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보령의 호젓한 산줄기 (옥마산-성주산-성태산)

킬문 2006. 10. 28. 11:22
2003년 7월 24일 (목요일)

* 산행일정
남부터미널(07:00)
보령터미널(08:51)
대영사(09:27)
옥마산(10:08)
바래기재(10:39)
제2성주산(11:13)
342봉(11:39)
529봉(12:08)
사거리안부(12:40)
521봉(12:48)
성주산(13:22)
사거리안부(13:54)
헬기장(14:16)
성태산(17:00)
삼거리안부(17:20)
금곡마을(18:31)
보령터미널(19:40)
남부터미널(22:11)

* 산행시간
약 9시간 04분

* 산행기

- 개요
오서산에서 남진하는 금북정맥은 백월산에서 방향을 돌려 북쪽으로 오봉산을 향하는데 백월산에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는 다른 산줄기가 있다.
이 능선은 밑으로 성태산을 일으키고 여기서 동쪽의 반고개로 갈라지는 능선은 실제적인 금북정맥이라고 주장되는 소위 "금북산줄기"로서 장항의 용당까지 길게 이어지며 금강 북쪽의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
성태산에서 서쪽으로 분기되는 능선은 문봉산을 일구고 여기에서 계속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성주산을 지나고 옥마산과 진미산을 거쳐 웅천에서 맥을 다하며 남쪽으로 갈라지는 능선은 만수산을 지나 역시 웅천에서 끝나게 된다.
금북정맥 종주를 할때 백월산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에 관심이 갔었고 금북산줄기도 일부 가볼 겸 옥마산에서 백월산까지의 역종주를 시도하게 되었다.


- 옥마산
서울에서 2시간도 안걸려 보령에 도착하고 터미널 주위로 김밥을 사러 돌아다니다 보니 성주가는 버스가 지나가기에 일단은 버스를 탄다.
성주암 가는 정류장을 물어보고 지나가는 말로 깁밥을 못샀다고 하니까 마음씨 좋은 기사분은 버스를 세워주며 얼른 가서 사오라고 하신다.
성주터널가기 전에서 내려 포장도로를 10여분 따라가면 성주암과 대영사 갈림길이 나오고 능선 초입에 옥마산등산로라고 쓴 커다란 오석이 서 있다.
쓰레기 한점없이 깨끗하게 잘 정돈된 소나무길을 올라가다 전망이 트이는 전망대바위에서 땀을 딱으니 보령시내가 잘 보이고 흰구름을 덮고있는 바닷가가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가파른 바위지대를 넘고 시멘트도로와 만나서 조용한 산길을 올라가면 행글라이더 이륙장이 있는 옥마산(601.6m)인데 바로 위의 정상에는 중계소가 흉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보령시내에서 유난히 잘 보이던 시설물이 있는 그 봉우리이다.
주민들의 쉼터가 있는 넓은 이륙장은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오며 보령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고 성주산과 만수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봉들이 아련하게 보인다.



(보령시내 너머로 보이는 흰색의 바닷가



(옥마산과 중계소)



(쉼터가 있는 넓은 이륙장)


- 제2성주산(왕자봉)
뜨거운 햇볕에 달구어진 시멘트도로를 내려가면 노란 야생화들이 보기좋고 인적없는 도로는 온통 날벌레들의 세상이다.
성주에서 보령으로 넘어가는 비포장도로와 만나는 바래기재에 내려서니 망티라고도 불렸다는 고개의 유래를 적은 안내판이 서있고, 옆에 있는 옥마정에 오르면 성주로 내려가는 구절양장 길이 어지럽게 이어지고 성주산 자연휴양림이 내려다 보인다.
고갯마루에서 산으로 올라가니 예상외로 잘 다듬어진 깨끗한 길이 연결되며 빽빽한 소나무 숲이 햇빛을 가려 시원하다.
삼각점이 있는 328.7봉은 확인하지도 못하고 이정표와 벤치가 있는 쉼터에서 땀을 딱으니 노송사이로 내려온 옥마산과 구불구불한 시멘트도로가 잘 보인다.
한동안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돌탑이 서있는 제2성주산(513m)이고 이정표에 광불사와 성주사지 방향이 적혀있는데 왕자봉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좁은 정상은 나무들만 빽빽하고 별다른 특징은 없다.



