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ⅱ)

초겨울 설악

킬문 2023. 10. 23. 14:06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 산행경로
신사역
오색(23:30-03:03)
대청봉(06:23)
화채봉(09:10)
삼거리
숙자바위
삼거리
피골능선
675.5봉
설악동C지구(15:52)
강변역(17:00-21:40)

◈ 도상거리
17.4km

◈ 산행시간
12시간 48분

◈ 산행기

초보 기사분의 착각으로 처음부터 양양으로 빠져 한계령을 가지 못하고 오색에서 버스를 내려 북적이는 인파와 함께 긴 랜턴 불을 밝히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처음부터 가파른 돌길을 올라가니 동남아시아 말투의 젊은 남녀 단체 등산객들이 무리를 지어 따라온다.
조만간 상처기 날 끝청 능선을 가늠하며 예전 같지 않게 힘든 몸을 콜라 한 모금으로 추스르고 매서운 바람을 타고 날리는 올 첫 눈을 맞으며 된비알을 힘겹게 치고 대청봉으로 올라 흐린 하늘에 붉은 색 한줄기만 비치는 일출을 구경하고 슬쩍 몇십 년간 묶여있는 금단의 능선으로 들어간다.
허공다리골을 건너 은벽으로 간다는 9명의 남녀 등산객들과 만나 강풍을 맞으며 낯익은 능선을 지나 배낭을 벗고 만경대도 다녀온다는 일행들과 헤어져 화채봉으로 올라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 외설악의 풍경들을 감상하고 예전의 밧줄이 제거된 해산굴과 발받침 나무가 없어진 갈라진 바위를 긴장해서 힘겹게 통과한다.
무심코 능선 삼거리를 지나쳐 20여분 피골능선으로 잘못 내려가다 돌아와 시간이 남으니 칠성봉으로 꺾어 사고라도 났는지 칠형제봉 주변을 날라 다니는 헬기를 바라보고 강풍이 불어오는 암 능들을 지나 숙자바위에 올라 앞에서 웅성거리는 단체 등산객들 너머로 집선봉과 권금성을 둘러보고는 다시 40분이나 걸려 삼거리로 힘겹게 돌아온다.
능선에 은근히 추색이 좋았던 옛날을 기억하며 허공다리 삼거리를 지나 마른 낙엽에 몇 번 미끄러지며 쇠락한 단풍들만 간간이 보이는 지루한 산길을 타고 C지구로 내려가 찬 병맥주 한 병을 벌컥거리고 만석인 전주식당에서 풍기는 고소한 음식 냄새를 맡으며 컵라면에 소주 한 컵으로 시장기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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