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주왕산 종주 ⅰ (주왕산-왕거암-금은광이-샘골)

킬문 2006. 10. 28. 11:57
2003년 8월 12일 (화요일)

* 산행일정
상의매표소(06:18)
주능선(06:55)
주왕산(07:31)
칼등고개((07:54)
사거리안부(09:28)
정상등로(09:35)
가메봉(09:54)
사거리안부(10:15)
왕거암(10:51)
느지미재(11:41)
명동재(12:43)
먹구등(13:29)
이정표(13:41)
두수람(14:20)
금은광이(14:50)
능선갈림길(15:05)
이정표(15:45)
무명봉(16:32)
계곡(17:55)
용화사(18:40)

* 산행시간
약 12시간 22분

* 동행인
아내

* 산행기

- 주왕산
아이들을 2주간의 여름캠프에 보내고 두 부부만이 오랫만에 여름휴가를 맞았는데 지저분한 바다가 싫다는 마눌님의 의견을 받아들여 관광겸 산행을 하기로 한다.
중간에 봉화의 오전약수를 구경하고 장시간 운전 끝에 경상북도 청송군과 영덕군에 위치한 주왕산국립공원에 어렵사리 왔지만 오래전부터 기다려 왔던 주왕산종주인지라 내심 설레인다.
민박집에서 그리 편하지 않은 밤을 보내고 예정보다 늦게 매표소로 올라가니 깨끗한 계곡물이 물안개를 피우며 반겨주지만 아내가 생각만큼 잘 따라올지 걱정이 앞선다.
나무계단을 밟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 우리가 첫 산행객인 듯 거미줄이 귀찮게 걸리고, 무덤들을 지나니 좌우로 수많은 갈림길들이 보이며 여지없이 등로아님 안내판들이 막고 있다.
전망대같은 바위에 올라가 봐도 자욱한 구름속에 기암은 그 모습을 감추고 있고 주능선에 올라서 암릉들을 지나니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언뜻 맞은편의 암벽들을 조금씩 보여준다.
노송과 거목들이 즐비한 한적한 길을 따라서 이슬인지 빗물인지 나무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맞으며 봉우리들을 연신 넘는다.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 헬기장이 있는 주왕산(720.6m)에 오르니 국립공원의 주봉이라는 이름에 걸맞지않게 그 흔한 정상석이나 삼각점도 없고 이정목에만 주왕산이라 적혀있으며 전망이 좋을 것 같지도 않은 초라한 모습에 그만 실망하고 만다.



(주왕산입구)



(깨끗한 소나무길)



(주왕산 정상)


- 가메봉
어둠침침하지만 조용하고 깨끗한 소나무길을 한가롭게 걸어가면 능선은 급하게 떨어지다 이정표가 서있는 칼등고개로 내려서는데 후리매기를 지나 2폭포로 내려가는 왼쪽길이 잘 뚫려있고 가야할 주능선쪽은 '등로아님'으로 막혀 있다.
조금 희미해진 낙엽길을 따라 봉우리를 오르고 묵은 헬기장과 억새가 무성한 무덤을 지나면서 능선은 남쪽으로 내려가다 동쪽으로 급하게 꺽어진다.
간간이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완만한 봉우리들을 넘고 뒤쳐져 따라오는 아내를 독려하며 능선을 오른다.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봉우리를 오르면 2폭포에서 올라오는 정상등로와 만나며 상의매표소 6km와 가메봉 0.7km 이정표가 서있다.
암봉을 철계단으로 우회하고 가파른 암릉을 오르면 커다란 암봉으로 되어있는 가메봉(882m)인데 남쪽면은 아찔한 벼랑지대라 조심스럽다.
노송들이 어우러진 바위에서는 대관령에서 뻗어 오르는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힘차고 주왕산능선의 최고봉인 왕거암이 가깝게 보이며 절벽밑으로 깊게 패인 절골계곡이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인다.



(가메봉 정상)



(가메봉에서 바라본 왕거암)



(가메봉에서 바라본 낙동정맥)



- 왕거암
정상에서 약간 되돌아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서 내원동과 절골로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역시 등산로가 아닌 능선으로 치고 올라간다.
약간은 희미한 숲길을 오르면 해가 나기 시작하며 찜통더위가 시작되고 아내 역시 가파른 오르막을 힘들어하며 하산했으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봉우리를 오르고 좀 더 북쪽으로 꺽어져 억새가 무성한 길을 한동안 오르니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왕거암(907.4m)인데 펑퍼짐하고 좁은 정상에는 국립공원 표시석인 듯 부러진 시멘트기둥이 넘어져 있다.
왕거암 정상인줄은 짐작도 못하고 북동쪽으로 계속 들어가다가 되돌아 나와 동쪽의 흐릿한 길로 들어가니 곧 낯익은 표지기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낙동정맥길과 만난다.
반가운 이름들을 바라보며 뚜렸한 산길을 따라가다 능선은 점차 고도를 낮추며 넓게 초지가 형성되어 있는 안부로 내려서는데 바로 큰골의 최상류가 되는 느지미재이다.
아내가 너무 힘들어 하면 여기서 그만 내원동으로 하산할까 했는데 끓여준 라면을 맛있게 먹고 예상시간을 물어보더니만 고맙게도 선뜻 가자고 일어난다.


