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호남정맥 1구간 (망덕산-천왕산-국사봉-탄지재)

킬문 2006. 7. 12. 23:59
2003년 7월 19일 (토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30)
광양터미널(11:20)
외망포구(12:00)
망덕산(12:24)
2번국도(12:54)
190봉(13:39)
천왕산(14:10)
남해고속도로(14:31)
뱀재(15:54)
167.2봉(16:17)
상도재(16:34)
413봉(17:49)
국사봉(18:14)
288봉(18:52)
249봉(19:20)
탄지재(19:32)

* 산행시간
약 7시간 32분

* 산행기

- 망덕산
광양터미날에 도착하니까 마침 망덕가는 버스가 서있는데 기사도 자리에 없고 당장 일회용 반창고와 점심으로 먹을 김밥이 필요한지라 대합실에 급하게 들어갔다 나오니 버스는 어느틈에 주차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택시로 횟집들이 즐비한 외망포구에 내리니 섬진강과 합류하는 드넓은 바닷가가 펼쳐지고 파란 하늘아래 섬진대교와 고깃배들이 아름답게 떠 있으며 비린내 실은 바람이 시원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작은 암자인 덕선사를 지나고 표지기 몇개가 붙어있는 숲으로 들어가며 오래 전부터 기다려왔던 호남정맥종주의 첫발을 내딛는다.
처음부터 길도 없는 잡목숲에서 헤메다가 등로를 찾고 퇴약볕을 맞으며 돌계단 길을 오르면 땀이 목덜미로 줄줄 흘러 내린다.
무덤들을 지나고 버스에서 산불초소가 바라 보이던 망덕산(197.2m)에 오르니 넓은 정상에는 깃대가 있는 삼각점이 있고 역시 무덤 한기가 지키고 있다.



(섬진강과 만나는 외망포구)



(호남정맥의 시작)


- 천왕산
올라왔던 돌계단을 내려가 이정표가 서있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져 체육시설과 샘터가 있는 옛 절터에서 식수도 채우고 그늘진 벤치에 앉아 있으니 이 무더위에 야산을 헤멜 일이 까마득해진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대숲을 지나고 산허리를 마구 파헤쳐 놓은 길로 내려가 2번국도를 넘어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 간다.
맑은 물이 철철 내려가는 수로를 지나고 잡목과 넝쿨로 길도 없는 곳을 간신히 헤치고 올라가니 밑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는데 어제 내린 비로 좁은 돌길에는 물이 줄줄 흘러 내린다.
야산길따라 암봉으로 이루어진 190봉에 오르면 시야가 훤히 트여서 수어천너머로 광양시내와 시설물이 있는 가야산이 잘 보이고 망덕산뒤로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펄쳐지며 넓게 자리잡은 광양제철 공장이 보인다.
암릉을 내려가 지저분한 야산길을 지나고 철망을 넘어서 가파른 숲길을 오르면 암봉으로이루어진 천왕산(225.6m)인데 역시 조망이 멋지다.
나무사다리를 밟고 바위에 오르니 망덕산에서 이어지는 정맥줄기가 뚜렸하게 보이고 멀리 백운산은 구름에 머리를 감추고 우뚝 솟아 있으며 넓은 들판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190봉에서 바라본 바닷가)



(190봉에서 바라본 바닷가)



(190봉에서 바라본 광양시내를 감싸는 수어천과 가야산)



(천왕산에서 바라본 수어천)



(천왕산에서 바라본 넓은 들판)



(남해고속도로를 지나 이어지는 얕은 정맥능선)



(천왕산에서도 가깝게 보이는 망덕산)


