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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12구간 (천왕산-오산-무등산-북산-유둔재)

킬문 2006. 7. 13. 00:29
2004년 2월 14일 (토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1:00)
광주터미널(04:40)
화순터미널(05:25)
서밧재(05:57)
320봉(06:54)
천왕산(07:44)
주라치(08:15)
385.8봉(08:41)
묘치고개(09:03)
사거리안부(09:32)
593.6봉(10:24)
오산(10:44)
어림도로(11:36)
622.8봉(12:23)
둔병재(12:55)
안양산(13:42)
수만리안부(14:00)
장불재(14:48)
무등산
광일목장임도(15:44)
북산(16:16)
백남정재(16:55)
447.7봉(17:39)
유둔재(18:09)
광주터미널(20:10)
강남터미널(23:40)

◈ 산행시간
약 12시간 12분

◈ 산행기

- 서밧재
광주에서 벌교행 5시 첫버스로 화순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서밧재에 도착하니 도로공사장의 경고등이 반짝거리며 돌아가고 어둠속에서 정맥의 산자락이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땅을 깊게 파놓은 공사장을 피해서 억새사이로 대강 산으로 올라 붙으면 잡목들이 빽빽하고 철선을 넘어 들어가 봐도 덤불들이 앞을 막는다.
깊은 잠을 깬 공장의 견공들은 사납게 짖어대고 찰흑같은 고갯마루에서 여기저기 들머리를 쑤시며 헤메다가 절개지를 넘어 무덤가로 올라가니 반가운 정맥표지기가 보이고 잡목들 사이로 희미한 등로가 기다리고 있다.
한구간을 마치면 다음 구간의 들머리를 꼭 확인해야 하는데 컴컴할때 내려오기도 했었지만 도로공사로 절개지가 너무 높아 미처 찾지 못한 탓도 있다.


- 천왕산
30km에 육박하는 긴구간이라 새벽일찍 출발했고 들머리를 찾느라 아까운 30분을 지체했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랜턴불로 잡목사이를 비춰가며 바삐 마루금을 이어간다.
눈에 고생했던 전번과는 달리 다행스럽게도 쌓인 눈은 녹고 없으며 걸기적거리는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넓은 임도를 만나고 또 많은 묘지들을 지난다.
구봉산이 시작하는 첫 봉우리에서 정맥은 정상을 비낀채 왼쪽으로 꺽어지고 그제사 여명이 밝아오며 산봉들은 어스름하게 기지개를 켠다.
이동통신탑을 지나고 사거리안부를 넘으면 쓰러지거나 베어진 나무들이 사방에 깔려있고 잡목들이 대단하며 덤불숲이 꽉 차있어 여름에는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듯 하다.
잡목들사이로 가파르게 올라가면 암벽들이 보이고 바위지대를 지나 삼각점이 있는 천왕산(424.2m)에 오르니 황사때문인지 대기는 뿌옇게 흐려있어 지나온 산자락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천왕산)



(천왕산 정상)



- 묘치고개
눈도 없는 완만한 능선길을 지나 바위지대를 넘고 뛰듯이 내려가면 임도들이 네갈래로 교차하는 주라치로 떨어지고 울창한 송림사이를 올라가니 묘지들이 연이어 누워 따뜻한 햇볕을 받고있다.
산 정상까지 파먹은 넓직한 호화분묘를 지나고 삼각점이 있는 385.8봉에 오르면 역시 묘 한기가 주인인양 누워있으며 하늘은 점점 더 흐려진다.
자동차의 소음을 들으며 뚝 떨어지는 잡목길을 내려가서 묘지들을 지나고 푸르른 대나무밭을 따라 22번 국도상의 묘치고개로 내려선다.
안양산휴양림과 백아산휴양림 이정표가 서있는 22번 국도삼거리에는 묘치 기념석이 서있고 차량통행이 아주 빈번한데 몇년전 가족들과 화순온천에 왔다가 지나간 곳이라 새삼스러워진다.



