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맥

한북기맥 1구간 (꾀꼬리봉-계명산-됫박고개-용미1리)

킬문 2006. 7. 14. 16:45
2004년 6월 30일 (수요일)

◈ 산행일정
말머리고개(11:06)
챌봉(11:39)
기맥갈림길(11:56)
말머리고개(12:12)
441.2봉(12:31)
봉화대(13:00)
헬기장삼거리(14:02)
앵무봉(14:14)
보광사
됫박고개(15:06)
능선갈림길(15:36)
367.9봉(15:44)
서울시립묘지
367.9봉(16:32)
군부대도로(16:52)
능선갈림길(17:03)
무명봉(17:34)
달구니도로(17:55)
163.5봉(18:16)
깃발봉(18:26)
삼각점봉(18:48)
용미1리(18:58)

◈ 산행시간
약 7시간 02분

◈ 산행기

- 말머리고개
한강과 임진강을 가르며 실제적인 한북정맥의 원류가 된다는, 한강봉에서 오두산까지의 짧은 산줄기가 항상 궁굼했었다.
사실 산경표상의 장명산은 한강의 지류에 불과한 곡릉천에서 그맥을 다하니 실제적인 마루금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도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산경표에서 도봉산을 거쳐 장명산으로 산줄기를 그었을 때는 뭔가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므로 정맥에서 분기하는 산줄기에 기맥이란 명칭을 붙이는 것도 또한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교통때문에 이틀로 잡아놓은 낙남정맥은 시간이 안되고, 짜투리 시간이라도 있을때 서울에서 가까운 한북기맥이라도 밟아 보자는 생각이 퍼득 들어 부랴부랴 준비를 한다.
의정부에서 송추까지는 버스를 타고, 택시로 39번 지방도로상의 말머리고개에서 내려 가게뒤의 참호로 올라가니 후덥지근한 날씨에 금방 땀이 쏟아진다.



(장흥과 백석을 잇는 말머리고개)


- 기맥갈림길
뚜렸하고 걷기 좋은 길을 따라가면 토막난 과일과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져있고, 두리뭉실한 봉우리중에서 어디가 꾀꼬리봉인지 확실히 분간하기 힘들다.
한북정맥과 만나는 넓직한 갈림길에 도착하니 정맥표지기들이 보이는데 그저 특징없는 잡목숲 뿐이라 확인차 챌봉에 다녀오기로 한다.
가파른 숲길을 지나 토치카가 있는 챌봉(516m)에 오르고 옆의 헬기장에 가 보니 포크레인도 올라와 있고 인부 몇명이 웬 시멘트구조물을 설치하고 있다.
내려가며 녹음이 우거진 숲에서 잠깐 길을 놓치고 두리번거리다 낡은 표지기 한장을 발견하는데 의외로 한북정맥을 종주하면서 내가 걸어 놓았던 것이라 놀랍기도하고 또 반가워진다.
갈림길로 돌아와 심호흡 한번하고 기맥길을 내려가니 올라올때 못 보았던 산불초소가 숲에 숨어있고, 고개의 가게집 아주머니는 뙤약볕에 길을 건너는 산꾼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기맥갈림길)


- 봉화대
송추유스호텔 옆으로 절개지를 타고 올라가면 뻥 뚫린 등로가 연결되고 지형도상의 441.2봉에는 아주 오래된 삼각점인듯 시멘트조각이 땅속에 박혀있다.
굵은 적송들이 멋드러지게 서있는 봉우리를 넘고 굵은 밧줄을 잡으며 헬기장이 있는 496봉에 올라 오른쪽 가파른 비탈길로 내려간다.
만성적인 피로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옛 봉화대 터에 삼각점이 있는 521봉에 오르면 계명산과 앵무봉이 모습을 보이고 도봉산을 지나 상장봉과 노고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도 가깝게 지나간다.
몇년전 추운 겨울날 시계를 떨어트리고 눈밭을 왔다갔다 찾아 헤메던 그 봉우리 그 바위에 걸터앉아 찬물 한모금 마시고 팔뚝으로 몽굴 몽굴 배어나오는 땀방울을 딱는다.
한적한 능선을 따라가다 바람부는 숲에 앉아 김밥 한줄로 점심을 대신하고 바위지대에 올라서니 "오두산 가는 길"이라 쓰여있던 노란 표지기는 글씨가 다 지워져서 무심히 흔들거린다.



(봉화대)



(봉화대가 있는 521봉 정상)



(봉화대에서 바라본, 계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계명산
"군사시설보호구역" 시멘트말뚝을 보면서 노송들이 서있는 전망대 바위절벽에 서니 장흥면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계명산 공군부대의 빙빙 돌아가는 레이더가 보이며 발전기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온다.
암릉을 지나고 잡초들이 꽉 차있는 헬기장 삼거리에 올라 계명산(622m)쪽으로 가 보니 지뢰경고판도 살벌하지만 마루금을 빈틈없이 차지하고 있는 철조망 앞에서는 발걸음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
기맥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계명산과 마주보고 있는 앵무봉(621.8m)에 오르면 레이다 잔해와 정상석이 있고 조금 높은 헬기장에 올라가도 삼각점은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올라온 길 바로 옆으로 보광사와 이어지는 등로를 내려가니 계명산을 차지하고 있는 군부대와 됫박고개로 내려가는 마루금이 뚜렸하게 보인다.



