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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3구간 (도솔봉-갓꼬리봉-농암산-송치)

킬문 2006. 7. 13. 00:06
2003년 8월 31일 (일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23:30)
순천터미널(03:40)
논실마을(04:47)
한재(05:20)
따리봉(06:05)
삼거리안부(06:34)
참샘이재(06:51)
도솔봉(07:14)
새재(08:33)
형제봉(08:44)
월출재(09:55)
859.9봉(10:52)
계족산갈림길(11:05)
미사치(11:44)
708봉(12:17)
갓꼬리봉(13:00)
630봉(13:29)
마당재(13:54)
수리봉(14:34)
죽청치(14:48)
장사굴재
농암산(15:36)
550봉(16:26)
송치(16:57)
순천터미널(18:00)
강남터미널(23:20)

◈ 산행시간
약 11시간 37분

◈ 산행기

- 따리봉
휴가도 겹치고 비도 많이 내린탓에 한달이상 미루어왔던 호남정맥이지만 벌초로 또 하루를 보내고서야 모처럼 심야버스에 오를수 있다.
예정보다 이른 새벽에 순천에 도착해서 택시로 논실마을까지 가고 컴컴한 민박마을에서 길을 찾으며 헤메다가 이정표를 보며 임도를 올라간다.
낯익은 송어양식장을 지나고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물이 퀄퀄 흘러 내리는 계곡을 올라가니 임도는 마구 패여있고 20여분 올라간 한재 고갯마루에는 자욱한 안개가 앞을 가린다.
불을 밝히고 정맥으로 들어가면 며칠동안 내린 비로 숲속은 축축하게 젖어있고 조심하며 올라가도 몸은 이내 젖어 버린다.
최근에 따리봉을 올라갔다가 안개속에서 다시 한재로 되 돌아왔다는 종주자의 글도 읽은터러 바짝 신경쓰며 가파른 등로를 오른다.
산죽지대를 지나고 정상으로 착각한 봉우리에서 잠시 헤메다가 바위지대를 따라 따리봉(1127.1m)에 오르니 안개만 자욱하고 찬바람속에 이정표만 반겨준다.

- 도솔봉
지리산이 잘 보인다는 바위에 서면 온 산하는 구름에 가려있고 희끄무레 밝아오는 여명에 산자락들만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미끄러운 철계단을 밟으며 바위지대를 내려가고 울창한 숲길을 지나면 후두둑거리며 나무에서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왼쪽으로 하산로가 있는 삼거리로 내려가니 헬기장이 있고 무성한 억새지대를 올라서 또 다른 헬기장을 지난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안부인 참샘이재를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숲길을 벗어나 바위지대에 올라서니 어느틈에 구름이 걷히며 주위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철계단을 타고 헬기장이 있는 도솔봉(1123.4m)에 올라서면 북쪽으로 운해속에 묻혀있는 지리산 주릉이 모습을 드러내고 백운산과 따리봉등 지나온 정맥길이 잘 보이며 순천시내와 겹겹이 쌓여있는 봉우리들이 너무나 뚜렸해 감탄사를 자아낸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 몇분사이에 다시 구름이 몰려와 사방을 뒤덮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삼각점 옆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 형제봉
도솔봉을 내려가면 고도가 뚝 떨어지면서 뚜렸한 숲길이 이어지고 완만한 바위지대들을 넘는다.
성불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890봉을 오르고 철계단을 통과해서 역시 성불계곡 하산로가 뚜렸한 삼거리안부인 새재를 지난다.
보라색 야생화들이 지천에 깔려있는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고 암봉으로 되어있는 첫번째 형제봉을 지나서 철계단을 타고 이정표가 있는 두번째 형제봉에 오르니 백운산종주를 한다는 등산객 몇명이 올라와 있다.
구름에 덮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릉을 내려가 억새가 무성한 넓은 안부로 내려서니 왼쪽으로 성불사 하산로는 있지만 정맥쪽은 족적이 희미하다.
억새와 잡목들을 뚫으며 봉우리에 오르니 그제서야 표지기들이 보이고 키를 넘는 산죽들을 힘들게 통과하면 온 몸은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다.
계속 나타나는 산죽지대를 지나서 790봉에 오르고 평탄한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865번 지방도로상의 월출재인데 지방도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차량통행도 불가능한 좁은 임도수준이며 야영을 하고 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있다.

