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강촌과 경강을 잇는 비단길 (검봉-봉화산-새덕봉)

킬문 2006. 10. 28. 12:21
2003년 10월 30일 (목요일)

◈ 산행일정
청량리역(07:10)
강촌역(08:40)
강선사(08:55)
강선봉(09:35)
송전탑(09:54)
검봉(10:18)
사거리안부(10:55)
한치고개갈림길(11:21)
문배고개
봉화산(12:04)
한치고개갈림길(12:44)
한치고개(13:16)
능선갈림길(13:43)
송이재봉(14:15)
능선갈림길(14:34)
새덕봉(15:36)
배나무골갈림길(16:12)
임도(16:45)
백양1리마을회관(17:26)
경강역(17:45)
가평터미널(18:40)
동서울터미널(20:15)

◈ 산행시간
약 9시간 05분

◈ 산행기

- 강선봉
주말에는 젊은 아베크 족들로 만원을 이루었을 경춘선 열차를 타고 창밖에 펼쳐지는 늦가을의 산하를 구경하며 앞자리 연인들의 낮으막한 속삼임을 듣는다.
하얗게 물안개를 피워 올리는 북한강변을 지나 강촌역에 내리고 줄지어 서있는 음식점들 사이로 강선사를 찾아 올라가니 넓은 등로가 기다린다.
잣나무 조림지를 따라 너덜 길이 이어지고 밧줄과 쇠사슬을 잡아가며 급한 암릉을 오르는데 노약자는 좀 힘들 것 같고 겨울에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
전망대 같은 바위에 오르니 굽이쳐 흐르는 북한강과 경춘국도가 내려다 보이고 암봉으로 치솟은 등선봉에서 삼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험준하게 보인다.
노송들이 곳곳에 서있는 암릉 길을 따라, 춘천을 다니며 늘 관심있게 보아온 강선봉(485m)에 오르면 사방으로 조망이 훤히 트이고 뾰족하게 솟아있는 검봉과 봉화산이 눈길을 끈다.



(강선봉에서 내려다본 북한강과 경춘국도)



(강선봉)



- 검봉
문배마을 이정표를 보며 암릉을 내려가 쇠사슬로 가이드 레일이 쳐져있는 절벽지대에 서서 바위 벽과 푸른 소나무들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강선봉의 뒷모습을 감탄의 눈으로 바라본다.
낙엽이 깔려있는 포근한 길을 따라가면 가을 햇살은 따뜻하게 내려오고 갈색으로 물들어 가고있는 숲은 고즈넉하며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새파랗다.
이방객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산비둘기를 지나가니 청솔모 한마리가 귀를 쫑끗하며 서있고 낙옆 밑으로는 도마뱀이 도망가는지 스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송전탑을 지나고 비단결처럼 고운 낙엽길을 따라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검봉(530.2m)에 오르면 봉화산이 잘 보이고 가야 할 새덕봉 쪽으로는 낮은 봉우리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강선봉의 아름다운 뒷모습)



(검봉)



- 봉화산
새빨갛게 호화스러운 단풍은 없지만 호젓하고도 편안한 만추의 산길을 천천히 걸어가면 강촌리조트와 문배마을로 내려가는 길들을 몇번이고 지나친다.
문배마을과 백양리로 갈라지는 사거리안부를 지나서 발 밑으로 푸른 지붕들을 바라보며 잡목가지들을 헤치고 한치고개로 내려가는 능선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부터는 한치고개를 지나 새덕봉을 거쳐 춘성대교까지 이어지는 가칭 "영춘지맥"의 줄기인데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해도 많이 알려진 봉화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사람 바위를 지나고 굵은 노송들 사이에 밧줄이 걸려있는 암릉을 올라 험준한 범바위를 넘는다.
낙엽으로 미끄러운 암릉을 조심해서 임도가 지나가는 문배고개로 내려가 급한 오르막을 10여분 오르면 평평하게 딱여있는 넓은 맨 땅에 정상목이 서있는 봉화산(486.8m)이다.
정상에서는 강촌 유원지가 내려다 보이고 강촌으로 원점회귀 할 수 있는 유순한 북동릉이 이어지며 소주고개로 이어지는 영춘지맥 길도 표지기 몇개가 붙어있다.



