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중포한 설악산 태극종주

킬문 2012. 10. 16. 13:32
2012년 10월 13일 (토요일)

◈ 산행경로
동서울터미널
원통터미널(21:10-22:50)
모란골(01:51)
벙커봉(02:43)
암봉(02:54)
암봉(03:58)
1257봉(05:30)
안산(06:27)
대승령(07:27)
1408.2봉(08:50)
귀때기청봉(10:42)
한계령갈림길(11:38)
끝청(13:42)
중청봉(14:10)
대청봉(14:36)
비선대(18:07)
설악동(19:03)
속초

◈ 도상거리
약 35km

◈ 산행시간
17시간 12분

◈ 산행기

민예단지 삼거리의 내설악광장휴게소에서 도봉거사님과 만나 저녁부터 취한 속에 다시 소주를 들이붓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J3회원 50명과 함께 모란골로 들어간다.
빠르게 추월하는 남녀 회원들을 보며 후덜거리는 다리로 능선으로 붙어 벙커봉을 넘고 밧줄들을 잡으며 암봉으로 올라가지만 전에 왔었던 기억은 없고 웬지 지형이 낯설어서 어리둥절하게 된다.
어둠속에서 바위지대를 지나며 순간적으로 균형을 못잡고 오른쪽으로 떨어져서 뒹구는 안경을 찾아 간신히 일어나 보니 왼쪽 팔은 아프지만 다행히 골절은 없는 것 같아 마음을 놓는다.
정신을 차려가며 이리저리 암봉들을 지나고 부풀어 오르는 왼쪽 팔목을 어루만지며 안부에서 험한 암릉을 넘다 가만히 살펴보면 얼마전 십이선녀탕의 작은함지박골에서 주능선으로 붙었던 바로 그 지점이다.





찬 바람을 맞으며 1257봉을 넘고 여명이 밝아오는 능선길을 기운을 내어 올라가니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모습을 보이고 몇번 왔었던 지형지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절벽 옆으로 암릉을 지나서 삼각점(설악24/2004재설)이 있는 안산(1430.4m)으로 올라가면 박무속에 지나온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만산홍엽으로 물들어가는 설악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마지막 일행인 듯한 회원 서너명을 보며 먼저 출발해 추색으로 물들어 가는 능선을 지나 삼각점(설악432/2007재설)이 있는 대승령(1210.2m)을 넘고 서둘러 서북릉으로 들어간다.
한동안 나무계단들이 놓여있는 가파른 능선을 지나 둔덕에 삼각점(설악307/2007재설)이 놓여있는 1408.2봉으로 올라가니 앞에 귀때기청봉이 높게 솟아있어 기를 죽인다.


























안부에서 잠시 쉬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너덜지대들을 지나 삼각점(설악305/2007재설)과 안내판들이 있는 귀때기청봉(1577.6m)으로 올라가면 등산객들로 북적이지만 상투바위와 감투바위로 이어지는 지능선들의 단풍이 너무 예뻐 감탄사가 나온다.
밧줄과 야간안내봉들이 서있는 지겨운 너덜지대를 지나 한계령 갈림길로 내려가 등로를 꽉 채운 등산객들과 함께 아직도 멀고 먼 대청봉으로 향한다.
기운 없는 양다리를 채근하며 끝청(1610m)으로 올라가니 불꽃처럼 솟아있는 용아장성릉이 가깝게 모습을 보이고 공룡능선이 앞에 험하게 펼쳐져 걱정이 된다.
중청봉(1665m)을 넘고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쉬고있는 중청대피소로 내려가 보면 우일신님 등 서너명의 회원들이 출발준비를 하고있어 동행할 수 있지만, 컨디션도 안좋은데 다친 팔목은 점점 부풀어 오르고 안경은 프레임까지 휘어버려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며 천불동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이왕 종주를 포기한 터라 점심도 걸르고 천천히 대청봉(1707.9m)으로 올라가 한쪽 바위에 앉아 절편 서너쪽에 마가목주를 홀짝거리고 있으니 황철봉과 울산바위를 지나 달마봉에서 주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와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압통은 없지만 점점 피멍이 번지는 손목을 불안하게 바라보다 소청봉에서 언제나 지겨운 가파른 산길을 한동안 치고 거의 물이 마른 계곡을 지나 희운각으로 내려간다.
1275봉까지 갔다는 도봉거사님과 통화를 하고 천불동을 수놓은, 올해따라 유난히 아름다운 단풍들을 바라보며 수많은 인파들과 함께 철계단들을 타고 불타버린 양폭산장을 지나 랜턴까지 켜고 비선대로 내려간다.
불교방송 개국기념회를 거창하게 벌이는 설악동으로 내려가 설악산을 찾는 국민들에게 강도처럼 억지로 돈을 빼앗는 신흥사 주지의 느글거리는 축하사를 들으며 하루밤 묵을 속초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