- 먹구등
완만하게 고도를 높혀가는 숲길을 천천히 올라가면 이따금씩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오고 무성한 덤불들이 덮고 있는 곳은 정맥표지기들이 길을 안내한다.
왕거암을 바라보며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잡목숲을 헤치며 올라가면 억새들이 무성한 헬기장인 명동재(875m)인데 고개를 뜻하는 재란 명칭이 산 꼭대기에 붙은 이유를 아무래도 알 수가 없다.
다시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한동안 따라가면서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굵직한 산줄기를 확인하고 다시 찾아오게 될 날을 그려보기도 한다.
아내는 능선도 완만하고 오랫만에 자주 걸려있는 표지기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정맥길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기대를 한다.
고사목들이 몰려있는 능선을 지나고 먹구등(846.2m)에 오르니 잡목들과 잡초가 빼곡해서 봉우리라 보기 힘들 정도이고 낙동정맥이 꺽어지는 듯 표지기들이 몇개 보인다.
갈림길들을 조심하면서 더욱 어두어진 무성한 숲길을 몇분 내려가면 안부가 나오고 아쉽게도 정맥이 갈리어 나가며 많은 표지기들이 북쪽을 가리킨다.



(명동재 정상>



(잡초들만 무성한 먹구등 정상)



- 금은광이
시종일관 완만하면서도 뚜렸한 길이 이어지고 등산로라고 쓰인 작은 이정표도 보이지만 장거리산행에 익숙하지 못한 아내는 힘이 빠지는지 연신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 본다.
낮은 봉우리들을 두세개 넘고 가파른 오르막 길을 한동안 오르니 뾰족하게 솟아 보이던 두수람(880m)인데 잡초들이 무성한 헬기장에서 사과 한개를 깍다가 벌떼들이 몰려들어 일어난다.
계속되는 잡목길을 따라 묵은 헬기장을 지나고 넓직한 시멘트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금은광이(812.4m)에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맞은편으로 주왕산 능선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제 금은광이네거리는 지척일 것이고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니 "주왕산-7"이라는 안동소방서의 플랭카드가 걸려있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표지기가 많이 걸려있는 왼쪽 길은 계곡으로 내려간다고 생각하고 이어지는 희미한 능선으로 들어간다.
암봉을 휘돌아 내려가면 "←금은광이 0.7km 월외매표소 6.3km↓"라 쓰인 이정표가 서있는 사거리안부인데 당연히 의심하지 않고 금은광이네거리로 생각하며 탐방로아님 이정표가 가로 막는 능선으로 올라간다.



(두수람 정상)



(금은광이 정상)



(금은광이 이정표)



- 무명봉
희미하지만 족적이 뚜렸한 산길을 천천히 올라가면 낙엽이 두텁게 깔려있고 표지기 하나 보이지 않는 청정한 길이 이어진다.
월미기로 이어지는 남서쪽 능선을 놓치지 않으려 연신 나침반을 들여다 보면서 조릿대숲을 따라 봉우리들을 오르고 기진맥진하는 아내에게 사탕과 간식을 먹이고 힘을 북돋는다.
막걸리통 하나가 꽂혀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사방으로 잡목들이 울창하고 그나마 족적이 남아있는 능선은 북쪽으로 올라가 버리며 남서쪽으로는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왔다갔다 길을 찾다가 3폭포가 있을것 같은 남쪽으로 방향을 맞추고 지능선으로 무작정 내려가며 멧돼지가 파 놓은것 같은 잡목숲을 헤친다.
능선은 점점 가파르게 떨어지고 수직의 사면을 이리저리 치고 내려가니 겁 많은 아내는 엉금엉금 거의 기다시피 한다.
손을 잡아 주고 길을 만들며 한동안 내려가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우려했던대로 5-6미터의 수직절벽이 기다린다.
우회할 곳은 없고 10미터 스링줄을 걸고 내려가 벌벌 떠는 아내를 받쳐주며 간신히 내려서니 수량도 별로 없는 계곡의 상류가 나온다.



(내려온 절벽)


- 샘골
졸졸 흐르는 계류를 따라 좁은 계곡을 한동안 내려가면 물줄기가 조금씩 굵어지면서 희미한 족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겹게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하늘이 트이며 높다란 암봉들이 멋있게 솟아있지만 주왕산의 기암은 아닌 것 같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조릿대를 따라 개망초가 무성한 길을 내려가면 작은 암자가 보이는데 밭일하는 스님에게 주왕산을 여쭤보니 여기는 용화사라는 절이며 거대리의 샘골이라고 허허 웃으신다.
그제서야 지도를 확인하고는 3폭포하고는 멀리 떨어진 정말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온 것을 발견하고 그냥 말문을 잃어버리고 만다.
산을 한두번 다닌 것도 아니고 나침반으로 남서방향을 계속 확인하며 왔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마을로 걸어가다 밭에 계시는 노인분께 인사하니 이 마음씨 좋은 촌로는 하던 일도 중단하고 집으로 데려가더니만 찬 보리차도 주시고 요구르트도 꺼내신다.
노인분의 말씀으로는 샘골 계곡은 절벽이 많고 송이채취꾼만 다니는 험한 곳이라며 계곡 따라 있는 족적도 모두 송이꾼들이 낸것이라 하신다.
청송택시를 부르고 노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풍광좋고 깨끗한 산골마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며 산봉우리부터 서서히 어두운 기운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샘골의 암봉1)



(샘골의 암봉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