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 3구간 (팔공산-사두봉-장안산-영취산)

킬문 2006. 7. 12. 23:55
2003년 7월 5일 (토요일)

* 산행일정
서구이치(05:22)
팔공산(06:30)
합미성갈림길(07:17)
차고개(08:29)
신무산(09:32)
임도(10:13)
수분치(10:43)
890봉(11:44)
바구니봉재(12:26)
882봉(12:53)
사두봉(13:27)
밀목재(14:22)
979.1봉(14:54)
860봉(15:38)
947.9(16:20)
955봉(16:37)
980봉(17:22)
장안산(18:09)
무령고개(19:11)
영취산(19:28)
장계터미널(20:30)
전주터미널(22:05)
동서울터미널(00:40)

* 산행시간
약 14시간 06분

* 후기

- 팔공산
밤새 창가를 두둘기는 빗소리와 쓰라린 피부에 뒤척이다가 새벽에 눈을 뜨니 다행히도 비는 그쳐 있다.
어제 탔던 택시로 꾸불꾸불한 고개를 올라가면 밤새 내린 비는 도로로 쏟아져 내려오고 인적없는 고갯마루에는 축축한 바람이 불어오며 갈곳 찾는 구름만이 왔다갔다 한다.
등산로따라 산길을 올라가니 밤새워 말려놓은 옷은 금방 젖어 버리고 신발속도 물이 들어와 비오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하루를 쉬었건만 웬일인지 발걸음도 잘 떨어지지 않고 시작부터 진땀만 흐르니 몸 상태가 엉망인것 같다.
가다쉬다를 반복하다 운해속에 묻혀있는 아름다운 산하를 한장 찍고 나서는 돌위에 털퍼덕 앉아 하루 묵은 빵과 우유로 요기를 하고 이것 저것 집어 먹으니 조금 기운이 되돌아 온다.
헬기장을 지나면 다시 지겨운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고 멀리서부터 시설물이 보이던 팔공산(1147.6m)에 오르니 뿌연 운무속에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개 한마리만 요란하게 짖어댄다.



(팔공산 오르며 바라본 운해에 묻힌 정맥길)


- 차고개
빗물이 줄줄 흘러 내리는 돌길따라 등산로를 내려가면 바위들은 미끄럽고 자욱한 운무는 앞을 가린다.
이정표있는 어디쯤에선가 오른쪽으로 산길을 찾아 들어갔어야 하는데 지나치고 또 다른 이정표있는 곳에서 합미성이 있는 왼쪽으로 꺽어진다.
백제때의 산성인 합미성을 지나고 계곡으로 내려가다 되돌아와 주위를 샅샅히 뒤져도 정맥길을 찾을수가 없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빗물은 안경을 가리고 사방을 헤메며 길을 찾다 산성의 바위에서 미끄러지기도 한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할수 없이 계곡으로 빠지는 희미한 족적따라 내려가니 낭떠러지가 나오고 능선으로 치고 올라도 길이 없어 그냥 잡목들을 뚫고 내려간다.
잠시후 임도와 만나고 조금 내려가면 719번 지방도로인데 200여미터 올라가니 대성고원 표시석이 서있는 차고개이다.
평소 같았으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 길을 찾을수 있었을텐데 귀신에 씌였는지 어처구니 없게 정맥을 놓치고 1시간이나 고생하고 나니 힘도 빠지고 맥이 풀린다.

- 신무산
고개를 넘고 잡목숲을 헤치면 목장철망을 만나고 잡초와 까시나무들이 빽빽한 가파른 능선길을 오른다.
진땀을 뻘뻘 흘리고 철조망따라 끝이없이 이어지는 길을 힘겹게 올라가니 3년전 겨울 밀목재에서 차고개까지 역종주를 할때 눈길에 미끄러지며 이곳을 신나게 내려가던 일이 생각난다.
산악회 사람들과 첫눈을 맞으며 웃고 떠들면서 3시간 30분만에 내려오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힘이 빠져 느릿느릿 짜증스럽게 길을 막는 나뭇가지를 헤친다.
지겹도록 따라오는 철조망과 헤어져 신무산(896.8m)에 오르니 깃대와 삼각점이 있는 정상은 잡목들이 빽빽해 시야를 가리고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금속이정표에 원수분까지 1.7km라 적혀 있다.
다행히 빗줄기는 가늘어지고 이제 수분치는 금방 내려갈 것이며 밀목재까지만 가면 장안산과 영취산은 금방이라는 희망찬 생각에 기운을 얻어 지체하지 않고 산을 내려간다.

- 수분치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내려가 관목들과 억새가 꽉찬 길을 헤쳐가면 온몸은 다시 젖고 억센 가지들은 아픈 다리를 연신 찔러댄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키높은 억새들을 뚫고 봉우리를 넘으니 이번에는 열대지방같은 울창한 밀림지대가 나타난다.
길도 안보이는 잡목숲을 낮은 포복으로 기어서 통과하고 덤불을 우회도 하고 까시나무들을 헤치며 정맥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바짝 세운다.
간신히 밀림을 통과하고 임도를 건너 낙엽송지대를 내려가면 원수분마을이 보이고 송전탑너머 보이는 정맥은 전답으로 변해 있다.
마을길따라 수분치로 내려가 휴게소 식당에서 뜨거운 갈비탕에 밥도 두그릇이나 먹고 간식도 보충하니 전에 자주 듣던 조용필의 옛노래가 정맥자락을 울린다.

