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낙동.낙남정맥

낙남정맥 10구간 (602봉-790.4봉-902.1봉-고운재)

킬문 2006. 7. 11. 15:27
2004.10.08(금요일)

◈ 산행일정
남부터미널(24:00)
진주터미널(03:40)
원전고개(04:41)
밤재(06:51)
155.0봉(06:58)
244봉
237봉(07:46)
안남골재(08:08)
배토재(08:49)
옥산갈림길(09:55)
602봉(10:08)
526.7봉(10:33)
돌고지재(11:08)
661봉(12:32)
양이터재(13:25)
565.2봉(13:59)
길마재(14:39)
736봉(15:15)
790.4봉(15:28)
875봉(16:30)
902.1봉(17:01)
고운재(17:18)
원묵산장(17:43)

◈ 산행시간
약 12시간 37분

◈ 산행기

- 원전고개
진주터미널에서 토스트로 요기하고 다음날 먹을 삼각김밥을 몇개 산후 택시로 2번국도상의 원전고개를 가다가 고갯마루를 지나치고 되돌아오며 간신히 전에 탔던 버스정류장을 찾아낸다.
시멘트소로를 따라가면 곧 급한 절개지가 나타나고 어둠속에 내려갈 자신이 없어 도로로 되돌아가 공장으로 들어서니 넓직한 도로공사 현장이 나오는데 길은 여기저기 뜷려있고 도저히 진입로를 찾을수가 없다.
공사현장을 빙빙 돌다 제일 높은 고갯마루로 올라 무덤가로 가보니 반가운 표지기가 보이고 솔밭사이로 희미한 마루금을 찾아 들어가며 시작부터 진땀이 난다.
잡목들을 뚫고 지저분한 야산길을 따라가면 밤나무단지가 나오고 왼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한동안 따라가다 표지기가 전혀 없어 되돌아오고 길을 찾아보다 다시 임도를 따라간다.
20여분 걸려 낮은 봉우리까지 올라가도 역시 표지기는 보이지 않고 임도방향은 마루금과 반대쪽으로 꺽어져 다시 돌아온다.
시커먼 어둠속에서 표지기는 없고 갈림길은 안 보여 우왕좌왕하다 보니 어언 날이 밝아오고 세번째로 임도를 따라가서 헤메이다 방향만 맞추고 능선으로 붙어보니 그제서야 표지기들이 나타난다.
어두울때 표지기 한장 없는 희미한 정맥길을 찾아 간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시작부터 1시간 30분 정도를 허비하고 나니 그만 맥이 빠져 버린다.


- 배토재
완만한 솔길을 따라 곧 신설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밤재를 건너고 급한 절개지를 힘겹게 올라 155.0봉에 올라서니 삼각점은 없으며 완만한 소나무길이 이어진다.
경전선의 기적소리를 들으며 야산같은 솔길을 따라가면 마을에서는 개들이 짖어대고 소들은 여물을 찾으며 닭들은 목청높혀 아침을 깨운다.
무덤들을 연신 지나고 임도를 만나 북쪽으로 꺽어져 올라가니 송전탑이 나오는데 옥정산이라고도 하는 244봉은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린다.
석축이 둘러쌓인 묘지를 지나고 잡목을 헤치며 237봉에 오르니 글씨없는 삼각점이 있고 붉은 깃대는 쓰러져있으며 나무들은 모두 베어져있다.
조금 밑의 구릉으로 내려가면 뻗어나가는 정맥뒤로 배토재 공장의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으며 지리산이 처음으로 아스라하게 보이는것 같아 갑자기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시멘트임도를 따라서 봉우리를 넘으니 밤나무단지가 나오고 시멘트소로가 지나가는 안남골재로 내려가면 마을이 바로 밑인데 지게지고 내려오던 촌로 한분은 어디를 가냐며 궁굼해 하신다.
무덤이 있는 247봉을 지나고 밤나무밭에서 잘 여물은 밤 몇개 줏은후 1005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배토재로 내려가니 옥양면 경계판과 고향옥정이라 쓰인 기념석이 서 있으며 백토공장에서는 소음과 함께 흰 연기를 계속 뿜어 올린다.



(삼각점이 있는 237봉)



(237봉에서 바라본 정맥길과 연기가 올라오는 배토재)



(배토재)



- 602봉
공장도로로 들어가다 가파른 사면을 치고 능선으로 붙으니 "뽀비 2004.6.20"이라 쓰인 작은 비석을 지나는데 아마 애완견의 무덤인듯 해 정성이 지극한 주인을 떠 올리게 된다.
넓은 임도를 따라가다 무덤가에서 우회로를 버리고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오르면 손보지 않은 지저분한 솔밭이 나오며 누렇게 죽어버린 소나무들이 너무 많아 안스럽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억센 관목들을 헤치고 오르니 활공장 때문인듯 등로의 잔나무들이 많이 베어져있고, 고라니 한마리와 만난후 하마트면 발밑으로 지나가는 굵은 독사 한마리를 밟을뻔 한다.
빽빽한 관목지대를 따라 옥산 갈림길에 오르고 1km 약간 넘는 옥산(613.9m)으로 꺽어져 들어가다가 새벽에 너무 많이 뺏긴 시간을 생각하고 되돌아온다.
싸리나무들을 헤쳐가며 억새가 출렁거리는 능선을 따라 602봉에 오르면 활공장 안내판에는 "옥산 천황봉"이라 적혀있고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서 지리산의 연릉들이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호남정맥의 맹주인 백운산이 우뚝 솟아있으며,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뚜렸한 하늘금을 긋는다.