- 859.9봉
고갯마루에서 바로 768.1봉으로 능선을 이으면 계곡을 건너게 되므로 임도따라 몇백미터 내려가 보니 과연 표지기들이 보이고 능선같지 않은 얕은 구릉이 양쪽으로 물줄기를 가른다.
반대방향에서 오면 쉽게 월출재로 이어 갈수 있지만 월출재에서는 정확한 마루금을 찾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곳이다.
묵은 헬기장같은 억새가 무성한 초지를 지나 가파르게 830봉을 넘고 평탄한 능선길을 따라 삼각점이 있는 859.9봉에 오르니 순천서면산우회에서 세운 이정표에는 깃대봉으로 적혀 있고 나무들로 사방이 막혀 있다.
잠시 진행하면 계족산과 비봉산으로 갈라지는 능선갈림길과 만나는데 "3면 경계"라는 이정표가 서 있으며 정맥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진다.
둥그란 삼각점에 깃대가 꽂혀있는 낮은 봉우리를 지나고 송전탑을 통과해서 미사치로 내려서니 이정표가 있는 좁은 임도에는 잡풀만 무성하고 앞에는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 갓꼬리봉
굉장히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면 진흙은 물에 젖어 쭉쭉 미끄러지고 나무들을 잡고 진땀을 흘리며 힘들게 오른다.
앞이 툭 트이는 전망대바위에 서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며 계족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이 뚜렸하고 꾸불꾸불 돌아 오르는 임도가 보이며 채석장인지 속살을 드러낸 산자락이 보기 흉하다.
갓머리봉이라고도 한다는 708봉을 오르고 봉우리들을 연신 넘어 610봉을 넘으면 그제서야 갓꼬리봉이 보이는데 봉우리도 몇개 더있고 아직도 멀게 보인다.
날카로운 암릉지대를 지나다 송치에서 온다는 큰 배낭을 멘 일시종주자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송치에서 7시간 가까이 걸렸다는 얘기에 은근히 걱정이 된다.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봉우리들을 넘고 산불초소가 있는 갓꼬리봉(687.6m)에 힘겹게 오르니 삼각점은 있지만 조망은 완전히 막혀있고 볼품없는 모습에 실망감이 든다.
죽청치에서 산행을 마감하려는 종주자들은 갓꼬리봉까지만 가면 곧 끝난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가 거의 7-8개의 봉우리들을 넘어야 하니 상당히 힘들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 죽청치
희미해진 잡목숲을 지나고 암릉지대를 넘으면 죽청치 임도가 잘 보이며 밧줄을 잡고 수직절벽을 조심스레 내려간다.
암릉을 내려가 억새와 싸리나무들이 빽빽한 숲을 헤치고 덤벼드는 까시덤불과 넝쿨들을 피해가며 발밑으로 길을 찾는다.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헬기장이 있는 630봉을 넘고 벼랑지대를 지나서 거친 억새와 관목들을 뚫고 사거리안부인 마당재로 내려선다.
잡목과 까시나무들을 헤치며 완만한 봉우리들을 몇개 넘고 넝쿨들로 뒤 덮혀있는 수리봉(508m)에 오르니 갈매봉이라 쓰인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 있고 잡초속에 숨어있는 삼각점을 확인할수 있다.
청소년수련원 표지판이 떨어져있는 뚜렸해진 길로 내려가면 곧 잔돌이 깔린 넓직한 임도가 지나가는 죽청치가 나오고 쓸쓸한 고갯마루에는 노송 한그루가 가는 세월을 지켜보고 있다.

- 농암산
청소년수련원에서 설치한 굵은 밧줄을 따라 바위지대를 올라가니 정맥은 북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데 마치 산을 내려가는듯 해 잠시 혼란에 빠진다.
서쪽으로 서서이 휘어지는 완만한 숲길을 따라 장사굴재인듯한 희미한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갈림길에서 봉우리를 올랐다가 내려가니 결국 우회하는 길과 만난다.
왼쪽으로 목장인듯한 벌목지대를 통과하고 돌로 축대를 쌓은 오래된 무덤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농암산(476.2m)에 올라가서 마지막 봉우리라 생각하고 얼려온 캔맥주를 마신다.
봉우리를 내려가면 높게 솟아있는 570봉을 힘들게 오르다 정맥은 왼쪽 사면으로 방향을 돌리고 숲속의 층층바위를 지나 펑퍼짐한 550봉을 오른다.
완만한 길을 따라 500봉에 이르니 道자가 새겨진 표지석이 서있고 병풍산 갈림길인 오른쪽 능선초입에는 "락제공의 묘 가는길"이란 표지기가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를 들으며 넓은 임도로 내려서고 임도따라 표고단지를 내려가면 밑으로 17번국도의 송치터널이 지나가는 송치이다.

- 송치
교회 수양원을 짓고있는 고갯마루에는 컨테이너로 지은 간이주택이 둘이나 있고 아마 공사를 감독하는듯 노부부와 아들내외가 살고 있다.
아까 지나친 종주자가 어제 이곳에서 야영하려다 쫒겨났다는 이야기를 들은터라 멀치감치 떨어져 순천택시를 부르고 쭈삣쭈삣 주위를 살피고 있으니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들이 먹던 포도도 대접받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수도가에서 몸을 딱고 젖은 상의도 갈아 입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고갯마루에서 방금 쪄 내온 고구마를 홀홀 불으며 먹고 앉아 있으니 병풍을 두른듯이 펼쳐지는 병풍산의 수려한 암릉들이 마치 시샘하듯 내려다 보고 있다.




(도솔봉에서 바라본 운해속의 지리산 주릉)



(도솔봉에서 바라본 따리봉과 오른쪽 끝에 보이는 억불봉)



(도솔봉에서 바라본 남도의 산봉들)



(죽청치 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