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3일 (목요일)
◈ 산행 일정
동서울터미널
원주터미널
천은사(08:36)
주능선(09:42)
작은촉새봉(09:54)
촉새봉(10:20)
삼봉산갈림길(10:43)
무명봉(11:20)
배찌고개(11:53)
683봉(12:12)
사거리안부(12:31)
옥녀봉(12:42)
시루봉(13:10)
비지재(13:24)
무명암봉(13:46)
강승갱이재(14:13)
667봉(14:26)
큰묘지(15:15)
오청산(16:12)
능선갈림길(16:44)
능선갈림길(17:25)
무명봉(18:07)
다릿재(18:22)
제천터미널
동서울터미널
의정부터미널
◆ 도상거리
약 17km
◈ 산행시간
약 9시간 46분
◈ 산행기
원주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0여분 기다려 귀래행 31번 시내버스를 탄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백운산과 조두산을 왼쪽으로 바라보며 양아치고개를 넘어서 천은사 앞에서 내린다.
아름다운 노송들을 등에 업고 정갈하게 누워있는 천은사를 보면서 걸어가니 매점앞에서 담소하는 두분의 비구니스님들이 자상한 미소를 보낸다.
어제온 비 때문인지 너른 암반으로는 맑은 물이 철철 넘쳐 흐르고, 산딸기 나무사이로 좁은 길을 들어가면 천은계곡의 신선한 숲향이 진하게 풍겨온다.
수림의 터널속으로 들어가니 어둡지만 포근한 길은 계곡을 따라서 오랫동안 이어진다.
계류를 몇번 건너고 멀어지는 물소리를 느끼며 경사면을 오르면 지능선에 닿고 오래된 무덤 한기가 반겨준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니 주능선에 닿는데 백운산에서 오는 등로와 양아치에서 올라오는 등로가 만나는 삼거리이며 겨울에 가리파재에서 백운산을 지나면서 달아놓은 표지기 한개가 반갑게 고개를 든다.
울창한 숲길을 올라가니 금새 작은 촉새봉(971m)이 나오고 천은사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이 보이는데 천은사계곡을 벗어나면서 보이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지면 바로 이곳으로 올라올 것이다.
돌탑이 서있는 정상에는 원주 크라이머스가 설치한 안내판이 서있고 남동쪽으로 촉새봉이 언뜻 보인다.
잡초가 우거진 좁은 길을 따라서 봉우리를 우회하고 완만한 경사를 조금 오르니 촉새봉( 984.8m)이 나오지만 일제시대에 촉새의 일본말인 십자매를 따서 십자봉이라 했다고 하니 하루 빨리 산이름을 고쳐야 할 것이다.
잡목이 꽉찬 정상에서는 벼락바위봉에서 백운산을 거쳐 조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봉이 뚜렸하고 남쪽으로는 제천시계를 이루는 기나긴 능선이 끝이 없이 펼쳐지고 있다.
작년 겨울에 이곳에서 양아치로 발길을 돌리며 계속 이어지는 저능선의 끝이 어딘지 얼마나 궁굼하고 또 가고 싶었던지 다시 와 보니 가슴이 설레인다.
정상에서 내려가며 아주 넓은 헬기장을 지나고 숲속 길이 이어진다.
한동안 내려가다 삼봉산으로 갈려 나가는 능선 분기점을 지나면서 왼쪽으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고 불쑥 솟은 삼봉산사이로 덕동리의 마을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얼굴을 찌르며 막아서는 울창한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내려가면 잡목숲이 계속 이어지고, 무명봉을 오르면서 또 내리막 길이 오랫동안 이어진다.
한동안 내려가니 산딸기군락이 보이기 시작하고 곧 임도가 지나가는 빼찌고개가 나오는데 동쪽은 제천시 너럭골로 이어지고, 서쪽으로 2km 정도 내려가면 원주시 다리골이며, 촉새봉을 올랐다가 하산로로 많이 이용하는 길이다.
임도를 건너면서 산딸기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붉은색의 산딸기들이 지천에 깔려 있여 술을 담을 욕심으로 20여분 따다가 너무나 많아 포기한다.
급경사 오르막을 숨가푸게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683봉이고 송전탑 위로 옥녀봉이 높게 올려다 보인다.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잔뜩 끼고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뿌려댈 듯 어두어져서 천등산까지 가야 할 마음은 조급해진다.
봉우리를 내려가 큰 송전탑을 지나고 좌우로 뚜렸한 등로가 있는 안부를 넘어 잡초가 무성한 급경사 길을 한동안 오르면 드디어 옥녀봉(700m)이 나온다.
제천시와 원주시 그리고 충주시의 경계면인 갈림길에는 수림이 울창하여 어둠침침하고, 원주시청 산우회가 세운 스테인 이정표가 서있으며, 제천시청산우회에서도 작은 플랭카드를 달아 놓았다.
앉을 곳이 없어 제자리에서 삶은 계란과 빵으로 점심을 먹으며 오늘의 길은 얼마나 험하고 지루할 것인지 마음을 다져 잡는다.
서쪽은 갈미봉 가는 길이고 동쪽으로 들어서니 제천시청산악회와 충주의 모산악회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다.
최근에 왔다간 듯 촘촘이 달아놓은 새표지기를 보며 봉우리를 내려가면 앞으로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급한 오르막 길을 한동안 오르니 밋밋하고 별 특징이 없는 시루봉(734m)이다.
정상에서 내려와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 내리면서 좌우로 길이 뚜렸한 비지재를 지난다.(13:24)
다시 오르막 길을 올라 가느다란 보조자일이 걸쳐져 있는 급사면을 지나고 암봉에 오르면 오랫동안 막혀있던 조망이 트이는데 동쪽 능선으로 꺽어지며 솟아있는 오청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너머로 천등산이 희미하게 보이며 사방으로 수림의 푸른 물결이 파도치듯 출렁거린다.
