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년 2월 25일 (토요일)
◈ 산행일정
영등포역
백양사역(22:12-01:48)
전남대수련원(05:04)
임도삼거리(05:51)
기맥갈림봉(07:04)
암봉정상(07:34)
삼성산왕복
능선갈림길(08:56)
장성새재(09:27)
입암산(10:17)
갓바위(10:49)
시루봉(11:40)
노령(12:28)
장성갈재(12:49)
헬기장봉(13:15)
733.6봉(13:51)
사거리안부(14:18)
헬기장봉(14:46)
방장산(14:57)
고창고개(15:18)
벽오봉(15:35)
양고살재(16:07)
임도(16:45)
묘지(17:06)
솔재(17:21)
월산마을
고창터미널
강남터미널(18:00-21:18)
◈ 도상거리
20.8km (접근4km)
◈ 산행시간
10시간 17분(접근2시간)
◈ 산행기
- 백양사역
한적한 백양사역에서 내려 팔걸이의자 몇개 놓여있는 대합실에 앉아있으니 웬 할머니가 돈 만원만 내고 밑에 있는 여관가서 편하게 눈을 붙이라고 재촉을 한다.
가만히 눈치를 보니 오갈 데 없는 노파이고 몸 쉴곳을 찾는 것 같아 내키지는 않지만 여관으로 모시고 들어가 침대를 내주고 배낭에 몸을 누인다.
올 70세라는 할머니는 남편은 진작 죽고, 하나 있는 아들은 연락도 안되며, 살던 집은 어떻게 하다 없어져 살길이 막막한데, 정읍사는 누군가가 데리러온다고 해 짐싸서 역까지 왔지만 아무도 안 나왔다는 거다.
두어시간 단잠을 자고, 미안한지 밤에 산에 들어가면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노파를 뒤로 여관을 나와 텅 빈 택시부에 연락하고 기사를 깨워 전남대수련원으로 간다.

▲ 백양사역
- 기맥갈림봉
남경산기도원 왼쪽으로 넓은 길로 들어서니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오고 각종 안내판들이 서있으며 호화스럽게 지은 화장실도 보여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임을 알 수 있다.
한참을 걸어가면 임도삼거리가 나오고 이정목이 서있는데 왼쪽은 남문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새재까지 2.1km라 적혀있다.
으스름한 새벽기운을 느끼며 어두운 길을 따라가니 '입암산성 1.8km' 이정목이 서있는 장성새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꺽어져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불바래기라 하는 옛길을 따라 올라간다.
한동안 가다 흙으로 지은 농가가 몇채 나오고 어둠속에 가축들이 놀라 뛰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여기저기 길을 찾다가 계곡을 건너 좁아진 등로로 들어선다.
순창새재를 향하여 흐릿한 돌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어느덧 길은 사라지고, 너덜지대와 잡목지대를 들쑤시다가 하는 수 없이 앞에 올려다보이는 봉우리를 겨냥하고 너덜들을 헤치며 올라간다.
가파른 지능선으로 붙어 빽빽한 산죽들을 헤치고 올라가니 짐작대로 호남정맥에서 영산기맥이 분기하는 갈림봉이 바로 나오니까 아마 어둠속에서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는 순창새재 길을 놓쳤던 모양이다.

▲ 영산기맥 갈림점
- 암봉
찬바람 불어오는 갈림길에 표지기 하나 걸고 흐릿한 족적따라 눈덮힌 산죽지대를 통과하면 험준한 암봉이 나타나 왼쪽으로 바위지대를 돌아간다.
얼마간 암릉을 우회하다 관목들을 잡고 바위들을 디디며 암봉 꼭대기(약 550m)로 올라서니 평평한 너럭바위가 나오는데 조망이 확 트여서 상왕봉에서 까치봉으로 흐르는 내장산이 지척이고, 그너머로 호남정맥의 연릉이 도도하게 흘러가며, 입암산자락 뒤로 방장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눈앞에 펼쳐지는 전망을 마냥 바라보다, 암릉들을 지나고 빽빽한 산죽들을 헤치며 흐릿한 능선을 따라가면 지나 온 불바래기의 농가들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지형도상 새재로 표기된 안부를 지나고 바위에 걸터앉어 어제 저녁에 산 김밥을 먹어보지만 입도 쓰고 맛도 없어 대강 허기만 메우고 일어난다.
계속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다 왼쪽 사면으로 봉우리를 도는 우회길을 따라가면 울창한 대나무지대가 나오고, 간간이 걸려있는 'ㅂ'님의 표지기를 확인하며 내려가니 까마득한 절벽이 나타나고 입암산이 정면으로 마주보이는데 내려갈 수도 없는 지세이다.
지형도를 살펴보고 온길을 되돌아 가면 기맥이 낮으막하게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지만 표지기도 잘 보이지않아 주의하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인 곳이고 삼성산(547.9m)까지 갔다오느라 거의 한시간을 까 먹고 말았다.
능선만 가늠하고 잡목들을 헤치며 흐릿한 족적을 따라가다 커다란 묘지들을 지나고, 다음 봉우리에서는 입암산을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진다.
방향만 잡고 멧돼지들이 분탕질을 해 놓은 펑퍼짐한 너덜지대를 뚝 떨어져 내려가 새벽에 지났던 장성새재를 두시간이나 넘어서 만나니 기맥의 출발길이 심상치않게 느껴진다.

