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호남정맥 13구간 (국수봉-연산-괘일산-서흥고개)

킬문 2006. 7. 13. 00:31
2004년 2월 28일 (토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1:00)
광주터미널(04:45)
유둔재(05:49)
어산이재(06:31)
456.5봉(06:40)
500봉(07:42)
493봉(08:11)
429.4봉(08:32)
노가리재(09:03)
468.3봉(10:07)
국수봉(10:39)
선돌도로(11:00)
임도(11:44)
수양산(12:04)
만덕산(12:44)
방아재(13:29)
연산(13:59)
과치재(14:50)
무이산(15:48)
괘일산(16:29)
능선갈림길(17:05)
설산(17:14)
민치(17:51)
서흥고개(18:09)
담양터미널
광주터미널(20:50)
강남터미널(00:20)

◈ 산행시간
약 12시간 20분

◈ 산행기

- 유둔재
오후에는 비올 확률 90%라는 달갑지않은 소식을 갖고 광주행 심야버스를 타니 술취한 사람들은 싸우고 휴대폰소리는 연신 들려오며 앞사람 코고는 소리에 한잠을 못 이룬다.
광주터미날에서 6시 50분 첫 담양군내 버스를 타면 들머리인 유둔재까지 갈수있지만 오늘도 30km가 넘는 긴 거리인지라 한시각도 아까워 택시를 탄다.
꾸불꾸불한 887번 도로를 올라가 이정표가 서있는 유둔재에서 내리고, 랜턴을 밝히며 대나무 숲이 울창한 임도를 따라가니 무덤들은 달빛을 받으며 조용히 누워있다.
잘 정돈된 가족묘지가 있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붙으면 잡목과 덤불들이 성가시고 잠자던 새들은 놀래서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날라간다.


- 500봉
어둠과 잡목들을 헤치며 능선이 갈라지는 446봉에 오르면 무등산 공군부대의 불빛이 반짝거리고 산등성이 너머로는 불야성을 이루고있는 광주시내의 야경이 펼쳐지며 도로를 힘겹게 오르는 차량의 불빛이 흔들거린다.
사거리안부인 어산이재를 넘어 삼각점이 있는 456.5봉에서 랜턴을 끄고 조금씩 희뿌옇게 모습을 드러내는 우리네 야산들을 정겹게 바라본다.
새목이재는 어디인지도 모른채 지나치고 좁은 날등을 타고 소나무들이 빽빽한 산길을 걸어가니 시커먼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것 같아 걱정스러워진다.
웅덩이가 파져있는 500봉을 넘고 까치봉이 갈라지는 400봉에 오르니 정맥은 북쪽으로 급하게 방향이 꺽어지는데 무등산은 점점 멀어지는 한편 노송사이로는 광주호의 푸른 수면이 가깝게 보인다.


- 노가리재
야영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면서 등로는 넓직해지고 바위지대를 지나서 가파르게 오르면 돌탑이 서있는 493봉이며, "야영장 최고봉"이란 안내판에 누군가 장원봉이라 적어 놓았지만 지도상으로 장원봉은 서쪽으로 1km정도 떨어져 있다.
빽빽한 송림사이로 푹신하고도 기분좋은 갈비를 밟으며 사거리안부를 넘고 쓰러진 나무들사이로 삼각점이 있는 429.4 봉을 지난다.
덤불들이 무성한 송전탑을 지나고 미끄러운 절개지를 조심하며 노가리재로 내려가니 적적한 시멘트도로너머로 추월산인듯 삐쭉 솟은 산줄기 하나가 보인다.
버스에서 잠을 못 자서인지 정신은 몽롱하고 기운은 빠지지만 점점 하늘은 흐려지고 세찬 바람이 숲을 뒤 흔들어 고개짓을 하며 걸음을 서두른다.



