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심심할 때면 찾는 도봉산은 너무 좋구나...

킬문 2013. 9. 16. 21:23
2013년 9월 16일 (일요일)

* 산행 경로
도봉산입구(14:11)
신선대(16:01)
도봉산입구(17:24)

* 후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직장을 못가게 되어 집에서 컴퓨터만 두드리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 얼은 막걸리 한병 배낭에 찔러넣고 만만한 도봉산으로 향한다.
다락능선으로 들어가 따가운 뙤약볕을 맞으며 슬랩지대 암릉길을 올라가면 마치 에어콘 처럼 선선한 바람이 내내 불어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만든다.
예전보다 못한 체력을 느끼며 쇠줄들을 잡고 험한 암릉을 힘겹게 통과해 신선대로 올라가니 많은 등산객들이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만 자칫 남의 사진에 끼어 나올까 불안해진다.
막걸리 한컵 마시고 소란스러운 정상을 떠나 마당바위를 지나 전에 올라다니던 석굴암코스로 내려가면 곳곳에 다정하게 손잡고 대화를 나누는 커플들이 보여 짐짓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지루한 산길을 한동안 치고 내려가 소리내어 떨어지는 계곡물을 바라보며 남은 막걸리를 훌쩍거리고 있으니 새삼 평일에 궁상맞은 짓을 하게 되는 자신이 부끄러워 지기도 하지만 그냥 초연해지기로 맘을 먹는다.
가을이 무르 익어가는 산길을 쉬엄쉬엄 내려가면 청정한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뭉실뭉실 피어나고 가을의 전령사인 쑥부쟁이가 하늘거리며 외로운 산객을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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