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한남금북.금북정맥

금북정맥 11구간 (서운산-무이산-덕성산-칠장산)

킬문 2006. 7. 12. 16:48
2003년 5월 15일 (목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날(06:00)
안성터미날(07:05)
엽돈재(07:29)
사거리안부(07:53)
450봉(08:35)
서운산(08:52)
배티고개(09:35)
헬기장(10:04)
장고개(10:18)
53번송전탑(10:26)
470.8봉(11:19)
대형송전탑(11:57)
409.9봉(12:16)
옥정현(12:32)
사거리안부(13:06)
무이산(13:18)
무치(13:57)
454.6봉(14:19)
덕성산(14:57)
칠현산(15:29)
사거리안부(15:48)
칠장산(16:18)
칠장사(16:50)
죽산터미날(17:25)
동서울터미날(18:20)

* 산행시간
약 8시간 49분

* 후기

- 서운산
청룡사 입구에 있는 청룡저수지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엽돈재 험한 고개를 넘으니 기어이 가느다란 빗줄기가 택시 창에 묻어난다.
비바람 불어오는 고갯마루에서 벌목되어 있는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 금북정맥의 마지막 구간을 이어간다.
두텁게 깔린 낙엽을 밟으며 참나무들이 빽빽한 한적한 길을 걸어가면 34번국도가 얼핏 나무사이로 보이며 지능선들이 자주 갈려 나간다.
지도 상에 삼각점이 표기된 395.2봉은 그냥 지나치고 사거리 안부를 넘고 봉우리를 내려가면 왼쪽으로 청룡사 하산길이 보이며 소내암님은 여기서 하산한 듯 표지기 하나가 걸려 있다.
좌우로 자주 나타나는 갈림 길들을 지나서 능선 갈림길인 450봉을 넘고 안부에 내려서면 이정표가 있으며 청룡사 쪽으로는 뚜렷한 등로가 보인다.
한동안 가파른 길을 오르면 장작불을 피웠던 곳에는 소주 병등 온갖 쓰레기들이 널려있어 지저분하고 넓은 헬기장을 지나서 안성의 명산인 서운산(547.7m)에 오른다.
큰 표시석이 서있는 정상에는 나무들이 울창해서 조망이 막혀있으며 바위들 사이로 안성시내가 흐릿하게 보인다.

- 배티고개
이정표를 보고 배티고개 쪽으로 향하면 진짜 서운산 정상인듯 공터와 삼각점을 볼수 있으며 고속도로 같은 등산로를 내려가면 숲을 벗어나며 벌목지대가 나타나고 시야가 트인다.
칠장산을 향해 구비치는 금북정맥의 역동적인 산줄기를 바라보며 풀숲을 지나면 햇살 아래서도 이슬같은 빗줄기가 간간히 뿌려대고 바지를 적신다.
배티 성지의 무명 순교자 묘지를 지나면 등로는 사면으로 떨어지고 까마득한 절개지를 만나서 내려서면 313번 지방도로상의 배티고개이며 엽돈재처럼 "생거진천"이 아니라 "생거백곡"이라 쓰인 표시석이 서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이고 안성과 진천을 잇는 2차선도로를 건너서 앞에 보이는 수직 절개지를 오르려다 너무나 까마득해 포기하고 중앙골프장 진입로를 따라가다 능선에 붙으니 지독한 잡목 숲이 나오는데 잠시 길을 못찾고 헤멘다.


- 470.8봉
이리저리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희미한 길을 올라가면 골프장 도로가 바짝 따라오고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에 오르면 파란 잔디밭이 드넓게 펼쳐지는데 골프장을 더 만들려는지 앞산도 포클레인으로 마구 파헤치고 있다.
넓다란 산판길을 따라가다가 클럽 하우스 옆으로 지나가는 장고개로 내려가면 나무들은 베어져서 길을 막고 황토는 무너져 내려 지저분하다.
운동과 사교를 겸한후 따뜻한 물에 몸을 딱고 우아하게 앉아서 술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클럽 하우스옆에 이러한 산림 파괴의 현장이 공존하기도 하니 골프장과 환경과는 거리가 먼가 보다.
그물망이 쳐진 능선을 오르고 53번 송전탑을 지나면 정맥은 크게 반원을 그리며 송전탑들과 나란히 진행한다.
노송 군락과 아름드리 참나무 숲길을 지나고 넓은 헬기장이 자리잡고있는 470.8봉에 오르면 사방이 훤히 트여서 지나온 정맥 너머로 서운산이 아득하게 보이고 덕성산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는 정맥이 높다랗게 보이며 무제산에서 백석봉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도 하늘금을 그린다.
삼각점 옆에 앉아 찬 물 한모금 마시면 어느덧 먹구름은 사라지고 태양 빛이 이글거리며 몸은 나른해진다.



