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늦가을 도봉산

킬문 2010. 11. 9. 12:03
중앙마라톤을 끝내고 돌아와 샤워하고 간단히 점심 먹은 후 막걸리 한병 배낭에 찔러넣고 도봉산으로 갑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늦은 오후의 산자락에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메우고 내려옵니다.
한쪽에서는 밴드에 맞춰 유행가를 부르고, 앞에서는 사물놀이패들의 장고소리가 귀청울 울리며, 식당을 꽉 채운 채 수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좀 늦어서인지 별로 화려하지 못한 단풍들을 보며 묵직한 다리를 이끌고 보문능선으로 천천히 올라가면 달리기가 힘들었던지 몸에서 진땀이 배어나옵니다.
주능선에서 온통 박무에 뒤덮혀있는 정상부를 보며 오봉으로 꺽어져 샘터 부근에서 막걸리 한잔에 사과 하나 먹고 우회능선으로 올라서니 앞에 오봉이 멋진 모습을 보입니다.
몇년만에 찾아가는 오봉 정상에는 웬 통신탑이 세워져 있고 김밥 먹었던 절벽가에는 51세 등산객이 바람에 날라가는 모자를 잡으려다 떨어져 죽었다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한갓진 산길을 타고 여성봉으로 올라가니 오봉이 가깝게 펼쳐지지만, 온통 박무에 가려있는 도봉산과 장흥 일대가 을씨년스럽게 내려다 보이고, 이제 가을이 지나가는지 쇠락한 이파리들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그만 아이 둘을 데리고 랜턴도 없이 올라온 부부를 걱정스러워하며 기억이 나지않는 철난간들을 잡고 암릉을 통과해 임도같이 넓직한 길을 타고 오봉탐방센터로 내려가면 날은 완전히 어두어젔습니다.
식당에서 옹기종기 산행 뒷풀이 하는 사람들을 보며 도로로 내려가 송추 사는 옛 직원 부부와 만나서 연포탕에 간단히 소주 한잔 한다는게 그만 소주와 맥주가 몇병이나 뒹굴게 됩니다. (2010.11.07)


도봉산입구(14:53)
우이암주능선(15:58)
오봉갈림길(16:14)
오봉(16:59)
여성봉(17:20)
오봉탐방센터(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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