▲ 암봉에서 바라본 왼쪽의 까치봉과 가운데의 기맥갈림봉

▲ 암봉에서 바라본, 입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밑의 불바래기 농가

▲ 암봉에서 바라본 내장산과 그너머의 호남정맥 연릉

▲ 암봉에서 내려다본 용산저수지와 정읍시가지

▲ 삼성산으로 가다 바라본 까치봉과 그너머의 망집봉

▲ 장성새재
- 입암산
고개를 건너고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다 왼쪽 계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버리고 능선으로 올라가면 파묘한 넓은 공터가 나오고 앞에는 암릉들이 보인다.
산죽들만 빽빽한 암릉지대를 이리 저리 통과하고 노송들이 서있는 마지막 커다란 암봉을 우회해서 오르니 계곡에서 올라오는 일반등로와 만나며 길이 좋아진다.
빽빽한 산죽지대를 따라가며 전망대 바위에 서서 지금껏 지나온 기맥의 산줄기와 잘못 갔다온 삼성산의 험준한 절벽을 구경하고 가파른 눈길을 올라가면 입암산성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녀 반질반질하게 얼어있다.
반대에서 오는 산님 한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얼음판을 조심하며 입암산(626.1m) 정상에 오르니 억새밭에 삼각점은 보이지않고 납작한 돌들만 놓여있지만 가야 할 갓바위와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너머로 방장산줄기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산성을 계속 따라가다 너럭바위가 있는 곳에서 서쪽으로 꺽어져 이정표가 서있는 북문을 지나고 줄줄 녹아내리는 눈길을 올라가며 마치 버섯처럼 생긴 갓바위를 연신 올려다본다.
나무계단을 타고 바위를 올라 철계단을 밟으며 갓바위에 오르면 목책으로 둘러쌓인 정상에는 납작한 묘 두기와 안내판이 있는데 역시 조망이 좋아 시루봉너머로 가야 할 방장산과 선운산이 잘 보이고, 너른 입암저수지와 정읍시가 눈앞에 펼쳐지며, 호남고속도로의 호남터널과 노령터널 안으로 수많은 차량들이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 입암산 오르며 바라본 방장산

▲ 입암산 오르며 바라본 삼성산과 그너머의 까치봉

▲ 입암산 정상

▲ 입암산에서 바라본 갓바위

▲ 갓바위
- 시루봉
거센 바람을 맞으며 간식을 먹고 철계단을 내려와 이정표상 은선동쪽으로 갓바위를 돌아 능선에 붙어 좋은 길따라 걸음을 바삐 한다.
시루봉의 세 암봉을 바라보며 헬기장을 지나고 남창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탐방로아님'이라 쓰인 능선으로 계속 올라가면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있고 간간이 눈길이 흐려진다.
시루봉(약 650m)에 올라 562.2봉을 지나 장성호로 연결되는 남릉을 버리고 서쪽으로 꺽어져 무성한 산죽들을 헤치고 나가면 신경 쓰고있었던 암릉들이 나타난다.
첫 암봉을 직등해서 올라가니 7-8미터의 수직암벽이 나오는데 부처손을 잡고 홀드들을 딛으며 간신히 내려가고 두번째 암봉은 왼쪽으로 쉽게 통과한다.
세번째 험한 암봉은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하는데 내려가는 길도 아주 가파르고 얼어붙어 조심스러우며, 뚝 떨어졌다가 다시 눈덮힌 바위지대를 오르느라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조심스럽게 암봉들을 우회해서 내려가 스러져가는 무덤 한기를 지나고 연이어 나타나는 암릉들을 우회하며 가파르게 떨어져 내려간다.
조상이신 남평문씨 묘를 지나고 헬기장을 두번 지나면서 돌아보니 내려온 시루봉이 마치 피라미드처럼 뾰쪽하게 솟아있어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푹 패인 옛길 노령을 지나서 큰 벙커들이 있는 봉우리를 거푸 지나며 밑으로 지나가는 고속도로와 터널들을 바라보면 역시군사적으로도 요충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뚜렸한 길따라 1번국도상의 장성갈재로 내려서니 통일공원이 조성되어있고 조국통일기원비가 서 있으며 수많은 깃발들이 바람에 날리우고 차량들이 쉴 새없이 올라온다.

