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북한산 단풍산행

킬문 2006. 10. 28. 12:17
2003년 10월 24일 (금요일)

◈ 산행일정
솔고개(13:04)
325봉
상장봉(14:03)
545봉(14:30)
565봉(15:09)
우이령갈림길(15:39)
510봉
육모정고개(16:09)
용덕사(16:49)

◈ 산행시간
약 3시간 45분

◈ 동행인
아내

◈ 후기

이틀후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대비해서 집에서 쉬고 있다가 북한산의 단풍을 아내에게 보여줄 겸 상장봉능선을 오르기로 하고 늦으막하게 산행준비를 한다.
의정부에서 불광동가는 버스를 타고 한북정맥상의 솔고개에서 내리면 "한북도야지정육점"이란 식당이 보이는데 어떻게 한북이란 이름을 썼을까 사뭇 궁굼해진다.
즉 수피령에서 시작한 대부분의 한북정맥 종주자들은 대동여지도를 따라 도봉산에서 종주를 멈추고 산경표를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장명산까지 끊어진 맥을 이어 가는데 도봉산을 넘어선 솔고개의 작고 허름한 식당 간판에서 한북이란 단어를 발견하게 되니 정말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식당 뒤에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건장한 청와대경호실 직원들이 모여있어 행여나 막을까봐 서둘러 그틈을 뚫고 산으로 오른다.


잡목사이로 족적을 따라가면 곧 왼쪽에서 올라오는 뚜렸한 등로와 만나고 움푹 패인 가파른 비탈길을 한동안 오르니 폐타이어가 쌓여있는 325봉인데 비로서 시야가 트이며 상장봉이 올려다 보인다.
갈색으로 바뀌어 가는 활엽수들을 바라보며 전망대바위에 오르면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오며 땀을 식혀주고 송추일대와 군부대가 있는 노고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마루금이 훤하게 보인다.
소나무들 사이로 경사길이 이어지고 요가를 한다며 아침부터 굶은 채로 따라온 아내는 얼굴이 허옇게 변하며 탈진이 되는 것 같아 쪼코렛과 이온음료로 응급처방을 한다.


바위위에 삼각점이 있는 펑퍼짐한 상장봉(534m)을 지나니 경기도일대의 산에서 눈에 익었던 무소유산문자님의 표지기 한개가 반갑다.
밧줄이 걸려있는 바위사면을 타고 545봉의 넓직한 바위에 오르면 막 단풍이 물들고있는 도봉산과 북한산이 울긋불긋하게 보이고 기대했던 백운대와 인수봉은 스모그때문인지 흐릿한 윤곽만 보여준다.
슬랩지대를 조심스레 내려와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오는 바위에 앉아 빵과 사과를 안주로 시원한 막걸리 한잔씩 마시고 있으니 이방인을 경계하듯 까마귀들 우는 소리가 숲속을 울린다.



(상장봉에서 바라본 545봉)



(545봉에서 바라본, 멋진 565봉)



(암벽에 피어난 억새)



(뿌옇게 보이는 인수봉과 백운대)



바위지대를 따라 멋지게 보이던 565봉을 올라 삼각점을 확인하고 편안하게 이어지는 감촉좋은 솔길을 따라가면 불붙기 시작한 새빨간 단풍잎들이 나타나며 숲은 온통 원색의 물결로 출렁거린다.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고 서울근교에서 볼수있는 예쁜 단풍에 감탄도하며 조용한 숲길을 걷다 보니 지나온 암봉들은 마치 카페트에 누어있는 낙타처럼 기묘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이령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낮게 오르내리는 봉우리들을 넘으면 인수봉은 점점 거대한 암괴로 다가오고 마치 마터호른처럼 뾰족하게 솟은 510봉이 멋지게 보인다.



(단풍1)



(단풍2)



(단풍3)



(단풍4)



(단풍5)



(낙타처럼 보이는 지나온 암봉들)



(도봉산)



울퉁불퉁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험준해 보이는 510봉은 릿지로 오르는 것이 재미있지만 겁많은 아내를 핑계로 암봉을 길게 돌아 사면으로 우회한다.
계절을 착각하고 이따금씩 피어있는 진달래들을 바라보며 송전탑이 서있는 육모정고개로 내려와 철조망을 넘으니 이은상선생의 추모비가 눈길을 끈다.
다시 나타난 돌밭길에 무릎이 안 좋은 아내는 얼굴을 찡그리지만 명랑하게 재잘대는 새소리를 들으며 내려가면 어느덧 용덕사를 지나고 유행가 소리가 크게 들려오며 잠시 잊고 있었던 사람 사는 세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