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남한산성을 찾아 (검단산-청량산-검단산)

킬문 2006. 10. 28. 11:08
2003년 7월 10일 (목요일)

* 산행일정
안창모루(08:45)
295봉(09:24)
585봉(09:44)
검단산(10:02)
송전탑안부(10:27)
고추봉(10:45)
용마산(11:17)
거문다리안부(11:45)
415봉(11:56)
임도(12:19)
244봉(12:34)
중부고속도로(12:56)
은고개(13:25)
301.5봉(13:48)
351봉(14:09)
엄미리갈림길(14:30)
챙성암문(14:56)
벌봉(15:06)
북문
서문
수어장대(16:03)
남문(16:23)
검단산(17:17)
사기막골갈림길(17:58)
보통골갈림길(18:06)
이배재(18:26)
대원약수터갈림길(18:44)
갈마치(18:57)

* 산행시간
약 10시간 12분

* 산행기

- 검단산
잠실에서 30-3번 버스를 타고 하남의 창우리에서 내려 마을 길 따라 팔당대교 가까운 곳까지 걸어가 안창모루에서 산으로 들어 간다.
송전탑을 지나고 철조망 따라 뚜렸한 길을 올라가니 밤새 내린 비로 울창한 숲은 축축하고 바짓가랑이는 금새 젖어온다.
주민들의 산책로 같은 상쾌한 소나무길을 지나고 삼각점이 있는 295봉에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바깥창모루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난다.
쉼터를 지나서 가파른 돌계단 길을 오르고 암릉을 만나 미끄러운 바위들을 조심해서 오른다.
전망대바위에 서니 날만 맑으면 예봉산이 가깝게 보이고 구비치며 흐르는 한강도 감상할 수 있으련만 짙은 비구름이 깔려있어 사방이 막혀있다.
몇해전 굉장히 추었던 어느 겨울날 초등학생이던 아들놈과 언 김밥을 먹던 펑퍼짐한 585봉에 오르니 옛 생각에 웃음이 떠 오른다.
바람에 날려가 버린 지도를 줏으려 눈덮인 벼랑으로 내려가다 그까짓 지도와 목숨을 바꾸려 하냐면서 마구 화를 내던 아들...
헬기장을 지나서 검단산(650m) 넓은 정상에 오르니 등산객만 몇명 보이고 그 좋았던 전망도 꽉 막혀버려 답답한데 어떤분은 어지럽게 빙빙 돌며 뛰어다닌다.

- 용마산
배알미리로 빠지는 길을 조심해서 산곡초교쪽으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다가 샘터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능선에 붙는다.
송전탑이 있는 잡초가 무성한 안부를 지나고 멀리서부터 뾰족하게 보이던 고추봉(555m)에 오르니 삼각점이 있고 좁은 정상은 나무들만 빽빽하다.
이따금씩 뿌리는 가느다란 빗줄기를 맞으며 산곡리쪽으로 내려가는 길들을 지나 가팔라지는 비탈길을 오른다.
꽁꽁 얼어붙은 길을 미끄러지며 올라가다 털모자속에 빼꼼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못가겠다며 칭얼거리던 아들을 떠올리며 용마산(595.7m)에 오르니 그때의 큰 정상석이 반겨준다.
빗물처럼 떨어지는 땀방울을 딱으며 시야가 트이는 동쪽을 바라보면 두물머리가 만나는 팔당호는 짙은 안개에 묻혀있고 사이섬의 윤곽만이 희미하다.
호남정맥의 첫걸음을 비와 함께 하기싫어 오랫만에 근교산행을 나왔지만 오늘도 날이 흐리고 끈적끈적한 더위가 사람을 괴롭힌다.
삼각점 옆에 앉아 이른 점심을 먹고 참외하나 까니 어디선가 엄지손톱만한 날파리들이 몰려든다.

- 은고개
급하게 떨어지는 숲길을 내려가다 정맥길에서나 보아왔던 거인산악회의 헝겊표지기를 발견하는데 아마 신경수님이 명명하신 한남남한산성지맥을 왔던 모양이다.
거문다리로 내려가는 넓은 하산로가 있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능선갈림길인 415봉에 올라 남서쪽의 길을 찾으니 "을지레져 장영기"의 표지기가 보이는데 이분 역시 정맥산행에서 간혹 보았던 이름 같아 반가와 진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가면 바위지대가 나오고 송전탑을 만나면서 길은 없어지는데 잡목들을 헤치고 내려가니 등로가 나오고 묵은 임도와 만난다.
몇십미터 위의 고개로 올라가면서 보니까 송전탑있는 곳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능선이 갈라지는데 애초에 길은 없어 보인다.
야산지대를 따라 남서쪽으로 올라가다 TV안테나가 있는 244봉에서 길은 사라져 버리고 밑에서 차량들의 굉음이 들려온다.
방위각만 맞추고 내려가면 중부고속도로가 나타나며 맞은편으로 잘려나간 절개지가 보이고 은고개를 지나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능선의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
굴다리로 고속도로를 넘고 약수가든이란 식당에서 식수도 보충해서 길도 없는 사면을 치고 능선으로 오른다.
오래된 철조망 따라 지저분한 산길을 가다 노래소리를 들으며 가시나무와 잡목들이 빽빽한 절개지를 내려가면 광주시와 하남시의 경계인 43번국도상의 은고개이다.

