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11일 (토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제천터미널(06:30-08:20)
서문리도로(08:45)
배재(09:28)
다랑고개(09:58)
개나리공원(10:14)
능선복귀(10:47)
시멘트도로(11:48)
이차선포장도로(12:07)
일반등로(12:33)
용두산(13:11)
867.0봉(13:55)
못재(14:06)
피재점(14:35)
석기암봉(15:34)
헬기장(16:04)
재사골재(16:21)
감악봉(17:01)
감악산(17:23)
감악고개(17:40)
818.4봉갈림길(17:55)
싸리치(19:30)
88번지방도로(19:50)
원주역
청량리역(21:00-22:50)
◈ 도상거리
약 21.0km
◈ 산행시간
10시간 45분
◈ 산행기
- 배재
시간을 절약하느라 터미널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무도2리를 지나 서문리도로에서 내리니 반대편에서 60번 시내버스가 막 올라오고있다.(7500원)
돌로 쌓은 축대의 쇠줄을 잡으며 절개지를 올라가 발목까지 덮는 눈에 부랴부랴 스펫츠를 하고 덤불들을 헤치며 무덤사이로 능선에 진입한다.
잡목과 까시덤불들이 성가신 눈길을 따라가면 송전탑이 나오며 시야가 트여서 내려왔던 왕박산과 산불감시시설이 서있는 능선갈림봉이 잘 보인다.
베어진 소나무들과 칡넝쿨이 앞을 막는 능선따라 또 다른 송전탑을 지나고 무덤 한기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서 잡목들을 헤치며 고암정수장의 철조망을 만난다.
철조망을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다 눈이 잔뜩 쌓인 비포장도로를 만나고 정수장의 철문을 지나서 좌우를 살펴보며 철로를 넘어서면 38번 국도상의 배재이다.
▲ 서문리도로
▲ 배재
- 개나리공원
주유소 뒤로 절개지를 올라가 철조망 오른쪽으로 밭을 따라가니 잣나무지대가 나오는데 잠깐이라도 주위의 어수선한 공장들과 황폐한 밭더미들을 잊게 해준다.
과수원의 녹슨 철망과 덤불을 넘어 내려가 계속 철조망 옆으로 밭들을 지나고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니 레미콘공장이 나오며 곧 82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도로 왼쪽을 따라가면 인바이오믹스(주) 공장이 나오고 바로 '다랑고개길'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변전소가 가로막은 마루금을 우회하려 오른쪽 시멘트도로로 꺽어진다.
반질반질 빙판을 이룬 도로를 내려가니 '도화동'이란 커다란 표지석이 서있는 이차선 포장도로가 나오고, 왼쪽으로 커다랗게 자리 잡은 변전소를 바라보며 도로를 따라간다.
길가의 슈퍼에서 음료수 하나 마시고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왼쪽으로 개나리공원묘역 입구가 나타나고 얼음 녹은 맑은 물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공원으로 들어간다.
- 도화동 포장도로
흰눈을 덮고 누워있는 망자들을 바라보며 도로 끝까지 올라가 오른쪽으로 다시 마루금과 만나서 발자국 하나 없는 깨끗한 눈길을 이어간다.
오른쪽으로 공원묘지를 바라보며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송림지대를 따라가다 송전탑을 지나고 사거리안부를 넘어 눈을 곱게 쓰고있는 무덤가로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가야 할 용두산이 거봉처럼 높게 솟아 보인다.
녹은 눈이 나무에서 뚝뚝 떨어지는 산길을 올라가다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지고, 낮은 봉우리들을 넘어 가까운데서 들려오는 개소리를 들으며 잡목들을 헤치고 내려가면 개사육장이 나오고 능선이 끊어진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길을 찾다 다시 도사견들이 울부짖는 개사육장으로 내려오고 보니 왼쪽 사면으로 마루금이 이어지는데 사육장 내려가는 길로만 생각하고 30여분이나 아까운 시간을 까 먹고 말았다.