(주라치)



(묘치고개)



- 오산
도로를 건너고 가파른 능선을 천천히 오르면 무덤들이 쉼없이 나타나고 봉우리를 넘어 사거리안부로 내려서니 오래된 소나무들이 상큼하고 갈비가 푹신하게 깔려있다.
무성한 산죽을 따라 올라가니 가파른 비탈길에는 굵은 밧줄이 잇달아 걸려있고 무덤이 있는 580봉을 힘겹게 오르면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는다.
고도가 높아지고 북사면이라 그런지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지나며 왼쪽으로는 얼어있는 서성제를 오른쪽으로는 드넓은 동복호를 감탄의 눈으로 바라본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능선을 돌아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오산을 지나 안양산으로 이어지는 정맥이 모습을 드러내고 드디어 기다려왔던 무등산이 흰눈을 쓴채 앞에 신령스럽게 솟아있다.
무덤 한기가 있는 593.6봉에 오르니 삼각점은 없고 구덩이만 파여있으며, 암릉들을 넘고 비석만이 덩그러니 쓰러져 있는 황폐한 무덤을 지난다.
임도를 횡단하고 무성한 억새들을 헤치며 올라가면 무인산불시설이 있는 오산(687m)인데 무덤이 누워있는 넓은 공터로 내려가면 무등산이 한결 가까워 보이고 억새사이로 동복호가 햇빛에 반짝거린다.
독한 이과두주에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광풍이 몰아치는 암봉을 넘으니 따뜻한 분지가 기다리고 있으며 무등산에 대한 희망으로 힘을 북돋는다.



(오산 정상)



(오산에서 바라본 무등산의 전경)



(오산에서 바라본 동복호)



- 둔병재
억새밭사이로 내려가 임도를 건너고 잡목들을 헤치며 570봉을 넘어 묘지들을 따라 어림마을을 지나가는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마루금을 차지하고 있는 마을로 들어가 대나무밭을 따라 능선을 올라가니 뚜렸한 길이 이어지지만 무덤을 지나며 길이 없어진다.
눈속에 빠지며 잡목들을 헤치고 올라가니 밑에서 올라오는 정맥길을 만나는데 아마도 옆의 지능선으로 잘못 올라갔던 모양이다.
송전탑을 지나고 수레길을 따라 무덤들을 연신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고 삼각점이 있는 622.8봉을 힘겹게 넘는다.
무성한 산죽사이를 뚫고 내려가다 벼랑을 이룬 전망대바위에 서니 안양산과 휴양림이 지척이고 수만리일대가 훤하며 화순의 아파트촌너머로 수많은 봉우리들이 머리를 들이민다.
정면으로 안양산이 뻔히 보이는 정자쉼터를 지나고 얼어붙은 바윗길을 내려가면 화순과 광주를 잇는 둔병재이며 휴양림의 출렁다리로 도로를 건넌다.



(622.8봉에서 바라본 안양산과 무등산)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본 수만리일대와 남도의 산봉들)



(정자에서 바라본 안양산)



(둔병재의 출렁다리)



- 안양산
몇년전 겨울 무등산에서 내려와 추위에 떨면서 무국을 끓이고 소주한잔 마시던 휴양림마당을 바라보며 임도를 따라 일반등로로 능선에 붙는다.
밧줄을 잡고 질퍽거리며 미끄러운 길을 천천히 올라가다, 작년 이곳에서 일부러 길이 아닌 잘룩이안부로 들어섰다가 산죽과 너덜이 심해서 엄청 고생했다는 한 산우의 글을 떠 올리니 실실 웃음이 터져나와 한참이나 서 있는다.
정상적인 등로로 올라가도 이렇게 힘든데 자청해서 길도 없는 곳으로 들어갔으니 얼마나 힘들었겠고 또 후회했겠는가...
가파른 숲길을 올라가면 억새가 무성한 민둥산이 나오는데 중간중간 선바위같은 입석들이 서있고 짙푸른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 준다.
때맞춰 내려오는 함박눈을 맞으며 안양산(853m) 넓은 정상에 오르니 인부 몇명이 억새밭을 정비하고 있고 전에 없던 정상석너머로 장불재와 무등산이 손에 닿을듯 가깝게 보인다.