- 사두봉
여기저기 들머리를 찾다가 과수원으로 들어가 시멘트도로로 올라가다 능선으로 붙어 다시 가파른 오르막 길을 이어간다.
힘겹게 오른 890봉에서 정맥은 거의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임도를 지나면서 길이 완만해지는데 대개 봉우리들을 옆으로 우회한다.
좌우로 길이 뚜렸한 바구니봉재를 넘고 고도를 높혀가며 연속적으로 봉우리들을 넘으면 너무나 기운이 없어 몇걸음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
사두봉이겠거니 하면서 몇번을 속고 지겹게 숲길을 오르내리다 잡목숲을 뚫고 봉우리에 오르니 돌탑옆에 "장수봉수대 사두봉"이란 표지목이 있으며 무덤들을 지나면 삼각점과 금속이정표가 있는 사두봉(1014.8m)정상이다.
숨울 고르며 서 있으니 비는 완전히 그치고 약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며 이정표뒤로 잡목을 헤치며 내려가면 무너져 내린 돌무더기 사이로 정맥길이 연결된다.

-979.1봉
관목지대를 내려가 산불지대를 넘으면 완만하고 뚜렸한 길이 시종 이어지며 사타구니와 허벅지의 쓸린 피부들은 단련이 되었는지 이제는 감각이 없다.
나무계단도 지나고 뛰듯이 밀목재로 내려가니 전과는 달리 전원주택들이 여럿 보이고 곳곳에 포장이 되어 있는데 나중에 들으니 무슨 댐인가를 만들면서 수몰지구내의 주민들을 이곳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도로를 건너고 마구 파헤쳐진 황토길따라 정맥을 이어가다 통나무계단을 밟고 점점 가팔라지는 오르막을 천천히 올라간다.
삼각점과 깃대가 있는 979.1봉에서 정맥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가아할 장안산쪽으로는 희뿌연 운무속에 봉우리들만 간혹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3-4시간이면 종착점인 영취산에 도달할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소리 한번 지르며 힘을 북돋고 이온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 장안산
어둠침침하고 울창한 숲속으로 완만한 길이 이어지고 빗줄기는 이따금씩 후두둑 거리면서 숲을 울린다.
무덤한기가 있는 860봉에서 정맥은 정북쪽으로 꺽어지고 봉우리를 넘어 희미한 사거리안부를 지난다.
좁은 숲속에 삼각점이 숨어있는 947.9봉에서 정맥은 다시 남동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955봉을 지나면서 빽빽한 산죽지대가 지겹게 나타난다.
왼쪽으로 갈림길이 있는 960봉을 넘고 가파른 능선을 올라 980봉을 지나면 이제 장안산은 다 온듯해 힘을 내어 비탈길을 오른다.
서서히 나타나는 암릉들을 넘어 산죽들을 헤치며 봉우리를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타나고 후둘거리는 발걸음으로 한발짝 한발짝 힘겹게 봉우리들을 넘는다.
가파른 산길을 한번 더 치고 오르면 앞이 툭 트이며 드디어 하늘이 보이고 커다란 정상석이 서있는 장안산(1236.9m)에 오른다.
정상의 헬기장에 서니 파란 하늘과 넓게 펼쳐진 운해속으로 그토록 기다리던 백두대간의 연봉들이 마치 다도해의 섬처럼 떠있고 아침에 지나온 팔공산도 장도를 축하해 주는듯 구름위로 불쑥 머리를 솟구치고 있다.
잠깐사이에 다시 운무가 시야를 가리고 우뚝 솟은 백운산을 바라보며 3km 거리의 무령고개로 내려간다.



(운해속의 백두대간1)



(운해속의 백두대간2)



(운해속의 백두대간3)



(운해속의 백두대간4)



(운해속의 백두대간5)



(구름위로 솟은 팔공산)


- 영취산
밧줄을 잡고 급경사 바위지대를 통과하고 미끄러운 비탈길을 조심해서 내려가 완만한 능선길을 힘을 내어 걷는다.
가을의 환생을 기다리며 바람결에 몸을 흔드는 광활한 억새밭을 지나면 지리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등줄기로 흰 구름들이 쏜살같이 넘어간다.
임도를 넘고 산불초소를 지나 나무계단을 잠시 내려가면 장계와 번암을 잇는 무령고개이며 장계쪽으로만 도로포장이 되어있다.
백두대간안내판을 지나 마지막 인내의 시험대인양 급경사 비탈길을 힘겹게 오르고 돌계단을 올라서 백두대간상의 영취산(1075.6m)에 도달한다.
이정목이 서있는 정상에 서니 대간종주를 하면서 억수같이 내리던 빗줄기를 뚫고 영취산을 지나 육십령으로 향하던 때가 떠 오르고 약속대로 이 자리에 다시 서니 감회가 새삼스러워 진다.
부여의 구두레나루에서 출발해 영취산까지 185km의 산줄기를 의지 하나로 넘어왔고 오늘따라 힘든 산행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이곳에 섰지만 아직도 밟아야 할 산줄기가 많이 남아서인지 마음은 담담하다.
택시를 부르고 무령고개로 내려와 포장도로 한켠에서 이틀간 우중산행으로 엉망이된 피부를 달래가며 마른옷으로 갈아입으니 전신이 벌겋게 부풀어 올랐고 찌르는듯한 통증에 몸서리 쳐진다.
주줄산에서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고 엉기적거리며 도로를 내려가면 대간과 정맥의 산자락에는 서서이 어둠이 밀려온다.



(장안산)



(백운산으로 올라오는 백두대간의 산줄기)



(운해속에 파묻힌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