▲ 노령

▲ 벙커봉에서 바라본 시루봉

▲ 장성갈재
- 방장산
표지기들이 덕지덕지 걸려있는 산으로 들어가 메마른 능선을 가파르게 올라가면 묵은 헬기장같은 초지가 나오는데 조망이 트이며 입암산에서 이어온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가파른 능선이 이어지고 얼어붙어 미끄러운 산죽지대를 올라가니 봄날처럼 날이 따뜻해서인지 땀이 줄줄 흐르고 갈증이 나지만 남은 물이 얼마 없어 애써 참는다.
질퍽거리는 진흙탕에서 넘어지지않게 조심하며 전망이 확 트이는 무덤을 지나고 첫번째 봉우리인 733.6봉에 올라서면 전일상호신용금고에서 세운 '734m봉' 금속이정판이 서있고 방장산으로 이어지는 산봉들이 잘 보이지만 허리를 가로지르는 꼬불꼬불한 임도는 볼 성 사납다.
산죽들이 빽빽한 암릉지대들이 줄지어 이어지고, 양쪽으로 길이 뚜렸한 사거리안부를 넘어서니 식사를 부실하게 해서인지 기운이 빠져 간식을 허겁지겁 먹는다.
다시 봉우리를 넘어가면 이정표가 서있는 용추폭포 갈림길이 나오고 멀리서부터 보이던, 정상으로 착각한 암봉으로 올라서면 너른 헬기장인데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고 바로 앞의 방장산에서 양고살재로 이어지는 마루금도 확실하게 보인다.
넘어 온 암봉들을 뒤돌아보며 삼각점(담양21/1999복구)과 이정판이 서있는 방장산(742.8m) 정상에 오르니 조망은 별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앉아 쉬고있고 방장산휴양림과 양고살재로 뚜렸한 능선이 갈라져 나간다.

▲ 묘지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734봉에서 바라본 방장산

▲ 삼각점이 있는 방장산 정상
- 양고살재
등산객들이 줄지어 올라오는 뚜렸한 남서릉으로 내려가 헬기장을 만나서 커다란 송전탑을 지나고 왼쪽으로 임도가 가깝게 지나가는 고창고개를 넘는다.
임도와 바짝 붙어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는 편한 길을 따라가면 활공장이 나오며 발밑으로 고창군의 마을과 전답들이 거침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조금 위의, 지형도상 방장산이라 표기되어있는 벽오봉(640m)에 올라가니 무덤 한기만 쓸쓸한데 양고살재까지 2.0km라는 나무이정판을 보고있으려니 예보대로 날이 흐려지고 바람이 강해진다.
곳곳에 서있는 나무이정판들을 보며 헬기장을 지나고 수월리 갈림봉을 넘어서 내려가면 등로는 마루금을 버리고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진다.
그냥 편하게 뚜렸한 사면길을 따라 방장사로 내려가 그동안 참았던 물을 실컷 마시고 뒤늦게나마 페트병에 물을 채워둔다.
돌계단 따라 밀알탑이라 적혀있는 돌탑들을 지나고 길게 이어지는 나무계단들을 타고 15번 도로상의 양고살재로 내려가니 쉼터에는 이런 저런 안내판들과 이정표가 서있고 깃발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숲속에는 이정석이 서있다.