개사육장을 오른쪽으로 끼고 나아가다 시멘트도로를 넘고 묘지들이 많은 능선을 내려가니 넓직한 사거리안부가 나오며 오른쪽으로 공장건물이 보인다.
고개를 넘어 곽상훈님의 표지기를 만나서 왼쪽으로 꺽어지면 과수원이 나오며, 철조망을 오른쪽으로 끼고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내려가니 아까 도화동에서 헤어졌던 이차선 포장도로와 다시 만난다.
- 용두산
나무들을 잡고 도로절개지를 올라 시멘트도로를 따라가면 '에스골 HOUSE'라는 식당이 나오는데 놀고있던 사나운 개 세마리가 덤벼들어 스틱을 휘두르며 쫒아버린다.
밭사이로 뚜렸한 길을 따라가 노인 한분이 돌아보고 있는 묘와 송전탑들을 지나서 잘생긴 소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안부로 내려가니 묘지가 있고 용두산이 앞에 올려다보인다.
능선으로 붙어 잡목들을 헤치고 올라가면 등로가 뚜렸해지고, 철조망을 바짝끼고 왼쪽으로 돌아올라 곧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용두산의 일반등로와 만난다.
통나무계단을 따라 반질반질한 눈길을 올라가니 송전탑들이 연이어 나오고 토요일이라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젠만 한 간단한 복장으로 산을 내려온다.
수북하게 쌓인 눈사이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용두산(871.0m) 넓은 정상에 오르니 오석과 이정판들이 서있고 멀리 삼태산과 가창산이 보이며 낮게 이어져 온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년만에 다시 찾아온 벤치에 앉아 빵과 음료로 식사를 하고 눈속에 숨은 삼각점을 찾아보려다 맥주를 마시며 마구 담배연기를 품어대는 사람들에 밀려 산을 내려간다.
▲ 식당에서 바라본 용두산
▲ 용두산 정상
▲ 용두산에서 바라본 삼태산과 가창산
- 피재점
용두산을 내려가면 무릎 이상으로 차 오르는 눈이 쌓여있고 한두명 지나간 발자국은 있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푹푹 빠지고 헤치기가 힘이 든다.
미끄러지듯 눈길을 내려가 이정판이 서있는 임도를 넘고 눈에 반쯤 묻힌 묘지를 지나 가파르게 올라가니 867.0봉인데 내려온 용두산과 이어지는 날카로운 능선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노송들이 울창한 쉼터를 지나고 이정판이 서있는 못재(오미재)로 내려가면 일단의 산객들이 라면을 끓이며 먹고가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그냥 지나친다.
치악산 비로봉처럼 돌탑 세기가 서있는 산길을 지나 726봉에 오르니 지금까지 이어지던 발자국은 산너머로 내려가고 가야 할 오른쪽 능선으로는 흔적 하나 보이지않는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안부로 내려가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을 힘겹게 올라가면 이정판이 서있는 피재점이 나오고 석기암봉쪽에서 피재로 내려간 발자국이 보여 안도한다.
▲ 못재의 돌탑들
- 석기암봉
찬 바람 휘몰아치는 능선을 내려가면 발자국은 금방 없어지고 눈은 점점 많이 쌓여있으며 눈처마가 형성된 곳은 허벅지까지 빠져온다.
멀리 석기암봉만 바라보고 나무들이 서있는 사면으로 어렵게 올라가며 정상만 가면 아마 럿쎌이 돼 있으리란 헛된 희망을 가져본다.
설봉들을 넘고 넘어 암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하며 능선으로 오르니 키까지 닿는 눈처마만 기다리고있고 좌우를 살펴봐도 발자국은 하나도 보이지않는다.
오른쪽으로 꺽어져 나무들을 잡아가며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뚫고 어렵게 석기암봉(905.7m) 정상에 오르면 정상석이 반겨주고, 역시 삼각점은 찾을 수 없지만 용두산에서 이어져 온 마루금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며 가야 할 감악산이 나뭇가지사이로 험준한 모습을 보인다.
