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한강기맥을 고대하며 (장평-978.8봉-1271.8봉-운두령)

킬문 2007. 8. 21. 12:54
2007년 8월 19일 (일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장평터미널(06:30-08:33)
들머리(08:49)
능선삼거리(09:28)
816.4봉(09:51)
말구리재(10:43)
773봉(11:02)
갈정이재(11:45)
844.8봉(12:16)
점심(-12:31)
922.1봉(13:11)
도사리치(13:28)
978봉(14:36)
978.8봉(15:07)
북서갈림봉(15:41-15:47)
1271.8봉(17:50)
산불초소(18:15)
운두령(18:25)
장평터미널(19:10)
동서울터미널(19:40-23:15)

◈ 도상거리
약 17km

◈ 산행시간
9시간 36분

◈ 산행기

- 816.4봉
급한 일이 생겨 진부를 가던 중 문제가 해결됐다는 전화를 받고 차안에서 몇장의 지도를 뒤적이다 전에 생각만 해두고 있었던 산줄기를 가기로 결정하고 장평에서 버스를 내린다.
터미널뒤의 장평교를 건너고 봉평 들어가는 6번국도와 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곳에서 절개지 철망을 잡고 암릉을 올라 능선으로 들어가니 뚜렸한 산길이 나타난다.
간벌된 나무들이 걸기적거리는 무덤지대를 오른쪽의 야생화 만발한 묵밭으로 우회해 능선으로 올라가면 아침부터 찌는 듯한 폭염이 �아지고 햇볕이 따갑게 내려와 숨이 막힌다.
장평에서 식수를 더 준비하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다 진땀을 흘리며 삼거리에 닿아 능선를 덮고있는 간벌돤 나무들을 피해가며 올라가니 '봉평산악회'의 표지기 한장이 나타난다.
가져간 영진지도에는 표기도 안� 816.4봉에 오르면 생각지도 않았던 삼각점(3085복고/77.6건설부)이 놓여있고 햇살이 따갑게 내려오지만, 전면으로 시야가 트여서 금당산에서 거문산을 지나 절구봉으로 향하는 산줄기가 잘 보이고 맞은 편으로 중대갈봉에서 청태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린다.


- 844.8봉
부실한 지도를 보며 30여분 헤멘 끝에 베어진 나무들에 가려있는 능선을 찾아 들어가니 호젓한 등로가 나타나고 산악회 표지기 한장이 길을 확인해 준다.
목장철선 따라 흐릿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내려가 말구리재로 생각되는 뚜렸한 사거리안부를 지나서 폐무덤을 오르며 길은 흐지부지 사라진다.
빼곡한 잡목들을 헤쳐가며 773봉을 오르고 흐릿한 족적을 확인하며 봉평산악회 표지기들이 간혹 걸려있는 산길 따라 시멘트임도가 지나가는 갈정이재로 내려가면 한켠에 배추밭이 있고 태양빛이 이글거린다.
달구어진 시멘트임도를 따라가다 임도삼거리에서 능선으로 붙어 키를 넘는 잡초들로 둘러쌓인 844.8봉에 올라 숨어있는 삼각점을 찾고는 영진지도에 유일하게 삼각점봉으로 표기된 978.8봉으로 오인하고 실제 978.8봉을 확인하기 전까지 극심한 혼돈에 빠지게 된다.
정상 밑의 바람이 잘 부는 둔덕에 앉아 고랭지채소밭너머로 우뚝 솟은 계방산줄기를 바라보며 모처럼 준비한 도시락을 펼치지만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입이 쓰고 받지를 않아 몇숟가락 뜨다가 배낭에 넣고 만다.


- 978.8봉
칡넝쿨로 뒤덮힌 안부를 지나고 봉우리를 올라서니 견고한 철조망이 쳐져있고 까시덤불과 잡목이 심해 철조망을 몇차례 건너며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간다.
덤불들을 헤치며 온통 잡초로 뒤덮힌 922.1봉을 오르고 삼각점은 확인할 생각도 못한채 오른쪽 지능선으로 잘못 빠져 헤메다가 돌아와 직진하는 능선으로 들어간다.
도사리치로 생각되는 사거리안부를 지나 봉우리를 오르고 빽빽한 넝쿨지대를 힘겹게 통과해서 지도와 아주 다르게 이어지는 마루금을 고개를 갸우뚱하며 감각적으로 따라간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큼직하게 자란 더덕들을 캐며 온갖 넝쿨들이 덮고있는 봉우리들을 넘고 베어진 나무들을 피해 잡초로 둘러쌓인 봉우리를 오르고는 삼각점은 찾지 못하지만 비로서 978.8봉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978.8봉을 내려가며 오른쪽으로 휘다가 다시 왼쪽으로 꺽어지는 지점을 놓쳐서 30분을 헤메고 마루금을 찾아 들어가면 제법 뚜렸한 족적이 나타나며 산악회의 표지기도 걸려있어 맞는 길임을 알 수 있다.


- 1271.8봉
점점 먹구름이 끼며 잇달아 울리는 마른 천둥소리를 불안하게 들어가며 북서쪽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봉우리를 넘고 산죽과 잡목들을 헤치며 적막한 숲을 따라간다.
드디어 주룩주룩 내려오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며 때로는 흐릿한 죽적이 나타나다 사라지곤 하는 특징 없는 잡목지대를 이리저리 우회하며 올라간다.
후줄근하게 젖어, 먹구름사이로 간간이 모습을 보이는 오지의 산봉들을 바라보며 일몰이 다된 것처럼 어두어진 숲을 내심 불안해하며 따라간다.
이제나 저제나 한강기맥과 만날까 기대를 하며 산죽들을 헤치고 북쪽으로만 방향을 잡아 봉우리를 넘어서면 비구름속에 흐릿한 봉우리들이 끝없이 나타난다.
점점 고도를 높혀가며 가파르게 봉우리들을 넘고 베어져 뒹구는 나무들을 피해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1271.8봉에 오르니 삼각점(봉평417/2005재설)이 있고 몇개의 표지기들이 나풀거리며 지친 산객을 맞아준다.
9시간만에 어렵게 만난 한강기맥에서 비에 함초로히 젖어있는 야생화들을 바라보다 멀리 회령봉으로 돌아 봉평으로 하산할려던 자신의 터무니 없는 계획을 떠올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운두령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 운두령
빗물이 고여있는 뚜렸하고 포근한 산길 따라 산불초소가 서있는 둔덕으로 내려가면 시야가 트이며 운해에 가려있는 회령봉과 불발현으로 달려가는 한강기맥의 산줄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몇해전과는 달리 잘 나있는 산길을 타고 덤불에 덮혀있는 헬기장을 지나서 통신탑을 만나 낯 익은 운두령으로 내려가니 점차 빗줄기가 약해지지만 버스는 이미 끊어졌다고 한다.
옥수수가게 노판 비닐에 고여있는 빗물로 대강 얼굴을 딱고 뒷켠의 창고에서 젖은 옷들을 갈아입은 후 계방산 들머리를 서성거리며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마침 동동주 한잔씩을 마시고 불콰한 얼굴로 나오는, 진부 사는 노부부와 가족들의 차를 얻어타고 꾸불꾸불한 고개를 내려가 예전 국밥에 소주를 마시던 운두령산장을 지난다.
에어콘바람이 시원하게 나오는 차안에서 마른 옷에 젖은 배낭을 끌어안고는 밑으로 떨어지는 물기를 애써 수건으로 막아가며 장평으로 향하면 마음은 그저 좌불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