(470.8봉에서 본 서운산과 지나온 정맥길)



(470.8봉에서 본, 가야할 정맥길)

- 옥정현
헬기장에서 가파르게 내려가면 대규모의 벌목지대가 나타나고 베어진 나무들은 사방에 쌓여있다.
벌목장과 이어지는 넓은 사거리안부를 넘고 인부들의 숙소로 쓰였음 직한 통나무집을 지나면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한 여름 같이 푹푹 찌는 날씨에 진땀을 흘려가며 봉우리를 오르고 대형 송전탑을 만나면 천룡골프장의 페어웨이가 아름다운 호수와 어우러져 그림처럼 아늑한 풍경이 펼쳐진다.
삼각점이 있는 409.9봉은 나무들이 많아 조망은 좋지 않고 넓은 임도 따라 숲길을 내려가면 왼쪽으로 꺾어져서 387번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옥정현으로 내려선다.
안성과 진천을 잇는 고갯마루에는 빈 휴게소 건물이 있고 놀러온 부부가 세워놓은 차 한대만 서있으며 도로를 건너서 절개지를 오르면 한복을 입고 웃으며 서있는 한쌍의 남녀상이 얄궂어 보인다.

- 무이산
울창한 숲길을 올라가면 능선 갈림길인 410봉을 넘고 또 다른 능선 갈림길인 400봉을 내려가면 돌탑이 서있는 넓은 사거리안부를 지난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숲길을 한동안 오르면 450봉이며 오른쪽으로 꺾어져 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무이산(462.2m)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서는 광혜원의 아파트들이 내려다 보이며 천룡골프장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덕성산은 마치 난공불락의 철옹성 처럼 높이 솟아 있다.
450봉으로 돌아와 오랫만에 편히 앉아서 얼려 온 캔맥주를 마시고 빵을 씹으며 힘을 보충한다.
봉우리를 내려가면 세갈래로 뻗은 멋있는 노송 한그루가 정맥을 지키 듯이 서있으며 넓은 사거리안부인 무치로 내려가면 생각지도 않은 큰 돌탑이 반겨준다.

- 덕성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왼쪽으로 벌목지대가 보이고 세월의 풍상을 의연히 이겨온 멋진 고사목 한그루가 눈에 띄며 숲 사이로 언뜻 칠장산이 보인다.
길 한가운데에 삼각점이 있는 펑퍼짐한 454.6봉을 지나면 임도가 내려다 보이고 울창한 숲을 지나면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산을 울린다.
한동안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오르면 통나무로 만들어진 의자들이 있는 쉼터를 지나고 아까부터 들려오던 전기톱 소리의 주인공들을 만난다.
찌는듯한 무더위에 무거운 헬멧을 쓴 몇 사람이 숲속에 들어가 간벌을 하는데 땀방울을 떨어뜨리며 담배 한모금 빠는 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든다.
칠장산으로 갈라지는 능선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부부 돌탑과 정상석이 서있는 덕성산(520m)이다.
정상은 숲이 우거졌지만 지나왔던 길고 긴 정맥능선이 잘 보이고 칠현산 너머로 종착점인 칠장산도 삐죽 머리를 드러낸다.



(덕성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정맥길)

- 칠장산
갈림길로 돌아와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서 큰 바위들을 돌아 올라가면 바위에 "공림정상"이라 쓰인 봉우리가 나오고 헬기장을 지나서 칠현산(515.7`m)에 오르면 역시 정상석과 돌탑이 서있다.
정상을 내려가면 오랫만에 산죽밭을 지나고 넓은 사거리안부로 내려가면 "칠순비 부부탑"이라 쓰인 커다란 돌탑이 이색적으로 보이며 칠장사쪽 하산로도 넓직하다.
마지막 가파른 숲길을 오르면 칠장사 하산로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올 1월에 지나갔던 한남.한남금북.금북의 3정맥 분기점에 이른다.
헬기장을 지나고 칠장산(491.2m)에 오르니 드디어 한민족의 젖줄기인 한강의 남쪽과 금강의 북쪽을 지나가며 물줄기를 가르는 세정맥 종주를 오늘에서야 끝내게 된다.
헬기장으로 내려와 자축주로 소주 한잔 마시며 금북정맥의 연봉들과 한남금북정맥의 산줄기들을 바라보면 기쁜 마음대신 뭔가 아쉬워지는 것은 웬일인가...
아마 인간들에 의해 잘라지고 상채기나고 또 사라져버린 우리의 수많은 산줄기들을 목격하고 직접 밟으며 체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3정맥 분기점으로 내려와 건건산악회가 세운 이정표 한번 쓰다듬고 또 한남금북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숲길 한번 바라보고 칠장사를 향하여 훠이훠이 발걸음을 옮긴다.



(칠장산에서 바라본 한남금북정맥의 산줄기)



(칠장산에서 바라본 금북정맥의 연봉들)



(칠장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