▲ 석기암봉 정상
▲ 석기암봉에서 바라본 맨뒤의 용두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
- 재사골재
찬바람이 거세게 부는 안부로 내려가 지형도상의 원래 석기암봉인 봉우리를 넘고 다음 봉우리는 눈에 푹푹 빠져가며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우회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겨운 눈밭을 내려가 시든 억새들로 뒤덮힌 넓은 헬기장을 만나고 이정표가 서있는 밤나무골 갈림길을 지난다.
삭풍에 휘날리는 눈보라를 맞으며 속으로 계산을 해 보아도 싸리치까지 예정된 시간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가능한 한 818.4봉 갈림길까지는 해지기 전에 도착하자고 마음을 다져 먹는다.
다시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진땀을 흘리며 눈길을 뚫고 낙엽송지대를 내려가면 요미골과 황둔을 잇는 재사골재가 나오는데 이정판이 서있고 반갑게도 양쪽에서 뚜렸한 발자국이 올라와 한시름을 놓는다.
▲ 재사골재
- 감악산
잘 나있는 발자국따라 가파른 등로를 올라가면 노송들이 서있는 전망대가 나오고 멀리 석기암봉에서 어렵게 헤치고 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감탄사를 자아낸다.
밧줄이 걸린 나무사다리들을 타고 암릉을 넘어 다시 밧줄들을 잡고 미끄러운 바위지대들을 연신 넘으니 감악산 정상부의 멋진 암봉들이 가깝게 다가선다.
이정판이 서있고 벌목되어있는 감악봉(885.9m)에 오르면 삼각점은 찾아볼 수 없지만 감악산 정상의 암봉이 지척이고 역시 석기암봉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백련사에서 올라오는 눈길과 만나서 망가진 산불초소를 지나고 밧줄을 잡으며 미끄러운 바위를 지나 오석이 있는 감악산(954.0m) 정상에 오르니 절벽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정말 시원해 용두산에서 석기암봉을 거쳐 이어지는 능선은 물론 응봉산 뒤로 다음에 넘어야 할 치악 비로봉이 뾰족하게 솟아 보인다.
뉘엇뉘엇 지는 해를 바라보며 멀리 용두산에서 이어온 길을 다시 한번 바라본 후 약간 위험해보이는 눈 덮힌 정상 바위지대는 포기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석기암봉
▲ 감악봉 정상
▲ 감악봉에서 바라본 감악산 정상
▲ 감악산 정상부의 암봉
▲ 감악산 정상
▲ 감악산 정상석
▲ 감악산에서 바라본 용두산과 석기암봉
▲ 감악산에서 바라본 응봉산
- 818.4봉 갈림길
감악산을 내려가 무조건 잘 나있는 눈길을 따라 철조망을 만나서 가는 밧줄이 막고있는 슬랩지대로 내려서면 818.4봉 갈림길과 싸리치로 이어지는 제법 긴 능선이 보여서 마음이 급해진다.
백련사와 이어지는 감악고개로 뛰듯이 내려서니 예상했던 것 처럼 이어지는 눈밭에는 발자국 하나 없는데 날은 어두어오며 매정한 바람만 거세게 불어댄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뚫고 봉우리를 올라 오른쪽으로 꺽어 내려가면 전망이 트이는 암릉이 나타나고 감악삼봉의 암벽들이 눈에 가득 들어와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눈이 깔려 미끄러운 암릉을 소나무를 잡으며 간신히 건너고, 안부로 떨어졌다가 올라가면 무덤 한기가 나오는데 바로 천삼산이라고도 하는 818.4봉과 싸리치로 능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이며 이제 날은 완전히 어두어진다.
마지막으로 간식을 먹고 물을 마시며 지형도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밤하늘의 보름달을 다행으로 여기며 오른쪽으로 미답의 길을 들어간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치악삼봉
- 싸리치
잡목사이로 랜턴을 비추며 길을 찾고 갈림길에서는 간혹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방향을 잡아 눈길을 뚫고 간다.
한동안 내려가면 길이 끊기는 절벽에 닿고, 오른쪽 밑으로 바위를 우회해서 내려가다 나무에 부딪치며 랜턴을 놓치고 마는데 눈위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않는다.
