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여서 막히는 도로에 초조해하다가 간당간당하게 원통 터미널에 도착해 8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간신히 잡아타고는 안도를 하지만 예보에도 없는 비가 주룩주룩 창을 적셔 기분이 잡친다.
용대휴양림에서 내려 장맛비로 넘치는 연화동계곡을 따라가다 캠핑촌 쯤에서 물에 빠지며 얕은 곳을 건너서 절벽 같은 급사면을 나무들을 잡고 한발 한발 올라 완만해진 지능선에서 찬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축축하게 비에 젖은 나무들을 헤치며 한적한 능선을 따라가다 쓰러진 나무들을 발견하고 표고 대박을 꿈꾸며 수시로 내려가 헛심만 쓰다가 돌아와 온통 비안개에 오리무중인 숲을 올라가면 얇고 찢어진 우비 하나만 걸친 몸은 이내 한기에 떨려온다.
흐릿한 족적을 보며 삼거리에서 올라왔던 곳으로 잘못 내려가다 돌아와 조금씩 뚜렷해지는 능선을 힘겹게 치고 땀과 비에 흠뻑 젖어서 백두대간으로 붙지만 예전에 있었던 표지기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저체온증으로 덜덜 떨려오는 몸을 소주 한 모금으로 추스르며 아직도 멀리 떨어진 칠절봉이라도 다녀오려고 올라가다 돌아와 고민 끝에 산행을 깨끗이 포기하고 반대로 발길을 돌린다.
군사 도로와 만나는 곳을 그냥 지나쳐 참호들만 파여있는 흐릿한 능선을 따라가다 두 번째로 만나는 도로로 떨어져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텅 빈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간다.
도롯가에 서서 다시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쉬다가 처음으로 만나는 이정표를 지나서 예전에 초소를 우회하던 곳을 기웃거려 보지만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방지 멧돼지 철망이 길게 쳐져 있어 나갈 수가 없다.
그냥 도로를 따라가다 놀라서 관리소에서 뛰어나와 투덜거리는 백두대간 트레일 관리인에게 두루뭉술하게 대충 사정을 설명하고 군부대 경비초소를 지나 진부령으로 내려가 한적한 미술관 화장실에서 대강 젖은 옷을 갈아입고 소주를 마시며 기다리다가 15시 30분 버스를 타고 원통으로 돌아간다.
동서울터미널
원통터미널(06:30-08:20)
용대휴양림(08:20-08:49)
백두대간(12:32)
진부령(14:28)
원통터미널(15:30-16:10)
홍천터미널(16:30-17:25)
동서울터미널(17:30-19:00)
(20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