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지리 동부능선 (성심원-웅석봉-왕등재-국골사거리)

킬문 2006. 7. 16. 10:20
2002년 8월 3일 (토요일)

* 산행일정
성심원(04:22)
헬기장(05:20)
십자봉(06:15)
웅석봉(07:25)
왕재(08:18)
헬기장(09:00)
밤머리재(09:30)
도토리봉(10:35)
동왕등재(12:19)
무명봉(14:42)
서왕등재(15:30)
외고개(16:17)
새재(16:50)
1243봉(17:34)
새봉(18:28)
독바위(19:02)
쑥밭재(19:26)
샘터삼거리(19:40)
국골사거리(20:17)
하봉전 비박(21:20)

* 산행시간
약 16시간 58분

* 동행인
강환구, 이사벨라

* 산행기

모처럼 지리산행을 연속 이틀로 잡고 동부능선과 황금능선을 잇기로 했다.
남부터미널에 나갔더니 휴가철이라 함양 가는 표는 벌써 매진됐다고 한다.
고속버스터미널에도 표는 없는데 마침 휴가객들을 모아서 영업하는 개인버스가 있어서 진주까지 25,000원씩 내고 탄다.
진주로 갈려다 산청휴게소에서 내려 도로로 나가니 마침 택시가 있어 우여곡절끝에 성심원까지 무사히 간다.

백두대간을 끝낸 뒤에도 천왕봉에서 웅석봉으로 이어지며 경호강에서 맥을 다하는 마루금을 밟지 못해서 찜찜했는데 오늘에야 그길을 이어간다.
성심원뒤에서 시작되는 길은 가파른 오름길의 연속이다.
헬기장을 지나고 봉우리에 오르면 그제서야 커다란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십자봉이 올려다 보인다.
십자봉에 오르니 너무나 피곤하고 졸려서 바위에 누워서 잠깐이나마 눈을 붙여 본다.
잠을 뿌리치고 간신히 일어나 급경사 길을 힘들게 오르면 웅석봉(1099m)인데, 천왕봉에서 이어지는 동부능선이 잘 보이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한여름이지만 한기를 느낀다.




(십자봉에서 바라본 웅석봉)



(웅석봉에서 바라본 동부능선과 천왕봉)



(웅석봉에서 내려다본 내리)


딱바실 갈림길을 지나서 왕재로 내려가니 지곡사쪽 등로가 뚜렸하다.
헬기장을 지나고 나무계단 따라 밤머리재로 내려간다.
200여 미터 내려가서 식수를 보충하고 고개에 앉아서 쉬면 컨디션은 안 좋아도 옆사람들이 마시는 막걸리는 감칠 맛나게 보인다.
300여미터 고도를 올려치는 급경사 능선을 헐떡이며 오르니 헬기장이 있는 도토리봉(880m)이고 오늘 가야 할 동부능선이 웅장하게 뻗어 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안부로 내려와 동왕등재를 보며 천천히 오른다.
단풍님과 이사벨라님도 무거운 짐때문에 아주 힘들어 한다.
암릉을 지나서 동왕등재(935.8m)에 오르면 망가진 삼각점만 놓여있고 뜨거운 햇빛이 사정없이 내리쬔다.
그늘에서 쉬며 힘을 북돋는다고 더덕주를 한순배씩 하는데 피곤한 몸에 술이 들어가니 더 힘이 빠진다.


조금 가다가 시원한 숲속에서 밥을 해먹는다고 준비들을 하고 그틈에 또 잠시라도 잠을 청한다.
잡목을 헤치며 무명봉을 오르다가 엉뚱하게 하산하는 길로 내려가 고생하고 다시 올라온다.
태양은 이글이글 타고 땀은 줄줄 흐르고 컨디션은 않좋고 모든것이 엉망으로 돌아간다.
간신히 서왕등재습지에 도착하니 단풍님은 부유물이 뜬 뿌연 물도 괜찮다고 열심히 마신다.



(왕등재 습지)


그늘에서 조금 쉬고 다시 퇴약볕으로 나간다.
억새와 잡풀들이 무성한 외고개를 지나고 빨간색지붕이 평화스럽게 내려다 보이는 새재를 넘으면 가파른 오르막 길이 기다린다.
잡목들과 키높은 억새들을 헤치며 봉우리들을 연속해서 넘고 1243봉에 오른다.
능선길을 더 지나 밧줄을 잡고 바윗길을 오르니 노송들이 멋있게 서있는, 너른 암릉으로 이루어진 새봉(1323m)이다.

다시 저녁이 서서히 몰려온다.
밧줄을 잡고 독바위에 올라가면 웅석봉에서 천왕봉까지 흐르는 장쾌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겹겹이 쌓여있는 봉우리들이 노을속에 장관을 이룬다.
쑥밭재를 지나고 산죽군락을 헤치며 샘터삼거리에 가니 날이 완전히 저문다.
이사벨라님이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만 삼겹살을 갖고 치밭목에서 기다리는 노으리님을 생각하며 일행을 독려한다.

랜턴을 켜고 가파른 사면을 치고 국골사거리에 올라 일행을 기다리면 차가운 골바람에 땀이 마르고 추워진다.
곧 나올 것 같은 하봉은 가도가도 안나오고 기어이 이사벨라님이 죽어도 못간다고 길바닥에 주저 앉는다.
길가에다 대강 텐트를 치니 이사벨라님은 저녁도 안먹고 침낭으로 들어가 뻗어 버린다.
단풍님과 참치통조림에 솔잎주와 더덕주를 마시며 환담하고 있으면 지리산의 밤은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