낙담을 하다가 비상랜턴을 켜고 한참 찾아보니 눈속이 아니라 나무등걸에 그냥 매달려있어 크게 안도하고는 급하더래도 침착하게 진행하기로 한다.
노송이 서있는 봉우리를 넘고 발밑으로 보이는 마을의 불빛들을 내려다보며 가능하면 봉우리들을 사면으로 우회해서 흐릿한 족적을 따라간다.
계속 내려가니 점차 쌓인 눈이 적어지고, 방향만 맞춰서 이리저리 갈라지는 지능선들을 조심하며 내려가면 산불초소가 나타나고 주인 잃은 의자 두개가 눈위에 놓여있다.
가파른 눈길을 뚫고 싸리치로 내려가니 사진에서 자주 보던 비석과 빈 정자가 어둠속에 서있어 하루종일 눈속에서 시달렸던 산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 싸리치
- 원주
눈덮힌 임도를 오른쪽으로 한동안 내려가면 전원주택인듯 불을 밝힌 집이 나타나고 바로 앞에는 미륵암 암자가 보이는데 암자에서 싸리치까지는 승용차가 올라가기 힘들어 보인다.
시멘트도로를 만나고, 차가 다녀서 바짝 얼어붙은 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면 88번 지방도로가 나오며 신림터널이 바로 앞에 보인다.
부들부들 추위에 몸을 떨며 신림택시에 전화를 거니 두대뿐인 택시가 다 일이 있다고 해 신림 나갈 일이 막막해지고 또 서울 막차도 걱정이 된다.
한동안 지나가는 차들에 손짓을 하다 원주 사는 분의 트럭을 잡아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다 보면 마침 산악마라톤을 하는 분이라 처지를 잘 이해해 주신다.
원주로 나와 택시로 원주역으로 가니 마지막 기차까지는 30여분 시간이 남아있어, 몸치장을 하고 소주 한잔 마시며 예상치 못하게 힘들었던 심설산행을 되새겨 본다.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제천터미널(06:30-08:20)
서문리도로(08:45)
배재(09:28)
다랑고개(09:58)
개나리공원(10:14)
능선복귀(10:47)
시멘트도로(11:48)
이차선포장도로(12:07)
일반등로(12:33)
용두산(13:11)
867.0봉(13:55)
못재(14:06)
피재점(14:35)
석기암봉(15:34)
헬기장(16:04)
재사골재(16:21)
감악봉(17:01)
감악산(17:23)
감악고개(17:40)
818.4봉갈림길(17:55)
싸리치(19:30)
88번지방도로(19:50)
원주역
청량리역(21:00-22:50)
◈ 도상거리
약 21.0km
◈ 산행시간
10시간 45분
◈ 산행기
- 배재
시간을 절약하느라 터미널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무도2리를 지나 서문리도로에서 내리니 반대편에서 60번 시내버스가 막 올라오고있다.(7500원)
돌로 쌓은 축대의 쇠줄을 잡으며 절개지를 올라가 발목까지 덮는 눈에 부랴부랴 스펫츠를 하고 덤불들을 헤치며 무덤사이로 능선에 진입한다.
잡목과 까시덤불들이 성가신 눈길을 따라가면 송전탑이 나오며 시야가 트여서 내려왔던 왕박산과 산불감시시설이 서있는 능선갈림봉이 잘 보인다.
베어진 소나무들과 칡넝쿨이 앞을 막는 능선따라 또 다른 송전탑을 지나고 무덤 한기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서 잡목들을 헤치며 고암정수장의 철조망을 만난다.
철조망을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다 눈이 잔뜩 쌓인 비포장도로를 만나고 정수장의 철문을 지나서 좌우를 살펴보며 철로를 넘어서면 38번 국도상의 배재이다.
▲ 서문리도로
▲ 배재
- 개나리공원
주유소 뒤로 절개지를 올라가 철조망 오른쪽으로 밭을 따라가니 잣나무지대가 나오는데 잠깐이라도 주위의 어수선한 공장들과 황폐한 밭더미들을 잊게 해준다.
