을 보며 숲으로 들어가니 유명산 같지않게 등로도 희미하고 나무들도 많이 쓰러져 있으며 까시나무들도 많다.
진땀을 흘리며 바람 한점 없고 후텁지근한 숲길을 한동안 올라가면 송전탑이 있는 안부가 나오고 다시 가파른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사면으로 우회하는 뚜렸한 등로를 버리고 벌목된 나무들이 쓰러져있는 희미한 능선길을 올라가 공터에 주저앉아 찬물을 벌컥거리니 정적에 묻힌 숲은 안개가 낀듯 흐릿하게 보인다.
텔레비가 왕왕거리는 버스에서 사방에서 들려오는 휴대폰 소리에 한숨도 못 이루어서인지 잠은 쏟아지고 다리에 힘은 빠지며 비몽사몽간에 넓직한 등로를 따라간다.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며 정상 30분 이정표가 있는 661봉의 너럭바위에서 가만히 고개를 묻고 잠을 청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기적소리가 아련하게 들리고, 새들이 낮게 지저귀기 시작하며, 슬며시 고개를 드니 사방으로 운치있는 소나무들이 보인다.
비실비실 흐느적거리며 바위지대를 지나면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무성한 억새와 진달래 관목들 사이로 키작은 소나무들이 상큼하게 보인다.
기운을 내어 무학산(761.4m)에 올라서니 넓은 헬기장에는 산불초소가 서있고 정상석 옆에는 태극기가 펄럭거리며 지친 이방인을 반겨준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헬기장에 주저앉아 아내가 정성껏 싸준 김밥을 먹고, 정신을 차리며 일어나 마산시가지와 마산만을 내려다 보고 대산에서 광려산으로 이어지는 기세당당한 산줄기를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무학산)



(무학산 정상)



(무학산에서 바라본 대산과 광려산)



- 대곡산
뾰족하게 솟은 돌탑을 지나고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억새길을 내려가면 일출이 시작되어 눈부신 햇살이 낙남정맥을 비춰주고 배들이 떠있는 마산 앞바다는 더욱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학봉삼거리로 내려가 오른쪽으로 꺽어져 봉우리를 넘고, 소나무와 진달래관목들이 어우러진 등로따라 삼각점과 이정판이 있는 대곡산(516.0m)에 오르니 주민 몇명이 운동을 하고있고 능선은 만날고개와 쌀재고개로 방향이 갈라진다.
쌀재고개쪽인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헬기장을 지나고 억새밭사이로 좁은 길이 이어지는데 잡목과 덤불들도 많아 아침이슬에 온몸은 축축하게 젖어온다.
억새들을 뚫으며 마산시와 내서읍의 경계인 쌀재고개 임도를 건너고 까시덤불들이 찔러대는 가파른 등로를 올라가면 따가운 햇살이 내려오며 굵은 거미줄들이 연신 얼굴에 달라붙는다.
힘들게 447봉을 넘고 미끄러운 진흙길을 밧줄을 잡아가며 조심해서 내려가니 억새평원을 이루고있는 바람재인데 기념석도 서있고 정말 세찬 바람이 불어오며 잠시나마 지친 육신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마산만)



(대곡산 정상)



(쌀재고개)



- 대산
바람결에 마구 몸을 흔들어대는 억새밭을 지나 빽빽한 진달래 관목지대를 올라가면 태양은 뜨겁고 가파른 바위지대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바위에 앉아 쉬고있던 노부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광활한 억새지대를 따라 잡목들을 헤치며 산불초소가 있는 570.5봉에 오르니 비로서 대산과 광려산이 가깝게 보인다.
초소가 만드는 그늘에 앉아 찬물을 연신 들이키며 과연 오늘 서북산과 여항산을 넘어 발산재까지 가는게 가능한지를 곰곰히 검토해 본다.
한치에서 늦어도 10시 쯤에는 출발해야 무리가 되더라도 발산재까지 갈수있는데 지금의 몸상태로는 어림도 없을것 같고 그렇다고 한치에서 너무 일찍 산행을 접는것도 아까운 일이라 난감해진다.
삼각점은 확인도 못한채 황망히 일어나, 한결 편해진 길따라 윗바람재를 지나서 시원한그늘이 나올때마다 앉아서 쉬고 과일을 먹으며 컨디션을 살핀다.
마산 앞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대같은 바위지대들을 지나고 헬기장을 넘어, 봉산이란 작은 표시석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가면 좁은 암봉에 소나무 한그루가 있는 대산(717m)정상이 나타난다.
정상석이 있는 바위에 서면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무학산에서 반원을 그리며 이어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암봉들과 어우러진 뾰족한 광려산이 수려하게 보인다.



(570.5봉에서 바라본 대산)



(대산 정상)



- 광려산
앞에 서있는 멋진 암봉을 바리보며 밧줄을 잡고 암릉지대를 내려가서 큰 암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한다.
배는 고파 김밥은 먹고 싶은데 준비한 식수는 떨어져 엄두를 못내고, 졸음에 쫒기며 뙤약볕을 걸어가니 정신은 몽롱하고 발걸음은 휘청거린다.
내곡리 쪽으로 이어지는 삼거리를 지나고 넓은 공터가 있는 752봉을 오르면 정맥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다행히 서늘한 숲길이 잠시 이어진다.
간간이 나타나는 바위지대를 통과하고 평범한 암릉을 돌아 넘는데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디며 밑으로 떨어지고, 나뭇가지들이 분지러지며 일어나보니 한 2미터는 되는것 같지만 다행히 낙엽깔린 맨땅이라 상처는 없고 스틱과 손목시계는 멀찌감치 달아나 있다.
다시 험한 암봉을 우회하고 바위지대들을 지나서 정상판이 서있는 광려산(720.2m)에 오르면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앞에 우뚝하고 한치옆으로 정현저수지의 푸른 수면이 내려다 보인다.



(암봉 너머로 보이는 광려산)



(광려산 정상)



-한치
이제 한치에 9시 이전에 도착하리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한치를 12시정도에 출발하면 발산재까지 22km를 해 떨어지기 전에 가기는 힘들 것이다.
정상에서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능선길을 계속 나아가면 작은 암봉이 나오고 정맥은 여기서 봉화산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져 내려간다.
소나무들이 즐비한 기분 좋은 길을 따라가다 정맥은 급하게 고도를 떨구기 시작하고 산길은 뚜렸한 등로를 지그재그로 한동안 내려간다.
잘 정비된 무덤들을 지나고 고목 한그루가 그늘을 만들고있는 79번 국도상의 한치로 내려서니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앞에 턱하니 버티고 서있어 기를 죽인다.
아직 시간은 11시 30분이라 산행을 접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몸상태가 안좋고 일단 도로를 건너면 발산재까지는 마땅히 내려올 곳이 없으니 참으로 난처해진다.
고민하다가 지글지글 내리쬐는 태양을 한번 올려다 보니 더 이상 산행할 생각이 없어져 그냥 휴게소로 들어가 수도물에 얼굴을 딱고 찬 맥주 한병을 마신다.
이방실장군의 기념비가 서있는 휴게소 앞 등나무그늘에서 마산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아스팔트가 녹아 내릴듯 햇빛은 강하고 숨이 막힐듯 대기가 뜨겁다.



(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