절벽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하고 내려서니 다시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참호속에 누군가 버린 텔레비젼이 보인다.
얼마나 힘이 좋으면 여기까지 짊어지고 와서 버렸을까 생각하며 참 대단한 놈이란 결론에 슬며시 실소가 나온다.
계속 내려가 역시 좌우로 등로가 뚜렸한 강승갱이재를 지나고 꾸준하게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따라 삼각점이 있는 667봉에 오르니 능선은 여기서 급하게 남쪽으로 꺽어진다.
어둠침침한 길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충주시 미락골로 내려가는 등로가 나타나고 지금까지 길을 잘 안내해주던 충주 모산악회의 표지기는 여기서 하산한 듯 밑으로 걸려있다.
안부를 지나 급사면을 따라 작은 암봉에 오르니 깨진 거울조각들이 보이더니만 봉우리에는 크고 작은 거울들이 많이 놓여 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거울을 여기에 두었는지 주술적인 이유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지만 산꼭대기에 있는 거울들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더 내려가면 농약 비닐병들이 많이 버려져 있어 눈쌀을 찌프리게 하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면서 부터는 길이 점차 희미해진다.
잡초를 뚫으며 한동안 내려가 잘 조성된 묘 한기를 지나고 붉은 표지기가 있는 숲으로 들어가니 조금 가다가 길이 없어져 버리고 빽빽한 덤불을 뚫을 수가 없다.
왔다갔다 한동안 헤메다가 되돌아 나와서 남서쪽의 잘 뚫린 길로 내려가 보지만 길은 점차 서쪽으로 휘어져서 되돌아온다.
숲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고 다시 남서쪽 길로 내려갔다가 돌아오고 우왕좌왕하면서 힘이 빠진다.
무덤가에 앉아서 잠시 쉬고 다시 숲으로 들어가 보면 그제서야 아주 희미한 족적이 있는 듯 하고 조금 더 진행하니 뚜렸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천등산을 올라서 원서천까지 가려면 시간이 촉박한데 여기서 거의 40여분을 허비했으니 아마 천등산까지 가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잡목을 뚫고 까시덤불을 통과하니 좀 더 뚜렸한 길이 이어지고 오랫만에 나타나는 암릉을 기어 넘어 암봉으로 이루어진 오청산(655m)으로 오르면 서쪽 사면은 바위들이 흰색을 띠어서 특이하게 보인다.
노송들이 멋잇게 서있는 암봉위에 서니 사방으로 녹색의 산줄기들이 꽉 차있지만 대기는 아른거리고
시야는 좋지 않다.
울퉁불퉁한 암릉을 내려가면 다시 흐릿한 길이 이어지고 황폐한 묘가 나오는데 능선은 여기서 급하게 동쪽으로 꺽어진다.
제천시계종주 표지기를 보며 방향을 확인하고 들어가니 길은 금방 없어지고 잡목숲이 기다린다.
이리저리 기다시피 하면서 잡목지대를 통과하고 까시덤불을 지나면서 뚜렸한 발자취를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능선으로 돌아온다.
등로는 없고 잡목이 무성해서 좀처럼 길을 찾기 힘들며 자기 독도에 확신이 없으면 진행하기가 힘든 구간이다.
표지기 하나를 붙이고 얼마간 길을 찾아가니 능선은 자연스럽게 남쪽으로 꺽이며 있는 듯 없는 듯한 숲길이 이어진다.
한동안 내려가다가 지능선으로 잘못 들어가 잠깐 헤메이고 계속 내려가면 시야가 툭 트이며 능선 갈림길이 나타난다.
앞으로는 드디어 38번 국도와 마을들이 가깝게 내려다 보이고 차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며 오늘의 목적지인 천등산은 손에 닿을 듯 뾰족한 봉우리가 앞에 가깝게 솟아 있다.
남쪽으로 계속되는 능선을 타려니 나무들이 베어져 가로막고 까시덤불들이 너무나 무성해 갈 수가 없다. 혹시나 해서 반대쪽 능선으로 가다가 되돌아와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곳을 우회하면 까시덤불들이 옷위로도 마구 찔러댄다.
이리저리 잡초들을 헤치고 까시를 피해서 돌아가니 점차 능선길이 확실해지는데 이런 곳은 잡초들이 힘을 잃기 시작하는 늦가을 이후에 산행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
풀숲을 헤치며 나아가면 갑자기 까투리 한마리가 소리를 지르며 날아가 깜짝 놀라게 한다.
능선을 따라가니 왼쪽으로는 임도들이 보이고 벌목을 해 놓아 시원하게 앞이 트여있다.
송전탑을 지나고 오르막 길을 힘겹게 올라 마지막 봉우리에 닿으면 날은 선선해지며 저녁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낮은 숲사이의 한적한 길을 내려가 묘지들을 여럿 지나고 천등사의 불경소리을 들으며 조금 더 내려가 벤치들이 놓여 있는 다릿재(370m)에 도착한다.
충주와 제천을 있는 38번 국도를 건너면 바로 천등산 등로가 연결된다.
시간이 좀 부족해도 천등산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올 생각으로 10여분 올라가 보니 예상외로 숲이 무성하고 길이 뚜렸하지 않아 야간산행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아쉽지만 포기하고 내려온다.
차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고개에서 지나가는 차에 한참 손짓을 하니 찝차 한대가 선뜻 세워준다.
꾸불꾸불하게 돌아가는 다릿재를 내려가면 내월리의 마을들이 아늑하게 누워있고 원서천으로 맥을 다하는 천등산의 산줄기들이 차창 밖으로 언뜻언뜻 모습을 비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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