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소백산의 꿈 (고수재-봉우등-비로봉-1174.0봉-죽령)

킬문 2007. 9. 13. 11:30
2007년 9월 9일 (일요일)

◈ 산행일정

청량리역
단양역(21:00-23:50)
고수재(04:35)
432봉(05:04)
432봉(05:54)
고수고개(06:11)
462봉(06:26)
봉우등(07:12)
633봉(07:43)
매남치(08:00)
589봉(08:22)
621봉(08:40)
611봉(09:14)
634봉(09:40)
760봉(10:09)
871.2봉(10:40)
932봉(11:07)
일반등로(12:33)
비로봉(12:50)
제1연화봉(13:34)
죽령갈림길(14:46)
능선갈림봉(14:54)
1174.0봉(15:25)
죽령갈림길(16:15)
죽령(17:09)
단양역(18:00-18:15)
청량리역(18:16-21:16)

◈ 도상거리
약24km

◈ 산행시간
12시간 34분

◈ 산행기

- 고수재
단양터미널뒤의 찜질방에서 비몽사몽 누워있다가 야식집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소백산의 가장 잘 알려진 등로가 있는 천동계곡 갈림길을 지나 56번 국도상의 고수재에서 택시를 내리면 어둠속에 비닐천막 한동이 서있고 빈 의자들만 보인다.
생각보다 너무 어두어서 잠시 망설이다 시멘트옹벽을 넘어 바위들을 타고 잡목을 헤치며 올라가니 흐릿한 족적이 나타나지만 폐무덤가에서 흐지부지 사라져 버린다.
연신 얼굴에 들러붙는 거미줄을 떼어가며 능선만 가늠하고 울창한 잡목들을 헤치다 멧돼지들이 마구 파헤쳐놓은 숲을 올라가면 칠흑같은 어둠속에 속세의 불빛 몇개만이 반짝거린다.
구슬땀을 떨어뜨리며 힘겹게 432봉으로 올라가니 앞이 트이고 모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지만 주변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어두어 너무 일찍 올라온 것을 뒤늦게 후회한다.
북서쪽으로 방향만 맞추고 내려가면 바위지대들이 나오고, 빽빽한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이리저리 검은 바위들을 우회해서 내려가다 너무 길이 안좋아 올라온다.
봉우리에서 다시 방향을 잡아 바위지대 오른쪽으로 흐릿한 족적을 발견하고 뚝 떨어져 내려가다 보니 여명이 밝아오며 왼쪽으로 흐르는 시커먼 능선이 보여 힘겹게 되돌아온다.
쓸데 없는 욕심을 부리며 너무 일찍 산에 들어와 아까운 50여분을 허비하고 처음 들어갔던 바위지대로 내려가면 서서이 어둠이 물러나며 언뜻 봉우등이 나뭇가지사이로 모습을 보여준다.


- 봉우등
발밑으로 안개에 묻힌 남한강을 내려다보며 능선을 따라가다 빽빽한 잡목들을 뚫고 고수고개로 내려가니 넓은 공터에는 칡넝쿨과 까시덤불들이 꽉 차있지만 아침을 맞이하는 남한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수묵화처럼 눈앞에 잔잔하게 펼쳐진다.
왼쪽으로 솟아있는 용산봉과 오른쪽으로 무슨 건물이 있는 봉우리를 바라보며 전신주들이 지나가는 고개에서 산으로 들어가 가파른 사면을 타고 462봉으로 올라가면 진땀이 흐르고 산행 초반부터 힘이 빠진다.
흐릿한 능선 따라 물구덩이가 파여있는 안부를 지나고 잣나무들이 쭉쭉 뻗은 숲으로 들어가 무슨 용도인지 모를, 곳곳에 쌓여있는 석축들을 지난다.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과수원과 만나서 땅에 떨어져 썩어가는 사과들을 밟으며 올라가니 시야가 훤히 트여서 안개에 덮힌 남한강너머로 금수산일대가 가깝게 보이고 태화산에서 뻗어나가는 영춘지맥의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린다.
강 건너로 흉칙스럽게 산을 갉아먹고있는 시멘트 채석장을 바라보다 엎어진 감자밭을 지나 빈 묵밭으로 올라가면 찻길이 있는듯 승합차 한대가 올라와있고 산책 나온 부녀가 보인다.
목장의 그물망이 쳐져있는 가파른 산길 따라 봉우등(696.1m)에 올라가니 무성한 잡초속에 삼각점(303재설/77.6건설부)이 숨어있고, 장기일님과 권도현님의 표지기가 걸려있으며, 옛 봉수대는 흔적도 없지만 비로서 소백산 주능선이 나뭇가지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 발밑으로 보이는 남한강



