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도봉산 아지트

킬문 2020. 10. 14. 14:05

휴일의 아침을 맞아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우이동에서 막걸리를 챙겨 낯익은 우이능선에서 진땀을 흘리며 첫번째 된비알을 넘어서 곳곳에서 쉬고 있는 남녀 등산객들을 보며 남 능으로 들어간다.
익숙한 바위들을 지나 봉우리에 올라 때 지난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중년 배를 바라보며 막걸리를 마시고 변함없이 펼쳐지는 불암산과 수락산 능선을 바라보다 암 능을 지나 팔에 기운이 없다며 머뭇거리는 중년 여성 한 분을 보며 밧줄을 잡고 구멍바위로 나온다.
언제나 즐겁게 찾아가는 에덴동산에 올라 다행히 아무도 없음을 고마워하며 한 시간 가까이 술을 마시며 멍을 때리고 누워있다가 아지트를 빠져나와 예상대로 공단 직원이 지키고 있는 포인트를 지나 정규 등산로로 나간다.
한북정맥으로 들어가 좌우 사면을 뒤지며 왔다 갔다 하다가 다 말라 비틀어진 표고 서너 개를 따고 이상한 문양의 표시 석이 묻혀있고 비박 용품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공터를 지나 벌레로 들끓는 느타리들을 지나쳐 요즘은 오지 심산에서도 혼치 않은 노루궁뎅이 하나를 발견하니 그야말로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요새는 자주 오게 되는 우이령으로 떨어져 계곡 가에 난립하고 있는 식당과 산장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우이동으로 내려가 거의 완공되고 있는 콘도미니엄을 지나 땀 냄새 풍기는 몸으로 금방 달려온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우이동(10:56)
에덴동산(12:14)
우이령(15:42)
우이동(16:27) (20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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