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두륜산 종주 (가련봉-대둔산-연화봉-혈망봉)

킬문 2006. 10. 28. 12:26
2003년 11월 27일 (목요일)

◈ 산행일정
덕수궁(06:40)
오소재(12:26)
오심재(12:50)
노승봉(13:12)
두륜산 가련봉(13:24)
만일재(13:44)
두륜봉(13:54)
위봉갈림길(14:14)
대둔산 도솔봉(15:03)
시멘트도로(15:18)
연화봉(15:38)
사거리안부(15:58)
혈망봉(16:05)
왕벚나무 자생지(16:37)
피안교
장춘교(16:49)

◈ 산행시간
약 4시간 23분

◈ 동행인
ㅁ 산악회 85명

◈ 산행기

- 오소재
가을까지 뻔질나게 다녔던 설악산은 경방기간으로 묶여있고 땅끝기맥 할때나 가 보려고 미루어 두었던 두륜산을 당일신행으로 잡은 산악회가 있어서 모처럼 안내산행을 따라가기로 한다.
버스는 남도의 명산을 찾는 사람들로 꽉 차고 산행대장은 오후 5시 30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려와야 한다며 열을 올리는데 옆에 앉은 뚱뚱한 분의 체취는 내내 신경을 건드린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뿌리는 고속도로를 버스는 신나게 달리고 자다깨다 엉덩이가 근질근질하고 온몸이 답답해 질때쯤 5시간 30분만에 버스는 오소재에 사람들을 토해낸다.
고갯마루에서 조금 내려간 곳에 반질반질한 등로가 열려있고 진불암으로 내려가는 일반코스가 아닌 대둔산을 지나 오도치까지 종주산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특공대처럼 뛰듯이 산을 올라간다.
빗줄기를 맞으며 빽빽한 동백숲을 따라 미끄러운 진흙길을 올라가다 가련봉으로 바로 이어지는 땅끝기맥의 줄기를 유심히 바라다 본다.

- 노승봉
오랫만에 하는 산행이라 그런지 진땀을 흘리며 넓은 오심재로 오르니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케이블카 시설을 짓고 있는 고계봉(638m)이 신음하듯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다.
밧줄과 쇠사슬을 잡아가며 비에 젖어 미끄러운 암릉길을 조심조심해서 능허대라고도 하는 노승봉(685m)에 오르면 대둔산에서 연화봉과 혈망봉으로 이어지는 말굽모양의 두륜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닷가에 떠있는 완도와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도 이렇듯 멋진 모습을 보이니 맑은 날씨에는 "너무 아름다워 눈믈이 흐른다"는 어떤 산꾼의 넋두리가 가슴에 와 닿을것만 같다.
고계봉 너머로 비구름에 가린 주작산과 덕룡산을 찾아보고 보이지도 않는 월출산을 가늠하며 사방을 휘둘러 보면 버스안에서 힘들었던 몇시간은 당연히 보상되고도 남는다.



(오심재에서 바라본 노승봉)



(노승봉)



(노승봉에서 바라본 남해)



(노승봉에서 바라본 고계봉)



- 가련봉
비는 쉼없이 내리고 발받침과 손잡이들이 잘 설치되어 있는 암릉을 밧줄을 의지하며 한발한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내려간다.
뚝 떨어졌다가 다시 바위들을 잡고 험한 암릉을 지나 최고봉인 가련봉(703m)에 올라서니 비바람속에서도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조망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거센 바닷바람을 받으며 달마산에서 사자산을 거쳐 땅끝으로 내려가는 기맥의 산줄기를 그리움과 아쉬움의 눈으로 바라보다 쫓기듯 암릉길을 내려간다.
암봉을 휘돌아가며 미끄러운 너덜지대를 조심스레 통과하고 넓은 헬기장이 있는 만일재에 내려서니 사그러드는 억새들은 추위에 떨며 바람결에 몸을 숙인다.



