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낙동.낙남정맥

낙남정맥 3구간 (용지봉-정병산-천주봉-윗담고개)

킬문 2006. 7. 11. 15:17
2004.06.24 (목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0:00)
김해터미널(04:22)
냉정고개(04:48)
473.2봉(05:28)
이정표사거리(06:11)
용지봉(06:40)
707봉(07:27)
대암산(07:54)
남산치(08:41)
비음산(09:04)
이정표삼거리(10:00)
493봉(10:30)
정병산(10:56)
소목재(11:30)
293.8봉(11:59)
봉림사
293.8봉(13:17)
신풍고개(14:43)
남해고속도로(15:10)
북산(15:50)
굴현고개(16:17)
천주봉(16:55)
천주산(17:41)
능선갈림길(18:08)
456봉(18:50)
윗담고개(19:35)
마산터미널(20:30)
강남터미널(24:50)

◈ 산행시간
약 14시간 47분

◈ 산행기

- 용지봉
냉정고개에서 택시를 내리니 벌써 여명은 서서히 밝아오고, 산행채비를 하다 보니까 목장갑 한쪽을 빠트렸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잡목숲에서는 장갑이 꼭 필요한지라 찜찜한 마음으로 전투경찰대 정문을 지나가는데 땅바닥에 장갑 한켤레가 얌전히 떨어져있어 아쉬운데로 한짝을 구한다.
숲길로 들어가면 꾸준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시작부터 구슬땀이 뚝뚝 떨어지지만,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게 정맥은 기지개를 켜고 산객을 맞아준다.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꺽어져 송전탑을 지나고, 두리뭉실한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는 473.2봉을 넘어서 이정표가 서있는 임도를 건넌다.
비몽사몽 졸음에 취해 갈짓자로 걸어가다 돌탑이 있는 공터에서 찬물 한모금 마시고는, 용지봉 한번 바라보고 작은 소나무들이 호위하듯 일렬로 서있는 억새길을 허부적거리며 지나간다.
이슬에 바지깃을 흠뻑 적시고 장유사와 용지마을을 잇는 사거리안부를 지나면 철쭉지대가 시작되고 암릉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통신시설물을 지나서 정상석이 있는 용지봉(728m)에 오르면 조망이 훤히 트여서 지나온 산봉들과 정병산을 지나서 천주산으로 휘어지는 마루금이 뚜렸하고, 창원시가지 너머로 시설물을 얹고있는 불모산이 가깝게 보인다.



(안부에서 바라본 용지봉)



(용지봉 오르며 바라본 남도의 산봉들)



(용지봉 정상)



(용지봉에서 바라본, 구름에 덮힌 신어산과 이어지는 정맥봉들)



(용지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정맥길과 맨끝의 정병산)



(용지봉에서 바라본 불모산)



- 대암산
바윗길따라 뚝 떨어져서 뚜렸한 돌밭길을 걸어가면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오지만 아침하늘은 점점 어두어져서 혹시 비라도 내릴까 불안해진다.
돌탑 두개와 이정표가 있는 707봉에 앉아 흘러내리는 땀을 흠치고 최근들어 기력이 빠지는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보며 힘든 달리기일정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돌탑 6기가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큰 암봉을 우회하니 대암산으로 이르는 억새평원이 앞에 펼쳐지고, 붉은 나리꽃들은 곳곳에서 얼굴을 들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억새지대를 통과하고 페허로 남은 군진지들을 지나서 시멘트 축대위에 정상석이 있는 대암산(669.0m)에 오르니 창원시가지가 발밑으로 펼쳐지고 정병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아직도 까마득하게 보인다.
너럭바위에 앉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다가 이정표상 9.82km나 떨어져있는 정병산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을 바라보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돌탑이 서있는 707봉)



(암봉에서 바라본 대암산)



(대암산 정상)



(대암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정맥길)



- 비음산
암릉지대를 따라 밧줄을 잡고 바위를 내려가니 울창한 송림이 상쾌하고, 부지런한 마을 주민들이 몇분 올라오며 인사를 건넨다.
삼각점이 있는 608.1봉은 확인도 못하고 사거리안부를 연거푸 지나쳐 창원시 사파동과 김해시 진례면을 잇는 남산치로 내려서니 이정표옆에서 장승 한쌍이 잔잔한 미소를 보낸다.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면 진례산성 안내판이 나오고 무너진 산성을 따라가다 정맥에서는 약간 벗어나있는 비음산으로 꺽어져 들어가니 기어코 빗줄기가 뿌리기 시작한다.
빽빽한 관목지대를 따라 좁은 공터에 정상석이 있는 비음산(486m)에 오르면 창원시가지가 가깝고 맞은 편으로 정병산의 뾰족한 옆모습이 날카롭게 보인다.
밤늦게부터 장마가 시작될거란 예보만 믿고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황망스레 진달래길을 내려가니 먹구름은 하늘을 덮고있고 거친 바람 한줄기에 모자가 날라간다.