▲ 벽오봉 정상

▲ 양고살재
- 솔재
도로를 건너 잠시 숲을 헤치다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따라가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산길로 이어지는 임도롤 올라간다.
왼쪽으로 측백나무 군락지가 펼쳐지는 임도를 따라가다 126번 송전탑을 지나며 임도는 오른쪽 송전탑으로 돌아가고, 산으로 들어가 잡목들을 헤치다 다시 묵은 임도와 만난다.
임도인지 송전탑 세울 때 만들어졌던 공사용인지 흔적만 남은 길을 따라가며 오른쪽으로 송전탑들을 지나고 산으로 다시 들어가면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있고 가시덤불이 심하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가니 넓은 임도가 왼쪽으로 갈라져 나가는데 귀찮은 마음에 가시나무들이 꽉 찬 임도를 따라가다 너무 북쪽으로 휘는 것같아 되돌아온다.
능선을 타고 산으로 오르면 가시덤불과 칡넝쿨이 극성을 부려 비장의 전지가위로 하나하나 자르며 통과하고, 쓰러진 나무들을 이리 저리 우회하며 봉우리에 오르니 10여기의 무덤지대가 나온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자주 등장하는 '동중추부사조공항지묘'를 지나면 가시나무도 없는 좋은 임도따라 마루금이 이어져서 이제 서울 막차를 걱정하지않고 쉬엄쉬엄 길을 간다.
편한 길을 따라가니 오른쪽으로 송전탑이 서있고 그뒤가 고개이지만 그냥 임도따라 898번 지방도로상의 솔재로 내려가니 여느 전라도의 고개처럼 쉼터에는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다.
문 닫은 간이음식점이 서있는 고갯마루에서 석항온천이 있는 오른쪽으로 도로를 내려가다 트럭을 얻어타고 온천 입구의 월산마을 앞에서 고창 택시를 부른다.
기본으로 한시간 헛 발품을 팔고 굴곡이 심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힘들게 영산기맥의 첫 출발을 마치고는 캔맥주 하나 사서 서울 가는 버스를 바로 탄다.

