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지맥 (Ⅰ)

영춘지맥 4구간 (남대봉-비로봉-천지봉-전재)

킬문 2006. 10. 27. 16:28
2006년 3월 5일 (일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신림
싸리치(04:56)
응봉산갈림길(06:08)
능선갈림길(06:46)
전불갈림길(07:30)
1000.6봉(07:56)
선바위(08:22)
964.7봉(08:46)
대치(09:06)
남대봉(10:43)
향로봉(11:59)
곧은치(12:19)
971.2봉(12:50)
입석사갈림길(13:42)
비로봉(14:14-14:38)
배너미재(15:26)
1111봉(16:30)
천지봉(17:09-17:25)
966.8봉(17:58)
수래너미재(18:20)
매화산(19:10-19:30)
헬기장(19:59)
목장(20:14)
전재(20:59)
원주역
청량리역(21:42-23:29)

◈ 도상거리
약 31.9km

◈ 산행시간
16시간 03분

◈ 동행인
구름재, 하늘재

◈ 산행기


- 싸리치
느긋하게 동서울터미널로 나가보니 철도파업의 영향인지 인파들로 북적거리는데 인터넷에서 확인한 19시 40분 신림행은 원래 없다고 하고 원주가는 버스도 한시간 후에나 있어 출발부터 심란스럽다.
하늘재님과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20시 30분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로 접어드니 세차게 비가 쏟아져 내려와 산행을 못할 것 같은 착잡한 심정이 든다.
부슬비가 내리는 원주에 내리면 직행이나 시내버스는 진작 끊어졌지만 고맙게도 원주 사시는 구름재님이 신림까지 차로 데려다주신다.
차창에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보면서 가리파재를 넘어 신림장에 방을 잡고, 새벽에 오신다는 구름재님과 헤어져 통닭에 소주 한잔 마시고는 잠을 청한다.
김밥을 사갖고 새벽 일찍 달려오신 구름재님과 방안에서 아침을 먹고 가느다란 빗줄기를 맞으며 싸리치로 올라가니 다행히 비는 그치고 운무만이 자욱하다.


- 능선갈림길
살짝 젖어있는 낙엽길을 올라가며 무덤들을 여럿 지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눈길을 페이스를 조절하며 쉬엄쉬엄 올라간다.
발자국이 찍혀있는 가파른 눈길을 어둠속에 무심으로 올라가면 응봉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고도가 높아서인지 찬바람이 살을 에인다.
왼쪽으로 꺽어져 들어가니 간밤에 내린 눈으로 온통 설국을 이루고있고 안개까지 자욱해 주위를 전혀 식별할 수 없다.
숨어있는 빙판에 연신 엉덩방아를 찧으며 가파른 눈길을 내려가면 험한 암봉이 나타나고, 표지기 따라 암봉을 우회하며 내려가다 방향도 틀리고 기억에 없던 암봉이라 되돌아온다.
거의 갈림길까지 올라오며 왼쪽으로 꺽어지는 마루금을 찾기는 하지만 미리 신경쓰고 있었던 지점이라 30여분을 허비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맥이 풀린다.



▲ 설국


- 1000.6봉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뚫고 내려가면 펑퍼짐한 설원에는 여기저기 베어진 나무들이 뒹굴고있어 방향을 잡기 힘들다.
완만해진 능선을 찾아 눈길을 헤치며 내려가니 날이 새기 시작하며 잿빛 하늘 아래에서도 1000.6봉에서 왼쪽으로 꺽어지는 마루금이 확인되고 눈으로 뒤덮힌 산줄기사이로 성남리의 민가들이 내려다보인다.
전불로 내려가는 뚜렸한 갈림길을 지나고 스잔한 아침바람을 맞으며 뾰족하게 솟아있는 1000.6봉에 오르면 삼각점(안흥463/1989복구)이 있고 벌목은 되어있지만 조망은 트이지않으며 배향산쪽으로도 전혀 간 흔적이 보이지않는다.
'선바위봉'이라 쓰여있던 아크릴판을 찾아보다가 구름재님이 건네는 구수한 맛이 나는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보이지도 않는 남대봉을 그리며 눈길을 따라간다.
수북하게 쌓인 눈을 헤치며 내리막 길을 내려가면 왼쪽으로 선바위가 나오고, 노송이 서있는 암봉위로 올라가면 그나마 조망이 트여서 성남리 일대와 앞에 있는 964.7봉이 보이지만 남대봉이나 비로봉은 감도 잡을 수 없다.



