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호남정맥 2구간 (불암산-쫓비산-백운산-한재)

킬문 2006. 7. 13. 00:03
2003년 7월 20일 (일요일)

* 산행일정
탄지재(05:02)
불암산(06:30)
280봉(07:20)
토끼재(08:14)
490봉(09:21)
쫓비산(09:35)
490암봉(10:18)
갈미봉(10:41)
갈미봉안부(11:27)
천황재(11:46)
511.1봉(12:00)
매봉(13:11)
827봉(13:39)
960봉(14:10)
1115봉(14:40)
백운산(15:00)
1030봉(15:41)
한재(15:56)
논실(16:40)
광양터미널(18:00)
동서울터미널(22:38)

* 산행시간
약 10시간 54분

* 산행기

- 불암산
탄지재에서 내려와 남도의 별미라는 재첩국에 소주한잔 마시고 하동의 여관방에 들어가자 세찬 소나기가 내려서 걱정을 했더니만 새벽부터 경상도 아주머니의 싸우는소리에 눈을 떠보니 어느새 비는 그쳐있다.
서둘러 택시로 탄지재에 오르니 4시 40분밖에 안됐는데 산행하기에는 너무 일러 도로가에 배낭을 베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숲은 아침을 준비하는 미묘한 소리들로 제법 시끄럽다.
절개지를 오르고 과수원 사이로 희미한 잡목길을 헤쳐가니 앞에 불암산이 뻔히 보이는데 얼마니 밀림이 심한지 표지기는 보이지만 한치도 나갈수가 없다.
온갖 넝쿨들이 팔다리를 휘어감고 억센 나무가지들이 몸을 막으며 까시들은 사정없이 찔러대는데 억지로 가다보면 덤불속에 넘어지기 일쑤이다.
몇번을 시도하다 뒤돌아 나와 우회로를 찾아도 길은 없고 최근에 사람이 지나간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시간만 덧없이 흘러가서 핑계김에 산을 내려갈까 하는 약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시 몸으로 밀어 붙이고 발로 가지들을 다져가며 암릉들을 타고 넘으니 전신이 까시에 찔리고 긁히고 난리법석이 난다.
간신히 밀림을 통과하고 삼각점이 있는 넓은 불암산(431.3m) 정상에 오르니 바위에는 높은 깃대가 꽂혀있고 보상이라도 하듯 한점 막히지 않는 기막힌 조망을 선사한다.
후줄근하게 젖은 몸으로 사방을 둘러보면 지나왔던 정맥의 수많은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높게 솟은 백운산뒤로 지리산의 주능이 아스라하게 펼쳐지며 섬진강과 수어천 주변의 마을들이 운해속에 평화스럽게 누워 있다.



(하동의 재첩국백반)



(불암산의 밀림)



(밀림)



(불암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정맥의 봉우리들)



(아스라이 보이는 백운산)


- 토끼재
봉우리를 내려가 잡목들과 넝쿨들을 헤치며 북서쪽으로 희미한 능선길을 가다가 커다란 입석바위를 지나고 280봉을 길게 우회 한다.
280봉에서는 마치 내려온 쪽으로 돌아가듯 서쪽으로 능선이 휘는데 북서쪽과 북동쪽 능선으로 번갈아 잘못 들어가 한동안 헤메다 올라 온다.
잡초에 묻힌 희미한 정맥길을 찾아 철조망을 넘고 봉우리를 지나면 묵은 임도가 나오는데 여기도 역시 까시나무와 넝쿨들이 길을 꽉 메우고 있다.
고역을 치루며 간신히 까시밭을 빠져 나오면 무너져 내린 절개지가 나오고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토끼재로 내려서니 기진맥진이다.
느랭이골휴양림 입구에 앉아 완전히 거지꼴을 하고 억지로 빵을 씹으니 입맛도 없지만 사실 오늘의 산행은 지금부터인데 백운산을 넘을 일이 까마득 해진다.
그래도 기운을 내서 비포장 임도 한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로 식수를 보충하고 급한 절개지를 올라가면 일반산악회의 표지기들도 많이 걸려 있다.