(땅끝으로 이어지는 기맥줄기)



(대둔산에서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가련봉)



- 두륜봉
같이 가자고 했던 선두가이드인지 마주보이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두륜봉 바위에 언뜻 사람이 보이더니 이내 사라져 버린다.
암벽을 빙 돌고 철계단을 올라 기묘하게 이루어진 천연 구름다리를 건너 두륜봉(630m)에 오르니 대둔산이 가깝게 다가서고 주봉으로 이어지다 쇄노재로 내려가는 능선도 인상적으로 보인다.
철계단을 다시 내려와 종주자들이 간혹 길을 헷갈린다는 대둔산쪽 기맥길로 들어서면 암릉이 이어져 10여미터의 수직절벽을 밧줄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간다.
계속 나타나는 암릉들을 힘겹게 통과하고 헬기장들을 지나서 주봉쪽의 뚜렸한 길로 잘못 들어갔다가 이내 뒤돌아 나온다.
암릉이 끝나는가 싶더니 잡목과 산죽숲이 기다리고 있고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앞질러간 선두일행들은 보이지 않으니 오늘도 쓸쓸한 홀로산행이 된다.



(주봉)



(두륜봉)



- 대둔산
비에 젖은 몸으로 빽빽한 산죽사이를 지나니 물에 빠진듯 흠뻑 젖어 버리고 찬바람에 몸이 떨려오며 매정한 잡목가지들은 얼굴을 때리고 몸을 잡는다.
지겹게 이어지는 키 큰 산죽들을 몸을 굽혀가며 통과하면 산죽사이로 갈림길이 나오고 왼쪽으로 꺽어져 대둔산 방향으로 올라간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급한 암릉을 지나 대둔산 도솔봉(671.5m)에 오르니 산불초소와 통신탑은 쓰러져 있고 정상은 방송시설물이 차지하고 있다.
땅끝기맥은 여기에서 중계탑들이 있는 암릉을 지나 남쪽의 닭골재로 내려가고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종주길은 북쪽으로 갈라져 나간다.
정상에서 잠시 서 있으니 너무나 추워서 귀찮아서 미루고 있던 방풍상의를 입고 장갑도 낀채 연화봉을 바라보며 운치있는 억새숲을 지나 시멘트도로로 내려간다.



(대둔산 정상)



(고계봉에서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땅끝기맥)



(도솔봉)



- 연화봉
도로를 건너고 바람없는 숲에서 간식도 먹고 소주 한컵으로 추위에 움추러든 몸을 덥히며 5시 30분까지 내려갈수 있는지 지도를 확인해 본다.
흰색 암반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를 지나고 연화봉(613m)인듯한 암봉을 넘으니 대둔사가 발아래로 보이고 두륜산의 암봉들이 구름사이로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곧 사라진다.
비안개가 스물거리며 올라오는 인적없는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면 검은 숲은 괴기스럽고 그칠줄 모르고 떨어지는 빗소리만이 정적을 깨트린다.
큰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내려가면 사거리안부가 나오고 산악회 사람들이 오도치로 생각하고 내려간듯 오른쪽의 뚜렸한 길로 표지기가 붙어 있다.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억새길)


- 혈망봉
안부를 넘고 구름속에 올려다 보이던 봉우리로 올라가면 혈망봉(379m)으로 추측되는 좁은 암봉이 나오는데 더 나아가 봐도 숲길이 애매해진다.
비는 더욱 세차게 쏟아지고 악천후에 굳이 오도치를 찾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이라 봉우리를 내려가 표지기가 걸려있는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낙엽에 덮혀 희미한 돌길을 지나면 산길은 뚜렸해지고, 잠시 내려가 철조망을 넘어서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와 만난다.
왕벚나무 자생지를 지나고 철망문을 넘어 피안교로 내려가면 큰 도로와 만나고 도로 따라 빗속을 처량스럽게 걸어가니 경내버스정류장과 매표소가 나온다.
주차장에서 상의만 대강 갈아입고 해남의 명물인 낙지탕에 동동주를 마시며 비에 흠뻑 젖었던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두륜산을 다시 찾게될, 땅끝기맥 종주의 그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