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Ⅲ)

눈덮힌 암릉들을 넘어 (천주봉-공덕산-운달산)

킬문 2008. 1. 15. 15:42
2008년 1월 12일 (토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앞
천주사입구(00:30-05:44)
천주봉(07:23)
삼거리안부(08:18)
공덕산(09:01)
이정표안부(09:24)
사불암갈림길(09:35)
832봉(09:52)
799봉(10:06)
도화동재(10:32)
764봉(11:26)
송전탑안부(11:39)
점심(-12:20)
823봉(12:45)
896봉(13:01)
돌축대봉(13:33)
911.9봉(13:42)
여우목고개갈림길(13:58)
866봉(14:22)
943봉(14:41)
마전령(15:12)
926봉(15:42)
장구령(16:06)
966봉(16:32)
장군목(16:41)
운달산(17:32)
화장암갈림길(17:51)
화장암(18:45)
김룡사(19:10)
점촌
미아삼거리(00:15)

◈ 도상거리
18.5km

◈ 산행시간
13시간 26분

◈ 동행인
산진이, 대간거사, 한메, 선바위, 하늘재, 찬바람, 영희언니, 고은

◈ 산행기

- 천주봉
밤새 내려오는 진눈깨비를 맞으며 천주사 입구의 59번국도가에 쪼구리고 앉아 찌개를 끓여 아침을 먹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가로등 불빛이 밝혀주는 시멘트도로로 들어간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밟으며 버스가 들어갔다 곤욕을 치루고 내려왔던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올라가면 밀가루같은 회색빛 눈발이 하늘에서 쉬지않고 내려와 지면을 덮는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화장실을 지나서 천주사로 들어가 반대방향으로 표시된 이정표에 우왕좌왕하다가 돌계단을 타고 산으로 올라가니 다시 작은 이정판이 천주산을 가리킨다.
짙은 안개속으로 랜턴불빛에 희미하게 나타나는 너덜길을 한동안 치고 오르면 따뜻한 날씨에 땀이 줄줄 흐르고 안경에는 허옇게 김이 서려 계속 시야를 가린다.
어둠에 묻혀있는 천주사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대슬랩을 만나서 크랙 따라 설치된 굵은 밧줄들을 잡고 30여미터의 수직절벽을 조심스레 올라가면 눈도 쌓여있고 물이 줄줄 흘러내려 긴장이 된다.
두차례 절벽을 오른 후 길게 늘어진 줄을 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암벽을 천천히 횡단해서 다시 수직절벽을 줄을 당기며 올라 찬바람 휘몰아치는 능선으로 붙는다.
철계단을 타고 암릉을 통과해 산불초소가 서있는 천주봉(836m)으로 올라가니 작은 정상석이 반겨주고, 여명이 밝아오며 눈덮힌 주위의 암벽들이 모습을 드러내 설산의 위용을 과시한다.



▲ 천주봉 정상의 암릉



▲ 천주봉 정상석



- 공덕산
먹구름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않는 천주봉을 떠나 밧줄들을 잡고 짧은 암릉을 지나서 이어지는 암봉들을 길게 우회하며 내려간다.
꽁꽁 얼어붙어 미끄러운 밧줄을 맨손으로 잡고 발 딛을 곳도 없는 까다로운 절벽지대를 두차레 어렵게 통과하면 암릉구간은 끝이 나고 육산길이 기다린다.
흰눈이 깨끗하게 덮혀있는 순한 산길 따라 안부로 내려가 눈을 녹여 더운 커피를 끓이고 천주봉의 험준한 암릉을 이야기 하며 한컵씩 돌려마신다.
구슬땀을 흘리며 눈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가파른 산길을 한동안 치고 올라 마루금에서 약간 왼쪽으로 벗어나있는 공덕산(912.9m) 정상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삼각점과 정상석이 있고 사불산이라고도 한다는, 산명에 대한 안내판이 걸려있다.
갈림길에서 헬기장을 지나서 수북하게 눈이 쌓여있는 길을 뚝 떨어져 내려가 왼쪽 대승사로 갈라지는 이정표 안부를 넘고 10여분 올라 왼쪽으로 사불암 가는 일반등로를 흘려보낸다.



▲ 뒤돌아본 천주봉 정상



▲ 공덕산 정상



- 도화동재
쉬지않고 내려오는 눈을 맞으며 송이채취구역의 흰 비닐끈들이 계속 걸려있는 능선 따라 832봉을 넘어서면 암봉들이 나타나고 시야가 트일 듯한 전망대도 있지만 날이 흐려 그냥 지나친다.
799봉에서 왼쪽으로 꺽어 줄곳 나타나는 암릉들을 우회하며 내려가니 눈발이 그쳐가며 하늘이 조금씩 맑아지고 주위의 산봉들이 흐릿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비교적 뚜렸한 산길 따라 산막과 도하미기를 잇는 도화동재로 내려가면 시멘트도로에는 누군가 버린 쿠션의자 하나가 눈을 뒤집어쓰고 있고 구름에 잠겨있는 산막마을이 적막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잠깐 간식을 먹고 까시나무말고는 잡을 것 하나 변변치 않은 가파른 절개지를 진�에 미끄러지며 간신히 넘어 672봉으로 올라서니 오래된 묘 한기가 눈이불을 덮고있다.
빽빽한 잡목들을 헤쳐가며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 따라 가파르게 764봉으로 올라가면 다시 거치장스러운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관목들이 들어찬 바위지대를 따라 송전탑이 서있는 안부로 내려가니 바람이 잠잠해 이르기는 하지만 찌개와 만두를 끓여 미리 점심을 먹는다.



