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퍼붓는 장대비에 운길산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잠들었다가 비가 많이 오면 간다고 했는데 왜 안 오시냐는 캐이님의 전화를 받고서야 깨어서 일찍 아침을 먹고 밀린 일을 하는데 예보처럼 11시부터 비가 그치고 날이 맑아진다.
오랜만에 마눌님과 수제비로 점심을 먹고 느지막이 중계본동 종점으로 가서 산행 후 캐이님과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매번 헷갈리는 중계약수터를 찾아 장마 끝에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능선을 천천히 걸어가면 젊은 분들은 빈 몸으로 빠르게 추월을 해서 올라간다.
봉화대 벤치에 앉아 막걸리 한 컵 마시고 미끄러운 바위들을 딛고 긴 나무계단들을 타고 불암산으로 올라 한 시간이면 상봉역에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고는 움막을 지나 덕릉고개로 가려던 계획을 접고 가장 가까운 상계역으로 하산을 한다.
철 난간들을 잡고 바위지대를 통과해 사방으로 나 있는 등로에 헷갈리며 불암정을 지나고 산중의 약수터를 지나 지계곡마다 소리 내어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단체 남녀 등산객들이 어린아이처럼 떠드는 공원으로 내려가 씻을 틈도 없이 얼마 전에 근무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상계역으로 나간다.
상의만 대강 갈아입고 찬 에어콘 바람에 몸을 말리며 상봉역으로 가서 금방 도착했다는 캐이님과 두루님을 만나 두툼한 삼겹살을 구어 진한 생더덕주를 마시며 회포를 푼다.
중계본동(14:12)
봉화대(15:41)
불암산(16:03)
상계역(16:57)
2020.7.19.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