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ⅱ)

설악의 봄날

킬문 2024. 5. 20. 17:52

설악산이 열리는 첫 주말인지 모든 버스들이 매진된 가운데 원통에서 내려 비싼 택시비를 주고 장수대로 가서 낯익은 계단 길을 타고 암 능으로 올라가니 최근의 비로 수량 많은 대승폭포가 멋진 모습을 보인다.
순대를 안주로 입산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계곡 길을 타고가다 첫 번째 통나무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 산으로 들어 흐릿한 족적을 타고 무덤 두 기를 지나 주 능선으로 올라가지만 생각했던 안산 삼거리가 아니고 훨씬 밑이라 시간을 줄이지도 못한 채 그저 불만기만 내뱉으며 파란 벨벳처럼 눈부시게 펼쳐지는 초원을 따라간다.
주능선에서 무심코 안산으로 잘못 가다 돌아와 올 겨울 적설로 쓰러진 나무들을 헤치며 암 봉으로 솟은 1366봉을 넘고 삼거리에서 일행들과 만나 응봉 쪽으로 꺾어 능선의 유일한 주목 밑에서 검은 왕파리들을 쫓으며 화기애애하게 점심을 먹고 오른쪽 사면으로 들어가 덤불들을 뚫고 봄나물의 전령사들을 찾는다.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욕심껏 나물들을 따고 안부 전의 마지막 암 봉에서 길을 못 찾고 헤매다가 기억을 살려 왼쪽 사면으로 돌아 응봉 밑의 안부로 내려가 예전 높은산 팀의 일원이었던 스쿠바님을 만나 생맥주와 막걸리를 얻어 마셨다는 칼바위님과 함께 공사 중이어도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응봉을 넘으려던 생각을 바꿔 왼쪽의 탕수골로 꺾는다.
익숙한 지 계곡 따라 나무다리가 있는 십이선녀탕 주 계곡과 만나서 나물 무게로 묵직하게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을 추스르며 곳곳의 낙석 공사장들을 지나 언제나 지겨운 5킬로미터 물길 따라 남교리로 내려가 한 병에 오천원이나 하는 식당 맥주는 포기하고 마을까지 걸어간다.
남교리 승강장에서 옛날의 불확실한 기억을 되살리며 없는 버스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택시 한대를 불러 원통으로 나가서 외국인 노동자들로 북적이는 편의점에 앉아 찬 맥소 몇 잔으로 갈증에 시달리는 목을 달래고 마지막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간다.




























(더산, 표산, 수영, 칼바위 동행)
(12.3km, 9시간 8분, 202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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