- 갈미봉
철망을 따라 가파르면서도 뚜렸한 능선을 올라 380봉을 넘고 잡목의 저항이 없는 유순한 숲길을 가면 느랭이골의 물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간혹 발아래 펼쳐지는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보면서 490봉을 오르면 정맥은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숲은 서서히 짙은 운무가 끼기 시작한다.
섬진강이 쪽빛으로 보인다는 쫓비산(536.5m)의 좁은 정상에 서니 사방에 짙게 깔린 구름이 원망스럽고 단지 삼각점만 확인한채 발걸음만 재촉한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490봉을 넘고 바위지대를 우회해서 오르다가 반대에서 오는 6명의 종주팀과 만나는데 오늘은 탄지재까지만 가고 이제 한구간이면 호남정맥과 땅끝기맥을 모두 끝낸다는 이야기에 부러움이 앞선다.
단독종주를 격려해 주시는 분들께 토끼재에서 탄지재까지 험한 구간은 이미 발자국을 내 놨다고 설명을 드리고 서로의 무사완주를 빌며 헤어진다.
칼로 자른듯 매끈매끈한 검은 바위들을 지나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오래된 묘지를 지나서 곧 갈미봉(519.8m)에 닿는데 펑퍼짐하고 넓은 정상에는 원통형의 삼각점에 돌무더기들이 쌓여있어 색다르게 보인다.
참외하나 깍아 먹으며 조금 쉬고 있으려니 극성스러운 모기떼들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앞다퉈 덤벼드는 통에 바로 일어난다.



(갈미봉 정상석)


- 매봉
조금씩 뿌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서쪽으로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면 뚝 떨어지며 넓직한 사거리인 갈미봉안부를 지나는데 외회마을로 내려갈수 있는 홈통길이 뚜렸하다.
봉우리를 넘고 좌우로 희미한 길이 있는 천황재인듯한 넓은 안부로 내려서니까 본격적으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넓은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511.1봉에 올라도 시야는 막혀있고 삼각점옆에서 또아리를 틀고있던 큰 독사 한마리가 급하게 도망친다.
구름사이로 간혹 모습을 드러내는 매봉을 바라보며 완만한 오름길을 꾸준하게 올라가면 굵은 빗줄기는 안경을 타고 얼굴로 흘러 내린다.
자신도 모르게 깜박깜박 몰려드는 졸음기를 쫓으며 울창한 숲길을 한동안 오르면 주능선에 닿고 왼쪽으로 한번 더 치고 오르면 매봉(865.3m)이다.
억새가 무성한 넓은 헬기장에는 삼각점과 군 표시석이 있으며 날만 맑으면 조망이 좋을듯 한데 구름이 잔뜩 깔려있어 사방을 가리고 있다.


- 백운산
잡목들을 뚫고 안부로 내려섰다가 길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펑퍼짐한 827봉을 지나면 빗줄기는 약해지고 세찬 바람이 이따금씩 숲을 진동시킨다.
억새가 무성한 넓은 헬기장인 960봉을 넘고 헬기장 흔적만 남은 봉을 지나면 흰색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어 조금씩 비추는 햇빛을 받으며 물방울을 떨어 뜨린다.
내회마을에서 올라오는 일반 등산로와 만나는 곳에는 작은 이정표가 걸려있고 가파라지는 능선길을 오르면 성미 급한 단풍 한그루는 벌써 붉은색 이파리를 뽐낸다.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며 1115봉 헬기장에 오르니 파란 하늘이 열리며 백운산 정상이 지척이고 지나왔던 정맥능선이 뚜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수림이 무성한 가파른 길을 한동안 오르다 삼각점을 지나서 바위들을 딛고 미끄러운 암봉을 오르면 드디어 백운산(1217.8m) 정상이다.
정상석 옆에 서면 세찬 바람이 비구름을 걷어내며 정맥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섬진강가의 마을과 전답과 도로들이 까마득하게 보이더니만 잠깐사이에 운무가 몰려오며 모습을 감춘다.
사나운 바람을 잠시 맞으니 비에 젖은 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해서 서둘러 바위에 걸린 밧줄을 잡고 암봉을 내려간다.



(야생화군락)



(성급한 단풍)



(1115헬기장에서 바라본 백운산)



(백운산에서 바라본, 매봉에서 이어지는 능선)


- 한재
백운산에서 정맥은 북서쪽으로 꺽어져서 암봉들로 이루어진 울퉁불퉁한 능선이 멋있게 연결되고 남동쪽으로는 억불봉으로 내려가는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암봉들을 우회하며 통행이 많아 넓직한 등산로를 따라가면 곳곳에 철사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이정표도 서 있다.
진틀마을 갈림길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꺽어지고 헬기장인 1030봉을 지나면서 노송들이 많이 보이는 완만한 길은 고도를 뚝 낮추기 시작한다.
비탈길을 내려가 광양과 구례를 잇는 해발 860미터의 한재로 내려서니 이정표가 서있고 넓은 수레길이 지나가는 고개는 한적하다.
왼쪽의 논실마을로 내려가다 적당한 곳에서 몸을 딱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은후 지치고 쓸린 피부에 정성껏 연고를 발라 준다.
넓직한 산길을 내려가면 백운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지긋하게 바라보고 있고 너른 품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들은 사방 계곡들에 넘쳐 흐른다.



(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