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금남정맥 6구간 (장군봉-운장산-연석산-보룡고개)

킬문 2006. 7. 12. 23:42
2003년 6월 21일 (토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6:30)
금산터미널(08:47)
작은싸리재(09:53)
왕사봉갈림길(10:12)
큰싸리재(10:22)
717봉(11:05)
724.5봉(11:19)
장군봉(11:55)
787봉(12:35)
675.5봉(13:13)
피암목재(13:30)
활목재(14:34)
운장산(15:11)
운장산서봉(15:30)
만항재(16:14)
연석산(16:40)
810봉(16:55)
655봉(17:51)
669봉(18:20)
황조재(18:31)
675.4봉(18:50)
690봉(19:00)
보룡고개(19:35)
전주터미널(20:40)
강남터미널(23:20)

* 산행시간
약 9시간 42분

* 후기

- 작은싸리재
이틀전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산행하고 난후 전신이 옷에 쓸리고 피부발진이 생겨 산행을 미뤘지만 하루 자고나니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장마전에 빨리 금남정맥을 마치려는 욕심으로 집을 나선다.
연락해둔 금산택시로 중리마을까지 가고 한적한 임도를 걸어 올라가면 뜨거운 날씨에 금방 땀이 배어나고 무거운 배낭은 어깨를 잡아 당긴다.
큰싸리재로 올라가는 희미한 들머리를 지나서 하늘로 이어지는 바벨탑인양 산정에 높게 솟은 봉수대를 바라보며 고갯마루에 올라 기사가 넣어준 인삼사탕을 정맥꾼들 눈에 띄게 한쪽에 덜어 놓고 숲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주화산까지 가서 금남정맥을 끝낼수 있을것인지 거리는 멀지 않지만 운장산과 장군봉등 크고 험한 산들이 끼어 있어서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 724.5봉
시작부터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니 구슬땀이 흐르고 왕사봉으로 이어지는 755봉 가기전에 정맥은 왼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숲속은 다행히 서늘하고 제법 바람까지 불어오며 넓게 길이 패인 큰싸리재를 넘으면서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검은 석탄석이 널려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처음 나타나는 암봉을 산죽따라 우회하니 장군봉이 언뜻 모습을 비춘다.
철조망따라 산죽지대를 올라서 참호가 파여있는 717봉을 넘고 약초재배지라 등산객의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을 만난다.
넓은 헬기장이 있는 724.5봉에 오르면 야영한 흔적과 쓰레기들이 보이며 웬일인지 꼭 있어야할 삼각점은 찾을 수가 없다.
연속산행은 아니지만 그저께 무리했던 우중산행의 피로가 덜 풀렸는지 무더운 날씨에 땀은 홍건히 흐르고 발걸음은 무겁다.

- 장군봉
완만한 길이 이어지다 암릉들을 지나고 기묘하게 생긴 두꺼비바위에 오르면 720봉과 장군봉이 정면으로 험준한 모습을 드러내며 암벽 곳곳에 깊게 뿌리내린 소나무들은 아름답게 보인다.
산죽지대를 지나 밧줄을 잡고 720봉에 올라 너럭바위들 사이로 조심해서 봉우리를 내려가면 10여미터의 수직암벽이 기다리고 있다.
굵은 밧줄을 잡고 힘을 써가며 미끄러운 절벽을 오르고 암릉들을 지나 장군봉(742m) 에 서니 사위가 시원하게 트여서 피암목재로 내려가다 운장산으로 솟구치는 정맥길이 확연하게 보이고 지나온 봉수대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동상면 일대의 전답과 마을들이 새카맣게 내려다 보인다.
넓은 바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에 젖은 옷을 말리며 이른 점심을 먹으면 운장산에서 움푹 패인 각우목재를 지나 복두봉과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종주능선이 잘 보인다.
전망을 즐기며 생각에 잠겼다가 저 높이 솟아있는 운장산을 넘고 연석산을 지나 주화산까지 이를 일이 아득하게 느껴져서 서둘러 일어난다.



(두꺼비바위에서 바라본 장군봉)



(장군봉에서 바라본 운장산과 연석산)

- 피암목재
좁은 날등으로 벼랑지대를 통과하고 고도를 낮추다가 다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고개를 숙이며 산죽지대를 지나고 키 큰 잡초들을 헤치며 오래된 성터를 따라 넓은 헬기장이 있는 787봉을 오른다.
잡초만 무성한 정상에서 무너진 성벽을 밟고 작은 소나무들이 빽빽한 완만한 길을 내려가 외처사동으로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를 넘으니 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암봉을 우회하고 산죽지대를 통과해서 다시 급경사 능선을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675.5봉 헬기장이며 꾸불꾸불하게 돌아 오르는 포장도로가 보인다.
620봉을 넘고 소나무들 사이로 암릉들을 지나서 732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피암목재로 내려선다.
간이휴게소에서 대낮부터 술추렴을 하는 사람들 옆에 앉아 찬 맥주도 한캔 마시고 식수도 보충하고 찐계란도 까 먹으며 운장산 오를 힘을 비축한다.