(602봉 정상)



(602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 돌고지재
관목지대를 지나 임도로 내려가서 키작은 소나무 묘목들을 따라 힘겹게 547봉에 오르니 역시 억새들이 무성하고 602봉과 옥산이 우뚝 솟아 내려다 보고있다.
억센 관목들을 헤치며 526.7봉에 오르면 정상에는 큰 구덩이만 파여있고 삼각점을 찾으려 여기저기 가지들을 헤치다가 포기한다.
돌무더기가 널려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벌목되어있는 낮은 봉우리를 넘어서 거친 관목들을 헤치며 다 망가진 산불초소가 있는 455봉을 지난다.
억새들이 가득찬 산길을 내려가면 급한 절개지가 나타나고 공장을 지나 59번국도가 지나가는 돌고지재로 내려서니 횡천면과 청암면의 경계판이 서있고 청학동과 최참판댁이 적혀있는 이정표가 보여 지리산이 멀지 않음을 알수있다.



(돌고지재)


- 661봉
공장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대나무숲으로 들어가 잡목들을 헤치고 능선으로 붙으니 억새가 들어찬 정맥길은 도로와 나란히 이어진다.
예전에 산불이 났었던 가파른 능선을 올라가면 억새와 싸리나무들이 키를 넘고, 쓰러진 나무들은 길을 막아서며, 잡목들 사이로 길은 애매모호하다.
악전고투를 벌이며 고사목이 깃대처럼 서있는 봉우리에 간신히 오르고 억새와 싸리군락을 헤치며 능선으로 내려가니 이번에는 상수리나무들도 합세하고 안 보이던 까시나무들도 나타난다.
바위지대를 따라 암벽이 멋지게 보이는 661봉에 오르니 밀림으로 가득찬 능선이 발아래로 펼쳐지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와 진땀을 말려준다.
661봉에서 마루금은 서쪽으로 꺽어지고 바위지대를 따라 668봉에 오른 다음 다시 북쪽으로 꺽어지며 이후 억새지대가 끝나고 등로가 좋아진다.


- 길마재
점차 가까워지는 지리산을 바라보며 숲길을 지나니 멧돼지 새끼 한마리가 깜짝 놀라 도망치고 숲속에서 낮은 신음소리를 내는 어미를 의식해서 고함을 지르고 스틱으로 나무를 치며 발길을 빨리 한다.
완만한 길따라 한쪽은 비포장 길이고 반대쪽은 시멘트임도가 이어지는 양이터재로 내려서서 "98년 임도시설"이라 적힌 표시석 뒤로 능선으로 붙는다.
무덤 흔적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지형도에 "칠중대고지"라 적혀있는 562.5봉에 올라 산죽들을 헤쳐가며 삼각점을 찾아보다 이어지는 산죽숲으로 내려간다.
낮은 봉우리들을 넘고 산불초소가 있는 553봉에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왼쪽으로는 푸른 하동호가 펼쳐지고 삼신봉과 연결되는 뾰족한 시루봉 밑으로 시설물이 있는 926.6봉과 회남재가 잘 보인다.
바람부는 잡목길을 내려가 시멘트도로가 지나가는 길마재로 내려서니 전신주들이 지나가고 있고 고갯마루에는 인적이 끊어져 적적한 분위기가 든다.



(길마재)


- 902.1봉
고갯마루를 넘어 가파른 사면을 오르면 힘이 들고 진땀이 흐르지만 나무에 걸려있는 CD에 쓰여진 선답자들의 격려글을 읽으며 힘을 내어 한걸음 한걸음 올라간다.
주산이 갈라지는 736봉을 오르고 왼쪽으로 꺽어져 안부로 내려가면 드디어 산죽밭이 나타나며, 삼각점이 있는 790.4봉에 오르니 가을 햇볕이 가득 내려오고 시야가 트이며 지리산이 손짓하듯 가깝게 보인다.
관목들이 빽빽한 돌밭길을 내려가고 돌무더기들이 마치 석축처럼 쌓여있는 바위봉을 힘겹게 올라서니 앞에는 봉우리들이 끝이없이 이어진다.
가파른 산죽지대를 따라 웅덩이가 파여있는 875봉에 오르니 벌목이 되어있고 넓은 무덤지대를 넘으면서 무성한 산죽밭이 나타난다.
거미줄을 걷어가며 산죽지대를 통과하고 왼쪽으로 우회하는 등로를 버리고 능선을 올려치면 산죽이 빽빽한 902.1봉인데 역시 삼각점은 찾을수 없고 정맥은 왼쪽으로 꺽어져 산죽숲이 이어진다.



(790.4봉)



(지리산으로 달려가는 낙남정맥)



(지리산을 그리며)



(산죽지대)



- 고운재
이제 다 왔다는 마음으로 긴장을 풀고 내려가면 최악의 산죽지대가 기다리고 있고 허리를 굽혀가며 빽빽한 산죽을 통과하려니 죽을 맛이 난다.
이리저리 산죽을 헤치며 내려가면 이윽고 앞이 열리며 반가운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상부저수지와 연결되는 고운재로 내려서니 지리산 국립공원이 시작되며 앞은 철망으로 굳게 막혀있다.
굽이굽이 휘돌아 내려가는 빈 도로를 내려가면 청학동답게 대형서당들이 자리하고 있고 곧 마을이 나타나며 하루밤 묵을 원묵산장이 보인다.
대강 몸을 딱고 식탁에 앉아 찬 맥주 한잔을 마시고 있으니 계곡물 소리가 폭포처럼 우렁차게 들려오고 지리의 서늘한 밤기운이 서서히 주위를 덮는다.



(산죽지대)



(고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