(장승이 서있는 남산치)



(비음산 정상)



- 정병산
미끄러운 진흙길을 내려가면 무너진 산성을 따라서 넓직한 등로가 이어지고, 울창한 숲에는 빗소리만이 가득하며 대지는 마음껏 물기를 빨아들인다.
용추계곡 갈림길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꺽어지고 정병산 4km 이정표가 있는 공터에서 한숨 돌린후 왼쪽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내려간다.
우곡사로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쉼터삼거리를 지나면 다시 우곡사로 내려가는 이정표삼거리가 나오는데 정병산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우산을 쓴 한무리의 등산객들과 미끄러운 진흙길을 힘들게 오르면 쇠줄이 설치된 전망대절벽이 나오고 "내봉림봉 내정병봉"이라 쓰인 기념석이 서있으며 구름에 덮힌 산자락 밑으로 마산시가지가 아찔하게 내려다 보인다.
암릉들을 지나고 철계단을 밟으며 험준한 독수리바위를 오르니 절벽에 뿌리내린 노송들과 등굽은 관목들이 비에 젖어 분재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무덤이 있는 암봉을 넘고 억새밭을 지나, 쇠줄을 잡아가며 정상석이 있는 정병산(566.7m)에 오르니 지나왔던 정맥의 암봉들이 잘 보이고 비구름사이로 언뜻 창원골프장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확인할수 있다.



(정병산의 위용)



(독수리바위)



(정병산 정상)



- 293.8봉
비구름 가득한 정상에서 사격장쪽으로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통나무계단이 이어지는데 비에 젖은 진흙길이 굉장히 미끄러워 조심조심 엉기적거리며 내려간다.
길다란 계단길을 한동안 내려가며 송전탑을 지나고, 초소와 이정표가 있는 소목재를 넘어 가파른 등로를 올라가면 왼쪽의 창원시종합사격장에서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방송시설이 잇는 293.8봉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하고 운동시설이 있는 쉼터에 앉아 동네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무심코 서쪽으로 이어지는 뚜렸한 등로를 따른다.
한동안 넓직하게 패인 길을 신나게 내려가니 봉림사가 나오고 그제서야 잘못 온것을 알고는 다시 올라가다 약수터로 들어가 부족한 식수를 충분히 보충한다.
약수터에서도 그냥 돌아나왔으면 됐을것을 얄팍한 생각에 지능산으로 치고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고 힘겹게 293.8봉에 돌아가니 1시간도 넘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293.8봉에서 북서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마루금을 찾아 들어가면 지금까지 안 보이던 표지기들이 반겨주고 빗줄기는 약해지며 잠시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 신풍고개
키를 넘는 산죽지대를 지나고 무성한 대나무밭을 넘으면 젖은 바지는 다리를 휘어감고 약한 피부는 옷에 쓸리고 따가워온다.
밧줄을 잡고 미끄러운 언덕들을 오르고 내리며 탱자나무 울타리가 쳐진 비탈길을 내려가다 연신 까시에 찔린다.
잡목숲을 한동안 따라가니 숲에서 젋은 여자의 속삭이는듯한 말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만 창원골프장의 푸른 잔디밭이 나오고 골퍼들과 캐디가 나무사이로 보인다.
습기 가득하고 더운 열기로 푹푹 찌는 숲속에서 커다란 토마토 한개 먹고, 힘을 내어 봉우리들을 힘겹게 오르면 시끄러운 차소리가 들려오지만 능선은 계속 이어진다.
전신주들을 지나고 철조망을 따라 임도로 내려서서 14번 국도가 지나가는 신풍고개로 나오니 경찰초소가 서있고 차량통행이 굉장히 많다.



(신풍고개)


- 북산
길을 건너고 식수를 보충하려 계획했던 구멍가게로 들어가니 주인은 안 보이고 문은 굳게 닫혀있으며 보신탕집 뒤로 사육장의 개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운동시설과 쉼터가 있는 184봉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꺽어 내려가다 좋은 길을 버리고 다시 오른쪽으로 능선에 붙어야 하는데 주의해야 할 곳이다.
과수원을 따라 내려가다 농가와 밭을 우회하고 내려가면 비포장도로가 나오고 앞에 남해고속도로가 지나가며 정맥은 무참하게 끊어져 있다.
비포장도로를 왼쪽으로 내려가다 굴다리로 고속도로를 건너면 끊어진 마루금은 농가와 밭으로 막혀있고 지능선쪽으로 가파른 등로가 열리며 표지기들도 붙어있다.
바위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화살표를 보고 진땀을 흘리며 북산(284m)에 오르니 지형도에도 없는 삼각점이 있으며, 예전에 군시설물이 있었는지 폐자재와 철조망들이 굴러다니고 까시나무와 잡목들이 꽉 차있다.
전면에 우뚝하게 솟아있는 천주봉을 바라보며 길을 찾다가 되돌아나와 오른쪽으로 꺽어지는 숨은 마루금을 찾고 잡목숲으로 들어간다.