(앵무봉 정상석)



(헬기장이 있는 앵무봉 정상)



(앵무봉에서 바라본, 군부대가 있는 계명산 정상)



- 됫박고개
마루금을 쳐다보며 가파른 진흙길을 한동안 내려가서 도솔암의 약수 한컵 마시고 커다란 사찰인 보광사를 지나서 315번 지방도로로 내려간다.
왼쪽으로 휘어져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 파주시 이정판이 서있는 됫박고개에 오르고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딱으며 그늘에서 얼음물만 계속 마신다.
고갯마루에서 임도를 버리고 참호가 있는 능선으로 붙으니 공동묘지가 나오는데 까시들에 찔려가며 어렵게 능선을 이어가다 가깝게 지나가는 임도로 내려선다.
꾸불꾸불하게 이어지는 묵은 임도를 올라가면 송전탑이 나오고 남서로 내려가던 마루금은 이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북서방향의 산속으로 급하게 꺽어진다.



(고양에서 광탄으로 넘어가는 됫박고개)


- 367.9봉
잡목들을 헤치며 희미한 등로를 따라가면 까시덤불들이 극성을 부리고, 넓은 헬기장이 있는 367.9봉에 오르니 잡초만 무성할뿐 삼각점은 보이지 않는다.
헬기장에서 이어지는 두갈래 길중 북서쪽 방향과 일치하는 왼쪽 길로 들어서니 참호가 파여있는 곳에서 길이 없어지지만 조금 치고 내려가면 다시 희미한 길이 연결된다.
너무 급하게 떨어져서 의심은 가지만 방향도 맞고 밑에서 군가소리도 크게 들려와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니 서울시립묘지가 나타나고 정면에 있어야 할 박달산이 오른쪽으로 올려다 보인다.
기운도 없고 너무 더워 그냥 박달산쪽으로 걸어가다가, 되돌아서 헬기장으로 힘겹게 돌아가니 40분 이상이나 아까운 시간이 흘렀고 태양은 조롱하듯 머리위에서 작열하고 있다.


- 박달산어깨
오른쪽으로 잡목숲을 뚫으면 비교적 뚜렸한 길이 이어되고 시야가 트이는 곳까지 내려가니 전면에 박달산과 군부대가 보이고 목표방향으로 유격장의 높은 탑이 서있다.
좋은 길따라 내려가다 잡목 무성한 봉우리에 올라보니 모형 철제미사일 두기가 북쪽을 응시하며 붉은 빛으로 녹슬어가고 있다.
헬기레펠이라고 쓰인 탑을 지나고 철조망을 따라 부대정문이 있는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서 훈련장 사이로 박달산을 향해 올라간다.
넓직한 묘를 지나고 사격장 안내판이 있는 박달산어깨에서 기맥은 왼쪽사면으로 방향을 바꾸는데 혹시나 해서 박달산쪽으로 10여분 올라가 보아도 갈림길이 없어 다시 내려온다.
길도 없는 사면을 따라 덤불들을 헤치며 능선으로 붙으니 녹음은 우거진데 길은 안 보이고 왔다갔다 헤메다가 방향만 맞추고 잡목숲으로 들어간다.


- 163.5봉
표지기도 전혀 없고 길도 없는 곳을 방향만 잡고 걸어가면 무명봉에 이르는데 그나마 희미하던 족적들도 갑자기 사라져 당황스러워진다.
잡목들을 헤치고 능선만 가늠하며 따라가니 다시 등로가 나타나고 처음으로 표지기 세개(박성태,운천 김광순,산벗회)가 동시에 나타나 길을 확인해주며 능선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떨어진다.
묘지들을 만나고 까시덤불들을 피해서 마을로 내려가면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달구니마을 고개인데 공장들이 꽉 차있고 서울가는 노선버스는 없다고 한다.
도로를 건너고 다시 묘지들을 따라 능선에 붙어 삼각점이 있는 163.5봉에 오르니 붉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고 내려온 마루금과 가야할 낮은 봉우리들이 잘 보인다.



(달구니마을 도로)



(163.5봉 정상)



(163.5봉에서 바라본 이어지는 마루금)



- 용미1리
오른쪽으로 무참하게 산을 갉아 먹고있는 채석장을 바라보며 절개지 날등을 따라가다 어둠침침한 숲을 지나니 유격장시설인듯 통나무로 세운 대문같은 시설물이 눈길을 끈다.
잡목들을 헤치며 붉은 깃발과 "육훈" 시멘트기둥이 서있는 봉우리에 오르고 왼쪽으로 꺽어져 철조망이 깔려있는 음침한 숲에서 헤메다가 다시 올라온다.
채석장을 끼고 직진하는 등로를 따라가면 군훈련장이 곳곳에 보이고 안테나가 꽂혀있는 낮은 봉에는 지형도에도 없는 삼각점(서울 413, 1990재설)이 보인다.
산길을 내려가면 왼쪽으로 노송이 서있는 바위위에 "용미리석불입상"이 보이고 계속 능선을 따라가니 공장사이를 지나 용미1리 버스정류장과 양지가든이 있는 78번지방도로상의 양지동으로 나오게 된다.
정류장에 앉아 젖은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낮은 산줄기로 이어지던 마루금이 앞에 보이고 서울로 향하는 차량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용미리 석불입상)



(용미1리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