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금남정맥 2구간 (성항산-널티-수정봉-관음봉)

킬문 2006. 7. 12. 17:44
2003년 5월 29일 (목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6:00)
공주터미널(07:29)
697번지방도로고개(08:22)
183봉(09:04)
삭대월안부(09:33)
성항산(10:22)
16번군도(10:36)
임도(11:13)
260봉(11:34)
상리안부(12:23)
널티(13:09)
260봉(13:40)
364.1봉(13:58)
691번지방도로(14:15)
327.0봉(15:07)
2번군도(15:29)
467봉(16:00)
616봉(16:27)
수정봉(17:05)
금잔디고개(17:10)
삼불봉(17:27)
관음봉(18:07)
관음봉고개(18:10)
동학사(18:55)
유성터미널(21:00)
강남터미널(23:05)

* 산행시간
약 9시간 48분

* 동행인
이경한

* 후기

- 697번지방도로
하루종일 비가 올것이란 우울한 예보는 들었지만 낮은 구름만 잔뜩 깔려있고 하늘은 아직까지 조용하다.
공주터미날에서 기다리던 이경한님과 부여가는 버스를 타고 이인면소재지에서 내려 택시로 697번지방도로의 복룡리 넘어가는 고개까지 이동한다.
송전탑이 서있는 밤나무단지로 들어가서 밤나무들 사이로 호젓한 길을 올라가면 대기는 묵직하게 내려앉아 답답하며 날은 무덥고 축축하다.
철조망이 쳐져있는 울창한 잡목숲에서 길을 찾다가 왔던길로 다시 가는 해프닝을 벌이고 황급히 돌아온다 .
다시 183봉을 넘어 왼쪽으로 꺽어지는 갈림길을 못보고 지능선으로 잘못 내려가다가 되돌아오니 오랫만에 동행자가 있는 산행이라 그런지 산만해지는 모양이다.
넓은 황토길이 지나가는 삭대월안부에 내려서면 밤나무단지가 앞에 펼쳐지고 자물쇠까지 채워진 철망문이 정맥을 가로막고 있다.

- 성항산
찬물 한모금 마시고 뚫린 철망으로 들어가면 무덤들이 여럿 보이고 개짖는 소리를 들으며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간다.
밤나무단지를 지나는 능선을 따라 깃대도 서있고 시야가 트이는 봉우리에 오르니 계룡산이 멋있게 펼쳐지고 지나왔던 정맥길도 잘 보인다.
그곳이 성항산인줄 착각을 하고 게다가 잘못걸린 표지기도 있어서 마을로 한동안 내려가다가 헉헉거리며 다시 올라와 보니 성항산은 앞에 올려다 보이는 봉우리이다.
진땀을 흘리며 평소보다 무거워진 다리를 끌고 성항산(217.1m)에 오르면 잡목만 빽빽하고 시야도 막혀 답답하다.
가파른 내리막 길을 내려가 16번 2차선 포장군도를 넘고 무덤가에 앉아있으니 오늘따라 몸이 무겁고 잠이 쏟아지며 찬물만 계속 먹혀서 이 무더운 날에 계룡산을 오를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성항산 오르며 바라본 지나온 정맥길)



(성항산 오르며 바라본 계룡산)

- 널티
통신탑과 전선들이 널려있는 능선에 오르면 벌목된 나무들이 쌓여있어 길을 막고 사거리안부를 넘으면 잡목이 무성한 정맥길은 점차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으며 나아간다.
임도를 넘고 인삼밭을 내려다보며 제법 가파른 260봉을 오르면 끈적끈적하고 바람 한점 없는 날씨에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땀은 상의를 다 적시고 벌써 바지까지 축축해진다.
숲길에 털퍼덕 앉아 아침에 터미날에서 산 김밥으로 점심을 먹다가 입도 쓰고 맛도 없어서 빵으로 바꾼다.
봉우리들을 지나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낙엽길을 내려가면 목장철문을 통과하고 곧 마을이 가까운 상리안부로 내려선다.
약간 떨어져있는 농가에 들어가서 모자라는 식수도 보충하고 찬물도 마셔두니 자식들을 대처로 보내고 황소 한마리 누렁개 한마리와 같이 사는 노부부 두분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가슴에 와 닿는다.
다시 산길로 들어서면 빽빽한 잡목들과 소나무들사이로 지능선이 자주 갈리고 길이 없어져서 조심스러워진다.
표지기들을 잘 확인하며 사거리안부들을 넘고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내려가면 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곧 23번국도상의 널티로 내려선다.