(노송사이로 보이는 옥마산)


- 제1성주산(장군봉)
한적한 길을 따라 헬기장들을 지나고 너덜들이 널려있는 봉우리를 넘으면 찌는듯한 더위에 땀이 줄줄 흐르고 옷은 흠뻑 젖는다.
간간이 노송들과 어우러진 멋진 바위지대도 나타나고 펑퍼짐한 342봉에 이르니 베어진 나무들 사이에 깃발 꽂힌 삼각점이 있는데 글씨는 확인할수가 없다.
고도를 낮추며 내려가면 임도가 가깝게 지나가고 계곡이 가까운지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서 식수를 보충하러 내려갈까 갈등이 생기는데 귀찮아서 그냥 앞의 봉우리를 오르고 만다.
따가운 햇살을 고스란히 맞으며 초지를 오르고 숨가뿌게 오른 529봉에서 김밥을 먹고 앉아 있으면 적막한 숲에는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들려온다.
쓰레기가 잔뜩 버려져있는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옛 탄광의 흔적인듯 석탄석들이 널려있는 능선을 따라 암봉인 521봉에 오르니 비로서 불쑥 튀어오른 성주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평탄한 숲길을 가면 산악회의 표지기도 보이기 시작하고, 바위지대들을 지나고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 옛부터 성인과 선인들이 많이 살았다는 보령의 명산인 성주산 (680.4m)에 오른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암봉에 오르면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져 문봉산과 성태산을 지나 뾰족하게 솟은 백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잘 보이고 문봉산에서 남쪽의 만수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봉들도 뚜렸하다.
수많은 잠자리들이 날라다니는 정상에서 백월산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이제 종주는 착오없이 예정된 시간안에 끝나리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해본다.



(성주산에서 백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만수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


- 헬기장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갔다가 돌무더기들이 널려있는 봉우리에 오르면 전망은 더욱 좋아져 문봉산이 바짝 앞으로 다가서고 만수산사이에 깊게 패인 물탕골과 심원골도 잘 보인다.
고사목들이 널려있는 봉우리에서 밧줄을 잡고 급한 암릉지대를 통과하고 넓은 초지가 있는 사거리안부로 내려가니 오른쪽 뚜렸한 길에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 있다.
작은 헬기장들을 지나고 억새들이 무성한 넓은 헬기장에 올라 의심하지 않고 당연히 문봉산(633m)이라고 믿은데서 잘못된 힘든 산행이 시작된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빗줄기가 뿌릴 듯 컴컴해지고 참외 한개 깍아먹고 앉아 있으려니 수많은 개미떼들이 극성을 부려 이내 일어난다.
성태산을 가기 위해서는 문봉산에서 북동쪽으로 올라가다가 동쪽으로 꺽어져야 하는데 마침 북동쪽으로도 능선이 갈라지고 이름없는 표지기들도 간혹 걸려 있어 따라가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길도 형성되어있지 않고 족적이 희미하다.
작은 봉우리로 내려갔다 동쪽으로 들어가니 전혀 흔적도 없는 잡목지대라 다시 올라오고 뭔가 이상해 헬기장까지 되돌아와도 다른 길은 찾지 못한다.


- 성태산
다시 더 내려갔다가 북동쪽의 다른 지능선으로 들어가 험한 암봉들을 우회하고 내려가니 계곡으로 떨어지고 오르락 내리락 고생길이 이어진다.
처음 내려갔었던 동쪽능선으로 들어갔다가 옆에 보이는 다른 능선으로 트래버스하고 너덜과 울창한 덤불지대를 뚫고 다시 옆의 능선으로 이동한다.
결국은 길도 없어서 무조건 방향만 잡고 잡목숲을 헤치며 내려가니 이름없는 붉은색 표지기 하나가 흙위에 뒹굴고 있다.
쓰러진 나무들을 넘고 어두운 숲을 내려가다 급사면을 만나고 진땀을 뻘뻘 흘리며 나뭇가지를 잡고 바위들을 넘어서 간신히 능선에 오르니 오래된 표지기 한개와 아까 봤던 붉은색 표지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암릉들을 넘고 조금 더 오르면 작은 돌 하나가 세워져있는 능선봉 삼거리이고 밑에서 올라오는 뚜렸한 길과 만나는데 아마 반고개에서 올라오는 길인것 같다.
드디어 세차게 뿌리기 시작하는 지긋지긋한 장대비를 맞으며 조금 더 올라간 봉우리에는 삼각점은 없지만 표지기들이 몇개 걸려있고 그중 안산 김정길님의 "성태산"이라 쓰인 표지기도 있으니 어떻게 됐던 2시간 40여분이나 걸려서 천신만고끝에 성태산에는 온 셈이다.