▲ 솔재
◈ 산행일정
영등포역
백양사역(22:12-01:48)
전남대수련원(05:04)
임도삼거리(05:51)
기맥갈림봉(07:04)
암봉정상(07:34)
삼성산왕복
능선갈림길(08:56)
장성새재(09:27)
입암산(10:17)
갓바위(10:49)
시루봉(11:40)
노령(12:28)
장성갈재(12:49)
헬기장봉(13:15)
733.6봉(13:51)
사거리안부(14:18)
헬기장봉(14:46)
방장산(14:57)
고창고개(15:18)
벽오봉(15:35)
양고살재(16:07)
임도(16:45)
묘지(17:06)
솔재(17:21)
월산마을
고창터미널
강남터미널(18:00-21:18)
◈ 도상거리
20.8km (접근4km)
◈ 산행시간
10시간 17분(접근2시간)
◈ 산행기
- 백양사역
한적한 백양사역에서 내려 팔걸이의자 몇개 놓여있는 대합실에 앉아있으니 웬 할머니가 돈 만원만 내고 밑에 있는 여관가서 편하게 눈을 붙이라고 재촉을 한다.
가만히 눈치를 보니 오갈 데 없는 노파이고 몸 쉴곳을 찾는 것 같아 내키지는 않지만 여관으로 모시고 들어가 침대를 내주고 배낭에 몸을 누인다.
올 70세라는 할머니는 남편은 진작 죽고, 하나 있는 아들은 연락도 안되며, 살던 집은 어떻게 하다 없어져 살길이 막막한데, 정읍사는 누군가가 데리러온다고 해 짐싸서 역까지 왔지만 아무도 안 나왔다는 거다.
두어시간 단잠을 자고, 미안한지 밤에 산에 들어가면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노파를 뒤로 여관을 나와 텅 빈 택시부에 연락하고 기사를 깨워 전남대수련원으로 간다.
▲ 백양사역
- 기맥갈림봉
남경산기도원 왼쪽으로 넓은 길로 들어서니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오고 각종 안내판들이 서있으며 호화스럽게 지은 화장실도 보여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임을 알 수 있다.
한참을 걸어가면 임도삼거리가 나오고 이정목이 서있는데 왼쪽은 남문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새재까지 2.1km라 적혀있다.
으스름한 새벽기운을 느끼며 어두운 길을 따라가니 '입암산성 1.8km' 이정목이 서있는 장성새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꺽어져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불바래기라 하는 옛길을 따라 올라간다.
한동안 가다 흙으로 지은 농가가 몇채 나오고 어둠속에 가축들이 놀라 뛰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여기저기 길을 찾다가 계곡을 건너 좁아진 등로로 들어선다.
순창새재를 향하여 흐릿한 돌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어느덧 길은 사라지고, 너덜지대와 잡목지대를 들쑤시다가 하는 수 없이 앞에 올려다보이는 봉우리를 겨냥하고 너덜들을 헤치며 올라간다.
가파른 지능선으로 붙어 빽빽한 산죽들을 헤치고 올라가니 짐작대로 호남정맥에서 영산기맥이 분기하는 갈림봉이 바로 나오니까 아마 어둠속에서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는 순창새재 길을 놓쳤던 모양이다.
▲ 영산기맥 갈림점
- 암봉
찬바람 불어오는 갈림길에 표지기 하나 걸고 흐릿한 족적따라 눈덮힌 산죽지대를 통과하면 험준한 암봉이 나타나 왼쪽으로 바위지대를 돌아간다.
얼마간 암릉을 우회하다 관목들을 잡고 바위들을 디디며 암봉 꼭대기(약 550m)로 올라서니 평평한 너럭바위가 나오는데 조망이 확 트여서 상왕봉에서 까치봉으로 흐르는 내장산이 지척이고, 그너머로 호남정맥의 연릉이 도도하게 흘러가며, 입암산자락 뒤로 방장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눈앞에 펼쳐지는 전망을 마냥 바라보다, 암릉들을 지나고 빽빽한 산죽들을 헤치며 흐릿한 능선을 따라가면 지나 온 불바래기의 농가들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지형도상 새재로 표기된 안부를 지나고 바위에 걸터앉어 어제 저녁에 산 김밥을 먹어보지만 입도 쓰고 맛도 없어 대강 허기만 메우고 일어난다.
계속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다 왼쪽 사면으로 봉우리를 도는 우회길을 따라가면 울창한 대나무지대가 나오고, 간간이 걸려있는 'ㅂ'님의 표지기를 확인하며 내려가니 까마득한 절벽이 나타나고 입암산이 정면으로 마주보이는데 내려갈 수도 없는 지세이다.
지형도를 살펴보고 온길을 되돌아 가면 기맥이 낮으막하게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지만 표지기도 잘 보이지않아 주의하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인 곳이고 삼성산(547.9m)까지 갔다오느라 거의 한시간을 까 먹고 말았다.
능선만 가늠하고 잡목들을 헤치며 흐릿한 족적을 따라가다 커다란 묘지들을 지나고, 다음 봉우리에서는 입암산을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진다.