(안양산 정상)



(장불재로 향하는 산줄기)



- 무등산
시커먼 하늘을 바라보며 푹푹 빠지는 눈밭을 내려가 수만리로 이어지는 능선삼거리를 넘고 얼어붙은 바위지대를 조심해서 오른다.
키작은 관목들을 지나 기암괴석들로 불쑥 솟아오른 926봉에 올라서니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사나운 바람이 불어오며 싸래기 눈은 비수처럼 날카롭게 얼굴을 때린다.
바람이 불때면 백마의 갈기처럼 휘날린다는 넓은 억새밭을 지나고 암릉지대를 따라 송신소가 있는 장불재로 내려서니 광주시내가 발아래로 펼쳐지고 따뜻한 바위틈마다 등산객들이 몰려있다.
전에 가봤던 서석대와 입석대는 눈길 한번에 생략하고 공군부대가 있는 무등산(1186.8m)은 산사면을 길게 돌면서 너덜지대를 따라 우회한다.
질퍽거리는 바위들을 밟으며 규봉암을 지나고 한동안 눈길을 돌아가면 광일목장 이정표가 서있고 북산쪽으로 임도가 갈라지는데 수북하게 쌓인 눈에는 발자국이 전혀 없다.



(926봉의 기암들)



(장불재에서 바라본 무등산 정상)



- 북산
넓은 초지를 바라보며 걸어가니 갑자기 하늘이 새카매지고 회오리 바람에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급히 스펫츠도 하고 점퍼도 껴 입는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소똥들이 널려있는 초원지대를 건너고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길을 올라가 반듯반듯한 입석들이 서있는 신선대를 지난다.
통신시설이 자리하고 있고 삼각점옆에 작은 돌탑이 서있는 북산(782m)에 오르면 회색 눈보라는 하늘을 뒤덮고 검은 모자를 둘러쓴 무등산이 험상궂게 보인다.
돌무더기들을 지나고 목장철선따라 잡목들을 헤치며 눈에 파묻힌 길을 내려가면 다시 초지가 나오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마주 보이던 650봉을 힘들게 넘는다.
가파르게 뚝 떨어지는 미끄러운 눈길을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조심스레 내려가면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잠시후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백남정재가 나오는데 깊게 패인 안부에는 바람만 휑할뿐 쓸쓸함이 배어있다.



(임도에서 바라본 북산)



(신선대)



(북산 정상)



(북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정맥길)



- 유둔재
소나무지대를 따라서 쭉쭉 미끄러지는 가파른 눈길을 올라 뾰족하게 보이던 430봉을 넘고 발걸음을 서두른다.
북쪽으로 꺽어지는 능선을 따라서 베어진 나무들이 길을 막는 벌목지대를 통과하고 임도를 따라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447.7봉에 올라가니 잡목사이로 삼각점이 반갑게 보인다.
앞에는 마지막 봉우리인 420봉이 제법 높게 보이지만 힘을 내어 내려가니 무덤 한기가 나오고 길이 어지럽게 나있는 사거리안부를 넘는다.
막바지라 그런지 진땀을 흘려가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 힘들게 420봉을 넘으니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낮으막한 능선을 따라서 봉우리를 넘으면 산판길을 만나고 묘지를 지나 넓은 길을 내려가면 88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유둔재이다.
교통표지판 앞에서 신발에 들러붙은 진흙을 떼어내고 열심히 손을 흔드니 마침 어린 딸과 고개를 지나던 여자분이 흔쾌히 태워주시고 광주까지도 데려다 준다고 하신다.
남면소재지를 지나며 오른쪽으로 길게 지나가는 다음 구간의 마루금을 쳐다보고 길고도 힘들었던 하루의 산행을 접는다.



(유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