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호남정맥 14구간 (서암산-덕진봉-강천산-오정자재)

킬문 2006. 7. 13. 00:34
2004년 4월 1일 (목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1:00)
광주터미널(04:48)
담양터미날(06:32)
서흥고개(07:08)
서암산(07:34)
포장도로(08:50)
일목고개(09:13)
서암산(09:55)
봉황산(10:41)
88고속도로(11:06)
341.5봉(11:25)
88고속도로
방축(12:12)
덕진봉(12:43)
350봉(13:25)
사거리안부(13:34)
262.9봉(13:42)
560봉(14:14)
산성산(15:03)
운대봉(15:26)
북문(15:41)
광덕산(16:40)
사거리안부(17:04)
480봉(17:19)
520봉(17:31)
오정자재(17:57)
정읍터미널(19:10)
강남터미널(23:10)

◈ 산행시간
약 10시간 49분

◈ 산행기

- 서암산
이런저런 일로 한달만에 재개하는 정맥길이지만 주행거리도 길고 교통편도 마땅치 않은데다 오후부터는 비가 내린다고 해 개운하지 않은 마음으로 집을 떠난다.
5시 50분 첫 순창행 버스는 직행답지 않게 너무나 꾸물거려 서흥마을로 들어가는 군내버스를 놓치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여가면서 담양에 가까스로 도착한다.
몇분 기다려 서흥고개너머 방성마을에 사시는 분과 함께 군내버스를 타고 정맥의 산줄기를 바라보며 꼬불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간다.
예전에 나무하러 서암산으로 많이 다녔다는 마을분은 고개를 넘어가고, 따뜻한 햇살을 받고있는 정맥으로 들어가면 진달래꽃들도 많이 피어있고 산객을 환영하듯 생강나무들도 일제히 노란 봉우리를 터뜨리고 있다.
달갑지 않은 까시나무들을 헤치며 암릉이 있는 능선을 길게 돌아 서암산(450m)에 올라가니 바위봉에는 쓰레기들이 많이있고 호남정맥을 알리는 붉은 헝겊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서암산 정상)


- 역주행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진행할 길을 찾으며 헤메다가 짙은 숲에 가려있던 능선을 발견하고 들어가지만 표지기들이 안보여 찜찜한 마음으로 따라간다.
푹신한 솔길을 한동안 걸어가니 땅바닥에 믿을만한 정맥표지기 두개가 떨어져 있어 잠시 마음을 놓지만 헬기장을 지나며 능선은 점차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간다.
발길가는데로 사면을 치고 내려가면 "무정면" 이정표가 있는 포장도로가 나오는데 트럭을 얻어타고 죽림마을로 내려가 물어보니 일목고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도로따라 작은 저수지를 지나고 일목고개에 올라 대나무숲을 통과하고 꽃이 만발한 과수원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올라간다.
산불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힘겹게 오르고 능선갈림길을 지나 바위지대를 타고 봉황산에 오르니 아까 올라갔었던 서암산이 나타나 깜짝 놀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서암산에서는 북쪽으로 내려가다 북서쪽으로 꺽어지는 능선같지 않은 얕은 정맥줄기를 놓쳤고, 일목고개에서는 무심코 반대방향으로 서암산을 다시 오른 것이다.
서암산 정상에 정확하게 2시간 21분만에 다시 돌아왔지만 목표를 조금 낮추면 되는일이라 심호흡 크게 한번하고 왔던 길을 내려간다.



(일목고개)



(산불초소에서 바라본, 봉황산으로 이어지는 얕은 능선)



(봉황산 오르며 뒤돌아본 서암산)



- 봉황산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인 일목고개를 다시 건너고 햇빛 따스한 대나무숲을 따라 야산같은 능선을 바삐 올라간다.
넓은 산판길을 따라 밋밋한 봉황산(235.5m)에 오르니 베어진 나무들 사이로 삼각점이 있고 시작부터 사람을 곤궁에 빠뜨렸던 서암산이 물그러미 내려다 보는듯 해 쓴웃음이 나온다.
밭들을 지나고 이목마을을 관통하는 소로를 건너면 역시 대숲이 무성하며, 무덤들을 지나고 넓직한 임도를 따라가다 잡목숲을 헤치고 내려가면 88고속도로가 나온다.
차량이 뜸한 틈에 고속도로를 건너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소나무들이 빽빽한 314.5봉에 오르니 삼각점이 있고 나무들은 베어져 시야가 트이며 강천산이 가깝게 보인다.
바위에 걸터앉아 건너편의 웅장한 아미산을 바라보며 항상 같은 메뉴인 김밥 세줄에 소주 한병 꺼내니 점차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고 바람이 강해진다.


- 덕진봉
잡목들이 울창한 산길을 내려와 낮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면 고속도로로 잘려 나가서 고립된 마루금이 마치 섬처럼 보인다.
굴다리 옆으로 고속도로로 올라가서 갓길따라 거꾸로 걸어가다 고개쯤에서 능선으로 다시 붙으면 잡목사이로 길이 애매하지만 곧 임도를 만난다.
임도따라 컨테이너집을 지나고 널려있는 생활쓰레기들을 보면서 24번국도가 지나는 방축으로 내려가니 "금과동산" 이정표가 서있고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거린다.
논과 밭으로 변한 마루금을 피해 마을로 들어가 넓은 길로 농장을 통과하는데 일하던 주인은 개인땅이니 앞으로는 들어오지 말라고 화를 내신다.
갈아엎은 밭을 지나고 가파른 비탈길을 한동안 오르면 돌탑 한개만 외롭게 서있는 덕진봉(370m)인데 사과한개 까먹고 모처럼 시원한 그늘에 앉아있으니 숲은 적막감만 가득하다.