방향만 잡고 멧돼지들이 분탕질을 해 놓은 펑퍼짐한 너덜지대를 뚝 떨어져 내려가 새벽에 지났던 장성새재를 두시간이나 넘어서 만나니 기맥의 출발길이 심상치않게 느껴진다.
▲ 암봉에서 바라본 왼쪽의 까치봉과 가운데의 기맥갈림봉
▲ 암봉에서 바라본, 입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밑의 불바래기 농가
▲ 암봉에서 바라본 내장산과 그너머의 호남정맥 연릉
▲ 암봉에서 내려다본 용산저수지와 정읍시가지
▲ 삼성산으로 가다 바라본 까치봉과 그너머의 망집봉
▲ 장성새재
- 입암산
고개를 건너고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다 왼쪽 계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버리고 능선으로 올라가면 파묘한 넓은 공터가 나오고 앞에는 암릉들이 보인다.
산죽들만 빽빽한 암릉지대를 이리 저리 통과하고 노송들이 서있는 마지막 커다란 암봉을 우회해서 오르니 계곡에서 올라오는 일반등로와 만나며 길이 좋아진다.
빽빽한 산죽지대를 따라가며 전망대 바위에 서서 지금껏 지나온 기맥의 산줄기와 잘못 갔다온 삼성산의 험준한 절벽을 구경하고 가파른 눈길을 올라가면 입암산성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녀 반질반질하게 얼어있다.
반대에서 오는 산님 한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얼음판을 조심하며 입암산(626.1m) 정상에 오르니 억새밭에 삼각점은 보이지않고 납작한 돌들만 놓여있지만 가야 할 갓바위와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너머로 방장산줄기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산성을 계속 따라가다 너럭바위가 있는 곳에서 서쪽으로 꺽어져 이정표가 서있는 북문을 지나고 줄줄 녹아내리는 눈길을 올라가며 마치 버섯처럼 생긴 갓바위를 연신 올려다본다.
나무계단을 타고 바위를 올라 철계단을 밟으며 갓바위에 오르면 목책으로 둘러쌓인 정상에는 납작한 묘 두기와 안내판이 있는데 역시 조망이 좋아 시루봉너머로 가야 할 방장산과 선운산이 잘 보이고, 너른 입암저수지와 정읍시가 눈앞에 펼쳐지며, 호남고속도로의 호남터널과 노령터널 안으로 수많은 차량들이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 입암산 오르며 바라본 방장산
▲ 입암산 오르며 바라본 삼성산과 그너머의 까치봉
▲ 입암산 정상
▲ 입암산에서 바라본 갓바위
▲ 갓바위
- 시루봉
거센 바람을 맞으며 간식을 먹고 철계단을 내려와 이정표상 은선동쪽으로 갓바위를 돌아 능선에 붙어 좋은 길따라 걸음을 바삐 한다.
시루봉의 세 암봉을 바라보며 헬기장을 지나고 남창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탐방로아님'이라 쓰인 능선으로 계속 올라가면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있고 간간이 눈길이 흐려진다.
시루봉(약 650m)에 올라 562.2봉을 지나 장성호로 연결되는 남릉을 버리고 서쪽으로 꺽어져 무성한 산죽들을 헤치고 나가면 신경 쓰고있었던 암릉들이 나타난다.
첫 암봉을 직등해서 올라가니 7-8미터의 수직암벽이 나오는데 부처손을 잡고 홀드들을 딛으며 간신히 내려가고 두번째 암봉은 왼쪽으로 쉽게 통과한다.
세번째 험한 암봉은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하는데 내려가는 길도 아주 가파르고 얼어붙어 조심스러우며, 뚝 떨어졌다가 다시 눈덮힌 바위지대를 오르느라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조심스럽게 암봉들을 우회해서 내려가 스러져가는 무덤 한기를 지나고 연이어 나타나는 암릉들을 우회하며 가파르게 떨어져 내려간다.
조상이신 남평문씨 묘를 지나고 헬기장을 두번 지나면서 돌아보니 내려온 시루봉이 마치 피라미드처럼 뾰쪽하게 솟아있어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푹 패인 옛길 노령을 지나서 큰 벙커들이 있는 봉우리를 거푸 지나며 밑으로 지나가는 고속도로와 터널들을 바라보면 역시군사적으로도 요충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뚜렸한 길따라 1번국도상의 장성갈재로 내려서니 통일공원이 조성되어있고 조국통일기원비가 서 있으며 수많은 깃발들이 바람에 날리우고 차량들이 쉴 새없이 올라온다.
▲ 노령
▲ 벙커봉에서 바라본 시루봉
▲ 장성갈재
- 방장산
표지기들이 덕지덕지 걸려있는 산으로 들어가 메마른 능선을 가파르게 올라가면 묵은 헬기장같은 초지가 나오는데 조망이 트이며 입암산에서 이어온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가파른 능선이 이어지고 얼어붙어 미끄러운 산죽지대를 올라가니 봄날처럼 날이 따뜻해서인지 땀이 줄줄 흐르고 갈증이 나지만 남은 물이 얼마 없어 애써 참는다.
질퍽거리는 진흙탕에서 넘어지지않게 조심하며 전망이 확 트이는 무덤을 지나고 첫번째 봉우리인 733.6봉에 올라서면 전일상호신용금고에서 세운 '734m봉' 금속이정판이 서있고 방장산으로 이어지는 산봉들이 잘 보이지만 허리를 가로지르는 꼬불꼬불한 임도는 볼 성 사납다.