과수원의 녹슨 철망과 덤불을 넘어 내려가 계속 철조망 옆으로 밭들을 지나고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니 레미콘공장이 나오며 곧 82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도로 왼쪽을 따라가면 인바이오믹스(주) 공장이 나오고 바로 '다랑고개길'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변전소가 가로막은 마루금을 우회하려 오른쪽 시멘트도로로 꺽어진다.
반질반질 빙판을 이룬 도로를 내려가니 '도화동'이란 커다란 표지석이 서있는 이차선 포장도로가 나오고, 왼쪽으로 커다랗게 자리 잡은 변전소를 바라보며 도로를 따라간다.
길가의 슈퍼에서 음료수 하나 마시고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왼쪽으로 개나리공원묘역 입구가 나타나고 얼음 녹은 맑은 물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공원으로 들어간다.
- 도화동 포장도로
흰눈을 덮고 누워있는 망자들을 바라보며 도로 끝까지 올라가 오른쪽으로 다시 마루금과 만나서 발자국 하나 없는 깨끗한 눈길을 이어간다.
오른쪽으로 공원묘지를 바라보며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송림지대를 따라가다 송전탑을 지나고 사거리안부를 넘어 눈을 곱게 쓰고있는 무덤가로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가야 할 용두산이 거봉처럼 높게 솟아 보인다.
녹은 눈이 나무에서 뚝뚝 떨어지는 산길을 올라가다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지고, 낮은 봉우리들을 넘어 가까운데서 들려오는 개소리를 들으며 잡목들을 헤치고 내려가면 개사육장이 나오고 능선이 끊어진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길을 찾다 다시 도사견들이 울부짖는 개사육장으로 내려오고 보니 왼쪽 사면으로 마루금이 이어지는데 사육장 내려가는 길로만 생각하고 30여분이나 아까운 시간을 까 먹고 말았다.
개사육장을 오른쪽으로 끼고 나아가다 시멘트도로를 넘고 묘지들이 많은 능선을 내려가니 넓직한 사거리안부가 나오며 오른쪽으로 공장건물이 보인다.
고개를 넘어 곽상훈님의 표지기를 만나서 왼쪽으로 꺽어지면 과수원이 나오며, 철조망을 오른쪽으로 끼고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내려가니 아까 도화동에서 헤어졌던 이차선 포장도로와 다시 만난다.
- 용두산
나무들을 잡고 도로절개지를 올라 시멘트도로를 따라가면 '에스골 HOUSE'라는 식당이 나오는데 놀고있던 사나운 개 세마리가 덤벼들어 스틱을 휘두르며 쫒아버린다.
밭사이로 뚜렸한 길을 따라가 노인 한분이 돌아보고 있는 묘와 송전탑들을 지나서 잘생긴 소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안부로 내려가니 묘지가 있고 용두산이 앞에 올려다보인다.
능선으로 붙어 잡목들을 헤치고 올라가면 등로가 뚜렸해지고, 철조망을 바짝끼고 왼쪽으로 돌아올라 곧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용두산의 일반등로와 만난다.
통나무계단을 따라 반질반질한 눈길을 올라가니 송전탑들이 연이어 나오고 토요일이라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젠만 한 간단한 복장으로 산을 내려온다.
수북하게 쌓인 눈사이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용두산(871.0m) 넓은 정상에 오르니 오석과 이정판들이 서있고 멀리 삼태산과 가창산이 보이며 낮게 이어져 온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년만에 다시 찾아온 벤치에 앉아 빵과 음료로 식사를 하고 눈속에 숨은 삼각점을 찾아보려다 맥주를 마시며 마구 담배연기를 품어대는 사람들에 밀려 산을 내려간다.
▲ 식당에서 바라본 용두산
▲ 용두산 정상
▲ 용두산에서 바라본 삼태산과 가창산
- 피재점
용두산을 내려가면 무릎 이상으로 차 오르는 눈이 쌓여있고 한두명 지나간 발자국은 있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푹푹 빠지고 헤치기가 힘이 든다.
