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가시넝쿨에 질린 하루

킬문 2011. 8. 18. 14:32

원주에서 아침 먹고 기다려 영월 가는 버스를 타고 주천 지난 서면에서 내려 남쪽 도로를 따라가다 신천교로 주천강을 건너니 거대한 현대시멘트공장이 앞을 막습니다.
왼쪽으로 꺽어 철망 쳐진 도로를 한동안 걸어가다 고갯마루에서 오른쪽 산자락으로 들어가 어지러운 족적을 따라가면 어디에서 잘못 됐는지 다시 도로로 떨어집니다.
확실한 현위치도 몰라 도로에 앉아 잠시 쉬고 솔미산만 가늠해서 사과과수원 옆의 능선으로 들어섰다가 빽빽한 가시덤불에 쫓겨 돌아나옵니다.
찬 얼음물 한모금 마시며 고민하다 다시 시멘트공장으로 내려가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가니 마을 안내도도 서있고 경비실이 보이며 앞에 솔미산이 서있습니다.
지긋하게 나이 드신 경비원에게 허가를 받고 공장 구내로 들어가 관사를 지나 철망 뚫린 곳으로 들어가면 뚜렸한 산길이 나오는데 거의 2시간만에 들머리를 찾은 셈입니다.
바람 솔솔 불어오는 그늘진 숲길 따라 무덤들을 지나고 솔미산(389.2m)으로 올라가니 운동기구들과 오래된 삼각점(318?)이 있고, 시야가 트여서 정수리가 다 없어진 백덕지맥상의 다래산이 잘 보이며 오로산에서 삼태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져 조만간 산행을 잡아놓은 산꾼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얼음이 서걱거리는 막걸리를 다시 한컵 마시고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뚝 떨어져 내려가 철도를 가로질러 잔솔들을 잡고 흘러내리는 급한 황토절개지를 간신히 올라갑니다.
계속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숲으로 들어가 키를 넘는 칡넝쿨들을 뚫다가 도저히 안되어 오른쪽으로 철망을 넘고 가시나무들을 피해 간신히 내려서니 밭입니다.
이어지는 밭들을 지나고 숲으로 들어 가시덤불과 잡목들을 헤치며 길도 없는 능선을 한동안 올라가면 무덤이 나와 그자리에 주저앉아 땀을 딱고 다시 막걸리 추렴을 하며 쉽니다.
다행히 흐릿한 족적을 만나 468봉을 힘겹게 넘고 엇비숫한 461봉에서 방향만 맞춰 서쪽 사면으로 내려가니 능선이 가늠이 안되어 오른쪽 지능선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지계곡을 건너 왼쪽 능선으로 돌아옵니다.
아침에 산 샌드위치 한조각을 먹고 벌목들이 성가신 능선을 내려가 무덤들을 지나서 2차선 도로가 넘어가는 사슬치로 내려가면 반갑게 "송학산 3.4km' 이정표가 서있습니다.
송전탑을 지나고 과수원을 만나 임도에서 능선으로 붙으니 족적은 전혀 없고 칡넝쿨과 명감넝쿨 그리고 아까시나무와 산초나무들이 한덩어리로 얽힌 밀림이 가로막습니다.
30여분 덫에 갖힌 짐승처럼 몸부림을 치다가 394봉까지 이어지는 벌목지를 바라보니 도저히 엄두가 안나 임도로 돌아가 얼음물을 마시며 땀으로 후줄근하게 젖은 바지와 벌겋게 부어오른 살갗을 한심스럽게 둘러봅니다.
왼쪽의 과수원으로 이어지는 묵은 임도를 잠시 따라가며 살펴보다 가시에 찔린 몸둥이가 여기저기 가려워지고 기운은 하나도 없어 내일의 산행도 포기한 채 돌아가기로 합니다.
사슬치에서 오른쪽으로 아시아시멘트 공장을 지나고 흥림사로 들어가 아쉬운 마음에 다시 송학산 오르는 길을 찾아보다 내려가서 입석2리 버스승강장 지난 조금 밑의 회차로에서 제천 버스를 탑니다. (2011.08.16)


청량리역
원주역(06:00-07:06)
원주터미널
서면(08:15-09:25)
현대시멘트정문(11:18)
솔미산(11:43)
철도안부(12:05)
무덤(13:11)
468봉(13:35)
사슬치(14:26)
과수원임도(14:40)
과수원임도(15:10)
흥림사
입석2리
제천역(15:50-16:20)
청량리역(16:54-19:08)




▲ 신천교와 현대시멘트공장



▲ 주천강



▲ 주천강 암벽



▲ 현대시멘트공장 앞의 마을 안내도



▲ 솔미산 정상



▲ 솔미산에서 바라본, 오로산에서 삼태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철도안부



▲ 철도안부 지난 밭에서 바라본 솔미산



▲ 사슬치



▲ 흥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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