▲ 고수고개에서 바라본 용산봉



▲ 고수고개 오른쪽의, 건물이 있는 봉우리



▲ 안부의 물웅덩이



▲ 과수원에서 바라본 금수산줄기



▲ 과수원에서 바라본 남한강과 태화산



▲ 과수원에서 바라본 채석장



▲ 봉우등 정상



- 760봉
잡목들을 우회해서 북동릉으로 들어가 멧돼지들이 뒤짚어 놓은 능선 따라 무덤 한기를 지나고 633봉을 넘어 내려가면 다시 무덤이 나오며 족적이 나타난다.
흐릿한 산길을 타고 시멘트소로가 지나가는 매남치를 넘어 길도 없는 급사면을 한동안 치고 589봉에 올라가니 내려온 633봉이 앞에 고산처럼 우뚝 서있다.
남쪽으로 다시 꺽어 너덜들이 혼재된 고약한 능선을 내려가 안부를 지나고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621봉을 넘어서지만 굴곡 심한 산봉들이 연신 나타나 힘을 빠지게 한다.
칡넝쿨과 덤불이 꽉찬 안부를 지나고 예상외로 험하고 가파른 능선 따라 바위들이 있는 599봉을 어렵게 넘어서 공터가 있는 611봉으로 올라가면 주능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역동적인 산줄기가 앞에 보여 그나마 기운이 생긴다.
잘 치장된 묘 한기를 지나고 야생화들이 만발한 암릉으로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용산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산줄기가 잘 보이고 당이재와 슬금산등 단양쪽의 산봉들이 저마다 머리를 내밀고있다.
바위지대를 따라 한결 좋아진 등로로 634봉을 넘어가면 노송들이 서있는 가파른 암릉이 나오는데 연화봉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봉우등에서 이어온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소백산 천문대를 바라보며 한동안 큰바위들을 넘고 우회해서 760봉으로 올라서니 아름드리 적송들이 서있고 국립공원 표시석인지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시멘트기둥 하나가 박혀있다.



▲ 매남치



▲ 암릉에서 바라본, 비로봉으로 이어져 올라가는 산줄기



▲ 암릉에서 바라본, 용산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져 올라가는 산줄기



▲ 암릉에서 바라본 단양쪽의 산봉들



▲ 760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지대



▲ 전망대에서 바라본, 봉우등에서 이어온 산줄기



▲ 760봉 정상의 시멘트기둥



- 비로봉
고사목들과 적송들이 서있는 암릉을 지나고 울창한 잡목들을 헤치며 흐려진 족적 따라 봉우리들을 넘어 871.2봉으로 생각한 봉우리로 올라가면 큰 바위들만 있고 삼각점은 보이지 않는다.
거센 바람과 함께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다시 뚜렸해진 길 따라 봉우리들을 조금씩 우회하며 노송 한그루 서있는 능선갈림봉을 지난다.
산행의 랜드마크가 될 민백이재는 어디인지도 모르게 지나쳐 정확한 자기위치도 모르는채 빽빽한 철쭉들을 헤치며 끊임 없이 나타나는 바위지대들을 넘는다.
천동계곡쪽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물소리를 들으며 비안개가 자욱한 가파른 바위지대를 한동안 올라가니 능선이 완만해지며 키낮은 산죽지대가 나타난다.
간간이 나물꾼들의 쓰레기를 보며 다시 족적이 사라진 지겨운 잡목숲을 한동안 따라가면 드디어 앞이 확 트이며 천동리에서 올라오는 일반등로가 나타나고 목책이 앞에 보인다.
멋진 고사목을 보며 나무계단을 타고 능선으로 붙어 야생화들이 하늘거리는 초지 따라 비로봉(1439.5m)에 올라가니 언제 봐도 싫증 나지 않는 소백산의 너른 평원이 파랗게 개인 하늘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다.



▲ 숲길



▲ 일반등로



▲ 등로의 고사목



▲ 비로봉



- 죽령
예상보다 많이 걸린 시간을 생각하며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다음에 진행할, 상월봉에서 뻗어 내려가는 산줄기를 유심히 바라보다 멀리 보이는 제2연화봉을 향하여 내려간다.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검은콩막걸리를 마시는 두 �은 여자들을 보며 어린 남매를 데리고 유유자적 꽃구경을 하는 아주머니를 지나서 햇볕 따사하게 비치는 초가을의 소백산 초원을 바쁘게 걸어간다.
제1연화봉을 넘고 천문대를 지나서 임도 따라 제2연화봉을 돌다가 능선갈림길에서 죽령 가는 길을 버리고 서쪽으로 초지를 내려가 묵은 임도와 만난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잡초들을 헤치며 '산림유전자 보호림'이라는 안내판을 지나고 풀벌레들만 노래 하는 적막한 임도를 따라가다 시멘트옹벽을 넘어서 능선갈림봉(약1290m)으로 올라가면 예전에 중계소가 있던 자리인 넓은 공터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피어있어 산객을 맞아주고, 조망도 트여서 비로봉은 물론 내려가야 할 슬금산 방향의 산줄기와 북서쪽의 당이재로 떨어지는 산줄기도 잘 보인다.
너른 소백산자락을 휘휘 둘러보다 임도끝으로 내려가 능선으로 들어가니 붉은 헝겊과 함께 흐릿한 족적이 사면으로 이어지고, 쓰레기들이 널려있는 전신주를 지나치면 숲속에 흉물스럽게 쓰러져있는 전주들이 연신 나온다.
무성한 숲사이로 끊어질듯 이어지는 족적을 따라가다 능선으로 붙어 1174.0봉으로 올라가니 온통 까시덤불들로 뒤덮혀있고, 간신히 헤치며 올라가 보지만 같은 등로가 계속 이어진다.
나른하고 무료한 가을햇볕을 받으며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슬금산까지 갈 시간이 안되므로 단양역까지 교통편이 좋은 죽령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오늘 따라 한뿌리도 캐지 못한 더덕들을 흩으며 되돌아 올라간다.
묵은 임도 따라 중계소 도로로 올라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받으며 우뚝 솟은 도솔봉을 바라보고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한가롭게 바람결에 몸을 비비는 시멘트도로를 따라간다.
군부대를 지나 죽령으로 내려가 화장실에서 대강 몸을 딱고, 그늘진 벤치에 앉아 한병에 2000원씩 하는 소주를 따라 마시며 단양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몇년전 그 추웠던 겨울날에 적설을 뚫으며 저수령에서 죽령으로 힘겹게 내려와 지금은 없어진 휴게소에서 난로불을 껴안고 허겁지겁 막걸리를 마시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온다.



▲ 제2연화봉 임도에서 바라본 주능선



▲ 능선갈림봉 정상



▲ 능선갈림봉에서 바라본, 오른쪽의 슬금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시멘트도로에서 바라본 도솔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