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가을날에 걷는 설악산 (한계령-공룡능선-설악동)

킬문 2009. 10. 5. 13:24

2009년 10월 2일 (금요일)

◈ 산행경로

잠실역 앞
한계령(23:30-02:58)
끝청(06:00)
대청봉(06:38)
희운각(07:47)
아침식사(-08:14)
1275봉(10:04)
마등령(11:27)
비선대(13:12)
설악동(13:52)
C지구 상가
강변역 앞(16:00-19:07)

◈ 산행시간
10시간 54분

◈ 동행인
일산 하나산악회 (광인, 캐이+1, 김재환, 유사장, DDC, 신광훈)

◈ 산행기


멀리 가기가 힘든 추석 전날에 캐이님이 애용한다는 산악회를 이용해서 설악산 단풍이나 구경하러 가자고 몇몇명이 모여 잠실역 앞에서 버스를 탄다.
한계령에서 내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새벽녁 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평소에도 못마땅했던 라이클 등산화의 오른쪽 밑창이 쩍 벌어져 걸을 때마다 계단과 바위에 걸려 난감해진다.
추월해 가는 사람들을 앞에 보내며 천천히 끝청으로 올라가니 청정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서서히 단풍에 물들어가는 설악산이 시야에 들어와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대청봉에 올라 처음으로 사람 없는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중청산장으로 내려가니 기다리고 있던 유사장님과 ddc님이 벌어진 밑창에 구멍을 뚫고 튼튼한 끈으로 고정을 해주신다.
무릎에 부담을 주는 가파른 돌길로 희운각으로 내려가 일행들과 함께 고등어통조림으로 김치찌개를 끓이고 감칠맛 나는 과일주들을 곁들여 아침을 먹고는 공룡으로 향한다.
계곡을 건너는 우회길을 피해 능선 바윗길로 신선봉을 넘어 공룡능선으로 들어가면 붉은 단풍들이 어우러진 멋진 암봉들이 변함 없이 솟아있어 가슴이 탁 트인다.
전에는 마구 무너져 내리던 마사토길에 돌들을 덮어놓은 등로를 따라 쇠줄들을 잡으며 암릉을 느긋하게 오르내리니 시리도록 파란 가을하늘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1275봉 안부에서 얼음막걸리를 마시고 언제나 힘든 나한봉을 넘어 마등령으로 내려가면 최근 공사를 했는지 마스코트였던 독수리 형상의 고사목 뿌리가 안 보여 서운한 마음이 든다.
황철봉 갈림길에서 항상 어두울 때 내려가던 비선동 길을 세존봉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따라가니 능선의 오른쪽 사면으로 줄곳 길이 이어지고 몇번이나 너덜지대를 건너게 된다.
거벽처럼 서있는 화채봉쪽을 바라보다 되게 한번 넘어져 정강이를 까이고 정신을 차려서 뚝 떨어지는 암릉길을 내려가면 암벽등반을 온 외국인 남녀등산객들이 여기저기에서 인사를 건넨다.
고등학교 때 딱 한번 올라갔었던 금강굴은 이번에도 포기하고 비선대에서 설악동으로 내려가 시내버스를 타고 몇정거장 떨어진 C지구 상가로 가니 15시 30분에 출발한다는 버스가 서있다.
화장실에서 대강 땀을 딱고 앞의 식당에서 두부전골에 맥쏘를 마시고 있으면 일행들이 속속 도착하고 혼자서 오색에서 올랐던 신광훈님도 한참후에 걸쭉한 입담과 함께 모습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