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폭우속의 월출산 등반 (천황사-천황봉-도갑사)

킬문 2006. 10. 28. 12:08
2003년 8월 16일 (토요일)

* 산행일정
매표소(07:26)
천황사
구름다리(08:30)
사자봉
천황봉(10:09)
바람재(11:08)
구정봉
미왕재(12:11)
도갑사(13:32)

* 산행시간
약 6시간 06분

* 동행인
아내

* 산행기

매표소앞의 "산악인의 집"이란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방에서 라면을 끓여 아침을 대강 해결한다.
매표소를 통과하니 날은 비가 내릴듯 잔뜩 흐려있고 월출산 표시석앞에서 월출산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씩 찍고 조각공원을 보며 포장도로를 올라간다.
사람들로 벅적대는 야영장을 지나 산죽사이로 낯익은 길을 들어가면 구름다리와 바람폭포길이 갈라지고 구름다리쪽으로 들어가 암릉을 오른다.
옛 절터가 남아있는 작은 암자인 천황사에서 샘물 한모금 마시고 옆에서 지긋이 바라 보시는 부처님께 인사를 드린다.
바윗길을 올라가면 어디선가 우렁찬 고함소리와 노래소리가 들리는데 조금 올라가니 등산학교에서 암벽훈련을 받는 사람들이 보인다.
젊은이 한명은 땀을 흘리며 암벽을 기어오르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다 여자조교의 명령을 받고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어린 학생들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발밑으로 영암벌의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바위를 오르고 지상 120미터에 설치되었다는 구름다리를 건너니 드디어 비가 뿌리기 시작하고 바람폭포에서 올라오는 철계단들이 아찔하게 내려다 보인다.
바윗길을 올라가면 비에 젖은 철계단은 너무나 미끄러워 조심스럽고 앞서 올라가던 등산객들은 모두 내려온다.
아들의 등산화를 빌려 신은 아내는 평범한 바위에서도 쭉쭉 미끄러지고 자기 신발을 믿지 못하니 진행이 더욱 늦어진다.
나무계단과 급경사의 철계단들을 간신히 지나 높이 솟은 사자봉에 오르니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고 비구름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험준한 절벽들에 기가 질렸는지 아내는 그냥 내려가자고 한다.
부산에서 이곳 영암땅까지 멀리 온것이 아깝지만은 고심끝에 발길을 되돌리는데 비에 젖은 철계단을 내려가는 길도 그리 쉽지가 않다.






(땅끝기맥의 산줄기인가?)




잠시후 몇사람의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초보자인듯한 부부들도 올라오며 등로상태를 물으니 이에 힘을 얻은 듯 아내는 다시 올라가 보자고 한다.
바람부는 사자봉을 다시 오르고 미끄러운 철계단을 내려가면 등로는 암봉을 길게 우회하며 따라가고 가파른 바위길이 이어지는데 아내는 힘든지 몇번을 쉰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고스란히 맞으며 밧줄을 의지해 암봉을 오르고 통천문을 지나 드디어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808.7m)에 오르니 짙은 비구름에 가려 아쉽게도 주위는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세찬 찬바람에 몸이 떨려온다.
족발에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지나 남서쪽으로 향하면 역시 암봉을 휘돌며 철계단들을 내려가고 빗줄기가 간혹 그치면서 구름사이로 암봉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향로봉을 바라보며 내려가면 호남의 소금강답게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모습을 잠깐씩 드러내고 마치 수석전시장 같은 다양한 모양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몇년전 가을에도 똑같은 코스로 왔었고 그때는 날도 맑았지만 이런 절경을 감상하지도 못하고 그저 내려가기에만 바빴던 것 같다.

























울창한 억새밭을 따라 경포대로 하산할 수 있는 바람재로 내려서면 이름 그대로 거센 비바람이 불어오고 구정봉의 멋진 바위들이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자의 음부처럼 생겼다는 베틀굴을 구경하고 능선에 오르니 구정봉쪽은 온통 구름에 갇혀 있어 포기하고 완만해진 숲길로 길을 잇는다.
폭우를 좀 피할까 산불초소로 들어가려니 먼저 와서 비를 피하는 사람이 보이고 억새들이 군락을 이룬 미왕재에 내려서면서 서서히 햇볕이 나기 시작한다.
무위사로 내려가는 남쪽 길은 휴식년제에 묶여있고, 물웅덩이를 이룬 나무계단을 따라 도갑사쪽으로 향한다.
지루한 계곡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작은 계곡에도 물이 넘쳐 흐르고 너덜길에서 유난히 힘들어 하는 아내를 연신 기다린다.
비는 점차 그쳐가고 늪지를 지나면 "도선수미대탑사비"가 있으며 고려때의 사찰인 도갑사의 해탈문을 넘으며 산행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