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함박눈과 같이 한 아산의 종주길 (광덕산-만경산-설화산)

킬문 2006. 10. 28. 12:41
2003년 12월 17일 (수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20)
천안터미널(07:38)
광덕사주차장(08:55)
갈재산장(09:28)
길재고개(09:45)
무명봉(10:59)
광덕산(11:19)
장군바위(11:46)
장고개(11:56)
밍경산갈림길(12:23)
망경산(12:43)
망경산갈림길(13:07)
임도(13:15)
데이콤중계소(13:55)
작은봉(14:39)
사거리안부(14:48)
설화산(14:59)
오봉암갈림길(15:11)
천제암(15:32)
데이콤기지국
39번국도(15:42)
아산터미널(16:30)
강남터미널(18:27)

◈ 산행시간
약 6시간 47분

◈ 산행기

- 갈재고개
천안터미널 앞에서 추위에 떨며 30여분 기다리다가 금북정맥 종주하면서 한번 타봤던 610번 광덕사행 버스에 오르니 서서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종점인 광덕사 주차장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있으려니 눈발은 점점 굵어지고 소용돌이치며 내려오는 눈보라에 산하는 금방 회색빛으로 바뀐다.
음식점들을 지나고 포장도로를 천천히 올라가면 맑은 물은 철철 내려오고 계곡을 휘돌아 내려오는 찬바람에 얼굴이 시려온다.
갈재산장부터는 아스팔트도로가 끝나고 잔돌 많은 비탈길이 이어지며 흰눈을 덮고있는 고갯길은 꾸불꾸불하게 끝이 없이 산자락을 올라간다.
덤불에서 뛰어노는 철 모르는 새들을 바라보다가 눈위에 첫 발자국을 선명하게 그리며 올 4월에 자나갔던 갈재고개로 올라서니 눈에 익은 금북정맥의 산줄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눈내리는 고개길)



(갈재고개)



- 광덕산
소나무들 사이로 100여미터 올라가니 금북정맥은 왼쪽으로 희미하게 갈라져 나가고 직진하는 광덕산 길은 뚜렸한데도 전에 반대에서 내려올 때는 이 길을 못보고 지나쳤다.
헬기장을 넘어서 올라가면 잡목들 사이로 등로는 잘 나있지만 눈은 점점 쌓여가고 살을 에이듯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친다.
낮게 이어지는 봉우리들을 넘고 인적없는 능선길을 달리면 낙엽들은 발밑에서 서걱거리고 눈을 덮고있는 646.2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빼꼼하게 모습을 보인다.
시야를 가리는 잡목지대를 지나고 바위들이 널려있는 뾰족한 암봉에 오르니 고사목들 사이로 금북정맥의 산줄기들이 꿈틀거리고 광덕면의 마을들이 훤하게 내려다 보인다.
눈에 덮혀있는 바위지대를 조심해서 내려와 아산소방서의 안내판이 있는 봉우리를 넘고 펑퍼짐한 광덕산(699.3m)에 오르니 광덕사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둥그렇고 평평한 정상에 서면 흐린 날씨에도 봉수산에서 각흘고개로 내려오는 금북정맥이 잘 보이고 망경산은 바로 앞에 우뚝 솟아 있으며 마이산을 연상시키는 설화산의 갈라진 두 뾰족봉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광덕산)



(암봉에서 바라본 금북정맥과 지나온 산줄기)



(광덕산 정상)



(광덕산에서 바라본 설화산)



- 망경산
밧줄을 잡고 미끄러운 바윗길을 내려가면 눈발은 그치지만 대신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해서 이정표를 확인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쇠머리펀덤"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전설이 깃들었다는 장군바위를 보면서 장고개로 추정되는 강당리 하산길 삼거리를 넘는다.
연신 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양지바른 봉우리에서 선채로 밥을 먹으니 찬바람에 몸이 떨리며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민가들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갈림길에 도착해서 망경산쪽으로 꺽어져 북사면 응달길을 내려가면 곧 사거리안부가 나오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미끄러운 눈길을 천천히 올라간다.
머리에 잔뜩 눈을 얹고있는 억새들을 지나 무덤 한기와 넓은 헬기장이 있는 망경산(600.1m)에 오르니 설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가깝게 보이고 넋티고개를 넘어 태화산과 배방산으로 낮게 이어지는 유순한 산줄기도 눈에 띈다.



(장군바위)



(무덤이 있는 망경산 정상)



(망경산에서 바라본 설화산과 채석장)



(넋티고개로 이어지는 태화산)



(배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설화산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 북서방향의 설화산쪽으로 들어가서 봉우리를 넘고 낙엽밑에 숨어있는 얼음판을 조심하며 가파른 낙엽길을 내려간다.
안세일 마을로 이어지는 임도를 넘고 푹신하게 낙엽이 깔린 소나무 길을 지나서 무덤이 있는 봉우리들을 두개나 넘는다.
커다란 "자연보호" 철판이 서있는 데이콤중계소를 지나고 억새밭으로 내려가면 바위들로 이루어진 설화산의 뾰족한 봉우리들이 다가서고 산을 갉아 먹는 채석장의 소음이 귀에 거슬린다.
노송들이 서있는 희미한 능선길을 올라서 작은 돌탑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바위지대로 이루어진 암봉에 오르면 조망이 훤히 트여서 광덕산에서 이어지는 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중계탑이 있는 설화산 정상은 바로 앞에 보인다.
곳곳이 얼어붙은 미끄러운 암릉들을 통과하고 나뭇가지를 잡고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 외암리와 좌부동의 초원아파트를 잇는 뚜렸한 안부를 넘는다.
급하게 올려치는 산길을 오르고 밧줄을 잡아가며 바위지대를 힘겹게 통과해서 태극기와 중계탑이 서있는 설화산(441m)에 오르면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서 겹겹히 솟아있는 산봉들과 아산시 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인다.



(임도에서 바라본 광덕산)



(설화산의 봉우리들)



(설화산)



(설화산 정상)



- 39번 국도
몸을 날려 버릴듯이 불어대는 찬바람을 맞으며 바위사이에서 소주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서울에서의 모임에 늦지않게 서둘러 산을 내려간다.
얼어있는 사면을 돌아내려 오봉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소나무들 사이로 뚜렸한 등로를 내려가면 발밑으로 데이콤기지국이 보이며 능선은 밑으로 뚝 떨어진다.
간간이 나타나는 시멘트벽돌로 쌓은 참호들을 따라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길을 내려가니 울긋불긋한 실타래가 걸려있는 굿판들이 보이고 곧 천제암이 있는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이제 매섭게 불어오던 찬바람은 사라지고 데이콤기지국을 지나면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외암리마을이 나오며 앞에 39번 국도가 보인다.
오래전 부터 기다려왔던 충청지방의 종주코스였는데다 탐스럽게 쏟아지는 함박눈과 같이했던 축복받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