미끄러지듯 눈길을 내려가 이정판이 서있는 임도를 넘고 눈에 반쯤 묻힌 묘지를 지나 가파르게 올라가니 867.0봉인데 내려온 용두산과 이어지는 날카로운 능선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노송들이 울창한 쉼터를 지나고 이정판이 서있는 못재(오미재)로 내려가면 일단의 산객들이 라면을 끓이며 먹고가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그냥 지나친다.
치악산 비로봉처럼 돌탑 세기가 서있는 산길을 지나 726봉에 오르니 지금까지 이어지던 발자국은 산너머로 내려가고 가야 할 오른쪽 능선으로는 흔적 하나 보이지않는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안부로 내려가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을 힘겹게 올라가면 이정판이 서있는 피재점이 나오고 석기암봉쪽에서 피재로 내려간 발자국이 보여 안도한다.
▲ 못재의 돌탑들
- 석기암봉
찬 바람 휘몰아치는 능선을 내려가면 발자국은 금방 없어지고 눈은 점점 많이 쌓여있으며 눈처마가 형성된 곳은 허벅지까지 빠져온다.
멀리 석기암봉만 바라보고 나무들이 서있는 사면으로 어렵게 올라가며 정상만 가면 아마 럿쎌이 돼 있으리란 헛된 희망을 가져본다.
설봉들을 넘고 넘어 암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하며 능선으로 오르니 키까지 닿는 눈처마만 기다리고있고 좌우를 살펴봐도 발자국은 하나도 보이지않는다.
오른쪽으로 꺽어져 나무들을 잡아가며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뚫고 어렵게 석기암봉(905.7m) 정상에 오르면 정상석이 반겨주고, 역시 삼각점은 찾을 수 없지만 용두산에서 이어져 온 마루금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며 가야 할 감악산이 나뭇가지사이로 험준한 모습을 보인다.
▲ 석기암봉 정상
▲ 석기암봉에서 바라본 맨뒤의 용두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
- 재사골재
찬바람이 거세게 부는 안부로 내려가 지형도상의 원래 석기암봉인 봉우리를 넘고 다음 봉우리는 눈에 푹푹 빠져가며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우회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겨운 눈밭을 내려가 시든 억새들로 뒤덮힌 넓은 헬기장을 만나고 이정표가 서있는 밤나무골 갈림길을 지난다.
삭풍에 휘날리는 눈보라를 맞으며 속으로 계산을 해 보아도 싸리치까지 예정된 시간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가능한 한 818.4봉 갈림길까지는 해지기 전에 도착하자고 마음을 다져 먹는다.
다시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진땀을 흘리며 눈길을 뚫고 낙엽송지대를 내려가면 요미골과 황둔을 잇는 재사골재가 나오는데 이정판이 서있고 반갑게도 양쪽에서 뚜렸한 발자국이 올라와 한시름을 놓는다.
▲ 재사골재
- 감악산
잘 나있는 발자국따라 가파른 등로를 올라가면 노송들이 서있는 전망대가 나오고 멀리 석기암봉에서 어렵게 헤치고 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감탄사를 자아낸다.
밧줄이 걸린 나무사다리들을 타고 암릉을 넘어 다시 밧줄들을 잡고 미끄러운 바위지대들을 연신 넘으니 감악산 정상부의 멋진 암봉들이 가깝게 다가선다.
이정판이 서있고 벌목되어있는 감악봉(885.9m)에 오르면 삼각점은 찾아볼 수 없지만 감악산 정상의 암봉이 지척이고 역시 석기암봉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백련사에서 올라오는 눈길과 만나서 망가진 산불초소를 지나고 밧줄을 잡으며 미끄러운 바위를 지나 오석이 있는 감악산(954.0m) 정상에 오르니 절벽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정말 시원해 용두산에서 석기암봉을 거쳐 이어지는 능선은 물론 응봉산 뒤로 다음에 넘어야 할 치악 비로봉이 뾰족하게 솟아 보인다.