(북산에서 바라본 천주봉)


- 천주봉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면 음습한 등로는 온통 까시나무들 천지이고 성난 까시들은 젖은 옷을 뚫고 사정없이 찔러댄다.
이리저리 꺽어지는 희미한 길을 조심해서 내려가 환기통같은 시설물을 지나고 무성한 대나무숲으로 들어간다.
꺽어진 대나무를 의지해서 수직절개지를 가까스로 내려가면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굴현고개이고 버스정류장 뒤로 등로가 연결된다.
묘지대를 따라 올라가니 잡초들이 무성한 묘 한기에도 빨간색 꽃 한묶음이 놓여있어 고인을 생각하는 가족들의 애뜻한 사랑이 생각나 걸음이 멈춰진다.
아주 가파른 산사면을 올라가면 예전에는 방화선이 있었던듯 억새밭에 까시나무들과 상수리나무 그리고 아카시아들이 범벅이 되어 사람을 괴롭히고 젖은 진흙길에 계속 미끄러진다.
몇번이나 숨을 고르고 힘겹게 바위지대롤 올라서니 내려온 북산이 마주 서있고 굴현터널로 빨려 들어가는 차량들과 이어지는 도로들이 발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암릉지대를 휘돌아 정상석이 서있는 천주봉(484m)에 오르면 산불초소와 돌탑들이 보이고 비바람은 세차게 불어오며 산정에는 적막함만 가득하다.



(천주봉 정상석)



(산불초소가 있는 천주봉 정상)



- 천주산
한적한 바위지대를 넘어 전망대 같은 팔각정을 지나고 돌탑들을 보며 넓직한 등로를 따라간다.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넘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헬기장을 지나니 날은 점점 어두어지고 비바람이 더욱 거세진다.
통신시설을 지나 613봉을 오르고 헬기장과 억새밭을 따라 참호들이 파여있는 천주산(638.8m)에 오르니 찬바람은 몸을 날릴듯 불어오고 비구름이 빠르게 올라온다.
정상석과 돌탑들이 서있는 넓은 정상에서 서쪽으로 꺽어지는 마루금을 잘 찾아, 고도를 뚝 떨어트리며 서둘러 바위지대를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비내리는 산정저수지가 아름답게 보인다.
억새밭을 따라 낮은 봉우리들을 넘다가 정맥은 서쪽으로 방향을 급하게 바꾸고, 안성고개로 추정되는 안부에는 간벌한 나무들을 쌓아 놓아 마치 평상처럼 보인다.
다시 가파른 비탈길이 시작되고 힘빠진 다리를 독려하며 456봉에 오르니 완만한 봉우리에는 소나무들 몇그루가 비를 맞으며 이방객을 기다리고 있다.



(안부에서 바라본 천주산 )



(천주산 정상)



- 윗담고개
잡목숲을 따라 마루금은 계속 이어지고 쓰러진 나무들을 우회하며 흐릿한 등로를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바짝 세운다.
길은 이리저리 갈라지고 축축하고 어두운 숲을 한동안 내려가면 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곧 수로를 건너서 개 사육장으로 내려선다.
이 작은 수로를 건너는 것을 두고 누구는 마루금을 잘못 찾았다고 하고 또 혹자는 도로공사때문에 물줄기가 바뀐 결과라고도 하는데 시간에 쫒기는 정맥꾼에게는 다 공염불처럼 들리는 소리이다.
비포장도로를 넘어 다시 봉우리를 올라서니 임도가 나오고 낮으막한 202봉을 넘어가니 드디어 차소리가 들리고 반가운 포장도로가 발아래로 보인다.
잡을것도 없는 위험한 수직절개지를 주저앉다시피 조심스레 내려가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윗담고개로 내려서면 일몰이 다가와 1km 남짓한 마재고개까지 가기로 한 일정을 접는다.
빗줄기는 줄기차게 쏟아지고 어렵게 통화가 된 택시회사에서는 고개위치를 몰라 못온다고 하니 할수없이 지나가는 차에 연신 손짓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비는 부슬 부슬 내려오고 낙남정맥의 밤은 다가온다.



(비에 젖은 윗담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