(범바위 정상)



(봉화산 정상)



- 송이재봉
한치고개 갈림길로 되돌아 가 놀러나온 아줌마들의 웃음소리를 뒤로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 속을 내려가며 등로를 찾는다.
남서쪽으로 내려가던 산줄기는 봉우리를 오르며 서쪽으로 꺾어지고, 검봉을 바라보면서 한적한 산길을 따라가 임도가 지나가는 한치고개로 내려선다.
표지석이 서있는 넓은 고갯마루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소주 한잔 마시니 인적 없는 쓸쓸한 임도에는 바람이 지나가며 낙엽들이 하늘로 솟구친다.
희미한 숲길을 올라가면 능선 갈림길이 나오고 지맥은 북쪽으로 이어지지만 송이재봉이 있는 남서쪽 능선으로도 일반 산악회 표지기들이 두어개 보인다.
송이재봉 쪽으로 꺾어져 봉우리 하나를 오르고 표지기 따라 무심코 내려가다 되돌아와 송이재봉을 바라보며 흔적도 없는 사면을 치고 내려가면 숨어있던 능선이 나타난다.
거치장스러운 잡목들을 헤치며 봉우리들을 넘으면 더 올라갈 곳이 없는 송이재봉(490m)인데 잡목들만 있고 아무런 특징이 없어서 허탈해진다.
정상 근처에는 청량산악회의 오래된 표지기 한개만 보이니 송이재봉을 찾아왔던 다른 산악회들은 아마 여기를 못 들르고 앞의 봉우리에서 큰골쪽 임도로 내려갔을 가능성이 크다.



(한치고개)



(송이재봉 정상)



- 새덕봉
되돌아와 북서쪽 능선으로 들어가면 잡목들 사이로 희미한 길이 연결되고 새덕봉으로 이어지는 지맥의 줄기가 잘 관찰된다.
경사길을 내려가는데 울트라마라톤 후 조금 안 좋았던 오른쪽 무릎에 날카로운 통증이 오더니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심해진다.
절룩절룩 아픔을 참으며 거친 잡목 숲을 지나가면 북한강의 물결은 햇빛에 반짝거리고 학생 때의 추억이 깃들은 남이섬이 내려다 보인다.
계속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넘고 고통을 참으며 밋밋한 새덕봉(487.5m)에 간신히 오르니 베어진 나무 몇그루만 있고 표지기 몇개가 정상임을 알려주며, 꾸불꾸불하게 산허리를 휘도는 임도와 마을들이 반가워진다.
몇년 동안 비상용으로 배낭에 넣고만 다니던 탄력붕대를 무릎에 감고 스틱을 짚어가며 천천히 임도를 향하여 내려간다.



(새덕봉 정상)


- 백양리
인적 드문 잡목 길을 천천히 헤치고 낮게 고도를 낮추는 가을 해를 불안한 마음으로 쳐다보며 경강역까지 이어지는 지맥 줄기를 바라본다.
능선 갈림길에서 지맥은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10여분후 다시 갈림 길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지는데 배나무골로 떨어지는 동릉쪽에도 표지기들이 몇개 붙어있다.
잡목과 덤불이 무성한 곳에서 길을 잃고 급사면으로 내려가다 낑낑거리며 올라와 나무사이에 가려있는 희미한 능선을 찾아간다.
유순해진 지맥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절개지가 나오고 드디어 임도와 만나는데 비록 골프장이 가로막고 있지만 지맥을 마지막까지 잇지 못하니 아쉬워진다.
뾰족하게 솟아있는 굴봉산을 바라보며 능선으로 붙어 꼬불거리는 임도를 가로지르고 산악자전거 길을 내려가 도치골을 따라서 백양1리 마을 회관으로 나간다.
옆으로 가깝게 지나가는 지맥 줄기를 바라보며 캄캄해진 도로를 한동안 걸어가면 춘성대교가 보이며 곧 경강역에 도착한다.
청량리행 통일호 열차는 2시간이나 기다려야 탈 수가 있어 가평 택시를 부르고 역 전에서 찬 캔맥주를 마시며 고생했던 무릎을 어루 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