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지리 종석대와 왕시리봉 (원사봉-종석대-노고단-왕시리봉)

킬문 2006. 7. 16. 10:46
2002년 8월 17일 (토요일)

◈ 산행경로
서울역(23:50)
남원역(04:02)
화엄사주차장(04:31)
원사봉(06:14)
1008봉(06:52)
종석대(08:32)
문수암(10:12)
질매재(11:13)
문바우등(12:16)
싸리샘(12:39)
느진목재(12:51)
왕시루봉(13:33)
임도(15:30)
구산교(15:40)

◈ 산행시간
약 11시간 09분

◈ 동행인
이상열, 강환구, 이사벨라

◈ 산행기

화엄사 주차장에서 마지막 식당을 지나니 묘지 사이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어둠속에서도 뚜렸한 산길을 올라 원사봉(554.7m)이라 생각되는 밋밋한 봉우리를 넘는다.
소나무들이 울창한 길을 지나면 어제 비가 내렸는지 물기 머금은 가지에 온몸은 젖어 버린다.
화엄골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능선을 달리다 보니 언제인지도 모르게 해는 올라와 있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1008봉(복성봉)에 오르면 노고단과 종석대가 잘 보이고 드넓은 운해가 계곡을 감추어서 왕시리봉의 뭉툭한 정상부만 삐죽하게 보인다.
비에 젖은 산죽군락을 헤치며 산길을 오르니 등산화 속으로 물이 흘러 들어가 금새 발이 축축해진다.
우번암 가는 넓은 길을 만나 길 따라 가면 종석대을 우회해서 바로 코재로 가게된다.
왔다갔다 20여분을 보내고야 종석대로 올라가는 흐릿한 입구를 찾는다.




(화엄골의 운무와 형제.월령봉능선)


관목과 잡목이 빽빽한 숲길을 오르니 간혹 표지기도 보이지만 이건 길 같지도 않다.
산죽밭을 헤치며 나뭇가지들을 잡고 이리저리 어렵게 숲속을 통과하면 암릉이 나온다.
노고단산장이 훤히 보여서 혹시 공단직원에게 걸릴까 조심하며 암릉들을 돌며 통과한다.
미끄러운 암릉을 관목을 잡으며 드디어 종석대(1356m) 정상으로 올라간다.
대간 할때 못 올라왔던 종석대이기에 바람부는 정상에서 느끼는 마음은 더욱 각별하다.


(종석대)



(종석대에서 바라본 노고단)


노고단에서 송신소를 지나 돌길로 들어가니 정상적인 능선길이 아닌데 선두는 그냥 가고 할 수 없이 뒤쫓아 간다.
미끄러운 너덜지대를 한동안 따라가면 결국 문수대를 우회하고 길은 작은 암자인 문수암으로 들어간다.
스님과 잠깐 인사하고 조금 오르니 왕시리봉 능선이 나오고 여기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질매재로 내려가면 피아골 대피소까지 0.7km 라고 쓰인 이정표가 서있다.



(형제봉능선에서 바라본 노고단 돌탑)



(문수암스님)



(문수암)


질등(1163m)을 넘고 완만한 능선을 오르며 봉우리는 대개 우회한다.
문바우등(1198m)을 넘으니 싸리나무들이 많고 반달곰지키기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싸리샘에서 물 한모금씩 마시고 느진목재로 내려가면 왕시루봉이 높게 솟아있어 사람의 기를 죽인다.
가파른 봉우리들을 넘고 산죽지대를 지나 왕시루봉(1214m) 정상에 오른다.
힘들게 올랐지만 정상석 하나 없고 밋밋한 봉우리는 조망도 막혀있다.

정상에서 소주와 캔맥주로 폭탄주 한잔씩 하고 하산한다.
억새들이 무성한 헬기장들을 지나고 외국인별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난다.
거구의 외국인 선교사들을 업거나 지게에 태워서 이 힘든 산길을 올랐을 우리의 선조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소나무숲이 이어지고 바람 한점 없는 무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황토길을 내려간다.

잣나무조림지가 나타나고 지루한 길이 이어지더니 섬진강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후 임도와 만나고 밤나무들이 많은 마을을 지나면 구산교가 나온다.
구산리에서 한사람은 서울로 먼저가고 나머지는 내일 황장산을 오르기 위해 화개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아이스케키를 빨아 먹으며 도로에 서있으니 푹푹 찌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왕시리봉 정상)



(구산리에서 바라본 왕시리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