(493봉 정상)



(493봉에서 바라본 무등산)



(노송사이로 보이는 광주호)



(노가리재)



- 활공장
숲을 헤치고 활공장이 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담양군 고읍리 일대의 전답과 마을들이 훤하게 내려다 보이고 겹겹히 솟은 산봉들 너머로 강천산과 추월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보이는것 같아 마음이 설레인다.
두번째 활공장을 지나고 봉우리들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바위에 서면 저수지들과 곧게 뻗은 침엽수림들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억새들이 무성한 낮은 안부로 내려서니 목장철망너머로 민가와 맞닿은 작은 저수지가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이고 바람소리는 귓전을 울린다.
억새지대를 따라서 급사면 비탈을 지나 468.3봉에 오르니 활공장과 산불초소가 있고 조망 역시 뛰어나지만 쓰레기들이 널려있고 불 피었던 흔적도 보기 흉하다.
몸이 휘청거리는 광풍을 피해 창문이 깨진 초소안으로 들어가 소주한잔 마시고 딱딱하게 굳은 김밥을 씹으며 검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468.3봉)


- 국수봉
노송들이 무성한 임도를 가다 까시덤불을 피해 목장으로 들어가고 묘지들을 지나서 목장을 빠져나오면 또 가족묘지를 통과하게 된다.
급사면 바위지대를 돌아 암봉에 오르고 조금 떨어져있는 국수봉(567.6m)으로 가니 지나왔던 산줄기가 잘 보이고 베어진 나무들사이로 삼각점이 있으며 나뭇가지에는 톱 하나가 걸려있다.
잡목들 사이로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선돌마을이 있는 포장도로로 내려서니 보호수 고목 한그루가 당당히 서있으며 반듯한 선돌들이 도로에 몇개 서있다.
묘지를 통과해 능선으로 붙으면 가파른 길이 이어지고 봉우리를 내려가 자갈 깔린 임도를 건너서니 "호남정맥 중간지점 271km"라는 표지판이 걸려있는데 아마 금남호남정맥까지 포함된 거리일 것이다.



(국수봉 정상)



(선돌마을 도로)



- 만덕산
다시 임도를 넘고 산불이 났던 지역을 지나니 온통 벌목이 되어있으며 이미 숯덩이가 되어버린 숲은 지저분하다.
능선갈림봉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져 정맥에서는 벗어나 있는 수양산(591.0m)에 오르니 삼각점과 산불초소가 있고 주위를 벌목해 놓아 만덕산이 잘 보인다.
갈림길로 돌아와 임도를 넘고 "등산로"라 쓰인 이정표를 지나서 노송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을 올라가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삼각점이 있는 450.9봉을 넘고 안내판이 서있는 "신선바위"를 지나서 "물통구리 전망대"라는 절벽에 서니 대덕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덤을 지나고 "할머니바위"란 이정표를 보며 만덕산(575.1m)에 오르니 소나무들을 베어내고 정상판을 세워놓아 정상임을 확실하게 알수있다.
문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양지바른 헬기장에서 간식도 먹고 오랫만에 휴식을 취하며 언뜻 푸른 하늘이 보여서 마음을 놓는다.



(수양산 정상)



(만덕산 신선바위)



(만덕산 물통구리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덕면 일대)



(만덕산 정상)



- 연산
잡목을 헤치며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낮으막한 구릉을 내려가면 자갈깔린 임도를 건너고 산불지대가 나타나면서 길은 사라져 버린다.
덤불들을 뚫고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오르니 무덤이 있는 봉우리가 나오고, 억새사이로 민둥성이가 되어버린 능선이 길게 이어지며 멀리 도로끝에는 병원건물이 보인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앞에 솟아있는 연산을 겨냥하고 무덤가로 내려가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방아재를 건넌다.
능선으로 올라가면 불에 탄 나무들은 모조리 베어져 쌓여있고 온통 억새들만 창궐하고 있으며, 무덤들을 여럿 지나면서 민등성이 산은 끝나고 숲이 이어진다.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고 능선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연산(505.4m)에 오르니 베어진 나무사이로 삼각점이 반갑게 보이고 하늘은 여전히 진회색으로 흐려있다.