- 뱀재
아름다운 수어천을 바라보며 팔자좋게 누워있는 무덤을 지나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면 넝쿨과 잡목들이 길을 막는다.
밤나무와 감나무들이 빽빽한 과수원을 지나 굴다리로 남해고속도로를 넘고 인근 주택에서 식수도 가득 담으며 물도 실컷 마셔둔다.
빽빽한 대숲을 지나 밭으로 나가면 잡초사이에서 거의 길을 찾을수 없는데 정맥은 바위가 있는 곳에서 왼쪽의 북서방향으로 슬그머니 꺽어진다.
잠시후 잔돌이 깔린 임도와 만나고 곧 시멘트임도를 가로질러 능선으로 붙으니 무더위에 기운은 빠지고 새벽녁에 산행을 시작하지 않은것이 후회가 된다.
밭일을 하다 그늘에서 쉬는 촌부를 만나 인사를 하고 핑계김에 주저앉아 윗옷까지 벗고 앉아 있으니 바람이 너무나도 시원하게 불어온다.
한재까지 간다고 하니까 백운산과 논실마을도 훤하게 아시고 풀이 많아 여름에는 힘들거라고 하시는데 졸음기가 슬슬 밀려온다.
서둘러 일어나서 임도따라 진월면과 진상면의 경계가 되는 869번 지방도로상의 뱀재로 내려서니 아스팔트가 녹아내릴듯 뜨거운 태양빛이 이글거린다.

- 국사봉
키 작은 밤나무단지를 지나고 잡초들을 헤치며 무덤이 있는 167.2봉에 올라서 삼각점을 찾아도 풀속에 묻힌듯 발견할수가 없다.
소나무길을 따라 임도인 상도재를 넘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송전탑을 통과해서 낮은 봉우리를 넘는다.
억센 진달래와 잡목들 그리고 까시나무와 온갖 넝쿨들이 잡아채는 능선을 힘겹게 오르다가 잠시라도 족적을 벗어나면 무성한 넝쿨더미에 갇혀 나아가지를 못한다.
뜨거운 햇빛을 고스란이 맞으며 억새와 잡목과 맹감넝쿨들이 무성한 초지를 지나 봉우리들을 연신 넘는다.
무슨 뜻인지 붉은 칠을 한 막대기들이 잔뜩 꽂혀있는 413봉에 오르고 무심코 초지가 계속 이어지는 동쪽능선으로 잘못 가다가 되돌아온다.
어둠침침한 숲으로 들어가 가파른 오르막을 한차례 치고 오르면 옛 성터가 남아있는 국사봉(447m)인데 정상을 덮고있는 넝쿨들을 헤치니 숨어있던 삼각점이 나타난다.
온 사방이 넝쿨과 잡초와 까시나무들로 뒤덮힌 정맥길을 몇시간 걸으니 너무나 지겹고 힘이 들어 한여름에는 호남정맥을 피하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 탄지재
가파른 내리막 길을 내려가면 역시 잡초와 까시나무들이 가득하고 바위지대들을 지나 288봉을 넘는다.
힘겹게 넝쿨들을 헤치고 무덤들이 여럿 있는 낮은 봉우리에서는 잡목숲에서 헤메다가 밤나무들 사이로 길을 찾아 북쪽 능선으로 계속 올라간다.
경전선을 지나가는 낮으막한 기적소리를 들으며 넓은 헬기장이 있는 249봉에 오르니 대전팀에서 붙여놓은 호남정맥종주라고 쓰인 붉은 헝겊이 눈길을 끈다.
북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비탈길을 내려가면 넓은 임도와 만나고 임도따라 탄치터널이 지나가는 2번국도상의 탄지재로 내려선다.
원래 토끼재까지 가려던 계획이었지만 예기치 못했던 잡목과 넝쿨들로 무산되었고 혹시라도 쓸 생각으로 준비해온 비박장비는 짐만되고 말았다.
레미콘공장인 성원산업 입구에서 하동택시를 기다리며 쉬고 있으니 호남정맥의 첫 출발이 너무나 힘들었고 정맥의 쓴맛을 단단히 보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차량들이 띄엄띄엄 지나가는 탄지재 고갯마루에 서서히 어둠이 깃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