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1년만에 이어보는 오지 산줄기 (거니고개-매봉-가리산-찬들목이)

킬문 2006. 10. 28. 10:56
2003년 5월 1일 (목요일)

* 산행일정
거니고개(07:40)
593.9봉(08:34)
능선갈림길(09:47)
사거리안부(10:10)
777.3봉(10:42)
무명봉(11:16)
매봉(11:38)
714.1봉(13:28)
홍천고개(14:02)
833.9봉(14:55)
935봉(15:47)
가삽고개
가리산(16:32)
무쇠말재(17:22)
989.5봉(17:46)
찬들목이(18:46)
44번국도(20:20)
역내리

* 산행시간
약 12시간 40분

* 동행인
높은산, 이사벨라, 바랭이

* 후기

- 거니고개
높은산님과는 작년 5월 2일에 거니고개에서 남동방향인 가마봉-소뿔산-가마봉 종주를 했고 오늘은 반대쪽으로 길을 이어가니 1년만에 다시하는 뜻깊은 산행인 셈이다.
게다가 2년전에는 홀로 바위산에서 매봉을 거쳐 가리산으로 가다가 홍천고개 가기 전 길을 잃고 수산재에서 8km가 넘는 지겨운 임도로 탈출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는 곳이라 내심 오늘의 산행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일행들을 만나 높은산님 차로 인제군과 홍천군의 경계인 거니고개로 이동하고 도로를 건너 절개지를 오른다.
승용차로 다니는 높은산님의 덕분으로 들머리까지는 편히 왔지만 나중에 차를 회수하고 또 피곤한 몸으로 집까지 운전을 해야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길을 넓힐 셈인지 마구 파헤쳐 놓은 황토길을 밟고 올라서니 영춘지맥을 하는 박성태님과 홍천군계산행을 한 홍천글라이머스의 표지기들이 보인다.



(거니고개)


- 777.3봉
소나무들 사이로 뚜렸한 길을 올라가면 햇살은 따사하지만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속에는 조끼를 여미게하는 차가움이 숨어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오지답게 아름드리 거목들이 즐비한 숲길을 지나고 가파른 언덕을 넘어 593.9봉에 오르니 삼각점은 찾을 수 없고 참호 하나만 파여있다.
완만한 길을 따라가다 능선은 왼쪽으로 슬그머니 방향을 돌리며 무명봉에 앉아 흐르는 땀을 딱고 찬 막걸리 한잔씩을 마시면 갈증도 가시며 시원해진다.
양지바른 안부로 내려서면 두릅나무가 지천에 깔려있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가시에 찔려가며 두릅을 따는데 전문적인 채취꾼들도 아직 여기까지는 못 온 모양이다.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커다란 고사목들이 쓰러져있고 오른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꾸불꾸불한 임도에는 군용트럭들이 돌아 다닌다.
진달래가 만개한 희미한 숲길을 오르면 능선은 왼쪽으로 점차 휘어지고 거치장거리는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사거리안부에 내려서면 임도는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
다시 급경사 산길을 올려치면 능선갈림길이고 왼쪽으로 조금 비켜나있는 777.3봉에 오르면 삼각점이 있으며 시야가 확 트여서 가리산의 M자형 쌍봉이 인상적으로 보이고 사방으로 겹겹이 솟아있는 산줄기들이 녹색의 물결을 이룬다.



(한적한 능선길)



(777.3봉에서 지형파악)


- 매봉
완만한 바윗길을 지나면 안부로 내려서고 가파른 오르막 길을 힘들게 올라가면 매봉의 전위봉쯤 되는 봉우리인데 비로서 매봉이 올려다 보이며 일반산악회들의 표지기도 눈에 띈다.
다시 안부로 내려가면 왼쪽으로 희미한 갈림길이 보여서 지도상의 매봉고개쯤으로 생각을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잡목들이 무성한 가파른 길을 한차례 더 오르면 수산재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며 삼각점이 있는 매봉(800.3m)은 바로 옆이다.
큰 참호가 파여있는 정상은 나무들이 빽빽해서 조망은 좋지 않으며 정면으로는 바위산이 솟아있고 이어지는 낯익은 능선과 수산재도 확인되지만 소양호는 보이지 않는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에서 2년전에 붙혀 놓았던 내 표지기를 발견하니 여기를 왔다갔다하며 혼란에 빠졌었던 쓴 기억이 들쳐지며 감회가 새로워진다.



(전위봉에서 바라본 매봉)


- 홍천고개
정상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면 서쪽 지능선으로 갈라지는 길을 지나고 반쯤 무너진 벽돌집을 만나는데 높은산님은 군인들이 머물던 곳 같다고 하신다.
2년전에는 표지기 한장 볼 수 없었던 이곳에도 이제는 갈림길마다 많은 표지기들이 달려있어 헷갈리지도 않으며 격세지감을 느끼게된다.
암봉을 지나서 점심을 먹고있는 한떼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복장이 허술한 것으로 보아 최근 포장된 홍천고개에서 올라온듯 하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아 두릅을 반찬삼아 점심을 먹고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면 진달래 꽃잎들이 흐트러져 있는 숲은 화기애애하다.
암봉들을 오르내리고 능선갈림길인 714.1봉에 오르니 도로가 보이며 길은 남동쪽으로 꺽어지는데 전에 왔을 때는 아마 이곳에서 방향을 잘못 잡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작은 봉우리에서 갈라지는 지능선으로 잘못 들어가 잠깐 고생을 하고 남서쪽으로 꺽어지는 뚜렸한 길을 내려가면 급한 절개지를 지나 홍천고개로 내려선다.
44번국도에서 조교리를 잇는 2차선 포장도로에는 낫을 든 사람들이 여럿 보이고 승합차에는 뜯은 나물들이 몇푸대나 실려있는데 차를 타고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과 서로 좋은 나물을 많이 뜯었다고 실랑이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홍천고개)