(능선봉 삼거리에 세워진 돌)


- 금곡마을
뚜렸한 등로를 따라 완만하면서도 수림이 우거진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안부가 나오고 표지기들은 일제히 능선을 버리고 왼쪽 내리막쪽을 가리키고 있다.
방향도 백월산이 있는 북쪽이라 내심 찜찜하면서도 어둠침침하고 희미한 좁은 숲길을 이리저리 내려가니 결국 계곡이 나오고 물을 건너게 된다.
뒤돌아 내려온 길을 올라가다 이번에는 희미한 길을 놓치고 산사면으로 곧장 오르는데 금방 나올것 같던 능선은 가도가도 안 나오고 사람의 진을 뺀다.
기진맥진해서 능선에 오르니 안부에서 약간 올라온 봉우리 같은데 이제 힘도 빠지고 서울 올라갈 일이 걱정되어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저녁 6시가 다 되어가면서 사방이 어두어져 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으려 신경을 쓰면서 내려간다.
계곡 따라 희미한 길을 내려가면 개망초가 무성한 초지가 나오고 물이 철철 흘러 내려가는 계곡옆에 외딴집이 있는데 사람은 없는 것 같아도 신발등 생활용품은 그대로 있다.
자그마한 마을로 내려와 한 아주머니에게 여쭤보니 금곡마을이라고 하시는데 앞에서 유난히 뾰족하게 솟은 백월산이 마치 비웃는듯 내려다 보고있다.
택시를 불러 보령으로 향하니 전에 백월산에서 내려왔던 공덕재를 지나고 화성면소재지를 거쳐 금북정맥상의 스므고개를 넘는다.
택시에서 내리며 좌석이 젖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쳐다보니 커다란 쐐기 한마리와 송충이가 차안을 마구 돌아다니고 있다.
저녁 8시까지는 서울 가는 버스가 있는것으로 생각하고 7시 35분쯤 느긋하게 터미날에 들어갔다가 7시40분 막차를 간신히 탄다.
차안에서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소주한잔 마시고 캔맥주 하나 따니 비 맞으며 길없는 산속을 헤메는 산행이 이제는 지긋지긋해 진다.



(계곡의 외딴집)


- 후기
집에서 자세히 지도를 살펴보니 애초 의심하지 않고 문봉산이라고 생각했던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는 문봉산이 아니었고 1km 정도 더 갔어야 했다.
문봉산이 아닌곳에서 방향만 잡고 길을 찾았으니 당연히 길은 없는것이고 실제능선보다 약간 위쪽의 산속에서 숲을 헤치며 우여곡절끝에 성태산까지 간 모양이다.
성태산가기 전의 삼거리에서 반고개에서 올라오는 길이라고 덜컥 믿었던 뚜렸한 길은 문봉산에서 이어지는 정상등로이니 여기서도 다시 오판을 한 것이다.
그러니 성태산에서는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백월산가는 길을 잘 찾았어야 하는데 동북쪽으로 꺽어지는 반고개가는 길로 무심코 들어섰다가 청양군 백금리의 금곡마을로 내려온 것이다.
금곡마을의 아주머니가 청양택시를 부르지않고 왜 보령택시를 부르냐고 의아해 하시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외딴집에는 가족없는 노인 한분이 살다가 돌아가셨다고 하며 지금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다음에는 거꾸로 백월산에서 성태산과 문봉산으로 가면서 왜 길을 놓쳤는지도 살펴보고 남쪽능선으로 들어가 만수산으로 이어보는 산행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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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후에 반대로 백월산을 올라 성태산과 문봉산을 거쳐 만수산으로 잇는 산행을 했는데 처음 문봉산으로 생각했던 헬기장이 역시 문봉산이었고 문봉산에서 정상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성태산까지 갔음을 확인했습니다.
문봉산에서 성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초입부를 거의 찾기 힘들었으며 길 또한 좋지않아서 착각한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