(방아재)



(연산 정상)



- 과치재
무덤을 지나서 시멘트반죽이 섞인것 같은 바위지대를 지나고 차량의 소음을 들으가며 완만한 능선길을 내려가면 마루금은 왼쪽 사면으로 급하게 꺽어진다.
고속도로를 겨냥하고 덤불사이로 내려가니 기어코 참아주었던 빗줄기가 뿌려지기 시작하고 대지를 적시는 빗소리가 숲을 울린다.
차량통행이 끊이지않는 호남고속도로를 좁은 지하수로로 힘들게 통과하고 대나무밭을 지나니 개 두마리가 껴안고 죽은채로 구덩이에 버려져 있다.
담양군과 곡성군의 경계가 되는 15번국도상의 과치재로 내려가면 주유소와 개사육장이 있고, 비를 맞으며 선채로 간식을 먹는 사이 개소리도 시끄럽게 들려오고 비릿한 개냄새가 역겹게 풍겨온다.



(호남고속도로너머로 보이는 무이산,괘일산,설산)



(과치재)



- 괘일산
도로를 건너고 소나무숲을 따라 바위지대가 있는 240봉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성림 청소년수련원"의 푸른건물이 내려다 보이고 축구를 하는 학생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사거리안부를 넘고 가파른 능선을 올라 260봉을 지나고, 묘지를 지나 한번 더 가파르게 올려치면 비로서 무이산(304.5m)인데 베어진 나무사이로 삼각점이 놓여있다.
앞에 삐쭉삐쭉 솟아있는 괘일산의 암봉들을 바라보며 청소년수련원과 이어지는 넓은 임도로 내려가고 산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부지런히 올라간다.
어둠침침한 숲으로 들어가면 보슬비는 소리없이 내려오고 전면으로 거대한 바위지대가 모습을 드러내며 등로는 암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한다.
암릉을 올라가면 절벽사이로 수련원과 저수지들이 내려다 보이고 올라갈수록 노송들을 얹고있는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나타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덤들을 지나고 바위지대를 따라 괘일산(440m) 정상에 오르니 역시 멋진 노송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비안개는 스멀스멀 피어 오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무이산 정상)



(괘일산 암봉)



(괘일산 암봉)



(괘일산 암봉)



(괘일산 암봉)



(괘일산 정상)



- 설산
정상을 내려가서 비에 젖어 미끄러운 암릉을 밧줄을 잡아가며 조심스레 통과하면 설산이 바로 앞에 우뚝 서있고 꼭대기의 암벽들이 멋지게 보인다.
위험한 바위지대는 우회하면서 천천히 내려가니 곧 평탄한 솔밭길을 만나고 400봉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이정표가 서있는 임도로 내려가 설산방향으로 잠시 올라가면 마루금은 바위봉전에서 서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데 희미한 사면이라 놓치기 쉽다.
갈림길을 확인한후 어두운 숲길따라 암릉들을 우회하면서 정맥에서 벗어나있는 설산(522.6m)에 오르니 정상석이 있고 위험한 절벽에는 철선을 둘러 놓았다.
정상에서는 조망이 꽤 좋을듯한데 짙은 안개가 올라오며 사방을 가려 아쉬움을 남기고, 성륜사와 수도암으로 갈라지는 등로만 확인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괘일산 암봉너머로 보이는 설산)



(설산 정상)



- 서흥고개
갈림길로 돌아와 남아있는 간식들을 털어넣고 소주한잔을 마시며 예정했던대로 일목리고개까지 갈것인지 고민을 해 본다.
낮은 야산지대를 내려가서 송전탑을 지나고 목장철망이 쳐진 임도를 따라가면 겨울비는 부슬부슬 내려오고 비안개는 자욱하게 깔려있다.
정면으로 시커멓게 솟아있는 서암산을 바라보며 사거리안부인 민치를 넘고 서흥과 방성을 잇는 고갯마루로 내려서니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고 어둠이 일찍 몰려온다.
비를 맞아가며 어두운 서암산을 넘는것도 의미가 없는 일이라 산행을 마치기로하고 시멘트포장이 되어있는 왼쪽길로 내려서니 서흥마을이 바로 나온다.
농가옆의 주차장에 들어가 옷가지를 대강 정리하고 한켠에 앉아 있으니 마을의 가로등 불빛만이 외롭고 봄비인양 뿌려대는 빗줄기는 처마를 타고 쉴새없이 떨어진다.



(비안개가 앞을 가리는 서흥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