뉘엇뉘엇 지는 해를 바라보며 멀리 용두산에서 이어온 길을 다시 한번 바라본 후 약간 위험해보이는 눈 덮힌 정상 바위지대는 포기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석기암봉
▲ 감악봉 정상
▲ 감악봉에서 바라본 감악산 정상
▲ 감악산 정상부의 암봉
▲ 감악산 정상
▲ 감악산 정상석
▲ 감악산에서 바라본 용두산과 석기암봉
▲ 감악산에서 바라본 응봉산
- 818.4봉 갈림길
감악산을 내려가 무조건 잘 나있는 눈길을 따라 철조망을 만나서 가는 밧줄이 막고있는 슬랩지대로 내려서면 818.4봉 갈림길과 싸리치로 이어지는 제법 긴 능선이 보여서 마음이 급해진다.
백련사와 이어지는 감악고개로 뛰듯이 내려서니 예상했던 것 처럼 이어지는 눈밭에는 발자국 하나 없는데 날은 어두어오며 매정한 바람만 거세게 불어댄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뚫고 봉우리를 올라 오른쪽으로 꺽어 내려가면 전망이 트이는 암릉이 나타나고 감악삼봉의 암벽들이 눈에 가득 들어와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눈이 깔려 미끄러운 암릉을 소나무를 잡으며 간신히 건너고, 안부로 떨어졌다가 올라가면 무덤 한기가 나오는데 바로 천삼산이라고도 하는 818.4봉과 싸리치로 능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이며 이제 날은 완전히 어두어진다.
마지막으로 간식을 먹고 물을 마시며 지형도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밤하늘의 보름달을 다행으로 여기며 오른쪽으로 미답의 길을 들어간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치악삼봉
- 싸리치
잡목사이로 랜턴을 비추며 길을 찾고 갈림길에서는 간혹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방향을 잡아 눈길을 뚫고 간다.
한동안 내려가면 길이 끊기는 절벽에 닿고, 오른쪽 밑으로 바위를 우회해서 내려가다 나무에 부딪치며 랜턴을 놓치고 마는데 눈위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않는다.
낙담을 하다가 비상랜턴을 켜고 한참 찾아보니 눈속이 아니라 나무등걸에 그냥 매달려있어 크게 안도하고는 급하더래도 침착하게 진행하기로 한다.
노송이 서있는 봉우리를 넘고 발밑으로 보이는 마을의 불빛들을 내려다보며 가능하면 봉우리들을 사면으로 우회해서 흐릿한 족적을 따라간다.
계속 내려가니 점차 쌓인 눈이 적어지고, 방향만 맞춰서 이리저리 갈라지는 지능선들을 조심하며 내려가면 산불초소가 나타나고 주인 잃은 의자 두개가 눈위에 놓여있다.
가파른 눈길을 뚫고 싸리치로 내려가니 사진에서 자주 보던 비석과 빈 정자가 어둠속에 서있어 하루종일 눈속에서 시달렸던 산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 싸리치
- 원주
눈덮힌 임도를 오른쪽으로 한동안 내려가면 전원주택인듯 불을 밝힌 집이 나타나고 바로 앞에는 미륵암 암자가 보이는데 암자에서 싸리치까지는 승용차가 올라가기 힘들어 보인다.
시멘트도로를 만나고, 차가 다녀서 바짝 얼어붙은 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면 88번 지방도로가 나오며 신림터널이 바로 앞에 보인다.
부들부들 추위에 몸을 떨며 신림택시에 전화를 거니 두대뿐인 택시가 다 일이 있다고 해 신림 나갈 일이 막막해지고 또 서울 막차도 걱정이 된다.
한동안 지나가는 차들에 손짓을 하다 원주 사는 분의 트럭을 잡아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다 보면 마침 산악마라톤을 하는 분이라 처지를 잘 이해해 주신다.
원주로 나와 택시로 원주역으로 가니 마지막 기차까지는 30여분 시간이 남아있어, 몸치장을 하고 소주 한잔 마시며 예상치 못하게 힘들었던 심설산행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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