▲ 1000.6봉 정상



▲ 선바위에서 바라본 964.7봉



- 남대봉
높은다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잡목들을 헤치며 삼각점(303복구/77.7건설부)이 있는 964.7봉에 오르니 날이 조금씩 개이며 푸른 하늘이 나타나고 멀리 남대봉이 구름위로 흐릿한 모습을 보여준다.
왼쪽 상원골로 내려가는 대치를 지나고 바로 넓은 헬기장을 넘어서 끝이 없이 이어지는 지겨운 눈길을 뚫으며 어쩌면 목표로 한 전재까지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멀리 상원사와 남대봉을 바라보며 연신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넘어 쓰러진 산죽들과 굳게 다져진 눈처마가 앞을 막는 능선을 땀을 흘리며 통과한다.
앞에 보이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는 산죽길을 따라가다 보면 상원사로 내려가는 길이라 산죽들을 헤치고 잡목들을 잡아가며 어렵게 능선으로 붙는다.
왁자지껄하는 소리를 들으며 남대봉(1181.5m)에 오르니 수십명의 등산객들이 술을 마시며 떠들고있고, 전에는 못 보았던 산불초소가 서있으며 3월 2일부터 경방기간이라 적혀있어 예상치도 못했던 일에 난감해진다.
간식을 먹으며 뒤에 오시는 구름재님을 기다리다 먼 여정상 너무 지체할 수도 없어 비로봉에서 다시 연락을 취하기로 하고 하늘재님과 줄을 넘어 등로로 들어간다.



▲ 대치 헬기장



▲ 산죽과 눈처마



▲ 남대봉 정상



- 비로봉
조망이 트이는 바위봉에서 모처럼 비로봉을 향하여 줄달음치는 산봉들을 바라보고, 잘 나있는 눈길따라 치악평전을 넘어 향로봉(1042.9m)에 오르니 삼각점(안흥456/1989재설)이 있고 왼쪽 봉에는 돌탑과 조망안내판이 서있다.
몇명의 산객을 뒤로 곧은치를 넘어 하늘재님과 간단한 점심을 먹은 후 삼각점(안흥447/1985재설)이 있는 971.2봉을 지나 눈 녹은 물이 도랑처럼 흘러내리는 산길을 따라간다.
삼봉갈림길을 지나고 시원하게 모습을 나타내는 비로봉을 바라보며 입석사 갈림길을 지나면 산불초소가 나오고 사다리병창에서 올라오는 안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라면을 끊이고 술잔을 돌리느라 시끌벅적하다.
나무계단을 밟고 인산인해를 이루고있는 비로봉(1288m) 정상에 오르니 대기는 깨끗하지 않지만 천지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뚜렸하고, 불쑥 솟구친 응봉산이 인상적으로 보이며, 멀리 백덕산이 구름위로 머리를 내밀고있다.
하늘재님을 기다려 담배연기와 라면냄새를 뒤로 하고 부곡리쪽의 1004.5봉의 헬기장이 보이는 능선으로 내려가다 왼쪽으로 꺽어서 천지봉으로 향한다.



▲ 전망봉에서 바라본 주능선



▲ 뒤 돌아본 남대봉



▲ 향로봉 정상



▲ 곧은치



▲ 비로봉



▲ 비로봉 정상



▲ 비로봉에서 바라본, 천지봉과 매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비로봉에서 바라본 응봉산