- 청량산(남한산성)
노천카페에서 생음악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담소하는 아줌마들을 보며 묘지대를 올라 능선에 붙으니 일반산악회의 표지기들이 보인다.
삼각점이 있는 301.5봉을 지나고 송전탑이 서있는 351봉을 오르면 잠깐 날이 개이며 뜨거운 햇빛도 내리쬔다.
사거리안부를 넘고 묘지들을 지나 엄미리계곡에서 올라오는 일반등산로와 만나면서 이정표도 서있고 길도 뚜렸해 진다.
통나무계단을 오르고 처음 나타나는 산성인 챙성암문을 지나면 숲이 우거져 서늘하고 시원하게 바람도 분다.
길가에 있는 삼각점을 지나고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가다가 되돌아와 벌봉(521.1m)을 확인하니 산성이 있어서 확실하지는 않아도 방향이 꺽이는 봉우리쯤으로 보면 되겠다.
동장대와 북문을 지나고 성곽을 따라 굵은 노송들을 보면서 제일 위쪽에 보이는 서문을 올랐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남한산성은 이십여년전의 내 기억속에 지저분한 음식점들만 떠 오르는데 깨끗히 정비된 산성을 따라 곳곳에 시원한 그늘숲이 있고 운치있는 노송들이 요소요소를 지키고 있다.
저기 저 높은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굴욕사를 온전히 지켜보며 서 있었을까?
성벽의 좁은 총안을 통해 외적의 대군과 맞섰던 장졸들이 떠오르고 삼전도에서 청나라 왕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인조를 생각하니 찐득찐득한 땀이 목덜미로 흐르고 가슴이 답답해 진다.
청량산(479.9m)의 정상쯤 되는 수어장대를 구경하고 시원한 그늘에 앉아 소주한잔 마시며 땀을 말리니 졸음기가 몰려 온다.
성곽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군사시설을 머리에 얹고있는 또 다른 검단산을 바라보며 남문을 지나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남한산성을 지키는 운치있는 노송들)



(남문에서 바라본 검단산)


- 검단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군사도로따라 올라가다 성남시계등산로 안내판을 보고 숲으로 들어가도 등로는 다시 도로와 만나고, 지뢰경고판이 서있는 곳에서 짐짓 숲으로 들어가 보지만 곧 계곡을 만나게 되니 도로가 바로 능선이다.
오른쪽으로 공군부대가 있고 직진쪽으로 방송시설이 있는 삼거리에서 원래 계획대로 검던산을 넘어 갈려고 방송국으로 올라가며 우회길을 찾는데 갑자기 큰 세파트 두마리가 짖으며 달려 나온다.
기겁을 하고 내려가는데 다행히 훈련이 되어 있는지 덤벼들지는 않고 제자리에서 맹렬하게 으르렁 거리기만 한다.
놀란 가슴을 쓸어안고 삼거리에서 왼쪽 비포장길로 올라가면 넓은 헬기장이 있고 방송국에 자리를 빼았긴 검단산(534.7m) 정상석이 한켠에 쓸쓸히 서있다.
헬기장 근처에서 길을 찾다가 올라오는 주민에게 갈마터널 가는 길을 물으니 몇년전 장마때 탄약고가 유실되어 수많은 지뢰가 떠내려 왔기 때문에 뚜렸한 길이 아닌곳은 들어가면 위험하다며 이배재가는 길로 가야한다고 나를 이끈다.
조금 밑으로 내려가 올라오며 무심코 지나쳤던 성남시계등산로로 들어가니 깨끗하고 뚜렸한 길이 이어지는데 바로 내가 찾던 갈마터널 가는 길이다.



(제자리를 빼앗긴 검단산 정상석)


-갈마치
완만한 길을 뛰듯이 가면 곳곳에 이정표가 서있고 성남시청에서 걸어놓은 붉은색 표기기들이 길을 인도한다.
성남의 유명한 유원지인 사기막골 갈림길을 지나고 보통골갈림길을 넘어 이배재를 향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오랫만에 보이는 바위지대를 올라서면 광주시가 훤하게 보이고 뉴서울컨트리 골프장의 푸른 잔디밭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통나무계단을 지나서 광주시와 성남시의 경계인 이차선 포장도로상의 이배재로 내려서니 큰 표시석이 서있고 차량통행이 많다.
도로를 건너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송전탑들이 줄지어 서있는 숲길을 지나 갈마터널위로 올라서면 대원약수터로 가는 능선이 갈라진다.
잡초들과 억새들이 무성한 인적없는 길을 내려가니 야생동물들 도망치는 소리가 요란하고, 고도를 낮추다가 389번 이차선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갈마치로 내려선다.
트럭옆의 간이식당에서 신나는 뽕짝가요를 들으며 열무김치에 동동주 한잔 마시고 꾸불꾸불한 도로를 내려가면 거대한 터널은 수많은 차랑들을 빨아들이고 또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