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영봉에 누워

킬문 2019. 6. 3. 21:38

전날 늦은 산행으로 오랜만에 늦게 일어나 뒹굴다가 뜯은 나물들을 손질하고 고기 전 몇 점 싸서 우이동으로 갔다가 막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희야님을 만나 삼산 종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예비 헤드 랜턴을 빌려준다.
기운 없는 몸으로 육모정고개로 들어가 어린 아들과 함께 온 중년 분을 지나쳐 안부로 올라가니 일단의 남녀 등산객들이 나무 벤치와 쉼터를 다 차지하고 떠들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자주 들르는 벙커 봉의 너럭바위에 앉아 막걸리와 소주를 섞어 마시며 그만둔다는 직장 동료 때문인지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보지만 뾰족한 왕관봉만 눈에 들어오고 바람은 사납게 불어와 금방 몸을 일으킨다.
더 이상 가기 싫어지는 몸을 채근해 간신히 영봉에 올라 복자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전망 바위에서 만경대의 스타 바위와 인수봉의 테라스를 바라보며 남은 술을 다 마시고 누워있다가 족두리봉은 커녕 백운대도 못 가고 찝찔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2019.6.2.)


우이동 14:20-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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