▲ 832봉 전망대



▲ 도화동재



▲ 도화동재



▲ 도화동재에서 바라본 산막마을



- 마전령
40여분 점심을 먹고 823봉을 힘겹게 넘어서면 다시 거친 바위지대들이 나타나 이리저리 우회하느라 힘이 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운달산까지 일몰전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잔가지에 뺨을 맞고 바위에 쭉쭉 미끄러지며 눈덮힌 암릉지대를 쉴새 없이 통과해 896봉을 넘어서니 암릉구간이 끝나고 점차 능선이 순해진다.
완만해진 눈길 따라 서둘러 봉우리들을 넘고 돌축대가 쌓인 봉을 지나 억새밭에 글씨 없는 삼각점이 있는 911.9봉으로 올라가면 맞은 편의 대미산은 아직 먹구름에 가려있지만 여우목고개로 이어지는 901번 지방도로가 나뭇가지사이로 내려다 보인다.
푸른 소나무들이 서있는 험한 암봉을 다시 길게 우회하고 여우목고개로 이어지는 흐릿한 갈림길에서 운달지맥과 만나며 등로가 뚜렸해진다.
황량한 눈길 따라 866봉을 넘고 가파르게 943봉을 오르니 직진하는 남쪽으로 지능선이 이어지지만 남서쪽으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방향만 맞추고 펑퍼짐한 사면을 따라 내려가면 없어졌던 표지기들도 간간이 나타나고 점차 길이 뚜렸해지며 능선의 윤곽이 살아난다.
온통 눈으로 덮혀있는 산길을 타고 뚝 떨어지다 절개지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비포장임도가 지나가는 마전령으로 내려가니 맞은편으로 926봉이 장벽처럼 서있어 기를 죽인다.



▲ 암봉의 소나무



▲ 마전령



▲ 마전령 서낭당



- 운달산
마지막 간식들을 먹고 고목옆에 서낭당이 있는 고개를 건너 가파른 능선으로 올려치면 잠깐 날이 개이며 멀리 공덕산에서 도화동재 임도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모습을 보여준다.
점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산길 따라 250미터를 올려쳐 926봉을 넘고 914봉에서 군락을 이룬 미역줄나무들사이로 양쪽에 길이 희미한 장구령으로 내려간다.
다시 억새와 잡목들을 헤치고 단단하게 얼어붙기 시작하는 눈꽃과 상고대를 떨궈가며 가파른 암봉으로 되어있는 966봉을 어렵게 넘어서 내려가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산길과 만난다.
드디어 운달산 일반등로와 만나는 장군목으로 내려가니 이정표가 반겨주지만 서서이 날이 저물며 찬바람이 불어와 바로 서너 사람의 발길이 찍혀있는 운달산으로 향한다.
바위지대들을 휘돌아 봉을 넘고 암벽을 크게 우회하며 가파르게 봉우리를 올라서면 또 다른 봉우리들이 연신 나타난다.
서너번은 속아가며 3주전에 왔었던 운달산(1097.2m)에 올라가니 삼각점(덕산26/1980재설)과 이런저런 정상판들이 서있고 어지럽게 찍혀있는 발자국들만이 지친 산객들을 반겨준다.



▲ 마전령 넘으며 바라본 공덕산과 도화동재



▲ 조항령



▲ 장군목



▲ 운달산 정상



- 김룡사
한기에 몸을 떨며 바로 뒤에 오는 일행들을 기다려 남쪽으로 잠시 내려가면 이정표가 서있는 헬기장이 나타나고 화장암으로 능선이 갈라진다.
랜턴을 켜고 발자국들이 나있는 완만한 눈길을 따라 내려가다 두어차례 밧줄을 잡고 바위지대를 통과하니 뚝 떨어지며 등로가 이어진다.
고도를 낮춰가며 눈길을 한동안 치고 내려가 불꺼진 화장암을 지나고 계곡을 건너 계속 이어지는 돌밭길을 따라간다.
넓직한 비포장도로와 합류해 김룡교와 제법 규모가 큰 대성암을 지나고 조금 더 내려가면 김룡사와 포장도로가 나오며 힘들었던 심설산행은 끝이 난다.
히터가 반가운 버스에 올라 종일 눈에 젖은 몸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굴 수 있는 목욕탕을 찾아 점촌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