- 327봉
중앙분리대가 있는 4차선도로를 무단횡단하고 무덤들을 지나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철조망이 쳐져있는 260봉인데 목장부지를 벌목해서인지 앞쪽이 트여있고 때 맞추어 한가닥 시원한 바람도 불어준다.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너덜길을 올라가 삼각점이 있는 364.1봉에 서니 숲사이로 공주시 일대의 전답들과 계룡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큼지막한 바위들이 있는 너덜지대를 넘고 계속되는 너덜길을 내려가면 691번 2차선 지방도로를 건너고 가파른 절개지를 기어 오른다.
힘겹게 260봉을 오르고 쭉쭉 뻗은 낙엽송지대를 지나서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는 희미한 사거리안부를 넘는다.
잡목들이 사방으로 막아서는 가파른 숲길을 한동안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327.0봉인데 넓은 정상에는 여러기의 무덤들이 자리잡고 있고 철 지난 고사리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딱아가며 공주시가지와 계룡저수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계룡산은 우뚝서서 어서 오라는듯 손짓을 한다.



(327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정맥길)



(327봉에서 바라본 계룡산)

- 616봉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절개지를 내려와 2차선포장도로인 2번군도를 넘고 드디어 입산금지 플랭카드가 걸려있는 계룡산국립공원으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굵은 소나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고 갑사로 내려가는 안부를 지나면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467봉의 바위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넓게 패인 계곡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갑사가 내려다 보이며 수정봉에서 계룡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송들과 고사목이 어우러진 멋진 암릉을 지나고 일부러 우회로를 피해 길도 없는 사면을 치고 봉우리들을 넘으면 더운 땀이 온몸을 적신다.
가파른 능선길을 터벅터벅 힘겹게 오르고 무너져가는 무덤 한기가 누워있는 616봉에 올라 참외 한개 까고 소주 한잔씩 마시며 땀을 딱는다.
손에 닿을듯 가깝게 다가선 신선봉과 삼불봉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 멀리 남쪽의 산자락에는 빗줄기가 뿌려대는지 하늘이 온통 시커멓다.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을을 느끼며 서둘러 배낭을 메고 일어난다.



(467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정맥길)



(467봉에서 바라본 계룡산의 전경)

- 관음봉
아름드리 노송들이 즐비한 숲을 지나고 사거리안부를 넘으면 가파른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한구비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가 보이고 그렇게 몇구비를 한걸음 한걸음 쉬지않고 발길을 옮기면 넓은 바위지대에 노송들이 멋있게 서있는 수정봉(662m)에 오르는데 바로 밑에는 헬기장이 있는 금잔디고개가 내려다 보인다.
오랜 기간 계룡산을 바라보며 이자리를 지켜왔을 꾸불꾸불 등이 굽은 소나무들을 애정어린 눈길로 한번 쳐다보고 금잔디고개로 내려가 차량회수를 해야하는 이경한님을 먼저 하산시킨다.
쉼터를 뒤로 안전철책이 있는 삼불봉(775.1m)에 서니 계룡산 일대의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마주보이는 신선봉의 절벽이 아찔하게 보이며 작년에 종주했던 황적봉에서 이어지는 ㄷ자 능선이 뚜렸하다.
거칠것 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가며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고있는 자연성능을 오르면 동학사가 내려다 보이고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철계단을 지나서 정자가 있는 관음봉(755.5m)에 오르고 돌길을 내려가 관음봉고개에서 오늘의 정맥종주를 멈춘다.



(삼불봉에서 내려다본 갑사계곡)



(삼불봉 맞은편의 신선봉 절벽)



(가까이 다가온 천황봉)



(자연성능의 위용)

- 동학사
가파른 너덜길을 내려가면 경사도 너무 급하고 다음에 올라올 일이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은선대피소를 지나고 수량이 부족해 바위위로 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은선폭포를 지나면서 산세가 누그러진다.
동학사에 내려가니 수양중인 여스님들은 느긋하게 산보를 다니시고 정갈한 숲사이로는 서서이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경한님의 차로 대전터미날로 출발하니 지금까지 참아 주았던 하늘이 열리며 굵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한다.
하염없이 막히는 차량의 대열을 바라보다 문득 유성에서도 서울차를 탈수있다는 생각이 들고 유성터미날로 방향을 바꾸니 역시 15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고 한다.
터미널앞의 음식점에서 대강 옷을 추스르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을 마시니 제주도를 지나 호남정맥과 금남산줄기를 넘고 계룡산에 이른 먹구름은 사정없이 빗줄기를 뿌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