- 가리산
넓은 벌목지대를 바라보며 능선을 오르면 시야도 트이며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온다.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면 암봉에 뿌리내린 아름드리 노송들과 흰색의 자작나무는 묘한 조화를 이루어 그림처럼 아름답고 거목들이 자주 보인다.
큰 암봉을 지나고 등잔봉이라고도 불리는 833.9봉에 오르면 커다란 삼각점과 깃대가 있으며 앞에 가리산이 불쑥 솟아있고 이어지는 능선이 잘 보인다.
연이어 나타나는 크고 작은 암봉들을 우회하며 안부로 내려서면 가파른 경사길이 이어지고 새득이봉이라 불리우는 935봉에 오르면 넓은 일반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가삽고개는 어디인지도 모르게 지나치고 굵은 밧줄을 잡고 암봉을 기어오르면 북봉을 지나 가리산(1050.7m)에 오른다.
헬기장이 있는 좁은 정상에서 북봉의 깍아지른 절벽을 보며 일행을 기다리면 소양호는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주위로는 첩첩히 솟아있는 봉우리들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6.25때 남진하던 인민군에 맞서 수많은 미군들이 죽었다는 이곳 가리산에는 그때의 참상을 기억하 듯 붉은 진달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등잔봉에서 바라본 가리산)


(매봉에서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가리산 북봉)


(가리산 정상)


(가리산에서 역내리까지 이어지는 능선)


- 찬들목이
밧줄을 잡고 절벽을 내려가 샘터에서 시원한 석간수를 마시며 식수도 보충하지만 모닥불을 피운 흔적에는 눈살이 찌프려진다.
물로리나 야시대리로 내려가는 하산로를 조심하며 주능선에 붙으면 뚜렸한 길이 이어지고 무쇠말재란 이정표가 있는 안부로 내려선다.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계곡길을 지나서 희미해진 잡목길을 가파르게 오르면 큰 고사목 한그루가 쓰러져있어 고산에 들어온 듯 호젓한 분위기가 난다.
아주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올라 능선갈림길인 989.5봉을 지나고 완만한 길을 내려가면 독도주의지역이 나오는데 높은산님의 예리한 관찰력이 엿보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786.9봉을 오르기전 뚜렸한 길을 버리고 길흔적도 없는 급사면으로 한동안 떨어지면 숨어있던 능선이 나타나고 그제서야 잘못 봉우리로 올랐다가 트레버스한 듯 옆길에 표지기들도 몇개 보인다.
조금 더 내려가면 찬들목이인듯한 안부로 내려서는데 좌우로 길도 보이지않고 그리 뚜렸하지가 않아 확신은 할수 없다.



(석간수가 나오는 샘터)


- 역내리
안부를 지나 길을 재촉하면 691.3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하면서 능선은 동쪽으로 꺽여 나가고 목장철선을 만난다.
계속 이어지는 철선 따라 완만한 길을 한동안 가면 능선갈림길이 나오는데 뚜렸한 왼쪽길은 역내리의 휴양림입구로 내려갈 듯하며 오른쪽으로는 동쪽으로 휘어지는 마지막 능선이 보이고 그끝에 민가인듯 불빛들이 반짝인다.
어둑어둑한 숲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야간산행을 하더래도 마지막까지 남은 능선을 이어보기로 의견을 모은다.
낮은 봉우리를 오르고 왼쪽으로 방향을 꺽으면 날은 완전히 어두어지며 후래쉬를 켜고 잡목이 울창한 야산길을 바삐 내려간다.
흐릿한 능선을 나아가면 어디쯤에선가 왼쪽으로 길이 갈라지는 것 같은데 차소리도 가깝게 들려 발길 닿는데로 그냥 간다.
감각에 의존해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가다보니 길 흔적은 점점 없어지며 어느순간 지독한 잡목숲에 갇히고 만다.
어둠속에서 이리저리 길을 찾다가 나무가 뜸한 곳으로 내려가면 무덤들이 나오고, 길도 없는 사면을 치고 내려가면 가느다란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이 나오며 길을 만난다.
조금 내려가면 차들이 씽씽 달리는 44번국도가 나오고 컴컴한 도로를 20여분 걸어가면 평천교를 넘어 오늘의 목표로 했던 휴양림입구에 도달한다.
13시간 가까운 산행을 마치고 근처의 식당에 자리를 잡으니 모두들 힘든 기색이 역력하지만 찬맥주와 옥수수 동동주 한잔씩을 마시며 서로의 노고를 치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