(피암목재와 운장산)

- 운장산
통신시설을 지으며 엉망이 된 절개지를 올라서 능선을 이으면 피암목재에서 올라오는 다른 길과 만나며 등로는 좋아지고 산죽들도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암릉길을 오르고 내리다 890봉인듯한 암봉을 넘고 무덤 한기가 자리잡고 있는 활목재를 지나면 급경사 오르막 길이 기다린다.
바위들 사이로 미끄러운 진흙길이 이어지고 오르다 쉬다를 반복하며 숨가뿌게 능선에 올라 진땀을 떨어뜨리며 바로 운장산 주봉으로 향한다.
암릉들을 넘고 통신시설이 흉하게 자리잡고 있는 금남정맥의 최고봉인 운장산(1125.9m)에 올라 정상에는 어울리지 않게 한가로이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른다.
정상석 위에는 주인을 잃어버린 돋보기안경 하나가 쓸쓸이 놓여있고 벤치에는 산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깨알처럼 적혀있다.
산줄기를 찾아 지금 여기 앉아있는 나는 과연 시대의 역할을 다하며 살고 있는가...?

- 연석산
되돌아와 서봉(1115m)의 큰 바위에 서면 지나온 정맥길과 연석산 일대가 훤하고 겹겹히 솟은 수많은 산봉들이 보인다.
2년전 겨울에는 붉은 흙만 보였던 무너져 내리던 무덤에도 풀들이 제법 푸릇푸릇하고 무성한 잡목과 잡초들사이로 연석산 가는 길이 열려있다.
마치 절벽을 내려가듯 급경사 좁은 산길을 내려가 물에 젖은 너덜들을 통과하니 미끄럽고 불안정해서 아주 조심스럽다.
밧줄을 잡고 거친 암릉을 내려가서 빽빽한 산죽지대들을 지나면 갈림길들이 자주 나타나 신경이 쓰인다.
푸르른 봉곡저수지를 바라보며 암릉을 넘고 궁항리와 지방도로를 잇는 만항치를 지나서 노송들이 어우러진 전망대같은 암봉들을 넘는다.
금남정맥 이정표가 서있는 연석산(925m)에 오르면 성곽처럼 불끈 솟아있는 운장산서봉이 위압적으로 보이고 보룡고개로 맥을 낮추는 마루금은 뚜렸하다.
연석산-구봉산 종주를 하러 이곳에 올랐을때 금남정맥종주를 하며 다시 들르겠다던 약속을 지금에야 지키게 된 셈이고 허옇게 서리가 내렸던 그 새벽을 생각하며 감회에 젖는다.



(연석산에서 바라본 운장산)

- 황조재
연동마을 갈림길을 지나 완만한 능선에 들어서서 고사목 한그루가 서있는 810봉을 오르고 연속되는 작은 봉우리들을 넘는다.
암릉들을 지나고 잡목이 무성한 숲에서 무심코 서쪽능선으로 내려가다가 힘들게 되돌아 온다.
험한 바위들을 조심해서 내려가 낙엽이 잔뜩 깔린 숲과 키 높은 산죽군락지를 지나서 가파르게 655봉에 오른다.
다시 지겹게 나타나는 산죽지대를 지나면 묵은 임도를 만나고 잡목과 잡초들을 헤치며 669봉에 올라서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간다.
넓직한 안부인 황조재로 내려서니 베어진 나무들이 사방에 쌓여있어 길이 없어졌지만 궁항리의 마을들은 가깝게 내려다 보인다.

- 보룡고개
앞에 벽을 두르며 높게 솟아있는 봉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길도 희미하고 쓰러진 나무들이 곳곳에서 막아 돌아 오른다.
가파른 사면을 진땀을 흘리며 한걸음 한걸음 오르고 675.4봉은 삼각점도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잠시후 690봉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꺽으며 키큰 산죽지대에서 한번 더 시달리고 나면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아직 일몰시간까지는 1시간정도 남아있어 안심을 하지만 산속의 밤은 일찍 찾아오는 법이고 벌써 숲은 어두어지기 시작한다.
차소리를 들으며 희미한 숲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임도와 만나고 곧 완주군과 진안군의 경계인 26번국도상의 보룡고개로 내려선다.
차들이 쏜살같이 달리는 4차선도로를 중앙분리대를 넘어 무단횡단하고 성산휴게소에서 대강 옷을 갈아입고 어묵에 소주 한잔을 마시며 전주택시를 기다린다.
9 정맥의 끝에는 언제쯤이나 도달할수 있을지 서서이 어두어가는 정맥의 한켠에서 오늘도 희망의 그날을 그려 본다.