(24번 국도상의 방축)



(덕진봉 정상)



- 560봉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면 찔레나무가 많이 보이고 특유의 까시들이 찔러대지만 안부를 지나고는 유순한 소나무 길이 나타난다.
조망이 트이는 329봉에서는 뾰족한 560봉과 울퉁불퉁한 강천산의 암봉들이 가깝고, 350봉을 내려가면서 농가의 푸른 지붕들이 평화스럽게 보인다.
문암마을과 덕진마을을 잇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밋밋한 능선에 삼각점이 있는 262.9봉을 지나서 울창한 소나무사이로 가파른 길을 따라간다.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겹게 능선을 올라가니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밧줄을 잡으며 560봉에 오르면 정상에는 "광덕산"이라 쓰인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헷갈리게 한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바위에 서니 산성산과 운대봉을 지나 광덕산으로 이어지는 강천산군립공원의 암릉과 성곽들이 아름답게 펄쳐지고, 겹겹이 솟아서 추월산으로 달려가는 산봉들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광덕산이라 불리우는 560봉)



(560봉 정상)



(560봉에서 바라본 강천산과 정맥의 산봉들)



- 광덕산
능선이 갈라지는 바위지대로 되돌아가 밧줄을 잡고 암벽을 내려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특이하게 갈라진 가랭이소나무들을 보며 봉우리들을 넘는다.
굵은 밧줄을 잡으며 수직절벽을 오르고 바윗길따라서 젖무덤처럼 둥그렇게 솟아오른 산성산(505m), 즉 시루봉에 오르니 강천사일대가 훤하고 짙푸른 강천제와 도로들이 내려다 보인다.
산성길따라 북바위라고도 부르는 운대봉(603m)에 올라, 노송들 사이로 담양호와 추월산이 어우러지는 동양화같은 풍경을 보고있으니 사나운 바람이 불어오고 후두둑거리며 기어이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성곽에 있는 삼각점을 지나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북문에 이르면 정맥은 무너진 돌담을 따라 동쪽으로 급하게 꺽어진다.
아름다운 담양호를 내려다 보면서 봉우리들을 연신 넘고 또 우회하기도 하며 넓직하게 정비된 산죽숲을 따라가니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진다.
무덤들이 여럿있는 갈림길에서 정맥은 북쪽으로 꺽어지지만 조금 더 들어가 왕자봉이라 부르는 광덕산(583.7m)에 오르니 삼각점위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으며 주홍색 현수교와 녹색의 강천제가 조화되어 아름답게 보인다.



(시루봉이라 불리우는 산성산)



(북바위가 있는 운대봉)



(운대봉에서 바라본 추월산)



(담양호와 추월산)



(광덕산 정상)



- 오정자재
갈림길로 돌아와 깃대봉과 천지봉으로 갈라지는 능선을 지나고 평탄한 길따라 왼자실과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로 내려서니 "군작전지역"이라는 안내판이 걸려있다.
후줄근하게 비를 맞으며 노송들이 서있는 480봉에 올라가면 사방이 아찔한 절벽을 이루고 있어서 돌이끼를 잡아가며 미끄러운 암벽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축축하게 젖은 바위지대를 한동안 오르니 벼랑옆에는 다 무너진 무덤 한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전망이 탁 트이고 시원해서 문외한이 보기에도 명당처럼 느껴진다.
삼각점이 있는 520봉에 오르니 비바람이 몰아쳐 눈을 뜰수도 없으며, 오른쪽으로 너덜길을 돌아가며 되돌아 보면 정상쪽의 수직절벽지대가 험준하게 보인다.
평탄한 능선을 내려가면 철망이 쳐진 봉우리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꺽어지고 송전탑이 있는 곳에서 슬그머니 왼쪽의 희미한 능선으로 방향을 바꾼다.
곧 약초들을 재배하는 농장으로 들어서고 철망따라 완만하게 내려가면 792번 지방도로상의 오정자재인데 운무가 짙게 깔려있여 스산한 분위기가 든다.


- 정읍
시간은 충분하게 남아있어 원래 목표로 했던 밤재까지도 갈수있지만 빗줄기도 거세지고 일몰도 빨리 올것같아 생각끝에 산행을 접기로 한다.
2km 밑의 가마골야영장 입구까지만 가면 자주있는 담양군내버스를 탈수가 있어 고갯마루에 서서 지나가는 차에 연신 손짓을 해 본다.
차 몇대를 그렇게 보내다 포기하고 터벅터벅 빗물 흐르는 도로를 내려가니 용추봉으로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들도 멋진 단애를 이루고 있어 역시 호남의 명산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온몸을 적시며 고개를 거의 내려갔을 무렵 예상치 않은 버스 한대가 내려와서 무작정 탔더니 마침 정읍 나가는 차인지라 서울 가기에는 담양과 광주를 거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게 되었다.
안에서 대강 젖은 옷을 추스르고 있으니 버스는 정맥상의 천치재와 추령을 넘고 내장저수지를 지나가는데 창밖으로는 만개한 벚꽃들이 함초름하게 비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