- 천지봉
흐릿한 능선을 따라가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뚫고 암봉을 우회하며 내려가면 표지기는 간혹 걸려있지만 눈이 많이 쌓여있어 길 찾기가 어렵다.
왼쪽 세렴폭포로 길이 갈라지는 배너미재를 지나고 급사면 눈길을 힘들게 올라 노송들이 서있는 험한 암봉을 넘는다.
얼었다 녹은 진흙에 쭉쭉 미끄러지며 봉우리들을 연신 넘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천지봉이라 착각한 1111봉으로 오르니 그제서야 천지봉이 저 앞에 서있고 매화산도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지대들이 있는 봉우리들을 넘고 시야가 트이는 너럭바위로 올라서면 전면으로 비로봉이 그 웅장한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세렴폭포에서 올라오는 뚜렸한 길을 만나 삼각점(안흥444/1985재설)과 금속판이 서있는 천지봉(1086.5m) 정상에 오르니 비로봉에서 이어온 산봉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마지막 넘어야 할 매화산이 앞에 우뚝 서있다.



▲ 암봉 우회



▲ 1111봉에서 바라본 천지봉



▲ 1111봉에서 바라본 매화산



▲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로봉



▲ 천지봉 정상



- 매화산
힘들게 올라오는 하늘재님과 간식을 먹고 다행히 럿쎌되어있는 눈길을 편하게 내려가 고사목이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곧 삼각점(안흥443/1985재설)이 있는 966.8봉을 넘는다.
뚝 떨어지는 눈길을 따라가다 왼쪽 한다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나고 봉우리를 넘어 한다리와 수래너머를 잇는 수래너미재로 내려가니 고목들이 서있고 양쪽으로 발길이 잘 나있으며 으스름한 땅거미가 지기 시작해 마음이 급해진다.
천지봉이 잘 올려다보이던 헬기장을 지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악명 높은 능선을 따라가다 가느다란 밧줄을 잡고 바위틈새를 오른다.
깊은 어둠에 잠기기 시작하는 암릉을 휘어돌다 랜턴을 켜고 숨을 돌리고있으니 감기에 걸린 하늘재님의 옅은 기침소리가 밤공기를 깨며 밑에서 들려온다.
전에는 직등했던 커다란 암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능선에 붙고, 오른쪽으로 꺽어져 삼각점(25재설/77.8건설부)과 무덤 한기가 어둠에 잠겨있는 매화산(1084.1m) 정상에 오르며 몇년만에 만나는 땅속 주인공에게 인사를 건넨다.
비로봉쪽으로 펼쳐지던 조망을 떠 올리며 하늘재님을 기다리고 서 있으니 발 아래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불빛들이 화려하게 보이고 찬 바람에 몸이 덜덜 떨려온다.



▲ 수래너미재



▲ 매화산 정상



- 전재
정상에서 직진하는 뚜렸한 길로 들어가면 발자국도 보이지만 거친 암릉이 나오고 절벽 밑으로는 길이 안 보여 되돌아온다.
다시 무덤가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맞추고 희미한 초입을 잡아 얼어붙은 바위지대를 내려가니 뚜렸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발자국이 나타난다.
뚝 떨어지는 눈길을 바삐 내려가 찰흑같은 어둠에 잠겨있는 헬기장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발자국을 놓치지않고 따라간다.
어둠속에서 능선만 가늠하며 계속 이어지는 발길을 따라가면 어느 틈엔가 목장의 철선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드넓은 목장지대가 펼쳐진다.
목장의 건물들과 도로를 바라보며 철선을 따라가다 주의를 드렸지만 전류가 흐르는 철선을 만졌는지 하늘재님이 깜짝 놀란다.
정자같은 건물을 지나고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 쭉쭉 뻗은 낙엽송지대를 지나서 봉우리들을 넘으면 전재로 올라가는 차량들의 불빛이 보여 반가워진다.
쓰러진 나무들이 널려있는 능선길을 따라가다 고개쯤에서 철조망사이로 나무계단을 내려가니 목장 입구의 도로이고 바로 옆이 42번국도상의 전재이다.
상원사로 내려와 진작부터 기다리고 계시던 구름재님의 차로 원주역으로 이동하여 21시 42분 마지막 표를 끊고 하루종일 굶었던 허기진 배를 채우지도 못하고 바로 기차에 오른다.
산행거리가 길기는 했지만 많은 적설을 예상하지 못했고 또 굴곡도 만만치않아 목표 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고 고생을 한 하루였다.



▲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