산죽들이 빽빽한 암릉지대들이 줄지어 이어지고, 양쪽으로 길이 뚜렸한 사거리안부를 넘어서니 식사를 부실하게 해서인지 기운이 빠져 간식을 허겁지겁 먹는다.
다시 봉우리를 넘어가면 이정표가 서있는 용추폭포 갈림길이 나오고 멀리서부터 보이던, 정상으로 착각한 암봉으로 올라서면 너른 헬기장인데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고 바로 앞의 방장산에서 양고살재로 이어지는 마루금도 확실하게 보인다.
넘어 온 암봉들을 뒤돌아보며 삼각점(담양21/1999복구)과 이정판이 서있는 방장산(742.8m) 정상에 오르니 조망은 별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앉아 쉬고있고 방장산휴양림과 양고살재로 뚜렸한 능선이 갈라져 나간다.
▲ 묘지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734봉에서 바라본 방장산
▲ 삼각점이 있는 방장산 정상
- 양고살재
등산객들이 줄지어 올라오는 뚜렸한 남서릉으로 내려가 헬기장을 만나서 커다란 송전탑을 지나고 왼쪽으로 임도가 가깝게 지나가는 고창고개를 넘는다.
임도와 바짝 붙어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는 편한 길을 따라가면 활공장이 나오며 발밑으로 고창군의 마을과 전답들이 거침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조금 위의, 지형도상 방장산이라 표기되어있는 벽오봉(640m)에 올라가니 무덤 한기만 쓸쓸한데 양고살재까지 2.0km라는 나무이정판을 보고있으려니 예보대로 날이 흐려지고 바람이 강해진다.
곳곳에 서있는 나무이정판들을 보며 헬기장을 지나고 수월리 갈림봉을 넘어서 내려가면 등로는 마루금을 버리고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진다.
그냥 편하게 뚜렸한 사면길을 따라 방장사로 내려가 그동안 참았던 물을 실컷 마시고 뒤늦게나마 페트병에 물을 채워둔다.
돌계단 따라 밀알탑이라 적혀있는 돌탑들을 지나고 길게 이어지는 나무계단들을 타고 15번 도로상의 양고살재로 내려가니 쉼터에는 이런 저런 안내판들과 이정표가 서있고 깃발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숲속에는 이정석이 서있다.
▲ 벽오봉 정상
▲ 양고살재
- 솔재
도로를 건너 잠시 숲을 헤치다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따라가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산길로 이어지는 임도롤 올라간다.
왼쪽으로 측백나무 군락지가 펼쳐지는 임도를 따라가다 126번 송전탑을 지나며 임도는 오른쪽 송전탑으로 돌아가고, 산으로 들어가 잡목들을 헤치다 다시 묵은 임도와 만난다.
임도인지 송전탑 세울 때 만들어졌던 공사용인지 흔적만 남은 길을 따라가며 오른쪽으로 송전탑들을 지나고 산으로 다시 들어가면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있고 가시덤불이 심하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가니 넓은 임도가 왼쪽으로 갈라져 나가는데 귀찮은 마음에 가시나무들이 꽉 찬 임도를 따라가다 너무 북쪽으로 휘는 것같아 되돌아온다.
능선을 타고 산으로 오르면 가시덤불과 칡넝쿨이 극성을 부려 비장의 전지가위로 하나하나 자르며 통과하고, 쓰러진 나무들을 이리 저리 우회하며 봉우리에 오르니 10여기의 무덤지대가 나온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자주 등장하는 '동중추부사조공항지묘'를 지나면 가시나무도 없는 좋은 임도따라 마루금이 이어져서 이제 서울 막차를 걱정하지않고 쉬엄쉬엄 길을 간다.
편한 길을 따라가니 오른쪽으로 송전탑이 서있고 그뒤가 고개이지만 그냥 임도따라 898번 지방도로상의 솔재로 내려가니 여느 전라도의 고개처럼 쉼터에는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다.
문 닫은 간이음식점이 서있는 고갯마루에서 석항온천이 있는 오른쪽으로 도로를 내려가다 트럭을 얻어타고 온천 입구의 월산마을 앞에서 고창 택시를 부른다.
기본으로 한시간 헛 발품을 팔고 굴곡이 심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힘들게 영산기맥의 첫 출발을 마치고는 캔맥주 하나 사서 서울 가는 버스를 바로 탄다.
▲ 솔재
'기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산기맥 3구간 (고산-고성산-태청산-연정재-선치) (0) | 2006.07.13 |
---|---|
영산기맥 2구간 (문수산-살우치-구황산-암치재) (0) | 2006.07.13 |
남강기맥 7구간 (광제봉-용산치-대진고속도로-남강댐) (0) | 2006.07.13 |
남강기맥 6구간 (망룡산-용당재-내리곡-집현산-청현) (0) | 2006.07.13 |
남강기맥 5구간 (한실재-성현산-산성산-자굴산-머리재) (0) | 2006.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